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69
169
“그렇습니다. 제가 도움을 청하여, 피오르델리케 신관들의 도움으로 갇힌 곳에서 빠져 나와, 증조할머니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 그대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그들이 선대 몬테레프 백작의 사생아를 함부로 끌어들인다면 내 어머니의 노여움을 사고도 남으리라.”
적녀가 있는 동안은 서자의 존재로 압박을 가해, 여러 협상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속권을 쥔 적녀가 탈출하면, 서자의 이용 가치는 하락할밖에.
“그대는 그 점을 노리고, 내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하였군. 현명한 처사다.”
“고맙습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내가 칭찬하자, 비앙카가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내 어머니가 아니라 내게 도움을 청하는가?”
메데커와 몬테레프, 두 조손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제가 테오파노 신을 가장 숭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메데커는, 라스카라사 예술제 때 내게 받은 감명을 아름답고 길게 묘사했다.
그러나 비앙카의 뒤이은 한마디가 간결한 결론을 천명했다.
“피오르델리케 모신께서는 저와 그 귀족의 결혼에 찬성하시기 때문입니다.”
메데커는 증손녀에게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증손녀는 꿈쩍도 하지 않고 나만 보았다.
결국 이것이 메데커가 바란 귀족과 평민의 차이였다. 평민이라도 훌륭한 외교관, 심지어 대사도 될 수 있지만, 귀족, 그것도 통치 가문의 후계자는 외교관을 거느린다.
“내 어머니가 찬성한 결혼이라면, 그 계약이 공정했을 터다.”
내가 지적했다.
“그렇습니다. 피오르델리케 신관들은 그 결혼에 반대하는 제 뜻에 동의하지 않았고, 저를 돕는 일도 거절했습니다.”
어머니의 신관들이라면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들이 비앙카의 결정에 반대했다면, 그들이 보기에 비앙카와 그 귀족의 결혼이 성사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가장 높았다는 뜻이었다. 그 방면에서는, 나나 비앙카의 판단이 그들보다 옳을 리 없었다.
어머니와 헤르첼로이데의 경쟁에 절대 휘말리고 싶지 않은 나로서는 조심해야 했다. 그러나 비앙카의 처지가 딱하기 그지없었다…….
“그대는 그 결혼을 결코 승낙하지 않겠군.”
“그렇습니다. 제가 끝내 그와 결혼한다면, 제 부하들의 죽음을 어찌 복수하겠습니까?”
비앙카의 눈이 날카롭게 번쩍였다. 스카텔란 형에게 말만 들었지 본 적은 없는 선대 몬테레프 백작이 겹쳐 보일 정도였다.
“절차상 합법이었으니, 그대가 가담한 휘하 영주들을 전부 죽여 버리지 않는다면, 애초에 복수는 불가하다.”
예나 지금이나 반대파 세력을 전부 불러 모아 연회 때 다 죽여 버리는 자들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자는, 결혼식에 그런 짓을 해서 어머니의 격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우, 몬테레프 여백작의 휘하 영주들은 결국 각 지역의 토박이 세력이다. 그들 모두에게 복수한다면, 내전으로 사람들은 죽어 가고 땅은 황폐해질 터.
결국 가장 손해 보는 사람은 비앙카 자신이 될 터였다.
“그러니 일단은 배후만 노릴 겁니다.”
물론 비앙카도 그 점을 모르지 않았다. 일단은 통치권을 굳건히 하고, 그 후에 차근차근 제일 극렬했던 자들을 제거하며 나머지는 회유할 생각이겠지.
나는 이제 메데커를 보았다.
“이자벨 메데커, 그대가 나를 초청한 이유는, 그대의 결혼 때문인가, 그대 증손녀의 결혼 때문인가?”
“극비인 사안이라서, 모든 일을 미처 설명드리지 못한 점을 사죄드립니다. 용서하소서. 파비안 사도님께도 사과드립니다.”
우리가 사과를 받고 나자, 메데커는 설명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사실 저로서는 크게 다르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제 증손녀 비앙카가 막강한 결혼 동맹으로 통치권을 뚜렷이 한다면, 저 역시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안전해질 테니까요.”
지금까지 메데커와 사돈을 맺은 가문들은 귀족이긴 해도 한미하였다. 그러니 메데커를 노리는 무뢰한들의 공격에 별 도움이 안 됐을 터. 귀부인들도 위험한 판에.
“메데커, 그대는 내 어머니의 신관들과 그대의 증손녀 중 어느 쪽의 판단을 지지하는가? 그대도 그 귀족과의 결혼에 반대하는가?”
