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50
150
신전은 아니지만, 보라색 초롱꽃을 씌운 몸통에 나뭇가지 넷이 달려 있었다. 꼭대기에는 이끼가 덮여 있는데, 그 위로 수레국화 꽃이 한 송이 길게 뻗어 나와 하늘거리고 있었다.
“예쁘네? 무슨 동물이야? 아, 동물이 아닌가?”
“동물 맞지. 그건 너니까. 머리에 꽃 핀 아기 돼지.”
“…그래, 잘 만들었어. 예술의 재능이 없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돼.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실제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겠지.”
나는 누나의 눈에 쌍심지가 돋는 순간, 재빨리 고개 돌려 외면하며, 스태프로 마법을 일으켰다. 누나의 손에서 태어난 그 불쌍한 생명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옛날의 물주머니처럼.
“귀엽구나. 네가 요새 애교를 안 떠니까 마법으로 대신 떠는 거니?”
“귀여운 건 누나의 예술성이지. 자, 내 스태프를 잡아. 그리고 저걸 키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안 되면 늘려, 커지게 해, 뭐가 됐건 누나가 신전을 일으켰던 방식을 적용하라고.”
“이건 내 신전이 아니야. 같은 방식을 쓸 순 없어.”
“괜찮아. 내 마법이 받쳐 줄 테니까. 시도만 해 봐. 안 되도 동생을 바보라고 놀려 먹을 순 있을 거 아냐?”
“널 놀리는 데 핑계는 필요 없어.”
엘라디안 누나는, 억지로 공부시켰을 때의 나보다도 심하게 툴툴거렸다. 그래도 손을 뻗었고, 나는 증폭 마석을 고른 후, 누나와 함께 스태프를 같이 잡았다.
그러고는 숲과 사냥의 여신이 발휘하는 숲의 진수를 느꼈다.
한 알의 열매가 떨어지고, 씨앗에서 싹이 트고, 나무로 자라나고, 공기를 유영하는 꽃가루며 버섯 포자, 새알에서 태어나 나무에서 아래로 뛰어내려 날아가는 어린 새들― 생장.
내가 지금까지 치유에 썼던 생명력과는 다른 느낌이면서도 같았다. 나는 누나의 힘을 받아들이고 느끼면서, 나를 통해 흐르게 했다. 스태프를 통해 내 마법이 흐르듯.
그러면서 내 마법도 누나의 권능을 따라 흐르게 했다. 그 과정은 내가 누나에게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또한 마법이, 새로운 방식을 흡수하는 느낌이었다. 정형화한 힘이 아닌, 얼마든지 규칙을 새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마법답게.
“앗! 억!”
엘라디안 누나는 이상한 소리를 냈지만, 내 눈길에 금세 입을 오므렸다. 하지만 스태프와 누나의 권능에만 집중하던 나도 고개를 드니, 그게 자라나고 있었다.
그 작디작은, 흙 인형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주변의 흙과 바위와 나무를 있는 대로 끌어모으면서, 어느새 우리 둘보다 더 커졌다!
그 흙 인형은 오크의 왕처럼 거대했다. 하지만 머리를 덮은 이끼며, 머리에 나서 한들거리는 꽃이며, 아무렇게나 찔러 놓은 나뭇가지들 때문에,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와, 이렇게 커지니까, 누나 솜씨 없는 거 진짜 티 난다. 발로 만들었나, 어떻게 이렇게까지 못 만들 수 있어?”
“널 본따 만들어서 그래.”
“우리 누나가 발도 안 좋고 눈도 나쁘구나. 그래 가지고 사냥은 어떻게 해?”
“없애면 되잖아!”
“아니야, 잘 만들었어, 나랑 닮았어. 적어도 발가락이나 꼬리라면.”
“저놈에겐 발가락이 없고, 너한텐 꼬리가 없잖아?”
“내 말이 그 말이야! 자, 이제 움직여 봐! 내 사람들을 구조했을 때나, 그리폰들을 가뒀을 때처럼.”
하지만 엘라디안 누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 신전은 내 신전이니까 움직였지, 이건 그런 연결이 분명하지 않아.”
“처음 해 보는 시도라 어색해서 그래.”
나는 물주머니를 움직였을 때를 떠올리며, 시도해 보았다. 이번에는 내 마법이 이끌었고, 누나의 권능이 내 힘을 따라오자, 일은 어렵지 않았다.
“일어서! 앉아! 손 내밀어!”
“이건 개가 아니야.”
“누나도 신났으면서!”
