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57
157
어째서긴, 당연히 그래야지.
다가올 전쟁에는, 가장 훌륭한 사람 영웅의 휘하에 가장 충성스러운 기사들이 남아 있어야 했다.
그게 내가 제일 바라는 바.
지금으로선 사실대로 말할 순 없지만.
“그대들이 그걸 바라니까.
끝내준다.
신과 신도가 바라는 게 딱딱 맞아떨어지는 우리 교.
“…테오파노 님…….”
“흐흐흑! 고맙습니다!”
가장 젊은 기사가 내 발치에 몸을 던지고 내 다리를 끌어안더니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다른 기사들도 따라서 흐느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 흐흐흑!”
아이처럼 펑펑 우는 기사들의 뺨 위로 렉스가 작디작은 물방울들을 휘날려, 눈물을 씻어 주었다. 햇빛 아래 여우비가 내린 듯 반짝거렸다.
사도들이 모두 달려 나와, 그들을 끌어안고 위로했다.
울고 있지만 행복한 내 신도들.
역시 나는 행복의 신이었다.
-…기사 서임식에서 충절을 위해 테오파노 신에게 기도하는 의식의 유래가 된 전설이다. 영웅 마리우스 왕자와 그 기사들이 그들을 구했던 테오파노 신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시작한 의식으로, 마리우스 왕자의 무훈시에도 등장하는 이야기다… 중략…….
-테오파노 신의 서
* * *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테오가 사라졌던 곳에 우리 남매 신이 나란히 섰다.
내 설명을 듣자, 숲과 사냥의 여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말, 다른 신이 나타나서 잡아간 게 아니란 말이지?”
“신이 신전이나 신도도 없는 다른 신의 성역에 갑자기 나타나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아버지 주신이 아니고서야.”
하지만 헬라네스 신도 그러지 않았다. 천상의 신전에서는 난입할 때도 있지만, 지상의 신전에서는 신도들 앞에서 신들의 체면을 세워 주는 편이니까.
“그러지 않았다면, 제 신도도 아닌 사람을 남의 성역에서 이동시켰다는 거잖아. 너처럼 옆에서 마법진을 그리고 힘을 쓰거나 한 것도 아닌데.”
“강대한 힘이지.”
어느 쪽이건.
내 마법의 시초가 된 힘만큼이나 불가사의한 힘.
“확실히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네. 사도가 아니라면.”
“그가 다른 신의 사도였다면, 내가 몰라봤을 리 없어.”
나는 다소 날카롭게 반박했다. 신도들도 사도들도 여러 신을 믿을 수 있지만, 사도들의 믿음은 남다르다.
그들은 헬라네스 주신이 나보다 더 강하다는 사실을 알아도, 설령 그를 믿는 편이 더 이롭다는 사실을 알아도 나를 따를 이들이다.
새 사도들 역시 그랬기에, 나도 그들을 사도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들을 구해 줄 존재를 향해 솟구쳐 나온 생존 본능 정도가 아니다. 말 그대로, 그들을 구할 수 있는 힘을 내게 전해 주는 믿음이었다.
테오 역시 그랬다. 만일 그들 중 한 명이라도 그런 믿음을 보내지 않았다면, 내가 아무리 기원했던들 처음으로 시도했던 마법에서 실패했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그 한 명은 구하지 못했겠지.
“물론 그렇겠지. 그럼, 내 성역에서 네 사도를 납치함으로써, 그 미지의 존재는 너와 내 권능을 동시에 침해했다는 소리가 된다.”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지금 생각하니, 누나로서도 보통 일이 아닌데, 처음으로 사도를 잃었다고 울고불고하다니. 나처럼 괴물 퇴치라는 목적이 아니라면 누나의 성역에서 마음대로 힘을 쓸 수도 없는데.
“너, 그렇게 할 수 있어?”
“뭐?”
“네 사도 한 명 다른 곳으로 보냈다가 나타나게 할 수 있냐고. 마법진 쓰지 말고.”
“내 몸 하나도 그렇게 못해. 그리고 내 사도 가지고 그런 위험한 짓 시도할 마음 없어. 테오도 지금 시공의 틈새 같은 데라도 갇혀서 죽지는 않았지만 꼼짝달싹 못 할 지도 모른다고!”
소리치자, 문득 떠올랐다.
“그래, 내 몸으로 하면 되겠네. 사도는 절대 안 되지만, 내가 직접 나한테 하면 되니까!”
“미친 소리 마라. 방금 죽다 깨어난 놈 주제에!”
엘라디안 누나가 소리쳤다.
“무식한 소리 마, 누나. 신이 죽다니 무신론이라도 믿어? 라프트레이 형에게 말해 주고 싶네.”
“걱정해 줬더니, 이 시건방진 놈이! 또 죽고 싶니? 이번엔 내 손에?”
