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62
162
모든 신들이 사절을 보내온 것이다.
특히 라프트레이 형은 나르본의 대신관을, 라스카라사 누나는 타이스를 보내왔다.
타이스는 우리와 교분이 있고, 나르본의 대신관도 내가 나르본의 수호자라, 그냥 사도가 아닌 그가 직접 와야 하니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대신관과는 통성명도 못 했던 레오파라는 턱까지 치켜들며 둘을 몹시 반겨 맞았다. 다른 사도들이 그가 둘 중 누굴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쑥덕거렸지만, 그는 둘 다 양옆에 나란히 끼고 다니며 친절하게 대했다. 이제 그도 국교의 첫 번째 사도가 되었는데, 사람이 저리 겸손하니 한결같아서 참 자랑스러웠다.
나로서는 당연히 보내 준 모든 신들의 사절이 고마웠지만, 솔직히 스카텔란 형에게 마음이 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지상에 갓 내려 온 동생 신과의 겨루기에서 졌다는 건, 형으로선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기대 안 했는데 선뜻 축하해 줘서, 마음이 뭉클했다.
“와아아아! 이렇게 많은 신관은 처음 본다!”
“우리 폐하 대관식이 제일 화려하다!”
“우리 수호신이 제일 세다, 크하하하!”
그거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제일 사랑받는다고 할 수는 있겠지. 그동안 형제자매 신들에게 받은 구박과 잔소리가 지긋지긋했었지만, 막내라고 귀여워하긴 했었다. 자기들 방식으로 귀여워해서 그렇지.
-그러니까, 테오파노 님이 제일 귀여움 받는다는 건가요?
혼자 생각한 게 소통으로 흘러가 버렸구나…….
-사랑받는다고 했다. 신의 뜻을 제대로 읽어라, 프라비타.
-아니, 저는 귀여움이라는 말이 나오길래 귀여움이라고 따라 말했을 뿐인데요─
-사도여, 너의 신이 귀엽다면 너는 참 앙증맞도다!
-아이, 참,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하하하!
파파파팡! 딴생각하며 잡담할 새는 없었다. 나는 바로 금빛 후광을 터뜨리며, 발라흐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제일 강한 신의 면모를 과시했다.
물론 주신이 제일 강하다는 걸 모르는 이는 없지만, 그들은 그들의 왕을 도와 괴물을 물리치고 사람들을 구한 신을 그들과 관련한 신들 중 제일 강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을 도와준 힘을 더 강하게 느끼기 때문에.
하긴, 국교를 제정하는데 그렇게 좀 믿어도 되지. 여기서 ‘아니, 내가 제일 강한 신은 아니고’ 이러고 분위기 깨지 말고, 장단 맞춰야 했다. 우리 전직 극단 대표 라스카라사 예술제 인기상 수상작 주연처럼 다 잘해 놓고 분위기 파악 못 하지 말고.
발라흐의 왕족들과 귀족들이 화려한 의상과 보석을 뽐내며 지나갔다. 태후와 왕제도 다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도 평화롭게 끝난 왕위 계승전과 왕실의 화합을 기뻐하며 환호했다.
그동안 나와 마리우스, 다른 사도들과 드라콘과 펜나가 하늘을 날면서 후광을 터뜨리고, 물방울을 터뜨리고, 손을 흔들자, 군중은 미친 듯이 환호하며 좋아했다.
특히, 아무래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못 보는 이들도 있기 마련인데, 하늘을 나는 신과 왕은 그냥 제자리에서 고개만 들면 보이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기뻐할 수 없었다. 질서도 잘 잡혔고.
“테오파노 신과 마리우스 국왕의 영광!”
“영광 있으라!”
사람들이 소리치는 가운데, 팡파르가 울려 퍼지고, 노랫소리가 이어졌다.
“테오파노 신이 가장 사랑하는 동생 라비크 선왕을 보러 오셨네!
