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79
179
나는 이번에 정말이지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었다. 헤르첼로이데와 만났던 순간부터.
어머니와 누나를 만난 이후에는 결심만 굳어졌고.
이미 복잡하고 골치 아프니까.
하지만 이 사태를 보니 분노가 치밀었다. 당장이라도 천벌을 내리고 싶었다.
“이야아아아!”
“와아아아아!”
“아아아아아!”
그런데 군중이 미쳐 날뛰었다.
기사들도 죽어라고 싸우지만, 군중은 말 그대로 피에 굶주렸다. 싸우다가 피가 분수처럼 튀면, 다들 미친 듯이 열광했다. 뒤에서 찔렀건 말건, 피만 많이 흐르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꼭 기사들의 편으로 싸움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자루를 쥐고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가, 쓰러진 기사들에게서 각종 귀중품을 쥐새끼처럼 훔쳤다. 다른 사람들이 싸우느라 바쁜 사이.
그럼 그걸 관중석에서는 분개하긴커녕 깔깔거리고 손가락질하며 웃어 댔다. 그들이 무슨 재미있는 여흥을 보이는 광대라도 되듯.
그들은 최소한 목적이라도 있지, 피비린내를 맡고 흥분해서 자기도 싸우고 싶은 나머지 무작정 뛰어내린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평소 그 앞에서 굽실거렸던 기사들이 땅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지면, 좋아라 달려들어 두들겨 팼다.
이 와중에 귀부인들은 응원하던 기사가 쓰러지면, 통곡하며 기절하기도 했다. 그러면 그녀는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모두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기사를 향한 사랑이 참되다고, 슬퍼하며 쓰러진 비련의 여인이 얼마나 가련하고 아름다우냐며 칭송했다. 내가 그녀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망설여지는 분위기였다. 그녀부터가 자신의 기사가 다른 기사를 쓰러뜨릴 때, 환호성을 터뜨리기도 했었고.
또 어느 기사가 얼마나 많은 귀부인을 기절시키느냐도 중요해서, 사람들이 그 숫자를 일일이 소리치며 다 같이 셈을 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 교만 빼고 모두 신이 났다. 싸움 구경에 미쳐 날뛰다 못해, 모두가 싸움에 동참하고 있었다.
모두가 즐겁게 싸우고 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지?
이런 건 옳지 못하다고 꾸짖나?
그럴 수는 있었다. 그래야 했다.
…하지만… 너무… 꽉 막히고… 분위기 파악 못 하고… 판 깨는… 뭐 그런 신으로 보일 것 같았다…….
망설이는데, 경기가 끝났다. 한편이 항복을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곧 사람들이 몰려와서, 다친 기사들을 실어 가고, 말들도 끌고 갔다. 그들 중에 지금까지처럼 얼마나 많은 도둑이 있을지, 누가 알까.
-이번 경기에, 리우트프란과 헤셀이 다시 붙습니다.
-설마 단체전서는 아까 같은 그런 짓 못 하겠지? 그랬다간, 같은 편 기사들에게 맞아 죽을 테니까.
아타울프의 말에, 프라비타가 물었다. 아타울프는 어깨만 으쓱였다.
-그걸 못 하면, 또 다른 짓을 하겠지.
아타울프의 예측대로였다. 순백의 기사는 처음부터 헤셀만 노리고 돌진했다.
그는 지금까지 보여 준 이상의 기량을 자랑했다. 그냥 정정당당히 싸울 때도 잘 싸웠지만, 지금처럼 온갖 반칙이 난무할 때도 잘 싸웠다.
시종도 잔뜩 데리고 나와서, 다른 종자들을 다 때려눕혔다.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멀리서 쏘는 화살이나 뒤에서 찔러 오는 단검도 잘 피하며 오로지 헤셀을 향해 진격했다.
그러나 헤셀은 요리조리 잘도 피해 갔다. 이건 헤셀의 짓만이 아닌 게, 다른 기사들이 순백의 기사를 알아보고, 그를 이긴 기사가 되고자 덤벼들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 패해서 이를 갈고 있던 기사도 많았으니까.
-그러기에 포로로 잡든가, 헤셀처럼 관용을 베풀든가 했어야죠. 비앙카만 쳐다보느라 무시할 게 아니라.
아타울프가 답답해 죽었다.
그래도 순백의 기사는 뿔난 황소처럼 헤셀만 보고 돌격하고 돌격했고, 마침내 그를 궁지에 몰았다.
그때, 헤셀이 말했다.
“네 귀부인은?”
나도 신이 아니었으면 듣지 못했을 터다. 듣고도 잠시 무슨 뜻인가 했다.
하지만 헤셀은 결국 비앙카를 리우트프란의 귀부인으로만 칭한 터였다. 즉, 자신의 귀부인은 아니라고.
