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81
181
나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스카텔란 형의 말에 기사들도 안도한 얼굴이었다.
나는 그들의 사망률을 줄이고자 규칙을 제정했는데도, 기사들은 그들의 무용을 과시하기에는 지금의 혼전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터였다. 내 규칙이 그들을 약하게 보이게 할까 봐서.
“스카텔란 형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마상 시합을 다스리는 또 다른 신의 뜻을 들어 봐도 되겠습니까? 그 신의 생각은 형님과 다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스카텔란 형의 눈이 잠시 튀어나올 듯했다. 곧 분노로 타오르긴 했지만, 그만큼 놀란 나머지.
사람들도 웅성거렸다. 기사들은 분개한 얼굴이었다. 사실, 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 중 두 기사나 불명예를 저질렀기 때문에, 분위기가 몹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렇게 나오니까 들끓는 분위기였다. 사도들도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상 시합은 나의 영역이다! 어찌 감히 다른 신이 다스린단 말이냐!”
나는 고함치는 스카텔란 형을 바라보지도 않고, 조용히 그 이름을 불렀다.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 헤르첼로이데여!”
그러자, 하늘에 아름다움과 사랑의 여신이 현현했다.
마치 나와 미리 약속이라도 되어 있었던 듯. 저러고 고대하고 있었나 본데, 안 불렀으면 어쩔 뻔했어.
스카텔란 형과 나도 하늘을 날긴 했지만, 미와 사랑의 여신은 정말 각별했다.
헤르첼로이데는 거대했다. 그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거대한 모습을 제일 선호하니까.
그래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이며 몸매를 모두가 우러러볼 수 있도록.
실제로 거인이진 않으니까, 조금 윤곽선이 흐려지는 부분은 있지만, 사람 눈에는 안 보인다. 그들은 넋을 잃고 그 거대한 미인을 바라볼 뿐.
구름이 장식한 머리카락은, 사람들의 눈높이까지 내려온다. 사람들은 그 머리카락이 얼마나 아름답고 윤기가 흐르는지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머리카락 정도가 아니라, 길고 풍성한 속눈썹도,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도, 꽃 같은 입술도 아주 아주 잘 보인다. 연인끼리 가까이서 감상해야 볼 수 있는 세부까지, 여신의 미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그만큼 크니까.
참으로 위풍당당한 미.
-미는 압도다.
헤르첼로이데는 그렇게 말했다. 미는 한눈에 압도하며, 한눈에 압도하는 게 미라고. 학문이건 싸움이건 압도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그것들처럼 논쟁하거나 싸우거나 하지 않는다. 미는 첫 순간에 승리하니까. 그것들처럼 승리에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헤르첼로이데가 학문과 싸움을 무시할 때면, 나도 덩달아 속이 후련하긴 하였다.
거대한 미가 우리를 내려다보며, 아름답게 물었다. 그 얼굴이며, 그 표정이며, 그 눈길, 그 목소리, 단순한 물음 자체도 아름답게 하는 여신.
“나를 불렀습니까, 테오파노 신이여?”
거봐, 말까지 예쁘게 한다니까. 사람들 앞에서 미를 과시할 때는.
“나는 정확히 마상 시합을 다스리는 신을 불렀습니다. 당신이 바로 그 신입니까, 헤르첼로이데?”
내가 되물었다.
사람들은 입만 떡 벌렸다.
-이게 궁정연애라고? 이건 마상 시합이야!
-헤셀이 저기서 저러고 나오는 순간, 궁정 연애가 됐어요.
내 사도들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었더랬지.
“사랑은 마상 시합의 정신이로다.”
그리하여, 사랑과 미의 거대 여신이 엄숙하게 선언했다. 여신의 말에, 귀부인들은 일제히 몸을 꼿꼿이 세우며, 정면만 바라보았다. 나란히 창을 세우고 돌격 준비를 하는 기사들처럼 일사불란하게.
“여기, 사랑을 위해 싸우지 않는 기사, 싸우는 기사를 사랑하지 않는 귀부인이 있는가? 있다면 나오라.”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불만 가득했던 기사들은 고분고분 고개를 숙이며, 눈길을 피했다. 하긴 궁정에서도 은밀하게 했던 궁정 연애를, 마상 시합에선 만인이 보는 가운데 대낮에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해 대 놓고 지금 와서 부인할 수는 없겠지.
“고로 마상 시합은 나의 영역이나니.”
헤르첼로이데는 두 팔 벌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마치 그 아름답고도 거대한 팔로 모두를 끌어안을 듯이.
스카텔란 형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왜? 뭐? 할 말 있으면 연인한테 직접 하든가. 난 물어만 봤잖아. 대답은 여신이 직접 했는데 어쩌라고?
“그렇다면, 마상 시합을 다스리는 여신이여! 마상 시합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내가 정한 규칙을 어찌 생각합니까?”
헤르첼로이데는 그야말로 활짝 웃었다.