메데커를 시험하는 물음이었다. 비앙카는 증조할머니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물론 결혼에 관해서는 피오르델리케 신관들의 판단이 가장 정확하지요. 그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맺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대라고 한다면, 그런 겁니다. 그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없지요.”
메데커는 모든 신전을 열심히 후원했지만, 그중에서도 피오르델리케 신전과의 관계로 유명했다.
-자식 결혼을 잘 시키려면, 메데커를 보라.
국가 간이나 귀족 간의 정략결혼도 망하는 판에, 돈의 힘을 빌렸다고 하나 귀천상혼을 성공시켜 온 메데커는 피오르델리케 신전이 인정하는 정략결혼의 본보기였다.
그러니 헤르첼로이데가 그녀를 노릴 만도 하였다.
그러나 메데커가 사랑의 신전과는 상대적으로 덜 돈독한 관계라고 해도, 후원은 열심히 하고 절대로 사랑과 미의 여신을 거스르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헤르첼로이데로서는 꼬투리를 잡을 여지도 없었고.
“그러나 비앙카가 더 강하고 더 잘 어울리는 동맹 상대를 찾겠다면, 증조할머니이자 후원자이자 사업가로서, 증손녀의 과감한 투자를 어찌 돕지 않겠습니까? 몬테레프 여백작의 그 기질은 결국 메데커 가문의 핏줄에서 나온 것이니까요.”
노부인이 말을 마치자, 젊은 여백작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여자가 서로 뚫어지게 바라보다, 서서히 미소 지었다.
-더없이 고혹적인 장면이지만, 어딘가 등골이 오싹합니다.
파비안이 소통으로 중얼거렸다.
-즐겨, 파비안. 우린 지금 궁정 연애나 기사도 로망스보다 더 재미있는 걸 보고 있는 거야.
프라비타는 기뻐했지만, 나는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대들이 눈여겨본 상대라도 있는가?”
성문에서 내 사도들에게 추파를 던진 놈들이나 그 후원자들은 아니길 바란다.
“테오파노 님은, 최근 발라흐의 수호신이 되셨지요. 마리우스 국왕과 함께 괴물을 퇴치하셨고 말입니다.”
비앙카가 바로 대답했다. 아니, 내 조카를 노리고 있었어?
“내 조카는 그가 사─ 흠, 흠.”
…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건 말건, 그의 선택이다. 연애결혼이건 정략결혼이건.
하마터면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할 뻔했다. 나야말로 헤르첼로이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하지만 연애 결혼한 왕들의 삶은 정략결혼보다 행복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역사상 평가는 평균으로 보아 떨어지는 편이었다.
마리우스가 연애결혼을 하겠다면 기꺼이 돕겠지만, 그가 나서기 전에 내가 연애결혼이건 정략결혼이건 먼저 권유할 마음은 없었다.
어머니의 영역에도 헤르첼로이데의 영역에도, 절대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다.
“흠, 내 조카의 결혼은 전적으로 그의 결정이다.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두 여인 모두 실망한 얼굴이었다.
“저희는 그저 비앙카가 테오파노 님의 조카를 만날 자리를 마련해 주셨으면 하고 바랄 뿐입니다.”
“그리할 수는 있다. 내 국교 제정 기념일에 오라.”
그 자리엔 다른 왕비 후보도 수백 명쯤 있을 테니까. 얼마든지 와도 좋고말고.
“테오파노 님께서는 정말 조카님을 사랑하시는군요. 더욱 테오파노 님의 조카며느리가 되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비앙카는 생긋 웃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실망했을 텐데도, 우아하게 말하는 태도가 참으로 매력이 있었다. 정말 마리우스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었… 이게 아니고! 물러가, 헤르첼로이데, 제발 내 내면에서 물러가! 내 원들이 평화롭게 굴러가는 곳에서 사라지라고!
“저희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테오파노 님이 이곳에 와 주신 것만으로도 기쁠 따름입니다.”
“그 라프레아의 귀족이 여기 오는가?”
“그렇습니다. 그 귀족의 뒤에는 라프레아의 사스키아 태후가 있습니다. 배후의 배후인 셈이죠.”
즉, 라프레아가 몬테레프 백작령을 노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변경백은 막중한 책임과 강력한 권한을 동시에 얻는 자리였다. 정세에 따라 그가 섬기는 봉건제의 주인 자체가 바뀌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가장 독립적인 위치여서, 정말로 떨어져 나와 소규모 공국이 되기도 했다.
선대 몬테레프 백작도 공국으로 성장하려는 야심을 품었고, 스카텔란 형도 지원해 주고자 하였다. 그러나 발트라하 누나가 번번이 좌절시켰는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던 변경백이 한창 때에 전투에서 죽은 터였다.