“자꾸 죽음 소리 하면, 브론테제 숙부님이 날 불렀니? 이러면서 환히 웃으며 오실 거야. 그럼 사람의 두 번째로 충성스러운 친구들에게 미안하지 않겠어?”
“성질 긁지 마라!”
“어떻게 안 긁어? 누워서 겨드랑이 긁기보다도 쉬운데?”
“골렘으로 해라. 아픈 애라 봐준다, 진짜.”
“골렘은 내 거야! 건들 생각 마!”
우리는 남매의 말다툼을 했고, 내가 이겼다. 하지만 누나는 떠나지 않았다. 막내가 시건방지게 성질머리를 다 긁어 놨는데도, 기어이 버티고 섰다.
“그때 힘을 제어하지 못했던 건, 단순히 분노 때문만은 아니었어. 이 원흉의 힘이 해낸 방식을 추적했던 거야.”
“그게 가능해? 결국 너완 다른 힘이잖아.”
“시공에서 일어난 일이고, 내 마법도 시공을 다뤄.”
“그렇지만 기절할 정도로 어려웠고?”
“끼니 때를 넘겨서 기절한 거야.”
어쨌건, 그 대가로 원이 하나 더 늘어났으면 됐지. 게다가 그때는 화나서 무작정 덤벼든 터였는데, 그렇게 시공에서 다른 존재가 발휘한 힘의 자취를 추적하는 것은… 말하는 지금도 솔직히 내 자신이 이해 안 간다. 모든 힘에는 발현 방식이 있고, 내 힘은 아예 원이라는 공식이 있다.
-자연에 존재하는 힘의 여러 방식을 취합해 포괄한 공식이, 곧 과학 법칙이다. 수학과 과학은─
라프트레이 형의 목소리가 들려오다 내 의식의 강한 저항으로 끊겼다. 어쨌건 상위 개념인 공식이, 다르거나 비슷한 성향이건 방식을 지각하는 게 이론상 말이 안 되진 않지만… 나 지금 라프트레이 형처럼 생각하고 있네… 그냥 무작정 해 보자. 실패해도 안 죽어. 적어도 머리는 지금보단 덜 아플 테니까.
그러고 보니, 환희의 직관이었다. 그 고통 속에서, 다른 힘의 자취를 추적할 수 있었던 이유.
고통을 이겨 낸 직관이 낳은 황홀한 결과.
아민타스 형의 가호.
웃음이 나오며, 술 한잔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누나, 비켜 봐.”
나는 웃음 띤 그대로, 테오가 사라진 바로 그 지점에 가서 섰다.
“패기롭네.”
픽 웃는 누나를 무시하며, 나는 집중했다. 처음엔 살살 가자. 마음 같아선 테오를 따라가고 싶지만, 그건 정말 불가하다. 일단은 살짝만 움직이는 거다. 저기서 날 지켜보는 누나 바로 앞에 나타나는 정도로─
“아아악!”
“미친놈아, 당장 그만둬!”
내 몸이 반으로 쪼개지는 느낌이었다. 아, 이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바로 왔다.
“너 진짜 이상해 보였어. 몸의 절반은 흐릿해지고 몸의 절반은 그대로였다. 유령보다도 괴상했다니까.”
“내 느낌도 그랬어.”
다시 시도해 봤다. 여섯 개의 원은 물론 누나가 나눠 준 자연력도 다 동원했다.
이번엔 몸속에서 회오리바람이 이는 느낌이었다. 내가 돌아가고 세상도 돌아가고, 그런데 알고 보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았고, 나만 미쳐 돌아가고… 아니구나, 진짜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구나. 나무들이 막 날아가네. 휴, 나만 돌아 버린 게 아니었어…….
“당장 그만해라! 묶어서 어머니 신전에 던져 놓기 전에!”
겨우 실험 두 번 해 봤는데, 성격 급한 누나의 협박으로 그만둬야 했다. 솔직히 다행이었다.
나는 누나가 깔아 준 이끼 위에 엎어져 숨만 내쉬었다. 누나는 내가 쓰러뜨린 나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정말 힘들었다. 사도나 골렘을 대상으로 안 해서 참 다행이었다.
“대체 어느 놈이 이걸 했을까.”
“그러게. 대체 무슨 이유로? 게다가 마리우스 같은 왕자도 아니고, 아무 힘 없는 사람을 굳이? 너와 나를 동시에 도발하면서?”
“바로 그거 아니야? 날 도발한 거지.”
씩씩거리며 긍정했을 뿐인데, 누나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았다.
“그럴지도 모르지. 너는 최근 괴물과의 전투에서 가장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으니까.”
“나 이전엔 누나와 스카텔란 형이었지. 발트라하 누나도 그랬고. 일종의 순위를 따진다면, 변동이 있잖아.”