“마상 시합의 정신인 사랑을 더 꽃피우게 하는 규칙입니다.”
“그렇다면 이 규칙을 마상 시합의 규칙으로 인정하시겠습니까?”
“그렇습니다, 테오파노 신이여!”
“테오파노!”
헤르첼로이데가 인정하자마자, 스카텔란 형이 벼락처럼 고함쳤다.
“네, 스카텔란 형님. 말씀하십시오.”
“그래요, 스카텔란, 나의 연인이여, 어서 말해요.”
아니, 헤르첼로이데, 스카텔란 형의 말을 가로채지 좀 말지. 정말 뭐라고 할지 궁금한데. 하지만 이럴 때의 헤르첼로이데는 발트라하 누나와 말다툼을 해도 지지 않았다.
“그대와 나는 그대의 기사들과 나의 귀부인들이 그대와 나처럼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둘 중 하나가 죽어 버리는 비극을 겪어서야 되겠습니까?”
지금은 이렇게 말하는 헤르첼로이데였지만, 연인들이 무르익었으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죽는 일은 절대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의 승리로 생각했다. 그녀가 싫어하는 일은, 사랑 때문이 아닌 다른 일, 전쟁이라든가 전투라든가 마상 시합으로 죽는 일이었다.
“그대는 우리만 행복하고, 우리의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한 길을 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는 그대를 압니다.”
“과연, 이 얼마나 감동적인 사랑의 표명입니까? 연인을 향한 믿음에서 우러나온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카텔란 형의 대답을 듣고도 싶었는데, 헤르첼로이데의 말에 장단 맞추고 싶은 유혹을 이길 수 없었다. 과연 미와 사랑은 또한 유혹이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규칙을 인정합니다, 헤르첼로이데.”
“오오, 역시 그대와 나는 생각이 똑같습니다. 그러니, 이 규칙을 제정해 준 테오파노 신에게도 같이 고마움을 표해야겠지요? 지금부터 마상 시합의 수호신은, 그대 스카텔란 신과 나, 헤르첼로이데 여신, 그리고 테오파노 신이 되기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마상 시합의 수호신은 그대와 나만으로 족하지 않습니까?”
헤르첼로이데에게 대답하면서 내게 눈을 부라리는 스카텔란 형이었다.
“하지만 나는 테오파노 신에게 보답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두 신만을 마상 시합의 수호신으로 삼고 싶다면, 내가 테오파노 신에게 양보하겠습니다. 하긴, 그대와 테오파노 신이 형제로서 나란히 마상 시합의 수호신이 되는 일도 참으로 보기 좋을─”
“그대의 마음이 갸륵하니, 마상 시합의 수호신은 셋으로 하겠습니다!”
스카텔란 형이 외쳤다.
-이로써, 테오파노 님은 세상에서 가장 인기 많은 행사의 수호신이 되셨습니다!
-마상 시합 때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신전을 찾아 의식을 거행하고, 경기가 시작하면 가호를 빌고 경의를 표하는 신이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테오파노 님!
-멋져, 테오파노 신! 해 달라고 안 해도 저쪽에서 먼저 영역을 넓혀 주고, 멋있어!
다른 사도들이 모두 환호하는 동안, 레오파라는 눈물마저 글썽거렸다.
-나의 신이… 나의 신이… 마상 시합의 수호신이 되시다니… 내가 그런 분을 모시다니…….
마냥 기뻤는데, 레오파라가 저렇게 나오니 쑥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스카텔란 형님, 헤르첼로이데 여신이여. 그렇다면 새로 마상 시합의 수호신이 된 자로서 제안하겠습니다.”
“또 제안을 하겠다고?”
스카텔란 형이 눈을 부라렸다. 아까부터 계속 저러는데, 힘 꽉 준 눈알이 터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네, 그렇습니다. 마상 시합에서, 전쟁의 신과 사랑의 여신에게 경의를 바치고자, 두 분이 각기 가장 훌륭한 기사와 가장 훌륭한 귀부인을 뽑는 겁니다.”
“와아아아!”
“이야아아아!”
그러자 세 신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동안, 숨도 못 쉬고 압도당해 바라만 보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지? 뽑으면 재미있겠지? 내가 엄격한 규칙만 제정하는 신이 아니야, 내가 얼마나 재미나는 신인데.
“흠, 썩 나쁘지 않군.”
스카텔란 형도 구미가 당긴 기색이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훌륭한 기사란 단순히 가장 무용이 뛰어난 기사를 뜻하지 않으며, 훌륭한 귀부인이란, 가장 아름다운 귀부인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뭐라고?”
“무슨 뜻이죠?”
스카텔란 형과 헤르첼로이데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훌륭한 기사는 용맹하기만 하지 않고, 기사도를 잘 지킨 기사여야 합니다. 약자를 보호하는 기사 말입니다.”
