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7
17
“이렇게 떨어진 화살들도 살상력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중간에서 서로 부딪치며 마모된 듯합니다. 처음 쓰신 마법이라 공격 마법의 효능을 다 발휘하지 못했지만, 방어 마법으로는 충분했습니다.”
그가 내민 화살촉은 끝이 닳아 있었다.
방향을 늦게 수정하니까, 자기들끼리 부딪쳐서 살상력을 손상시켰구나. 하지만 이런 오류는 쉽게 수정할 수 있다.
“다음에는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는 이 특출난 마법을 더 잘 사용하실 겁니다.”
“물론이고말고!”
레오파라가 싱긋 웃으며 격려하자, 나도 기뻤다.
“가만 안 두겠다……. 무슨 수작인지 모르지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상대해 주지!”
그때 성벽 위에서 용병대장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잠깐, 이쯤에서 휴전을 해야지, 눈치 없는 새끼야!”
아타울프가 말렸지만, 턱수염 용병대장은 눈에 들어오는 게 없는 듯했다.
“이름도 안 들어 본 신이고 뭐고 우린 스카텔란 신을 믿는다! 불화살 준비! 끓는 기름도 가져와!”
“아, 맞아, 이쯤에선 나도 불을 쓰는 게 좋겠어.”
용병대장의 말에 맞장구치자, 그가 입을 크게 벌렸다.
또 뭔가 고함을 치려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선수 쳤다.
“불에는 불이지, 파이어볼!”
내가 외쳤다. 성문을 향해.
역시 방어보다 공격이 상쾌해.
슈웅! 불꽃 덩어리가 날아갔다. 불꽃 덩어리는 성문을 내리찍는 동시에 불태웠다. 쿠쿵! 성문에 쩍하고 균열이 갔고, 그 균열은 점점 커져 갔다.
“으아아악!”
비명이 메아리치는 가운데, 레오파라 혼자 신나게 말했다.
“저곳, 저쪽 아래로 한 방 더 쏘세요!”
처음 파이어볼이 명중한 곳은 성문의 오른편 위였다.
레오파라가 왼편 아래를 가리키며 말하자 나는 다시 마법을 일으켰다.
“파이어볼!”
이번엔 레오파라가 외쳤다. 자기가 붙인 이름이라 외치는 기분도 좋겠지.
콰콰쾅! 성문이 무너졌다. 그 뒤로 놀라고 겁에 질린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성문이 무너지면, 수비대는 그 앞에 방패로 진을 형성하고 막아 내야 할 텐데, 다들 내 불의 마법에 놀라서 얼어붙은 모양이었다.
“만세! 스카텔란 님 만세!”
“스카텔란 님이 우리와 함께하신다!”
여전히 나를 스카텔란 형과 착각하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닥쳐! 테오파노 신이라고! 이 머저리들아!”
레오파라가 고함치자 움찔했지만.
저편에겐 웃어 주며 싸우더니, 이편에겐 화내는 레오파라였다.
스카텔란 형이 싸움은 피아식별이 중요하다고 했었는데.
그래도 이쪽 병사들은 곧 살기등등해서 창을 꼬나들고 돌격 태세를 갖추었다.
사기가 꺾인 저편과 반대로, 성안으로 쳐들어가 약탈할 기대에 부풀어서.
그러나 나는 그들의 편이 되어 싸운 건 아니었다. 저들이 내가 제의한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격했기 때문이니.
“멈춰라! 성문은 열렸지만, 전투는 더는 없다.”
내가 확고하게 말했다.
“아니, 기껏 성문을 뚫었는데 여기서 전투를 중지하다니, 말이 됩니까?”
아타울프가 따지듯 말했다.
“맞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싹 쓸어 버립시다!”
영주의 병사들이 흥분해서 기세등등하게 소리쳤다.
그러자 성주의 병사들은 사기가 꺾인 와중에서도 방어 태세에 나섰다. 가만히 앉아 당할 순 없으니까.
“그 성문을 테오파노 님이 뚫으셨지, 네놈이 뚫었냐?”
레오파라가 반박했지만 아타울프는 어이없다는 얼굴이었다.
“아니, 테오파노 님이 다 잡은 승기도 활용을 못 하시니까 드리는 말씀이잖아! 모처럼 그런 힘을 과시하셨으면, 그대로 밀고 나가서 이 성을 점령해 버려야지, 왜 여기서 멈추는데? 그럼 김새고 분위기 파악 못 하는 거지. 너는 저분의 첫 번째 신도라면서 왜 정작 필요한 충언은 못 하냐?”
그러더니 나를 보고 말했다.