나는 가볍게 말했다.
“우리 중 누구도 너처럼 빠른 속도로 그 순위에 오르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제하면.”
심각하게 대답한 누나가 이어 말했다.
“적들이 너를 주목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해?”
“그들이 바보가 아니라면야.”
나는 얼굴을 두 손에 파묻었다.
당황스럽지만, 누나 말이 옳았다. 내 사도들 중 가장 약한 자를 끌고 간 이유. 레오파라나 아타울프처럼 내가 갈 때까지 버틸 수 있으리라 믿지도 못할, 내 가장 아픈 손가락. 한 번 구했으나 두 번은 실패한.
예지의 꿈에서 내 사도들이 제 발로 괴물들에게 갔을까, 아니면 괴물들이 그들을 끌어들였을까?
모른다.
그들 뒤에 또 다른 지도자, 진짜 원흉이 있었을까?
그럴지도.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은 그대로 눈을 감은 채 숨을 들이켜고 내쉬었다.
적이 나를 보는구나. 적이 나를 노리고, 나를 주목하는구나.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그 등골을 타고 오르는 그 자극은 짜릿하기도 했다. 가슴이 뛰고 기분이 고양하며, 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래, 나를 봐라. 네가 누구건 백 개의 눈으로 나를 봐라. 나를 쫓아라. 나도 너를 쫓을 테니까.
그 백 개의 목을 씻고 기다려라. 일일이 베어 싸그리 태워 주리라.
그러기 위해 내 손으로 나를 죽여 돌아왔으니까. 그 꿈에서 울부짖으며 죽어 갔던 사람들보다 훨씬 적은 목이어서 아쉬울 뿐.
“울지 마.”
누나의 손가락이 내 손 사이로 흘러나오는 물기를 훔쳤다.
“기뻐서 우는 거야. 환희의 눈물도 몰라?”
나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라스카라사와 그만 좀 어울리고.”
그 누나 말고 다른 신인데.
엘라디안 누나가 이어 말했다.
“아버지에게 알려야 해.”
“누나가 알려. 일이 일어난 곳은 누나의 성지니까.”
“네 사도의 일이기도 하잖아.”
“난 안 돌아가.”
“꼭 천상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잖니. 아버지의 신전에서─”
“부탁할게, 누나.”
나는 누나의 말을 끊었다. 지금 아버지를 만나면, 내가 과연 이 들끓는 가슴으로 무얼 감출 수 있을까.
“부탁할게, 누나.”
“…어쩌려는 거니. 그를 찾아 나서려고? 찾은들 이미 늦었을지도 몰라.”
“못 찾아, 누나. 방법이 없어.”
마법진도 없이 이런 식으로 사라져 버린다면. 어디서나 드러날 강한 힘의 소유자도 아니라면.
“그러니까 계속 싸워야지.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 * *
새로운 사도들과는 정식으로 계약을 완료하지 않았다.
그 뜻을 전하니, 새로운 사도들은 체념하는 얼굴들이었다.
“사실… 저희가 정말 사도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아무 능력도 없고, 보잘것없는 신분의 사람들이지요.”
“그렇지 않다. 너희가 그때 내게 보내 준 믿음처럼 큰 것은 없었다. 너희는 내 자랑스러운 사도고, 내게 엄청난 힘을 불어넣어 주는 엄청난 능력이 있다.”
라프트레이 형이 같은 형용사를 한 문장에 넣는 짓을 문장 살해 수사법이라고 했지만, 당장 내 사도들이 기뻐하는데? 역시 단순 과장법이 최고.
“고, 고맙습니다!”
수줍어하면서도 기뻐하는 이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사도의 운명은 신에 속해 있다. 위험하며, 개인의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행복의 신이 되고 싶다는 꿈이, 얼마나 큰 야심인지 이제야 깨닫는다.
테오의 일뿐 아니라, 다른 사도들이 그동안 접했던 위험도 말해 주었다.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사도들이 불만 가득한 얼굴로 입을 벌렸으나, 내가 힐끗 바라보자, 모두 침묵했다.
-아닌데… 아니거든… 아니니까 아니지…….
렉스의 투덜거림은 어차피 안 들리니까 내버려 두었다.
“테오는… 사실 같은 사도인 저희와 함께 머무를지 의문이었어요. 그는 본래 떠돌이였어요. 숲을 지나가다 근처 마을의 저희와 함께 붙들렸던 거죠.”
마리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는 갇혀서 저희와 함께 학대받으면서도, 늘 떠나야 한다고 중얼거렸어요. 노예가 받는 고통보다 떠나지 못하는 게 더 고통스러운 것처럼요.”
안 그래도 가슴 아플 때, 뒤이은 필립의 말은 큰 충격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