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60
160
나는 이 고집불통 조카 놈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대관식 전날까지도.
더군다나, 이 충격적인 소식에 놀란 건 나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테오파노 님. 수호신 입성식은 이렇게 계획을 짜 보았습니다.”
레오파라는 태연하게 말했다.
“레오파라, 놀랍지 않아?”
“놀랐습니다.”
“이 입성식 계획은 언제 짠 건데?”
“라비크 선왕의 장례식 이후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열리게 되어 정말 놀랐습니다.”
“아타울프, 넌 놀랐느냐?”
“그럼요. 발라흐의 메데커 지부에 슬쩍 언질만 했었는데, 축하금을 생각보다 많이 보낸다고 해서 놀랐고말고요.”
“저도 놀란 나머지, 빨리 준비하러 가야겠네요. 첫 번째 성지에 이어 이곳에도 신전을 세워야 하니, 드워프들의 기술을 자랑할 수 있게 됐지 뭐예요. 놀랍게도 제 생각보다 많이 온대요.”
-테오파노 신, 레오파라가 내 계획 수정안을 단번에 받아 줬어! 진짜 놀랐어! 하지만 테오파노 신에겐 아직 말할 수 없지이!
메데커 노부인이며 아레테 축하 사절과 함께 도착한 파비안마저도 놀라지 않았다.
“축하드려요, 테오파노 님!”
“보고 싶었다, 우리 파비안!”
기뻐하며 서로 끌어안고 울고불고한 뒤에 한 말이 이러했다.
“테오파노 님이 좀 더 일찍 승낙하셨으면, 언제 대관식이 열릴지 내기에서 제가 이겼을 텐데요.”
“너희가 내기를 했단 말이냐?”
“제가 하자고 했어요. 저만 혼자 따로 떨어져 있으니까, 너무 외롭고 쓸쓸하고, 심심하고 그랬거든요. 물론 난쟁이들이며 메데커 사람들이며 라스카라사 사도님들과도 친해졌지만, 고향을 떠난 후 처음 사귀었던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만은 못하니까요. 그래도, 제가 낸 정답이 제일 근사치에 가깝다는 건 모두 인정했죠. 제일 좋은 친구들이지만 제일 깐깐해요. 특히 테오파노 님에 관련한 내기에서는 치사할 정도죠.”
“그럼 안 하면 될 게 아니냐!”
“그래서 더 재미있는걸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나만 놀라고 있는 세상이었다.
물론 아무리 사도들이 미리 짜고 준비한 것처럼 굴더라도, 국교가 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 해 봐야 그게 보통 일이 아닌 줄 비로소 알지.
-국왕의 대관식은 당연히 국교의 신전에서 열리죠. 우리처럼 국교가 바뀌는 경우에는 신전을 지은 후에 하고요.
-그런데 우린 신전이 없잖아. 첫 번째 성지의 신전이 빠른 속도로 완성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본래 오래 걸려서 지어야, 더 유명한 법이야. 다만 우리 교는 신전이 하나도 없어서.
나는 사도들이 소통으로 쑥덕대건 말건 모른 척 가만있었다.
-우리가 신전 짓고 나서 대관식 열자고 하면 안 돼?
-그럼, 그새에 반대파에서 가만있겠냐? 헬라네스 교에서 나서지 않아도, 그 교의 신도들이나 마리우스 왕자 반대파가 뭔가 획책하게 되어 있어.
마침내 사도들도 국교가 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드디어 깨닫고, 내 걱정과 놀라움을 나누겠지.
-그래서 말인데, 이렇게 하면 어떨까?
-오오오, 프라비타! 프라비타!
-최고다, 프라비타!
국교가 되는 일에 아무도 놀라지 않았던 사도들은 프라비타의 제안에 드디어 놀랐다.
그런데 나도 그랬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해냈어?
-하하, 제가 테오파노 님 따라 하기 대회에서 1등할 겁니다!
-다들 내기도 하고 대회도 하고 아주 바쁘구나?
-네, 그 대회도 내기처럼 제 생각이에요. 바빠도 테오파노 님이 그리워서요. 모두가 즐거워하는 그런 제안 자체도, 테오파노 님을 따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 파비안도 잘했다…….
자기들끼리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는 사도들이 착착 진행했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걱정했던 헬라네스 교의 신관들은 여전히 태연했다. 조금의 동요도 내비치지 않으면서.
오히려 국교를 바꾼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축하 인사를 하러 왔다. 처음에는 선전 포고 하러 온 줄 알았다.
“지상에 내려오신 후 이리 빠른 시일 내에 한 나라의 수호신이 되시다니, 유례없는 위업입니다. 헬라네스 주신께서도, 테오파노 님의 경이로운 업적을 자랑스러워하십니다.”
대신관이 그렇게 말하는데, 정말이냐고, 아버지가 그렇게 신의 뜻이라도 전해 왔냐고 멱살이라도 잡고 캐묻고 싶었다. 다른 신의 대신관들에게 언제나 관심이 아주 많은 레오파라를 시킬 순 없으니까.
