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72
172
둘이 사람들을 물리고 나란히 앉아 내게 하는 이야기가 이러했다.
“메데커가 두 살 난 아기랑 결혼한다고?”
“남작의 어엿한 후계자입니다.”
그렇게 메데커는 남작 부인이 된다. 신랑인 두 살배기는 메데커와의 사이에서 후계를 볼 수 없지만, 그가 성년이 되기 전 메데커가 죽으면 메데커의 지참금으로 젊은 신부를 맞이할 터였다.
“그리고 백작이 72세 된 대공과 결혼하고?”
“제 부왕의 신임이 굳건한 왕족이죠. 점잖은 사람입니다.”
그러면 테클란이 몬테레프 백작령의 상속에 간섭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비앙카는 왕족의 어머니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대공비의 작위와 그녀의 통치권을 뒷받침하는 테클란의 힘을 얻을 터였다.
마상 시합의 우승자는 부유하고 늙은 과부와는 결혼하지 못하겠지만, 메데커의 또 다른 후손이나, 라트랑 성주의 어린 딸과 결혼할 터였다.
어딜 보나 완벽한 계획이었다. 피오르델리케 모신이나 발트라하 여신 모두 인정할 법한.
“모두 테오파노 님의 은덕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테오파노 님.”
그리고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했는데, 이 모든 감사를 받고 있었다. 내 신전에 헌납할 기부금 약속과 함께. 물론 어머니와 누나도 기뻐할 테지.
나야말로 기뻐할 일이었다. 그러니 내가 얼간이도 아니고 이 횡재에 기뻐하지 않는다면, 모두 헤르첼로이데의 잘못이고.
“그대들 모두 만족하는가?”
둘은 약간 당황한 눈길이었다. 결국 그들이 합의한 일이라, 내게 보고까지 했으니까.
“아니, 지금 대답하지 말라.”
나는 그러면서 한 명씩 따로따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주선한 만남이니 반드시 성사되어야 한다고 부담을 느껴서 상대에 대한 불만도 참고 넘기지는 않았는가? 그랬다면, 지금 내게 얼마든지 솔직하게 말해도 좋다.”
그렇게 이유를 대니, 둘 모두 수긍하며 배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결혼 계약에는 아무 불만 없노라고 강조하면서.
“처음 만나는 상대와 협상을 잘 하다니, 대단하다.”
나는 둘 다 칭찬했다. 발트라하 누나가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 대로.
“감사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몬테레프의 비앙카는 겉으로는 공손하지만, 신분에 걸맞지 않게 오만한 여자더군요. 부모 모두 귀족이라고 해도, 모계의 뿌리는 상단이 아닙니까? 상인의 핏줄을 증명이라도 하듯 철저히 제 잇속만 차리는 데다, 탐욕이 넘쳐나니, 진정한 귀부인들하고만 나눌 수 있는 우아한 담화를 즐기지 못하니 정 떨어지더군요.”
리우트프란 왕자가 말했다. 나는 그 격한 반응에 당황해서 아무 말이나 했다.
“…그래도 백작답게 우아하고 아름답지 않은가.”
헤르첼로이데는 아름다움과 사랑의 연관에 대해 몇 번이고 역설했었다.
-연인이 객관적으로 못생겼어도, 제 눈에만 아름다우면 그만이야.
“너무 마르고 가냘프더군요. 얼굴에도 혈색 하나 없어 아파 보입니다. 웃는 것도 딱딱하고, 눈빛이 너무 날카롭고 차갑습니다. 목소리건 눈빛이건 안색이건 태도건 부드럽고 다정하거나 따스한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 저렇게 싸늘한 여자를 누가 원하겠습니까?”
아니, 말이 너무 심하지 않나? 호감은커녕 싫어해도 너무 싫어하는데?
그런데, 리우트프란만 그러면 그를 꾸짖기라도 할 텐데, 비앙카도 상대를 뒤에서 흉보는 일이라면 전혀 뒤지지 않았다.
“리우트프란 왕자님은 몹시 훌륭하신 분입니다. 너무나 훌륭하신 나머지, 스스로 태양이라고 생각하시죠. 그분과 이야기하다 보면 지상에 그분 외의 다른 이는 없고, 있다면 그분의 그림자로서 존재하는 듯한 생각이 들어, 감히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질 따름이었습니다. 물론 그분께는 기꺼이 그분의 그림자가 될 눈먼 이들이 많을 테니, 저는 가능한 한 멀리서 그분의 광휘를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말입니다.”
라프트레이 형이 이런 수사법을 뭐라고 했더라? …생각하지 말자.
“…그래도 잘생기고 늠름한 남자가 아니냐?”