오는 길에 마리우스 왕자를 만나셨으니! 영광의 시작이나니!”
이 노래야말로 이번 의식의 내 취향이었다.
나도 마법을 쓸 테니, 너희도 노래하고 춤추라고 했더니, 맡겨만 달라고 자신 있게 말한 사도들이 대규모 합창단과 무용단을 동원했다.
이 노래는 발라흐 국민들이 따라 부르기도 행진하기도 좋아서, 앞으로 국가 의식 때마다 쓸 계획이라고 했다. 그렇지, 우리 교가 국교인 나라에는, 국가를 상징하는 노래도 있는 거야.
“테오파노 신과 마리우스 왕자가 힘을 합쳐 용감하게 괴물을 물리쳤도다!”
다 같이 노래하고 춤추는 가운데, 하늘에서 내려 온 나와 마리우스가 미리 마련된 마차를 타고 행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날 때는 새파랗게 젊은 조카가 떨어질까 봐 걱정만 했는데, 막상 내려오니 아쉬웠다.
“와아아아!”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역시 같이 내려 온 사도들이 검무를 추고 도끼도 휘두르고 드라콘처럼 불도 뿜고, 펜나처럼 뿔을 번쩍이며 행진을 마치자, 이번에는 수도의 모든 분수가 분출했다.
“뭐, 뭐지? 술인가?”
아니다, 물약이다. 이번엔 파비안의 취향이다.
-저는 아민타스 님의 입성식 때 사방에서 분수마다 술이 뿜어 나오는 게 그렇게 좋아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꼭 한번 해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물약으로요!
-응응! 파비안이 하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게. 물줄기는 내가 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 우리 교가 국교가 되면서, 나도 이 나라에서 쓸 수 있는 힘이 더 강해졌어!
파비안과 함께 분수를 좋아하는 렉스가 팔 걷어붙이고 나서서, 난 지켜보기만 했더니, 둘이 대체 뭘 한 건지 아주 사방에서 분수마다 쏟아지는데, 수도에 온천이라도 터진 듯했다.
사람들이 신나게 나눠 마시며 좋아했다.
“와, 이 물약은 빛깔이 어두운데 맛이 그윽하고 정신이 번쩍 드네!”
“이 물약은 새콤하니 주스 같은데 기운이 솟아!”
“빛깔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하고, 효능도 다양하다! 우리 국교는 못 하는 게 없구나! 새로운 임금님의 선택이 완벽해!”
파비안은 회복과 치유에 특화한 물약의 효과도 점점 높이고 있었으나, 이런 저가 물약도 많이 만들었다. 가난한 이들은 꼭 필요한 영양소만 공급해 줘도 병에 훨씬 덜 걸린다면서.
사람들은 분수에서 물약을 나눠 마셨다. 나라 곳곳에서 잔치가 벌어졌고, 거지들은 나의 신도로 대접받았다. 거지들도 나를 축하한다며, 강가에서 깨끗이 몸을 씻고 나타났고, 잔치가 끝난 후엔 거리를 청소해서,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다.
-제가 찾으러 갈 필요 없었던, 본래 곁에 있었던 제 식구들과 함께 살아갈 나라를. 그것이야말로 제가 바랐지만, 제 야심 때문에 놓쳐 버렸던 진정한 꿈이었죠.
라비크의 말이 떠올랐다.
“큰아버님,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물어 오는 마리우스에게 그 말을 해 주며, 라비크 대신 끌어안아 주었다.
“네가 네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었구나.”
나를 마주 끌어안는 조카와 함께 죽은 동생을 떠올리니, 더는 슬프지만은 않았다. 아련하나마 뿌듯한 느낌이 서서히 차올랐다.