하지만 대신관이 저 혼자 대충 외교의 수사법으로 둘러댄 말이면 가만 안 둔다, 진짜.
나 역시, 그런 마음의 동요를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태연히 미소 지으며 아버지가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말한 건 맞는지 알고자 했다. 그런 의도를 신의 위엄을 지키는 수사법으로 말하자니, 혀가 꼬일 지경으로 길고 유창한 말이 나왔다.
그리고 아버지의 대신관은 라프트레이 형도 자랑스러워할 내 길고도 우아한 물음에 한마디로 답했다.
“모든 건 신의 뜻입니다.”
넌 그 말밖에 할 줄 모르냐고 진짜 멱살을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 뜻을 품은 신의 범주에서, 나 자신을 스스로 제하는 꼴밖에 안 된다.
아버지가 정녕 이런 일을 바랐는지, 내가 바랐다는 건지, 그리하여 아버지가 너그럽게 넘어갈 정도로 날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건지, 아니면 나한테도 라비크처럼 관심이 없어졌다는 건지, 캐물을 수가 없게 된다! 내 뜻이 아니라서 모른단 소리니까!
그걸 알려면, 천상으로 가서 직접 아버지에게 물어보지 않고서야 방법이 없게 된다!
…아, 이건가?
…이게 바로 대신관이, 나아가 아버지가 노리는 건가… 아버지나 그의 대신관이나 진짜 날 환장하게 하는… 됐다, 생각하지 말자.
나는 아버지의 대신관에게 끝까지 웃어 보이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무사히 돌려보냈다. 그토록 잡고 싶었던 멱살 한번 안 잡고.
나는 라스카라사 예술제 연극 경연에서 초대 인기상 수상작의 출연자이자 후원자다. 내 연기력을 다시는 얕보지 말라.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대관식 당일이 되었다.
그날 아침, 나와 사도들은 세렌에서 입성식을 치렀다.
이는 모든 종교가 국교가 될 때 반드시 치르는 의식이었다. 새로운 신이 아니더라도, 나라의 수호신으로 새로 자리를 마련하여 모신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었다.
보통은 새로 만들어진 신상을 사람들이 거리를 돌며 운반했다. 그리고 신상이 신전에 안치되면, 그 신상에서 신이 현신하는 식이었다.
-아레테에 입성할 때처럼 다 함께 들어가면 안 돼? 그때 재미있었어!
렉스가 말했지만, 레오파라는 내 위엄을 나보다 더 신경 쓰는 사도였다.
-신상의 안치가 더 오래된 전통이야. 사계의 신들은 거의 신상의 안치를 따르지.
그거야 모든 신이라고 해서 나처럼 행진을 좋아하진 않으니까. 특히 너무 많이 해 본 신들은.
하지만 나는 아무리 해도 질릴 것 같지 않았고, 전쟁이 나기 전에 마음껏 즐기고 싶기도 했다.
-야, 우리 교는 신생이니까, 뭔가 새롭고 젊은, 혁신의 분위기를 살리는 편이 좋아. 이렇게 잘생긴 신이 왔습니다, 실제로 보고 광명을 찾으세요, 이러고 나가야지!
이 문제로도 다투던 사도들은 내가 팔짱 끼고 구경만 해도 자기들끼리 절충안을 도출해 냈다.
그래서 나의 신상은 배를 통해 세렌 한복판에 흐르는 강으로 옮겨 오게 되었다.
-이제 막 테오파노 교를 믿기 시작했는데 벌써 국교가 되다니, 사상 최고의 투자 성공이다!
이 말을 페룸과 메데커 노부인 중 누가 했는지, 둘 다 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쨌건 메데커가 자금을 대고 드워프들이 만들어, 내 신전에 기부한 신상이었다.
금으로 만들어진 그 신상은 어마어마하게 컸고 눈, 코, 입은 전부 보석이었다.
이렇게 커다랗고 번쩍거리는 내 형상을 보니까, 지나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냥 내 본래 크기에 장식 없는 대리석상이 더 내 취향이었다. 하지만 본래 국교의 신상은 이래야 했다.
-나라를 지켜 줄 만큼 커 보이고 세 보이고 그래야, 사람들이 믿고 의지하지. 그냥 보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효과가 없으면, 수호신으로서 기본도 못 하는 거야.
라스카라사 누나의 말대로, 사도들은 몹시 좋아했다.
-이런 거 하나 나도 갖고 싶다!
-나두 나두!
-테오파노 님은 클수록 좋아!
사도들과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열광했다.
“수호신이 오셨다!”
“수호신을 맞이하라!”
신상은 수도에 흐르는 강에 띄운 배를 타고 오고 있었다. 그 강에는 무수한 밧줄을 연결해서, 군중이 강변에서 잡아당기면서 걸으면, 배가 이동했다.
본래 이렇게 큰 신상을 이동할 때 쓰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마법으로 가능했다.