“아주 좋군요! 귀부인을 향한 봉사야말로 기사도의 핵심이죠. 찬성합니다!”
헤르첼로이데가 바로 찬성했다.
“또한 훌륭한 귀부인이란, 아름답기도 하지만, 연인이며 아랫사람들에게 너그러운 귀부인이어야 합니다.”
“바로 그거지! 연인에게 쌀쌀맞게 굴지 않고 다정한 귀부인이야말로 기사가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존재지!”
스카텔란 형도 바로 찬성했다.
“역시 연인이라 호흡이 잘 맞군요. 이 신들의 한 쌍이, 지금부터 사람의 한 쌍을 뽑는다면, 이 얼마나 아름답겠습니까?”
내가 말하자마자, 스카텔란 형이 나섰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가장 훌륭한 기사를 뽑는가?”
“아닙니다. 바꾸어서 하지요. 형님이 귀부인을 뽑고, 헤르첼로이데 여신이 기사를 뽑는 겁니다.”
“와아아아!”
“우와아아아!”
사람들은 더 흥분했다. 그래, 흥미진진하지?
“그렇다면, 나는 가장 훌륭한 기사로서 연인을 위해 기꺼이 목숨과 명예를 바쳤던 순백의 기사, 테클란의 리우트프란 왕자를 뽑겠노라!”
“나는 자신의 기사가 위험에 처했을 때, 그 명예를 구하고자 나섰던, 귀부인 역시 기사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 몬테레프의 비앙카 백작을, 가장 훌륭한 귀부인으로 선발하노라!”
그러자, 두 남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앞으로 나왔다.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손을 잡고 서로 이어 주었다.
그런 후 서로 손잡은 둘에게 전쟁의 신과 사랑의 여신이 각기 축복을 내렸다.
비앙카도 기뻐했지만, 리우트프란은, 그 오만하던 왕자가 맞나 싶을 정도로 환희의 눈물을 흘렀다.
“사실은, 제 부왕이 반대했었습니다.”
이제야 그동안 했던 마음 앓이를 털어놓는 그였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음모건 말건 라프레아의 왕녀와 결혼할 수 있는데, 통치자라고 하나 변경백과 결혼한다면, 부왕으로서 찬성할 리가 없었다. 아마도 헤셀 후작이 미리 수를 썼을 테고.
“이제 걱정 말라. 세 명의 신에게 축복받은 그대들의 결합을 반대할 자는 없으리라.”
“테오파노 신의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비앙카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향인 몬테레프로 돌아가는 즉시, 테오파노 교를 국교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저도 왕위에 오른 후, 반드시 국교로 삼겠습니다.”
리우트프란도 감격에 젖어 맹세했다.
그렇게 두 남녀는 테클란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연애에서 결혼까지 가는 연인들의 수호신이 되었다.
헤르첼로이데의 말에 따르면.
“연애 결혼의 수호신이랄 수도 있지.”
“그게 뭐죠? 말이 돼요? 방금 지어낸 거 아니에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반박했다.
“사실이니 말했을 뿐이야. 네가 두 남녀의 연애에 얼마나 큰 공헌을 했는지, 이미 이야기가 온 세상에 퍼졌어. 내가 심지어 사랑의 묘약이라는 쉬운 길로 가라고 널 유혹했는데도, 끄떡도 하지 않았잖니? 이제와 말하지만 나도 감탄했었어.”
사랑의 묘약이 유혹이었다고? 이 여신이 진짜! 화가 치밀어서 말도 안 나오는데 헤르첼로이데는 혼자 기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역시 내 눈이 정확했지. 너는 사랑의 천재야. 나의 시험을 통과했어.”
“사랑이 시험하고 이러면 학문의 신을 따라 하는 일이죠. 영역 침범이라고 라프트레이 형에게 고발할 거예요!”
내 협박을 헤르첼로이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라프트레이 형의 학자들을 사랑의 길로 잘만 유혹해 낸 여신답게.
“연애를 시켜 달라고 내게 빌고, 결혼을 시켜 달라고 피오르델리케 모신에게 빌었듯, 사람들은 이제 연인과 결혼하고 싶을 때 네게 기도할걸?”
“하지만, 그럼 내가 사랑과 결혼, 두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잖아요.”
손해가 될 수도 있는 일에 혼자 신난 사랑의 여신이었다.
“그 반대로 두 영역을 잇는 일이지. 지금까지 정략 때문에, 서로 점점 멀어지기만 했던 두 영역 사이의 가교는, 두 영역에도 반드시 필요해.”
부인할 수 없었다.
헤르첼로이데는 싱긋 웃더니 말했다.
“이번에 네 덕을 크게 봤으니, 신들 중에서 정략결혼을 한 이가 누군지 말해 줄까?”
“아, 됐어요, 궁금하지 않아!”
나는 부모 신의 사연을 들을까 봐 허겁지겁 말했다. 하지만 헤르첼로이데가 이어서 한 대답은 실로 뜻밖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