“테오파노 님, 과연 위대한 신이십니다! 그동안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 성을 점령하신다면, 테오파노 님의 명성은 드높아질 겁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추지 마십시오! 레오파라는 큰 판에 낀 지 오래되어 감을 잃은 겁니다. 제 말을 들으시면 스카텔란 신 못지않게 유명해지실 겁니다!”
“그렇습니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테오파노 님!”
아타울프의 뒤에서 다른 병사들도 외쳤다.
“나는 전쟁의 신이 아니다.”
“그러니 전쟁의 신처럼 유명해지고 강력해지려면 지금 뭔가 크게 한 건 보여 줘야 할 때가 아닙니까?”
아타울프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지금이라면 스카텔란 님마저 꺾으시고 전쟁의 신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런 일이 아주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신들끼리도 관장하는 영역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발트라하 누나와 스카텔란 형, 라프트레이 형과 라스카라사 누나, 피오르델리케 모신과 헤르첼로이데 여신 등 그 외도 무수한 조합이 가능하다.
주신은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심지어 사계의 신들조차 활동하는 시간을 늘이고자 서로의 영역을 넘본다. 아버지 헬라네스 신이 겨울이고, 어머니 피오르델리케 여신이 봄인 이유다. 가장 무서운 계절을 물러나게 할 유일한 존재.
아타울프의 지적은 예리한 만큼이나 끌렸다.
하지만 나는 전쟁을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마법의 신이다. 전쟁의 신이 아니다.”
나는 다가올 전쟁을 막을 테니까. 막지 못한다면 이길 테니까.
그래서 언젠가는 행복의 신이 될 수 있도록.
“네 마음속에는 전쟁의 불꽃이 타오르는구나.”
내가 아타울프에게 말했다. 내 착각인지 모르지만, 전날 싸웠을 때보다도 지금 더 살기등등해 보여서. 뒤의 병사들도 그렇고.
“그렇습니다. 이 드높은 사기로 테오파노 님을 위해 저 성을 기필코 점령하겠습니다!”
“건전한 몸에는 건전한 마음이 깃들지.”
스카텔란 형이 했던 말을 해 주었다.
-너는 강하지 못하니까, 정신 상태도 썩어 빠져서 게을러터진 거다!
그렇다면 모처럼 전쟁의 신이 알려 준 진리를 그를 믿는 자들에게 가르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워터볼!”
나는 성의 해자에서 물을 끌어다 아타울프와 병사들 위로 쏟아부었다.
쏴아악!
“으아아악!”
“뭐, 뭐야! 이게 뭐야!”
“아니, 갑자기 웬 물이!”
쏴아악!
성문 저편에서 창을 들고 대기하던 병사들에게도 물을 뿌려 주었다. 그쪽은 파이어볼의 열기가 남아 있어서 더 쉬웠다. 살짝 바람만 강하게 일으키자 소나기가 내렸다.
“으아아악!”
“왜 갑자기 비가 내리는데!”
“왜 여기만 내리는데?”
그대로 뒀더라면 파이어볼 여파로 화재가 일어날 수도 있었고. 안 그래도 병사들이 곳곳에서 타오르는 잔불에 물을 끼얹으려다, 이편에서 공격할 조짐이라 방어 태세를 취하기 급급했었다.
어쨌든 양편에서 똑같이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그 팽팽했던 분위기에 말 그대로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젖은 몸에는 불타는 살기가 깃들지 않겠지.
본디 사람의 오묘한 마음은 라스카라사 누나나 헤르첼로이데의 영역이다. 잘 모르는 나야 그냥 단순하게 해치웠는데 효과가 괜찮았다.
-싸울 때 비가 오면 휴전하는 편이 서로 좋습니다. 보병도 발이 미끄러지고, 기사도 낙마하기 쉬워 서로 제대로 싸울 수 없으니까요. 특히 진창에서 입은 부상은 마른 땅에서 입은 부상보다 더 덧나기 쉽습니다.
영지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오면서 레오파라가 해 줬던 경험담도 도움이 되었다.
“나는 마법의 신이다. 앞으로 다시는 나와 스카텔란 신을 착각하지 말라. 너그러운 나와 달리, 내 형은 너희를 모두 죽여 버릴지도 모르니까.”
나는 놀라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말해 주었다.
감히 나와 자신을 혼동하다니, 스카텔란 형은 길길이 날뛸 테니까.
아타울프는 혼동하진 않았지만, 내가 형에게 대적해서 그의 자리를 차지하길 바랐으니 더 위험했다.
사람들이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다들 두려워하면서도 놀란 기색이었다.
“…진짜 동생 신이었어…….”
“친형제가 아닐 수가 없네.”
“다시 말해 스카텔란 신은 확실히 아니란 거네.”
역시, 나도 싸움을 잘한다는 걸 보여 주니까 바로 인정하는구나.
“다시는 착각하지 않겠습니다, 테오파노 님!”
