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71
171
“내가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
“네, 그렇습니다. 테오파노 님께서 마리우스 왕자에게 내리신 말씀이 있지 않겠습니까? 테오파노 님께서 그의 왕위 계승전을 도와, 왕위에 오르게 하셨으니, 그도 테오파노 교를 국교로 삼았을 법하지요.”
“그대는 잘못 알고 있다. 나는 마리우스 왕자를 조금도 돕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 왕위에 올랐느니.”
리우트프란 왕자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으나, 곧 가라앉아 흔적도 없었다. 신기했다. 한 번 더 보여 줬으면.
“과연, 테오파노 님께서는 총애하시는 자를 크나큰 자비로서 아끼십니다.”
“사실이긴 하지.”
하지만 내가 조카를 아낀다는 소리가 듣기 좋긴 했다. 내가 싱긋 웃자, 그도 따라 웃었다. 입매가 다소 경련을 일으켰지만.
“저도 그 같은 총애를 받고 싶을 뿐입니다.”
왜, 아까부터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설마 너도 발트라하 누나의 아들인 건 아니겠지?
생각만 해도 정신이 사나웠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같은 조카인데 차별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지.
“그러고 보니, 그대에게는 발트라하 누님의 분위기가 난다.”
조심스레, 그러면서도 의미심장한 눈길로 나 역시 지그시 바라봐 주었다.
그러자 왕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더니 내 허락을 받고 사람들을 물렸다. 내 사도들과 그의 측근들 모두.
그러고는 하는 말이 이랬다.
“저는 결코 발트라하 여신의 사도가 아닙니다. 맹세합니다.”
그래, 내 조카만 아니면 됐다.
“만일 제가 발트라하 여신과 테오파노 신 사이에서 저울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사과드립니다. 테오파노 님을 향한 제 마음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저는 다만 겸허히 테오파노 님의 가르침을 바랄 뿐입니다.”
리우트프란이 조카가 아니라도, 마리우스가 처음 그랬듯 무뚝뚝하지도 않고 공손히 구니, 기분이 썩 좋았다.
“나를 향한 그대의 마음이 어찌 부족한가. 스스로 겸허할 줄 아는 자에게 가르침은 불필요하다.”
그래서 나도 어렸을 때 듣기 싫던 가르침을 면제해 주었다. 이렇게 알아서 잘하는 놈에게 딱히 가르칠 것도 없으니까. 가르치는 게 취향도 아니고.
그러자, 리우트프란 왕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알겠습니다. 테오파노 님께서 제 진심을 알아주실 때까지 제가 더 노력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지?
“난 이미 그대의 진심을 아노라.”
“…네, 물론 그러시겠지요. 더 노력하겠습니다.”
내 사도가 된 지 얼마 안 되어, 밥도 안 먹고 훈련만 하려던 레오파라가 떠올랐다.
“마음이 가상하지만, 무리하지는 말라.”
말리고 싶지만, 왕자니까 백성보다 더 노력하는 것도 당연했다.
격려해 주었더니, 왕자의 눈가가 떨렸다. 그런 왕자의 어깨를 두드리자, 또 발트라하 누나처럼 웃어 보였다. 정말 조카 아닌 거 맞아?
내가 웃어 줬는데도, 어쩐지 더 긴장한 얼굴의 왕자가 떠나자, 메데커가 긴밀히 청했다. 비앙카를 왕자에게 좋게 소개시켜 달라면서.
“벌써? 아직 시합이 시작하지도 않았고, 리우트프란 왕자는 우승하지도 않았는데?”
“왕자라면 우승하지 않아도 됩니다. 못생겼건 약하건, 결혼해서 비앙카를 궁정의 안주인으로 만들면 그만이지요.”
그리하여 비앙카는 리우트프란 왕자와의 식사 자리에 동석하게 되었다.
왕자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칭찬했다. 비앙카도 왕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역시 왕자를 기사의 귀감이라고 칭찬했다. 분위기가 좋았다.
잠깐 이러면 연애결혼이 되지 않나?
하지만 난 소개시켜 줬을 뿐이다. 둘이 결혼하거나 사랑에 빠지라고 명한 것도 아니고. 그런들 나와는 무관하다.
식사를 마치고, 모두 성주 부인의 정원을 성주 부부와 산책하기로 했다. 하지만 산책을 가면 나 다음으로 신분이 높은 왕자와 백작이 내 양옆에 있게 될 터였다.
나는 그 둘의 사랑이 싹트는 자리에 있고 싶지도, 그렇다고 그 둘 사이에 나무처럼 솟아 있고 싶지도 않았다. 사교계의 수다에 푹 빠져든 세 사도만 보내고, 레오파라와 아타울프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연애 말고 다른 이야기를 나누니 모처럼 즐거웠다.
문득 벽난로 위에 걸린 거울에 시선이 갔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테오파노 님, 거울을 보십니까? 안 보셔도 언제나 미남이십니다!”
