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51
151
그건 레오파라였다.
골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레오파라.
칼로 골렘의 머리를 베려고 한 듯 보이지만, 칼이 골렘의 머리 끈끈이에 꽂혀 버린 레오파라.
그 상태에서 나와 눈이 마주친 레오파라.
“레오파라!”
그 순간, 골렘의 머리에 칼을 꽂은 채 몸을 띄우고 있던 레오파라의 팔에 힘이 빠진 게 눈에 보였다. 레오파라의 몸이 꽂힌 칼을 따라 주르륵 내려갔으니까.
그렇게, 레오파라는 골렘의 머리에 주저앉게 되었다. 그 서슬에, 골렘의 머리에 핀, 이제는 연잎처럼 커진 꽃이 마구 흔들렸다.
“레오파라, 괜찮아?”
“테오파노 님… 괜찮으셨군요.”
“나야 물론 괜찮지, 피곤할 텐데 왜 벌써 깼어?”
나도 피곤했지만, 사람보다야 회복이 빠른 데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와 시간을 보내려고 일찍 일어났었다. 자고 있는 사람들을 깨우지 않도록 방어막도 쳐 놓고 왔는데.
“테오파노 님이 안 계셔서, 잠결에 두리번거리다 보니 이 괴물이 두 분을 덮치는 듯하여─”
“하하하하!”
엘라디안 누나가 웃음을 터뜨리자, 레오파라의 얼굴이 옆에 핀 꽃만큼이나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자 나도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내 사도를 보라고, 얼마나 착해!”
“아, 그래. 착하다 착해!”
“착하기만 한가, 용감하기도 하지!”
“그래, 용감하다 용감해!”
“잘생기고, 다른 신도들도 잘 챙기고, 수줍어서 안 하지 노래도 잘하고─”
“그, 그만해 주십시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수줍어할수록 더 칭찬하고픈 신의 마음을 사람은 알까.
“저 봐, 우리 레오파라가 저렇게 겸손해!”
“제발, 이제 그만 칭찬하셔도─”
“무슨 일입니까?”
그때, 다른 사람들도 깨어 일어나 우르르 몰려왔다. 골렘을 보고 놀랐지만, 그 위에 앉아 있는 레오파라 때문인지 무서워하진 않았다.
“레오파라 님이 잡으셨군요!”
“그래, 레오파라가 잡았다네. 머리를 궁둥이로 내리눌러서 잡았다네. 꽃으로 가려 놔서 그렇지 끈끈이가 보이는데, 달라붙은 게 아니라, 궁둥이로 잡았다네! 정말 대단하신 첫 번째 사도님!”
이젠 질투심 없이 레오파라를 칭찬하면서 환하게 웃는 아타울프였다. 그도 참 착했다.
“알면 닥쳐, 내가 엉덩이를 떼면 이놈은 무너진다.”
그 말은 착각이었지만, 레오파라가 내가 만든 골렘을 아끼는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그럼 계속 거기 있을래? 이놈 이름은 골렘인데, 골렘을 타고 걸어 봐.”
“…저보다 몸이 허약한 아타울프를 대신 태우고 싶습니다.”
“하하, 사양합니다. 전 전신이 꽃으로 뒤덮인, 딱 봐도 테오파노 님의 손길이 느껴지는 놈을 괴물로 착각하고 달려드는 바보가 아니라서요, 하하하!”
“하하, 우리 누나가 나를 본따 만든 거야. 막내라도 이제 다 컸는데 아직도 꽃 인형으로 보이나 봐, 누나도 참, 날 너무 사랑하지, 하하하!”
“테오파노, 넌 진짜─”
비꼬는 줄도 모르고, 엘라디안 누나도 레오파라처럼 수줍게 반응할 때였다.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검은 매가 날아들었다.
숲과 사냥의 여신은 한 팔을 내밀었다.