“물론입니다. 너무 잘생긴 나머지 얼굴에서 빛이 나서, 스스로도 눈부신 나머지, 가끔 눈이 게슴츠레하더군요. 특히 목은 어찌나 꼿꼿한지 잘라 낸 나무 밑둥 같고, 팔은 어찌나 긴지 툭하면 팔짱을 끼는데 두 마리 뱀처럼 꿈틀대더군요. 아주 남자다우신 분이죠.”
이쯤 되자, 역시 모든 건 헤르첼로이데의 잘못이었다. 사랑의 여신이라면서, 운명의 한 쌍을 잘못 선택했으니까.
첫눈에 반했어도, 이 둘이 처한 여건을 고려하자면 연애결혼이 쉽지 않을 판에, 반하긴커녕 일말의 호감도 없고, 서로 싫어하기까지 한다. 이래 가지고 연애결혼은 무슨 놈의 연애결혼? 궁정 연애조차 턱도 없었다.
하지만 헤르첼로이데가 과연 그 점을 몰랐을까? 둘이 서로 싫어한다는 사실을?
어쩌면 다 알고도 선택했을지 모른다. 그런 둘이 연애결혼하다니, 과연 사랑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 이러려고. 어디서 얕은 수작을.
그래도, 나는 두 사람이 바라는 계약이 여전히 마음에 걸렸다. 두 쌍이 결혼하는데, 배우자가 죽어야 이득인, 살아 있으면 훗날 큰 지장을 초래할 결혼이라니.
이래서 다른 신의 영역에는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거구나. 그들의 선택을 지켜 준다고 해도, 그 선택 자체가 아예 말도 안 나올 판이니까.
“두 사람 모두 좋은 말을 하니, 내 마음이 기쁘다.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같이 식사하면서 천천히 이야기하자.”
일단 그렇게 둘러대며, 속으로는 계약 자체를 피오르델리케 신전에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헤르첼로이데의 말 따위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지만, 비앙카가 아버지뻘 정도가 아니라 증조할머니와 같은 연배의 남자와 결혼한다는 사실을 감당키 어려웠다. 물론 비앙카도 스스로 바라는 목적에 맞게 내린 선택이지만… 이 계약의 당사자들 중 누구도 손해 보지 않지만… 그래도…….
-테오파노 님, 괜찮으십니까?
저녁 만찬에서, 레오파라가 소통으로 물어 왔다. 웃어 보이며 고개 끄덕이는데, 아타울프가 마주 웃으며 말해 왔다.
“헤르첼로이데 여신께서 테오파노 님을 만나러 오셨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뭐라고?
잠시 상념에 잠겨 있던 사이, 누가 다른 신을 말했는가?
눈을 부릅뜨는데, 라트랑의 성주 부인이 손을 맞잡고 말했다.
“아,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마법의 신이 계신 곳 근처의 하늘에 사랑의 여신이 현현하시다니, 참으로 크나큰 기적입니다.”
헛것이라도 봤겠지. 헤르첼로이데는 거울로 나타나서 거울로 사라졌는데, 하늘은 무슨?
“부인 말대로요. 정말 꿈처럼 아름다운 여신이었지. 테오파노 신을 가까이서 모신 덕분에, 사랑과 미의 여신까지 보다니, 우리 가문의 영광이고말고.”
“성주님의 말이 맞습니다. 여기 모인 우리 모두 테오파노 신께 감사드려야 합니다.”
성주와 메데커가 차례로 말했다. 사도들도 기뻐했다.
-한 신이 있는 곳에 다른 신이 나타났지만, 영역 다툼을 벌이지도 않고 조용히 사라졌다면, 우호적인 목적이 맞죠.
-혹은 다툼이 있었다 해도, 테오파노 님이 이기셨다거나.
파비안과 레오파라가 이어 말하는데 미칠 노릇이었다. 이러려고 헤르첼로이데는 일부러 내 앞에선 거울로 사라진 후, 정원의 사람들 앞에서는 하늘에 잠시 나타났던 터였다.
사람들은 사실 신들이 심각하게 싸우지만 않으면, 같이 있는 모습이 더 화려하고 신비롭다고 좋아했으니까.
라스카라사 누나 뺨치는 헤르첼로이데의 연출은 사람들의 착각을 고의로 부추긴 터였고.
“정말 아름다우셨어요!”
“두 분이 같이 계신 모습을 보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요!”
다들 상기한 얼굴로 떠들어 댔다. 비앙카와 리우트프란만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 정말 사랑의 여신을 경계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랑의 여신께서 테오파노 신을 무슨 일로 방문하셨습니까?”