…테오파노 신은 사람의 왕과 함께 날아오른 최초의 신이셨다. 사람들은 신의 권능에 감탄하는 동시에, 그들의 왕과 영광을 나누는 신의 마음에 감복하였다. 마치 그들이 신과 함께 나는 경험 속에서, 사람들은 신권과 왕권의 갈등을 경계하고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신의 안배가 곧 나라의 앞날이 되리라 믿을 수 있었다. 발라흐는 그 후로 다시는 국교를 바꾸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테오파노 신에게 강한 충성심을 보였다. 그리하여 다른 신들 역시 점차 국교 제정 시, 따르게 된 전통은 테오파노 신이 최초로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중략…….
-테오파노 신의 서에서
* * *
그날 밤, 레오파라는 홀로 나를 찾아왔다.
“나의 신이여, 이제야 저의 죄를 뉘우칩니다.”
그는 사람을 구하는 나를 막으려던 죄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후로 그 일을 다시 문제 삼지 않았었다. 나 또한 고민하는 바람에. 그러나 일을 미루는 무책임한 짓이었다.
사람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말은, 듣기야 좋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옳고 그름을 분명히 할 용기가 없는 일이었다. 잘못한 자를 아무 제재 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하면, 잘못을 깨닫긴커녕 이래도 되니까, 다음에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를 뿐이다. 설령 극소수가 깨달은들, 너무 늦게야 깨닫는다면, 그들에게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세상에는 잘못을 저지른 자들만 사는 게 아니다. 신이라면, 신도가 깨우칠 때까지 다른 이들이 피해를 보게 해선 안 된다. 그들은 내 신도의 깨달음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하지만… 레오파라는, 이번에, 결코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었다. 나는 안다.
그는 그저, 내 아픔을 견딜 수 없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잘못인 줄 알면서도 나를 막았다. 스스로 제물이 되려고 하면서까지.
그래서, 나는 그 일을 그와 다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입을 열지 못했다. 둘만 마주 보고 그 일을 다시 꺼낸다면, 나는 자신이 없었다.
내가 그를 과연 가르칠 수 있을지.
도리어, 그를 끌어안고, 사실 무섭고 아팠었다고, 네가 내 아픔을 알아주어 고맙다고, 그럼에도 꾸짖어서 미안하다고 말해 버리지나 않을까.
그것은 어쩌면 내가 바라는 일이고, 그가 바라는 일일지 몰랐다.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함께 이해하며, 앞으로 더 돈독한 사이가 될 터였다.
하지만, 그랬다가 다음에는? 또 다른 위기 때는 어떻게 될까.
그때에, 레오파라가 내게 허락을 구하지도 않고, 아예 처음부터 자신이 대신 위험을 무릅쓴다면. 신만이 감당할 수 있어, 사람을 무너뜨릴 위험마저도, 아무 두려움 없이 나를 위해 그 아까운 목숨을 불사른다면.
내가 그를 이끌지 못하여, 그에게 내 약점을 드러내고, 그의 위로를 구했기 때문에.
사람을 떠받치는 대신, 매달렸기에. 필멸자에게 영겁의 불멸이라는 무게로.
지금 사죄의 말을 듣고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면서도, 일말의 불신도 찾아볼 수 없는 저 눈동자 앞에서.
“나 역시 신으로서 너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레오파라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바로 두 무릎을 꿇으며 애걸했다. 내 사도의 그 모습에 마음이 찢어졌다.
“아닙니다. 제발 그리 말씀하지 마십시오.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과연 네 앞에서 신일 수 있을지.
“저야말로 진작 뵈러 와서 말씀드렸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대관식 준비는 핑계였을 뿐입니다.”
레오파라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대관식에서, 마리우스 왕이 테오파노 님의 대전사가 되는 일을 거절하시고, 무고한 약자의 대전사가 되라고 하셨을 때, 비로소 테오파노 님의 큰 뜻을 깨달았습니다.”
그랬다. 레오파라 때문이었다. 레오파라가 내 대전사가 되었던 일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니까.
그래서 이제 나는 더 이상 대전사가 필요치 않다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터였다. 레오파라에게 상처를 주더라도.