내려앉은 검은 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누나의 팔뚝을 움켜잡았지만, 상처 하나 없었다. 매와 누나는 그렇게 서로 바라보았다. 누나가 잠시 후, 매를 쓰다듬으며 내게 고개 돌렸다.
“나는 가 봐야겠다.”
다른 곳에 일이 생겼느냐고 물으려다가, 말문이 막혔다. 우울해서.
“본래 이렇게 연달아 괴물이 나오는 일은 잘 없는데, 하필이면 너 왔을 때 이러네.”
엘라디안 누나가 어깨를 으쓱이며, 사도들 앞에서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려고 했다.
나는 라스카라사 누나도 칭찬할 움직임으로 우아하게 피한 후, 누나의 손을 탁 잡았다.
“나도 가.”
“뭐?”
“누나가 여기 데려와 주면 되잖아. 아, 꼭 안 그래도 돼. 나도 이동 가능하니까.”
“넌, 네 사람들 챙겨서 돌아가야지.”
“좀 더 쉬어야 해. 여기서 음식 먹으면서 푹 쉬게 하고, 난 누나랑 같이 갈게.”
“내가 놀러 가냐?”
“그러니까 하는 소리지.”
엘라디안 누나는 씩 웃었다.
그때 문득 눈길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니, 마리우스 왕자가 우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어디까지 눈치챘을까. 혈연에게 느끼는 강한 끌림이, 반신과 신이라면 더 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나가 말하지 않겠다면 내가 나설 수도 없었다. 그리고 누나도 라비크의 일을 생각하면, 언뜻 말하기도 힘든 문제였다. 그렇지만…….
“마리우스, 같이 가자!”
잘생기긴 했지만, 대리석상 같아 정이 안 가던 마리우스의 얼굴에 금이 쩍 가니, 사람 같고 보기 좋았다.
“…제가 말입니까? 하지만…….”
“그래, 넌 어제 내게 고맙다고 했지. 진심이라면 오늘 나와 같이 가는 거다.”
-테오파노, 사도도 아닌 사람에게 그런 일을 해 줬으면 더 강한 걸 요구해야지.
“…그걸로 되겠습니까? 다른 요구는 안 하십니까?”
와, 누가 모자 간 아니랄까 봐.
나는 씩 웃으며 말했다.
“너의 큰아버지는 너그럽다. 본받아라.”
-라프트레이가 본인을 삼인칭으로 지칭하는 화법은 유치하다고 하지 않았니?
-그랬다가, 영웅이 전쟁 회고록에 그렇게 쓰니까, 명문장가라고 칭찬했었지.
나는 그렇게 여느 때처럼 농담을 주고받으며 엘라디안 누나를 흘끗 보았다. 누나는 마리우스를 보고 있었다.
“내가 가는 곳은 위험하다.”
…그건 그렇네. 아들이 처음 어머니 따라가는데, 괴물과 싸우러 가는 것도 좀… 물론 내가 지켜 줄 테지만…….
“압니다.”
그렇게 말하며 마리우스는 고개 숙였다. 엘라디안 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다야? 나 혼자한텐 꼬치꼬치 시끄럽던 그이들 다 어디 갔나?
“테오파노 님, 이제 떠납니까?”
그리고 레오파라가 물었다. 아, 깜박했네. 내 사도를 저기 앉혀 둔 채.
“아, 따라올 것 없다. 내려 줄 테니, 쉬어라.”
마리우스와 누나가 시간을 보내게 하려면, 너무 많은 인원이 따라오는 건 좋지 않을 듯했다. 하지만 레오파라는 끈끈이에 엉덩이가 달라붙은 채로도 날 보며 웃었다.
“테오파노 님의 곁에 있는 거야말로 최고의 휴식이죠.”
말 예쁘게 하는 거 봐. 역시 장래의 교리서 저자답다.
아타울프와 프라비타도 곧 합류했다. 프라비타는 골렘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서, 손을 뻗는 걸 역시 달라 붙을까 봐 내가 막았다.
-꽃이 예쁘네.