그러나 우리 남매가 너무 혹사시켰는지, 거대 흙 인형은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나뭇가지가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흙이 우수수 떨어지고, 돌멩이가 굴러떨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질료들을 잃어 가니, 그 큰 몸의 균형도 잃고, 기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한들거리던 꽃이 위태롭게 달랑거렸다.
“역시 아무 질료나 써서 그런가? 진흙을 쓸 걸.”
“그래 끈적거리는 거!”
나는 다시 끈끈이를 만들어 내, 흙 인형의 몸체를 끈으로 고정했다. 칭칭 감으니까, 고정되었다.
“그 마법이 좋은 건 알겠는데, 가까이 가기 싫은 거 알지?”
엘라디안 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른 질료를 더했다. 꽃이니 큰 이파리 같은 걸로 가리니까, 훨씬 보기 좋았다. 아까처럼 거대 그리폰 끈끈이 동그라미를 길게 늘여서 세워 놓은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누나의 신전처럼 척척 자연스럽게 움직이진 못하네.”
“당연하지.”
“뭐가 당연해? 두 신이 힘을 합해 만들었는데, 끝내주는 게 나와야지.”
나는 자신만만하게 스태프를 다시 쳐들었다. 일단 보존을 위해 이공간에 집어넣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려고.
하지만 그러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이 인형은 정말 흥미로웠지만, 안정성이 없었다.
마법으로 안정성을 부여할 만한 걸 떠올려 보니, 끈끈이 말고는 마법진이 떠올랐다. 내 사도들을 보호했으니까. 아트리타스의 일 때도 그랬듯.
하지만 마법진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면, 내가 누나의 신전을 보고 떠올린 구상에 못 미치는 터였다.
그런데, 이번 마법진이 그토록 효과가 있었던 이유는, 결국 사도들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의식을 진행하지 않아 미비한 상태에서도, 그들의 강한 믿음이 내게 그들의 이름을 전했고, 내가 그것을 직접 쓰면서, 유례없는 효과를 달성했다. 그 밖에 각종 보호 문구도 유용했고.
-언어는 힘이 있는가, 없는가?
라프트레이 형은 그런 물음을 내게 던졌었다. 형의 백만 가지 무수한 시험 중 하나. 시험인 줄도 모르고 치게 되는 시험, 심지어 정답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당해 보지 않은 이는 그게 얼마나 속 터지고 짜증이 북받치는지 모른다.
나는 미치겠는 나머지, 아무 말이나 했었다.
-언어에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에겐 힘이 있고, 언어에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에겐 힘이 없습니다.
그 순간, 큰형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라니.
-바로 그것이다, 테오파노! 한 번에 정답을 찾아냈구나! 그것 보아라,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 이제 네게 학문의 재능이 없다고 더는 믿지 말라.
그때는 내가 아니라 큰형이 미친 줄 알았었다. 날 가르치다 속도 터지고 머리도 터졌나 보다고, 미안하기까지 했었는데.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언어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오로지 그 힘을 알아보는 자만이 쓸 수 있는.
그야 사도들을 구하려 했을 때는, 그런 사실은 떠오르지도 않았다. 사도들의 이름은 아무개가 테오파노 신을 믿는다면서,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내게 믿음을 바치는 표현이었고, 보호 문구는 그들을 향한 나의 마음이었다. 언어로 직접 적으면서 더 강해졌던 건, 그들이나 나나 언어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들에겐 언어밖에 없었으니까.
적어도 내겐 마법이 있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었다. 언어는 그 중 하나였을 뿐.
하지만 그들에겐 힘이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 마리는 테오파노 신을 믿는다는 말을 하는 것 외에는.
그들이, 계약식 이전에도 내게 그들의 이름을 전할 수 있었던 이유.
언어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었다. 그것밖에 없는 이들에게는. 약하지만 저항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나는 스태프를 들고 거대 인형에게 다가갔다. 그러다 문득, 멈춰 서서 누나를 돌아보았다.
“누나, 이름 하나 지어 봐.”
엘라디안 누나는 지으라는 이름은 안 짓고 싱긋 웃기만 했다.
“그렇게 집중하는 걸 보니, 네가 그런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구나.”
“그렇지? 마법은 참 놀랍지?”
“난 네가 더 놀랍다고 하는 거야. 말귀 못 알아듣는 놈아.”
학문의 신도 아니지만 천재성을 발휘해 언어의 힘을 깨달은 신에게 핀잔주는 누나였다. 하지만 내가 내 사도들을 놀랍다고 여겼듯, 누나가 나를 놀랍다고 여긴 일이 기뻤다.