그리하여 그는 상처받았다. 나는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상처보다도 내 뜻을 중시했다.
그래서 내게 온 터였다.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느냐는, 일말의 원망도 없이.
“네가 비로소 깨달았다니, 참으로 다행이구나, 레오파라.”
목소리만 부드러울 뿐, 이 얼마나 냉정한 말인가.
“이 기회에 똑똑히 알아 두어라. 나, 테오파노 신은 제물을 받는 신이 아니로다.”
너는 절대로 나의 제물이 되지 않으리라. 내가 결코 그리 두지 않을 테니까. 반드시 막을 테니까.
레오파라는 잠시 나를 올려다보다, 두 눈을 감았다.
“부디 저를 용서하소서, 테오파노 신이시여.”
그러면서 조아리는 그의 머리에 나는 손을 올렸다.
“나의 사도 레오파라에게 용서와 축복을 내리노라.”
그를 향한 자랑스러움으로 가슴이 터질 듯했다.
내 손길 아래 눈을 감고 순종하는 레오파라를 일으켜, 마리우스처럼 꼭 끌어안아 주었다.
이번 생에서는, 마리우스와 레오파라가 악연을 맺지 않았다. 아, 아니, 현실에서는. 이번 생이라니, 아무리 생시 같았다 해도, 꿈이 또 다른 생이었던 것처럼 착각하는 내가 한심했다.
어찌 되었건, 마리우스의 대관식에 레오파라가 내게 다가와 죄를 뉘우친 일도, 상서롭기 그지없었다.
이런 기쁨을 느낄 자격이 없다고 여겼으나, 실은 그래서 더 커져 가는 기쁨이었다. 내게 과분한 사도들이야말로, 나의 희망이었다.
* * *
우리는 발라흐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국교로서 할 일도 많고, 큰아버지로서 마리우스를 도울 일도 많았다.
드워프들도 그들의 수호신이 한 나라의 수호신이 된 일을 축하하고자 장인들을 보냈던지라, 프라비타도 부모와 다시 만나서 기뻐했다. 세 가족은 머리를 맞대고 장인의 작업도 같이 했다.
프라비타도 이제 상당히 마법을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전투보다 작업에 더 잘 사용했다. 아예 전투력이 없는 파비안도 그렇고, 본래의 성향이나 직업이 마법의 활용에도 영향을 끼치는 듯했다.
그렇게 되면, 아타울프처럼 레오파라에게 마법을 전투에 활용하는 일을 바로 배우지 못하고, 스스로 활용법을 익혀야 했다. 하지만 파비안이나 프라비타나 처음에는 헤매도 곧 빠른 속도로 익숙해졌다.
지금까지는 테오파노 신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파비안의 물약이 제일 유명했다. 하지만 프라비타가 대관식에 선보인 신전이나 부모와 함께 만들어 마리우스 왕에게 선물한 갑옷, 내 명에 따라 만든 왕관도 나라 안팎에서 크게 유명해지면서, 그녀의 명성도 급속히 올라갔다.
드워프들도 그들의 제품에 얼마든지 큰돈을 지불하겠다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서 큰 이득을 보았다. 또한 마법을 활용하는 장비를 연구하다 보니, 기술력도 같이 늘어난다며 나를 칭송했다.
페룸은 멀쩡한 솜씨를 갖고도 가난뱅이로 굶어 죽을까 봐 가슴 쳤던 딸이 출세했다며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제일 기뻐한 이는 페룸의 남편이자 프라비타의 아버지였다.
-아내와 딸이 더는 싸우지 않아서, 정말이지 살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테오파노 님!
알았으니까, 고마우면 제발 다른 드워프들에게 가정의 불화는 테오파노 신에게 기도 드리라는 조언 좀 그만해라.
우리 어머니에게 가서 물으라고. 배우자도 자식도 없는 신에게 네 아내가 화낸 이유 좀 그만 좀 물어라!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파비안이 깜짝 놀랄 소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