나는 근처에 앉은 비앙카를 휙 돌아보았다.
관중석은, 깃발이며, 자리한 귀부인들의 호화스러운 옷차림으로 화려해 보였다. 그러나 관중석과 경기장 사이 방벽이 없었다.
그래서 관중이 뛰어내려 싸움에 끼어들기도 좋지만, 경기장의 여파에 휘말려 관중이 다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아무리 혼전 중이라도, 관중석에서 날아든 무기에 같은 편이 당했다면, 분노한 경기장에서 역시 무기를 던져 앙갚음하기도 했고.
그리고 지금, 싸움에 밀려 근처까지 온 듯한 기사가, 마치 실수인 척 단검을 비앙카 쪽으로 날리려 했다…….
-역시 진작 천벌을 내렸어야 했는데!
나는 후회하며, 방어막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나보다 리우트프란이 더 빨랐다. 그는 그 먼 거리에서 장창을 던져, 기사의 등을 맞추었다. 얼마나 강한 힘이었는지, 창의 끄트머리가 기사의 가슴팍까지 뚫고 나왔다.
기사는 단검을 손에 든 채 낙마했고, 바로 절명했다.
하지만 리우트프란이 비앙카를 구하고자 몸을 돌린 순간, 그의 등은 헤셀에게 노출되었다.
헤셀이 칼로 그를 뒤에서 찔렀다.
리우트프란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말에서 떨어졌다. 갑옷이 막아내긴 했으나 타격이 컸다. 무기가 꼭 갑옷을 뚫지 못해도, 내상을 입힐 때도 있으니까.
나는 즉시 방어막을 일으켰다. 달려들어 끝장내려는 헤셀에 맞서, 리우트프란을 감싸며.
“아아아아악!”
비앙카가 비명을 질렀다. 헤셀이 칼을 들고 낙마한 리우트프란에게 달려들어서.
그러나 그의 칼은 보이지 않는 방패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튕겨 나갔다.
“어어억!”
“뭐야, 무슨 일이야!”
사방에서 놀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긴, 신이다. 감히 내 앞에서 이런 더러운 짓을 벌이다니! 이 사악한 암살자들을 내 가만두지 않으리라!
나는 로브를 벗고, 금빛 후광을 발휘했다.
“나는 테오파노 신이다.”
순식간에 침묵이 일었다. 나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너희도 드라콘과 펜나를 타고 내 뒤를 따르라.
소통으로 명하자, 사도들도 나를 따랐다. 나는 경기장 위를 날아 리우트프란이 쓰러진 자리 위에 도달했다.
그는 죽지 않았으나, 치명상을 입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죽었을 터.
나는 즉시 그를 치유했다.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그가 숨을 들이켜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우와아아아아!”
눈앞에 일어난 기적에 군중들이 열광했다.
그래, 사람 살리는 걸 보고 열광해라, 죽이는 것만 좋아하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에게 고한다. 나, 테오파노 신은, 라트랑의 마상 시합에서 암살을 목격했다.”
잠시 침묵이 일었다가 곧 웅성거리는 소리가 크게 일었다.
“암살?”
“썩어 빠진 놈이 감히 마상 시합을 더럽혀!”
“죽어! 죽어!”
이중성이 맞지만, 사람들은 마상 시합에서 온갖 비겁한 방식을 동원하는 건 몰라도 암살에는 정말로 분노했다.
마상 시합에서는 왕도 기사로 참여해서 싸우다 죽기도 했다. 왕도 같은 고생을 하는 게 마상 시합의 묘미기도 했다.
물론 군주들이며 대귀족들은 마상 시합에도 정치를 끌어들였다. 마상 시합에서 생겨난 일이 정치 문제로 비화하기도 하고, 정치 문제가 마상 시합에서 격화하기도 했다.
그것이야말로 마상 시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감히 더러운 정치로 신성한 마상 시합을 더럽히다니!”
흉흉한 분위기 속에서, 내 사도들이 헤셀을 둘러쌌다.
“헤셀, 네 죄를 네가 고하겠는가?”
“억울합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저는 아무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헤셀은 당연히 이렇게 나왔다.
“닥쳐라, 이놈! 감히 테오파노 신의 말씀을 부정하느냐?”
레오파라가 분노해서 일갈했다. 하지만 헤셀은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그저 테오파노 신께서 혼전 중이다 보니 오해하셨다고 말했을 뿐이다! 사도라 한들, 너 따위 작위도 없는 평민이 감히 귀족에게 덤비는가?”
과연, 간이 큰 놈이었다.
“나는 테오파노 신의 첫 번째 사도다. 테오파노 신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너와 기꺼이 결투하겠다!”