“하하하하!”
“우리가 테오파노 신을 모셔 온다!”
“신을 업고 가자!”
사람들은 즐거워하며 밧줄을 잡아당겼다. 아이들은 매달려서 영차영차 소리쳤다. 확실히 사람들이 직접 신상을 운반하는 전통은, 그냥 환호하며 지켜보는 행진과는 또 다른 좋은 점이 있었다.
그러나 내 신전의 자리가 당연히 강가 바로 옆은 아니라, 뱃길은 도중에 끊겼다.
“이제 어떻게 가지?”
“아니, 수호신 입성식인데, 수레는 안 준비했나?”
“준비가 이게 뭐야? 대관식 날이기도 한데!”
사람들이 당황해서 웅성거릴 때였다. 신상에 이미 현신해 있던 나는 한 팔을 들어 올렸다.
와, 내 팔이고 내 손 맞는데, 지금까지 가만히 서 있던 때와 달리, 이 거대한 신상의 손을 들어 올리니, 주먹도 어마어마했다. 한번 휘두르면, 스카텔란 형도 일격에 패 버릴 듯했다. 역시 신상은 클수록 좋긴 하구나.
“으아아아!”
사람들도 거대 신상이 움직이니까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 댔다. 진짜 이 큰 팔로 스태프까지 들어 올리니까 아주 하늘을 찌를 듯했다. 공포감에 사로잡혀 뒤로 물러서는 이들, 그 자리에 두 무릎을 꿇는 이들도 있었다. 왜들 그래, 나 수호신이야. 해치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마법을 발현했다.
“와아아아!”
“배가 하늘을 난다!”
“날아 올랐어!”
아니다, 순진한 내 신도들이여. 부양 마법일 뿐이다. 이 큰 배를 띄우는 것만도 힘들다.
“날아간다! 날아가!”
“같이 날아가자!”
배가 움직이는 건 배 아래로 주렁주렁 드리운 밧줄을 사람들이 붙들고 영차영차,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영차영차, 아이들이 입으로 소리만 내며,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까르르 웃었다.
다행히 이동 거리가 극히 짧았다. 신전 터에 이르러, 기사들이 사람을 비키게 하며 질서를 잡고 나자, 배가 신전 터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거대 신상이 루비로 만든 입술을 벌려 말했다. 헤르첼로이데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테오파노 신이다. 누가 나를 맞이하는가?”
신하들을 거느리고 대기하고 있던 마리우스 왕자가 앞으로 나왔다.
보석으로 장식하고 금실로 짠 의상을 입고, 흰 담비 털 망토를 길게 늘어뜨린 모습을 보니, 처음 만난 술주정뱅이 꼴이 떠올라서, 이 잘난 왕자가 그놈이었다는 게 믿기지 않게 자랑스러운 가운데, 이 잘난 왕자가 왜 그 꼴로 다녔는지 속 터지고, 그러다 또 자랑스럽고, 아주 감정이 뛰놀았다.
나와 같이 배에서 내린 사도들이 그에게 내가 선사하는 새 갑옷을 입히고 칼을 주었다.
새 갑옷을 입고 칼을 쳐든 모습이 아주 늠름하고 멋있었다.
프라비타는 세렌으로 돌아온 이래, 마리우스가 마련해 준 대장장이 작업장에서 아타울프와 레오파라가 입을 갑옷을 제작했었다.
또한 아타울프가 불의 마법을 쓸 수 있는 칼을 만들었다. 불에 적합한 마석을 박고, 제작 과정을 내가 마법으로 거든 데다, 마법진이며 주문을 새겨 넣었더니, 빨리 만들기도 했지만, 훨씬 견고하고 마법의 속성이 깃들었다. 다시 만들 필요 없는 레오파라의 칼에도, 주문과 마법진을 새겨 넣었다.
-이제 국왕이 같은 사도네, 하하하!
프라비타는 마리우스에게도 갑옷과 칼을 선물로 주었다.
그는 다른 사도들과 달리 나와 다닐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마법을 쓰는 훈련을 나와 레오파라에게서 받았다. 반신이라서 마법을 익히는 속도도 빨랐다. 더해서 마법 속성을 지닌 갑옷과 칼을 쓰니, 내가 없어도, 예전보다 훨씬 강해진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된 마리우스였다.
-정말 빠른 속도로 강해졌구나, 마리우스, 장하다!
-하지만, 테오파노 님이 마법을 발현해 주실 때와는 극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쉬워하던 내 조카에게 마법을 발현해 주자, 그가 대답했다.
나도 아쉬웠지만, 마리우스와 또다시 함께 싸울 날이 오면, 그때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잘 싸울 테니까.
잠시 상념에 잠겨 있었더니, 조카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사 마리우스입니다.”
마리우스 왕자는 그의 대관식에 대전사를 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스스로 기사라고 칭한 터였다.
“기사 마리우스란 누구인가?”
“테오파노 신의 대전사입니다!”
“나는 나의 대전사를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