사람들이 서둘러 말했다.
“그래, 앞으로는 목숨을 소중히 해라.”
“네, 알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하는 다른 용병들과 달리 아타울프는 입술을 깨물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그럼 이제부터 전쟁을 중단한다. 영주여, 동의하는가?”
내가 아까부터 멍하니 서 있던 영주에게 묻자 그가 황급히 대답했다.
“테, 테오파노 신이시여, 이, 일단, 제 아들놈을 보아야-”
“성주여, 그만 나오라! 혹시 어딘가 다쳐서 나오지 못하는가? 혀가 잘려서 말을 못 하거나 다리 한쪽을 잃어서 걷지를 못하거나 눈알이 없어서 앞을 보지를 못하는가?”
이 사태가 나도 성주가 안 나오니 걱정이 되는 지라, 스카텔란 형과 레오파라에게 들은 적 있던 전쟁의 참상을 죽 읊어 보았다.
그런 엄청난 부상이면 나도 고칠 자신이 없는데.
“아니다. 나를 뭘로 보고! 나는 멀쩡하다!”
곧바로 한 청년이 뛰쳐나왔다.
창백한 안색이었지만 영주보다 키가 크고 체격도 좋았다. 한쪽 팔에 상처를 입은 듯 붕대를 감고 있었지만 대체로 멀쩡해 보였다.
“네, 네놈이!”
영주가 외쳤다.
“언제부터 와 있었던 거냐! 팔은 대체 왜 다쳤어? 칠칠맞은 놈! 덜 떨어진 놈!”
“아버지가 무슨 상관이에요?”
젊은 성주가 되물었다.
“너, 아까 숨어서 지켜보지 않았었나?”
이번엔 내가 물었다.
신의 눈이라고 해서 성벽 뒤까지 다 꿰뚫어 볼 수 있지는 않았다. 자연의 숲보다 사람의 도시가 훨씬 파악하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했고. 하지만 마법을 쓰느라 정신없던 와중에서 뭔가 수상쩍은 느낌이 들었었다.
“왜 지켜만 보고 불러도 안 나왔었지?”
“날 공격한 자가 진짜 신일 리 없으니까! 난 잘못한 게 없어… 우리가 싸우건 말건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젊은 성주가 얼굴이 시뻘게져서 되물었다.
“상관이 없는데 왜 묻겠나? 그럼 아무도 너한테 상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나?”
사람의 마음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 흥미롭지만.
내 말에 양편 사람들 모두 성주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상관 말라고! 다들 아가리 닥치고 눈깔 돌려!”
청년 성주는 더 악을 썼다. 다들 눈은 돌렸지만, 침묵은 깨지고 수군대기 시작했다.
“네 뜻이 정 그렇다면 너한테는 상관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네 성의 주민들에게도 상관하고 있다. 불만이면 성주를 그만둬라.”
“뭐가 어째?”
“그게 싫으면 전쟁을 그만둬라.”
“죽여 버리겠다! 신이고 뭐고 죽여 버리겠어!”
“네가 날 죽이려고 하면 나도 널 죽여야 하는데, 아버지 앞에서 아들을 죽이고 싶진 않다.”
“아아악!”
그러자 성주는 괴성을 지르며 날뛰었다.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 어떡하라는 거냐!”
나도 짜증이 치밀었다. 저놈의 아버지가 왜 영지전을 벌였는지 이해가 갔다. 나는 절대 저런 아들은 아니지. 아까의 동질감은 버리자.
“떼쓰지 마라! 아버지한테 떼써도 안 먹힌다고 나한테 쓰지 마라!”
“아악! 공격해! 뭣들 하고 있어! 당장 공격하라고!”
성주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등등했던 턱수염 용병대장은 갑자기 법의 신관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성주님, 신과 싸우는 건 본 계약에 없는 예외 조건이라 위험 수당을 대폭 올려 주셔야 하는데, 이만한 돌발 사태라면 적어도 세 배에 사망 시 열 배-”
“뭐가 어째?”
“또한 선불이어야-”
처음 용병 길드를 찾아갔을 때 생각이 났다.
“겨우 그걸로 되겠냐, 협상도 못하는 주제에 대장은 무슨. 저분 밑에 있다간 굶어 죽겠네.”
옆에서 아타울프가 비웃었다.
그 말에 돌아보니 다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성주와 용병대장의 내분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까의 살기보다 낫긴 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저… 테오파노 님… 제 자식 놈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대신 사과드립니다. 제가 아들놈과 얘기해 보겠습니다.”
“아버지가 아들과 말하겠다는데 내 눈치 볼 거 없다.”
영주의 말에 나는 옆으로 비켜섰다.
성벽 위에서도 성주와 용병대장이 말을 중단하고 이쪽을 보았다. 영주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