“왜 네가 직접 안 지어?”
“신전을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누나에겐 꼭 필요하지 않겠지만, 난 이 마법을 계속 쓸 거야. 그때마다 누나가 지은 이름을 쓴다면, 우리 남매가 함께 만들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테니까.”
누나는 그런 나를 바라보다 쾌활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웃는 얼굴 그대로 말했다.
“골렘.”
골렘은 새끼 때 죽은 누나의 강아지 이름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날 그렇게 부른 적도 몇 번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존재의 이름이라고 속이면서.
“좀 예쁜 이름을 지을 수 없어? 엠마라든가?”
나는 투덜댔지만, 누나는 끄떡도 안 했다.
골렘. 나는 금빛 후광을 발휘해 흙 인형의 머리에 이름을 새겨 넣었다. 온몸 곳곳에도 튼튼해라, 건강해라, 오래 살아라, 착해라, 행복해라, 등등의 말을 써넣었다.
“네 문장은 하도 짧아서 문장이랄 것도 없구나. 너 어제 잔치 때만 해도 아레테에서 상 탔다고 자랑해 놓고는, 표현력이 왜 그 모양이니? 늘 라스카라사니 라프트레이를 들먹이더니, 예술성도 없고 수사법도 없네.”
“그러는 누나야말로 라스카라사 누나나 라프트레이 형처럼 잔소리해 대네. 그 둘이랑 있는지 누나랑 있는지 또 헷갈릴 판이야.”
“닥쳐! 그렇게 곳곳에 이 말 저 말 잡다하게 새겨 넣느니, 한 문장으로 축약하는 편이 낫겠다. 전투 때 언제 그러고 써넣고 앉아 있을 거니?”
“세상에, 잔소리가 아니라 맞는 말이잖아?”
“난 늘 맞는 말을 해!”
나는 누나 말대로, 문장을 하나 만들어 보려 했지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음유 시인을 하나 고용해서, 이런 표현을 아름답고 멋지고 짧게 써내게 했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내가 아는 음유 시인들은 짧게 쓰긴커녕 내가 지금까지 적은 말 한 마디마다 서사시를 쓰고도 남을 이들이었다. 그거 다 쓸 때까지 괴물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고 해 봐야, 들은 척도 안 할 테고.
그래도 고심 끝에 내 마음에 쏙 드는 아름다운 문장을 지어 낼 수 있었다.
“내 새끼, 아빠처럼 힘세고 튼튼하고 씩씩해라? …어이가 없네. 네가 저놈 아빠냐?”
“난 좋은 아빠야. 누나도 귀엽다던 드라콘과 펜나만 해도 조그맣던 애들을 저렇게 키워 냈는걸? 얘도 잘 키울 자신 있어.”
“…아버지의 번식력 발언이 생각날 판이니까, 닥쳐. 그건 그렇고 그 펜나라는 동물 말인데. 드라콘도 엄청나지만.”
어제 누나가 펜나와 드라콘에게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둘 다 전투에 지쳤는지 마석을 받아 먹곤 쿨쿨 자느라고 자랑할 새도 없었다.
“펜나? 정말 예쁘지? 이따 재롱을 보여 줄게. 하지만 걔도 내 새끼니까 탐내면 안 돼.”
“하, 말을 말자.”
엘라디안 누나의 수사법은 나보다도 형편없었지만, 본인도 그 점이 속상해서 화내는 판이니, 입 다물어 주었다.
마침내 주문을 완성하고 나니, 골렘은 우뚝 섰다. 튼튼하고 활기찼다. 말도 잘 들었고, 뭘 시키건 척척 해냈다. 손 내밀기, 앉기, 손뼉 치기, 못 하는 게 없었다.
“골렘, 우리를 어깨 위에 태워 봐.”
문득 생각이 들어 말하자, 누나가 질색했다.
“난 싫다. 꽃으로 가려 놨지만, 놈의 몸엔 끈끈이가 있어.”
“놈 아니고 골렘. 애 앞에서 착한 말 좀 써.”
누나가 싫어하건 말건, 골렘은 시킨 대로 우리를 향해 상반신을 숙였다. 싫다는 누나도 어깨 위에 태워 주려고. 역시 날 닮아서 다정했다.
“비키십시오!”
그때였다. 뒤에서 고함이 들려오더니, 뭔가 훌쩍 날아들어 골렘에게 덤벼들었다― 대체 누가 골렘을 공격하는가! 갓 태어난, 어리고 여린 내 새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