달라붙을 일이 없는 렉스는 골렘 주변을 맴돌며, 쿡쿡 찔러 댔다.
-근데 얜 말도 못해?
툴툴대면서, 뭔가 좀 마음에 안 드는 기색이었다. 머리에 난 꽃을 잡아 뽑으려고도 했는데, 레오파라가 말리자, 심통 난 기색이었다.
기사들도 허겁지겁 일어나, 같이 가려고 했으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내 새 사도들을 부탁한다는 핑계로 말렸다.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이 자리에서 기다리라고 말한 후, 출발했다.
“자, 그럼 가자.”
누나는 내 사도들과 펜나와 드라콘, 마리우스를 신전 안에 태웠다. 창틀처럼 구부러진 나뭇가지 사이로 그들이 얼굴을 내밀자, 좀 우리에 갇힌 듯했지만, 새 사도들과 기사들은 반가운 듯 밖에서 손을 흔들었다.
“나는 누나랑 같이 탈래.”
“이건 내 옥좌야.”
“옆에 가만 서 있을게. 스태프를 옥좌에 대고.”
엘라디안 누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내 손을 잡더니, 수사슴 위로 던져 올렸다.
“악!”
“오, 제법 균형 잡고 앉았네.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 줄 알았더니.”
내 사도들이 지켜보고 있거든? 엄마의 잔인한 손속을 보는 조카는 말할 것도 없고?
“내 날렵한 움직임이 아니었다면, 누나는 동생을 죽인 잔인한 여신이 됐겠지. 내가 누나를 구한 거야.”
“라스카라사를 만나고 오더니, 숨 쉴 때마다 연극을 하는구나.”
콧방귀를 뀐 엘라디안 누나는, 수사슴의 앞에 올라탔다. 그러자마자, 바로 수사슴이 달려갔다. 그것도 수직으로, 신전의 벽을 달려 올라가며.
몸이 공중에 수직으로 누워 있는데, 그 상태로 두다다다 움직이고 있었다. 토할 뻔했다.
“다 왔다.”
눈을 감고 있다가 겨우 눈 뜨니, 새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테오파노 신, 얼굴이 새파래. 물 좀 마셔.
친누나보다 다정한 렉스 덕분에 물을 좀 마시자 겨우 정신이 들었다.
그사이 수사슴은 다시 옥좌로 화했고, 누나는 그 위에 앉았다. 나는 렉스에게 사도들에게 돌아가라고 한 후, 스태프를 꺼내 옥좌에 대고 섰다. 서니까 현기증도 가셨다.
주위를 둘러보니 무슨 산봉우리에 오뚝 서 있는 기분이었다. 디디고 선 그 산봉우리가 살아 있는 듯이 꿈틀대서 문제지만.
“꼭 잡아라.”
그렇게 말한 숲과 사냥의 여신은 옥좌에 앉아 신전을 움직였다. 그리고 신전은 그대로 무너졌다─
아, 이거 장난이지, 잠깐만!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떨어지고 있잖아아!
그 순간은, 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이나 드라콘과 펜나의 존재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발아래 디디고 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감각은 끔찍하니까.
그러나 스태프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힘의 흐름에 녹아들고 있었다. 그것에 집중하며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신전은 다시 일어났다. 이대로 무너져 내리나 싶었던 순간, 서서히 다시 일어섰다. 복구되고 자라나면서.
공간 마법. 물론 완전히 같진 않고 다르지만, 엘라디안 누나의 이동 신전이 지닌 비결과 흡사하다고 생각하자, 기쁨이 솟았다.
그리고 그렇게 신전이 다시 우뚝 서자, 더는 발라흐의 숲이 아니었다. 알아보진 못하겠지만 다른 곳이었다.
“여긴 어디─ 저기 저놈이네!”
두리번거리던 나는 바로 괴물을 발견했다.
거인이었다.
외눈박이 거인이 나무를 뽑아 들고 밑둥째 사방을 후려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땅이 흔들렸다. 숲을 조각조각 내는 느낌이었다.