메데커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딜 보나 어머니의 신실한 신도인 그녀는 다 된 정략결혼에 갑자기 나타난 사랑의 여신이 재라도 뿌릴까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사랑의 여신은 사랑의 묘약에 대해 경고하였다.”
물론 나는 내게도 충실한 그녀의 걱정을 덜어 주었다.
“작금의 분위기에 휩쓸린 나머지 사랑의 묘약을 쓰고 싶은 유혹에 시달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사랑의 묘약은 곧 독일지니, 결코 그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 그것을 쓰는 이는, 사랑의 여신에게 끔찍한 저주를 받으리라.”
헤르첼로이데에게 파이어볼 한 방으로 되갚아 준 느낌이었다. 후련했다.
“그렇습니다. 테오파노 교의 연금술사로서 말씀드리거니와, 사랑의 묘약은 최악의 독입니다.”
파비안이 내 말을 뒷받침하자, 아타울프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를 생각해 주시는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테오파노 님. 혹시, 그 사랑의 묘약이란 어떤 것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때, 리우트프란 왕자가 흥미를 보였다.
왕족들은 대체로 독살당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독의 화제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의 묘약을 떠올린 순간, 그 빛나는 유리병은 바로 내 앞의 허공에 나타났다.
막상 보니 짜증이 북받쳤다. 아무리 라트랑 전체가 헤르첼로이데의 임시 성지가 됐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여기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누구냐, 누가 아까부터 내가 있는 곳에서 다른 신 생각을 하였어?
그러고 캐물을 필요나 있을까. 내 사도들부터가 누구와 누가 사귀고, 누구와 누가 깨졌는지, 떠들어 대느라 정신없지, 참…….
“대단합니다!”
“놀랍군요!”
사람들은 유리병을 신기해하며 기뻐했다.
“아무리 아름다워 보인들, 이것은 독이다. 사랑이 아니라 증오를 낳는 독. 그 점을 명심하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유리병을 손으로 가리켰다. 단순 마법은 맨손으로 해도 문제없으니까.
내가 가리키자, 유리병은 검붉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독을 마시고 토한 피의 색깔로.
사람들이 독에게서 떠올리는 이미지를 그대로 투영해서.
사람들의 얼굴이 피 토하고 죽은 시신처럼 푸르딩딩해진 순간, 손가락을 튕겼다. 다음 순간, 유리병은 산산조각 났다. 그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들었다.
“아아악!”
“으아아악!”
귀부인들이고 기사들이고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누구 하나 다치기 전 파편은 모조리 사라졌다. 내가 이공간으로 날려 버렸으니까.
“모두 진정하십시오. 테오파노 님이 여러분을 지켜 주십니다.”
레오파라가 근엄하게 말했고, 다들 촉촉해진 눈빛으로 그와 내게 감사를 표했다.
특히 리우트프란과 비앙카가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생각보다 담력이 약하구나 싶으니, 이전보다 더 인간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 역시, 헤르첼로이데의 편견에 영향받았을지 모르지만.
“테오파노 님이 사랑의 묘약을 없애 주셔서 다행입니다.”
메데커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알았다. 내가 없앤 건, 결국 지금 나타난 사랑의 묘약뿐이었다. 앞으로도 떠올리면, 바로 나타날 터였다. 우리가 라트랑을 벗어나, 다시는 헤르첼로이데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한.
며칠 후, 곧 다가 올 마상 시합이 자꾸 불길하게 여겨져서 잠도 잘 오지 않는 밤이었다.
내 양옆에서 잘도 자는 펜나와 드라콘을 쓰다듬는데, 레오파라가 소통으로 말했다.
-테오파노 님, 몬테레프 백작이 뵙기를 청합니다.
-이 밤중에?
레오파라는 내 방에 딸린 방에 묵고 있어서, 그를 지나쳐야 나를 방문할 수 있었다.
-아주 긴급한 용무랍니다. 돌려보낼까요?
-들여라. 프라비타도 함께 보내라.
나는 물론 아무 생각 없지만, 헤르첼로이데의 영향으로 라트랑 전체에서 뜨거운 밤이 벌어지는 판에, 아직 결혼 안 한 여자가 혼자서 날 찾아오다니 무슨 생각일까?
사도들은 내 거처에 딸린 방이나 바로 옆에 머무르긴 했지만, 프라비타뿐 아니라 모두가 와서 함께 비앙카를 맞이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우리 교.
“실례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제 청을 너그러이 받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앙카의 낯빛이 너무나 창백해서, 파비안에게 일단 물약을 준비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비앙카는 더 파리해져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린 나머지, 파비안 사도님의 물약마저도 입에 댈 수 없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