그러면, 공국이 되긴커녕 인접국에서 다시 끌어들이려 할 터였다. 바로 라프레아와 테클란 양쪽에서. 몬테레프의 영지는 양국 간 국경 지대의 미개척지를 개간하기도 하고, 작은 자치 도시를 복속시키며 커 왔기 때문에.
게다가 라프레아의 사스키아라면 라비크의 전처이자 발라흐의 전 왕비, 엘라디안 누나 대신 마리우스의 법적 어머니였다.
“사스키아 태후도 라트랑에 오는가?”
“태후는 선왕이 죽은 후, 어린 아들을 내세워 섭정이 되었지요. 지금 섭정 노릇을 하기만도 바쁩니다.”
솔직히 마음이 놓였다. 그녀가 온다면 일이 더 복잡해질 테니까.
“분명히 말해 두겠다. 결혼은 내 어머니이신 피오르델리케 모신의 영역이다. 나는 모신의 아들로서 모신의 권위를 존중하나니, 그대들 역시 그래야 한다. 그대들은 그대들이 바라는 대로 결혼할 수 있고, 나는 그대들의 선택이 외압에 영향받지 않게끔 하겠으나, 결혼 자체는 모신의 영역임을 명심하라.”
내 보호 아래, 비앙카가 뜻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런 당찬 여자라면 마리우스와 결혼하게 되는 것도 좋겠지.
“명심하겠습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테오파노 님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두 조손은 기뻐하며 인사했다. 레오파라도 기뻐했다. 두 사람이 저마다 큰 기부금을 약조했기에.
-아니, 본래 그런 실무는 사도와 말하는 게 맞지만, 왜 메데커와 인연 있는 나와 파비안이 아니라 레오파라에게 말하는 거지?
-레오파라의 얼굴에 써 있잖아. 테오파노 신의 이득이라고.
-프라비타 말이 맞아, 앞에 ‘모르겠고’랑, 뒤에 물음표도 붙어 있어.
-확실히 부자나 귀족들 앞에서 나오는 레오파라 특유의 표정이 있죠.
-부러우면 너도 해라, 아타울프. 노력해도 나만큼은 안 되겠지만.
-안 합니다. 잘나신 우리 첫 번째 사도가 계속하세요.
-우리 두 번째 사도가 겸손해져서 첫 번째 사도로서 기쁘다.
이제야, 헤르첼로이데와의 만남에서 있었던 충격에서 벗어나, 본래대로 돌아간 우리 교였다.
라트랑에 올 때만 해도 기분이 별로였는데, 이제 보니 생각보다 전망이 나쁘지는 않았다. 헤르첼로이데가 뭘 노리는지는 알 만하지만, 메데커는 말할 것도 없고 비앙카부터가 연애결혼을 할 마음도 여유도 없어 보였다.
헤르첼로이데의 사도가 접근하면, 안 그래도 번쩍거렸던 눈에 쌍심지를 돋울 것 같았다.
그녀라면 마상 시합으로 알아서 거뜬히 좋은 신랑감을 찾겠지.
보통 정략결혼은, 어려서 결혼해도 성년이 되기까지 각자의 나라나 영토에서 자라나서, 배우자 얼굴도 몰랐다.
그래서 화가를 보내 자라나는 배우자의 초상화를 매년 그려 오게 하는 왕도 있었다. 그편의 궁중 화가는 미화된 초상화를 보내올 가능성이 크니까. 초상화 보고 결혼했다가 실망해서 이혼하는 왕도 있는 판이라.
라스카라사 누나의 화가들이 비공식 외교관으로 활약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렇게 마상 시합에서 신랑감들을 겨루게 하면, 소문이나 초상화, 혹은 상대편에 매수당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의 말에만 의지해서 고르지 않아도 된다.
메데커는 납치당할 위험도 없고, 비앙카는 결혼 강요에서 벗어날 터였다.
더해서 지금까지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마상 시합을 드디어 보게 됐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아타울프도 레오파라도 프라비타도 아무도 안 나가? 다들 진짜진짜 잘 싸우는데, 아쉽다.
-하하, 우리가 나가면 반칙이지. 아무리 마법을 안 쓴다고 해도.
-프라비타 말이 맞아. 괴물 때려잡다 기사 때려잡게 되면 힘 조절이 안 될 테니까, 이번엔 구경만 즐기자.
사도들도 기대가 컸다. 다들 신이 났다.
마상 시합은 미친놈들의 잔치라는 걸 깨닫기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