“아무리 첫 번째 사도라도, 나는 귀족이고 너는 평민이다. 기사가 평민과 결투하는 일은 내 명예에 어긋난다!”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며 수군대기 시작했다.
헤셀이 생각하는 것을 알만했다. 리우트프란은 비앙카를 구하고자, 혼전 중에 몸을 돌렸다. 그는 결국 스스로 자신을 위험에 노출했다.
“테오파노 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때 비앙카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그녀는 쓰러진 기사를 한 팔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 기사가 단검을 내게 날리려 했습니다. 순백의 기사는 내 위험을 알고 장창을 던져, 그를 죽였습니다. 순백의 기사가 아니었다면 나는 죽었을 겁니다! 그리고 그가 나를 구하려 한 순간, 헤셀 후작이 그를 뒤에서 공격했습니다!”
“저런 나쁜 새끼가!”
“귀부인을 암살하려 들다니!”
“나쁜 놈을 죽여라!”
“발가벗겨서 목매달아라!”
사람들이 고함쳤다.
그러나 헤셀은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태연하게 말했다.
“증거라도 있습니까? 몬테레프의 비앙카여?”
없었다. 리우트프란이 그 기사를 즉사시켰으니까.
“그 문제의 기사가 암살 같은 악독한 짓을 했다고 해서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나는 그 기사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도 몰랐고, 그저 빈틈을 보인 순백의 기사를 공격했을 뿐입니다. 게다가 그 기사는 순백의 기사와 한편이 아닙니까? 같은 편 기사가 그랬다면, 순백의 기사야말로 암살자가 아닙니까? 그 기사를 시켜, 자신을 공공연히 거절한 귀부인을 암살하려다가, 마지막 순간에야 후회하고 마음을 돌렸을지도 모르지요!”
확실히 설득력 있었다.
“아니야, 비앙카! 나는 결코 그대를 해치지 않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리우트프란이 부르짖었다. 비앙카의 입술이 떨렸다.
솔직히 리우트프란은 비앙카를 원망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그녀를 해치려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헤셀의 비난에 속이 뜨끔했을지도 모른다고.
“오, 그의 말은 믿습니까? 그러면서 내 말은 믿지 않고, 나를 암살자로 모는 겁니까? 몬테레프의 비앙카여, 이것이 내가 그대에게 바친 그 모든 칭송과 헌신의 대가입니까?”
헤셀은 상처받고 배신당한 연인의 역할을 기가 막히게 해냈다. 연인이 아니어도, 연인인 줄 착각하게끔. 둘 사이에 무언가 있었으리라고. 있기야 음모로 가득한 과거가 있을 뿐이지만.
수군거림은 커져만 갔다. 모두, 헤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헤셀 후작, 그대의 말은 진실인가?”
내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제 말은 진실입니다. 몬테레프의 비앙카를 향한 제 사모를 걸고 맹세합니다!”
모독인데도 하도 진지하게 말해서, 모독인 줄 아는 이가 우리 교와 세 사람뿐이라니.
나는 그래도 그에게 죄를 고하라고 일단은 권유하려 했었다. 하지만 발뺌하다 못해, 피해자를 모욕하다니.
“그렇다면, 주신과 모신의 이름으로, 그 신들의 자식인 내게 맹세할 수 있는가?”
“맹세합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저는 진실을 고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숙부님이신 브론테제 신의 이름에 걸고 맹세할 수 있는가?”
헤셀은 약간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는 내가 왜 마상 시합을 관장하는 스카텔란 형을 찾지 않는지 의문이겠지.
“맹세합니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브론테제 신의 이름에 걸고 제 말은 진실이라고 맹세합니다!”
“그렇다면, 그대가 맹세한 진실을 마주하라!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르라!”
그렇게 말하며, 나는 스태프를 쳐들었다.
그러자, 리우트프란이 죽인 기사가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죽음의 신이 지상에 세운 대리인의 부름에 응하여.
사람들은 아무도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숨만 들이켜며 멍하니, 죽은 자가 일어서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토록 기세당당하던 헤셀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땅에 주저앉았고.
피투성이 기사가 피로 물든 눈을 떴다.
이번에야말로 남자들도 기절했다.
기사가 그의 등에서 가슴팍 한가운데로 뚫고 나온 장창의 끝을 제 손으로 만졌다.
-…누가… 누가 나를… 죽였나…….
그때였다. 땅에 주저앉아 벌벌 떨던 헤셀이 악에 받쳐 소리 질렀다.
“순백의 기사다! 발라흐의 리우트프란 왕자다! 그가 널 죽였다!”
피투성이 기사가 증오에 가득 찬 눈을 리우트프란 왕자에게 돌렸다.
“안 돼!”
비앙카가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