아타울프가 씩씩하게 말하는 순간,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테오파노.”
하지만 이미 늦었다.
거울을 바라보니, 내 얼굴이 비쳐야 할 거울에 헤르첼로이데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아름다운 세 남자가 거울을 들여다보다니, 참으로 미의 여신을 흡족하게 하누나.”
내 두 사도들은 기겁해서 찻잔을 떨어뜨릴 지경이건만, 저 홀로 웃는 미의 여신은, 다음 순간, 우리가 있던 방에 현신했다.
거울은 문명에서 빠르게 발전한 물품이니, 미의 여신이 관여했기 때문이었다.
-거울을 보는 행위는 곧 미를 향한 숭배일지라.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아무리 자기 영역에 대한 정의는 자기가 내린다고 해도, 우길 걸 우겨야지.
하지만 사람들은 정말로 믿었다.
하루에 한 번은 거울을 보며 미의 여신에게 가호를 청하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는 미신이 돌 정도로. 또는 자정에 거울을 보며 미의 여신을 세 번 부르면, 여신이 나타나 아름답게 해 준다거나.
모두 미의 신전에서 퍼뜨린 헛소리가 틀림없었다. 무슨 신이 미신을 퍼뜨리는가!
하지만 사람들이 미의 여신이 거울에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믿는다면, 얼마든지 그 믿음을 이용할 수 있게 된 헤르첼로이데의 승리였다.
그리고, 라트랑은 이미 그녀의 임시 성지나 다름없다. 그러니 거울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가 아니라 그걸 통해 현현할 수도 있었다.
달리 생각하면, 사방에서 사랑의 여신을 부르짖는 판국이니, 꼭 이러지 않고 그냥 나타나도 될 텐데, 내게 힘을 과시하려는 수작이 분명했다.
“나가서 다른 사도들과 있어라.”
나는 놀라서 우릴 번갈아 보는 사도들에게 일렀다.
“왜? 그들도 머무르면, 내게서 사랑의 정의를 배울 텐데?”
그러니까 내보내지. 헤르첼로이데는 사람들 앞에서 사랑의 가르침을 참으로 적나라하게 퍼뜨리곤 했다.
그러다 보면 신들의 일을 사람들 앞에서 말하지 말라는 규칙을 어기기도 했으나, 헤르첼로이데는 너무 많은 사랑이 현실 속에 숨겨진다는 불만으로 교묘히 피해 갔다. 그녀는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그런지, 아버지의 권위에 우리보다는 덜 민감한 편이었다.
사도들은 내 곁을 떠나고 싶지 않아 했다. 특히 나와 갈등을 빚는 다른 신이라면.
하지만 내가 단호한 눈길을 주자, 망설이면서도 자리를 떴다.
헤르첼로이데는 내가 냉대하건 말건 환하게 미소 지었다.
“테오파노, 이렇게 다시 만났네? 그것도 중차대한 순간에.”
“그 중차대한 순간에 왜 나한테 온 거죠? 비앙카와 리우트프란에게 가서 연애결혼을 성사시키지 않고서?”
“아, 그 사악한 것들!”
헤르첼로이데가 분개했다.
“그들은 심장이 돌로 된 자들이야. 사랑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어. 그들의 머리는 돈과 권력과 복수와 정치 따위로 가득 차 있다고!”
군주니까 당연하지. 하지만 헤르첼로이데의 분노가 이해 가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사이좋게 정원을 거닐고 있어요. 서로 아름답다고 칭찬도 했고요.”
“남자는 네 비위를 맞추려고 하고, 여자는 남자의 그런 착각을 이용하려 하니까. 넌 정말 눈이 없니? 그 뱀 같은 것들의 수작을 눈치채지도 못해? 그냥 뱀도 아니고 돌로 만든 뱀 두 마리야!”
헤르첼로이데가 분노하는데, 어이가 없었다.
“그걸 내가 무슨 수로 알아요? 알면 내가 사랑의 신도 했겠지. 그리고 나는 절대 하고 싶지 않거든요!”
사랑의 신은 정말 사양이었다.
여기 오래 있지도 않았는데, 누구와 누가 눈길과 시와 손수건과 창검을 주고받고, 또 그 상대가 바뀌고 바뀌다, 나중에는 동그라미를 그릴 판인 이야기를 하도 들어서 지긋지긋했다. 심지어 내 사도 중 셋이나 물들어서 늘 그 소리밖에 안 하는 판이었다.
“네가 지금 사랑을 이해할 기회를 포기하면, 평생 사랑을 못 해 볼걸.”
이게 사랑의 여신과 말할 때 제일 짜증 나는 점이었다. 평생 사랑을 못 해도 상관없다고, 당당하게 맞받아치고 싶어도, 사랑의 여신을 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욕하는 느낌이라서.
“자, 이거 받아.”