힘들게 대응하고 있던 누나의 사도들이 달려왔다. 누나는 그들에게 손을 들어 신호한 후, 신전에서 내 사도들도 내보내 주었다.
누나는 깃털 화환에서 붉은 화살을 뽑아 들었다. 다음 순간, 옥좌에서 그 거인에게로 바로 뛰어내렸다. 누나의 화살이 거인에게 꽂혔다.
“크아아악!”
하지만 거인은 정말 죽이기 힘든 놈이었다. 맞추기 쉬운 거대한 표적이지만, 느낌상 화살을 백 발은 쏴야 쓰러지는 듯했다.
“파이어볼!”
나는 신전 꼭대기에서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거인이 그 커다란 나무를 휘둘러서, 내 파이어볼을 쳐 냈다. 파이어볼은 그만 신전에 정통으로 갖다 박혔고, 신전이 공격받은 성채처럼 부르르 떨렸다.
신전 위에서 발을 헛디딜 뻔한 나는 겨우 균형을 잡고 날아올랐다. 누나 앞에서 동생 신의 위엄이!
“테오파노 님!”
나를 부르기에 뒤돌아봤더니, 마리우스 왕자를 태운 드라콘이 바로 지척까지 와 있었다. 드라콘은 주둥이로 내 등을 밀면서 뒤로 쓰러지는 나를 익숙하게 태웠다. 혼자 날 수 있는데, 왜 꼭 태우려는 걸까.
옆을 보니, 펜나에 탄 아타울프와 프라비타가 드라콘과 함께 내게 온 터였다.
“레오파라는 어디 있느냐?”
-밑에, 저놈 위에.
렉스의 말에 내려다보니, 아직도 골렘의 머리에 붙어 있는 레오파라가 보였다. 떼어 줬어야 하는데, 그만 서둘러 오느라고.
그때 엘라디안 누나의 화살과 사도들의 공격을 받으며 괴성을 지르던 거인이 바위를 들어 던졌다. 누나와 사도들은 피했지만, 바위는 우리에게 날아왔다.
“골렘, 움직여!”
나는 공격을 받아치면서, 골렘에게 소리쳤다.
“끄어어어!”
거인은 제가 던진 바위가 다시 되돌아와 등짝을 정통으로 얻어터지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이제 파이어볼 큰 거 한 방 날려 주려고 했을 때였다. 수그린 거인의 발치로 뭔가 달려들었다.
“레오파라예요!”
프라비타가 외쳤다. 정말 레오파라였다. 골렘에게 여전히 붙어 있는 채였지만, 이제는 두 다리로 서 있었다. 그런 채 골렘을 움직여, 거인에게 덤벼든 터였다.
골렘은 거인보다 작았지만, 당연히 우리보다는 훨씬 컸다. 골렘은 그냥 밀어붙이는 것밖에 못 했지만, 검을 빼든 레오파라가 공격하기엔 최적의 위치를 제공했다.
“레오파라!”
“테오파노 님, 제가 여기서 공격할 테니, 그쪽 상공을 맡으십시오.”
레오파라가 소리쳤다. 그러면서 바로 검기로 거인의 다리를 베었다.
거인이 몸을 비틀며 고통스러워할 때, 내가 마법을 날렸다.
“파이어볼!”
이번에는 배에 정통으로 맞은 거인이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질렀다.
그 눈으로 누나가 화살을 쏘아 명중시켰다. 거인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면서 피를 줄줄 흘렸다. 배를 움켜쥔 거인이 발을 구르자, 지면이 들썩이고, 나무며 바위들이 제자리서 뽑혀 나올 지경이었다.
그래도 거인은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거인과 직접 싸워 보니 예지의 꿈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진이 빠졌다.
하지만 골렘의 위에서 싸우는 레오파라가 영감을 주었다.
“엘라디안 누나, 신전 꼭대기로 돌아와, 좋은 생각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