그러면서 헤르첼로이데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는 빛나는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그게 뭔데요?”
“사랑의 묘약이다.”
어이가 없었다. 아트리타스 같은 사기꾼 연금술사가 만드는 것도 기가 막힐 판에, 사랑의 여신이 그런 놈들을 나와 같이 때려 잡긴커녕 직접 만들어?
“저리 치워요!”
“이걸 그들의 차에 타면 돼. 네가 준다면 그들은 의심 없이 잘도 마시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테오파노,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아. 하지만 저들은 돌로 된 뱀 같은 이들이니, 극약 처방이 필요해.”
“이렇게 억지로 결혼시킨들 연애결혼이 되겠어요? 이래서는 어머니에게 질 뿐이에요! 어머니가 일디케 여신에게 이 사안을 가져갈 필요도 없을 걸요!”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래도 좋아.”
헤르첼로이데의 아름다운 눈이 내 파이어볼처럼 이글거렸다. 그래서 도리어 정신 차릴 수 있었다. 짚이는 게 있었다.
“그럼 사랑의 묘약을 쓸 것 없이, 직접 사랑에 빠지게 해요. 왜 권능을 쓰지 않는 거죠?”
“저들은 교활해서 날 직접 모욕하진 않으니, 나도 저들을 벌줄 이유가 족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저들은 나를 지나치게 경계하는 반면 너는 신뢰해.”
“그리고 저들은 다른 신들과도 관련했죠. 그래서 그들과 적대하게 될까 봐, 권능 대신 이런 방법을 쓰려는 건가요?”
헤르첼로이데는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화가 치밀었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당신을 화나게 했다면 안됐지만, 그들은 내게 잘못한 게 없고 비앙카는 내가 보호하고 있어요!”
“그럼 보호해! 보호하라고! 그녀의 신변뿐 아니라 마음도! 복수심과 권력욕으로 마음까지 돌로 변하기 전에!”
“강제로 사랑에 빠지게 하는 게 어떻게 보호한단 거죠?”
“사랑의 여신이 극약이라고 말했으면, 극약이 필요한 경우지.”
분노가 치밀어서 말도 안 나오는 순간, 헤르첼로이데는 사랑의 묘약을 집어 들어 내게 던졌다.
내가 막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 병은 내가 없애기 전에 사라졌다. 정말이지, 라트랑은 헤르첼로이데의 임시 성지가 맞았다.
“네가 필요로 할 때, 사랑의 묘약은 나타나리라.”
헤르첼로이데가 말했다. 이제 나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두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할 수 있었다. 단지 비앙카와 리우트프란만이 아니라.
이 권능의 유혹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가장 매혹적인 권능, 사랑에.
“내 권능을 기꺼이 나누어 주었으니 영광으로 알라, 마법의 신이여. 그대라면 사랑이야말로 마법 같다는 진리를 제일 먼저 깨달을지니.”
사랑과 미의 여신이 더없이 아름답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를 갈았다.
“내 어머니와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으니 아들인 내게 떠넘기는 거죠! 앙갚음으로 내가 어머닐 배신하게 하면서!”
그러자, 순간 그 아름다운 눈에 슬픔이 깃들었다.
넘어가면 안 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순간, 죄책감을 느끼고 말 테니까.
“한 가지 알려 줄까?”
헤르첼로이데는 꿈결처럼 말했다.
“필요 없어요.”
“네 어머니와 네 아버지는 연애결혼일까, 정략결혼일까?”
나는 이를 악물었다. 스카텔란 형만 아니었다면, 그녀를 공격했을지도 몰랐다. 헤르첼로이데가 알던 어리고 어리석던 나와는 전혀 다르다고, 그녀에게 경고하기 위해서라도.
“당신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니니까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에요.”
“약속해. 네가 이번에, 저 두 심장이 돌로 된 이들, 제 사랑마저 스스로 죽이는 이들에게 나를 대신하여 사랑의 권능을 베푼다면, 내가 그 대답을 알려 줄게.”
“필요 없어요!”
하지만 내 말은 이미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었다.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은 사라진 뒤였고, 거울에는 그녀가 어깨 너머로 던진 고혹적인 눈길의 잔영만 서려 있었다.
* * *
돌아온 이들과 차를 마시는데, 마음을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머릿속엔 온통 사랑의 묘약 생각뿐이었다. 레오파라와 아타울프가 나를 걱정하다, 말다툼만 벌여도 둘에게 쓰고 싶었다. 비앙카와 리우트프란에게 쓰지 않으려고. 그편이 더 아름다운 결말이 아닐까. 내가 늘 바라던 바고.
그러다 보니 비앙카와 아타울프, 비앙카와 프라비타, 리우트프란과 파비안, 온갖 별별 쌍이 다 맺어질 정도였다. 사교계 소문과 험담 놀음에 휘말리는 꼴이었다.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이 와중에 심각하게 말해 오는 왕자와 백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