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99
199
어쩌면 그도 앞날을 보았지만, 그 예지의 끝에서, 세상을 위해 희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예지를 잃어버린 게 아닐까? 예지를 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린 채.
“그렇다면 오로지 나만이 그 예언을 간직하리라! 절대 네게 말하지 않겠다.”
내가 단언하자, 그가 제안했다.
“네가 내게 예언을 말한다면, 나는 네게 이유를 말하겠다.”
솔직히 마음이 동했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었다.
그가 왜 예언을 요구하는가? 나를 제물로 삼아 예언을 바란 이유는 결국 분명했다. 세계를 멸망시키고, 세계를 차지하고자.
그야 마음 같아선, 왜 하필 나였는지, 왜 나를 제물로 바쳤는지, 너무나 억울해서 그의 속셈을 끝까지 파악하고 싶었다. 그런들 결코 예언을 넘길 수는 없었다.
“네가 내게 예언을 넘기지 않는다면, 나는 다른 제물을 계속 바칠 것이다.”
뭐라고?
이자가 감히!
나는 분노해서 다시 그를 공격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아까처럼 죽지도 쓰러지지도 모습이 변하지도 않았다.
마치 그 모든 변화가, 내 분풀이에 맞춰 주려는 것일 뿐이라는 듯.
희미한 미소를 남긴 채 사라져 가는 그를 붙잡으려다, 나는 잠에서 깼다.
“테오파노 님,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으세요. 잠자리가 불편하셨나요?”
“물약을 좀 드세요.”
“배가 고파서 그렇다. 다 같이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으면 낫겠지.”
나를 걱정하며 챙기는 사도들에게 웃어 보이며, 식사하면서도 내내 고민했다.
예지를 넘겨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나는 그 미래를 바꾸었다. 세상의 멸망을 이끈 죄인인 레오파라와 아타울프, 프라비타는 개심했고, 아트리타스는 죽었다.
괴물들도 열심히 해치우며 힘을 키웠다. 괴물로 태어났지만, 괴물에 맞서 싸우는 드라콘도 있다.
하지만 예지를 해낸 내가 그 앞날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을 그도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예지를 바란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절대 내줄 수 없지.
그러나 그가 다음 제물을 노리겠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결코 간과할 수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와 어머니의 막내로서, 지상에 내려오지도 않고 천상에만 있었던 신인 나도 제물이 되었다. 확실히 그는 스스로 주신이라고 주장하는 옛 과거가 진실이 아니라 해도, 매우 강력한 존재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아버지 헬라네스 주신의 신전에 다시 가 보았다.
아버지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신들에게 경고해야 하니까.
이번에는 대신관을 통할 수도 없었다. 사도라도 사람들이 알아야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신상을 홀로 마주하며 이야기를 꺼내도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신상이라고 해도, 결국 신이 깃들지 않으면 사물인데, 예를 다해 말해도 끝까지 아버지가 깃들지 않으니, 참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벽 보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돌 보고 말하는데, 심지어 혼잣말조차 아니라니.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어머니가 그래도 너무 게으르게 굴지는 말고 우아하게 살라고 가끔 훈계했다면, 아버지는 내게 어디까지나 너그러웠다.
다들 아무리 라프트레이 형과 발트라하 누나를 제일 사랑한들, 제일 아끼는 건 나라고 했다. 막내인 나야말로 아버지가 사랑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의 분노를 처음 겪어 보자니,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아무리 지상에서 크게 활약했다 해도, 말도 없이 내려가서 돌아오지 않은 건 별개의 문제니까.
아니다. 내가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 거지. 나와 얼굴도 마주하기 싫다는 건 아니지 않나? 천상으로 돌아오면 만나줄 테지만, 나와 말하러 지상에 굳이 오긴 싫다는 정도니까. 신상으로 현현하면 순식간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냥 지상에 오기가 귀찮은 거고, 귀찮은 거라면 나도 싫으니까.
그러니까, 천상에 안 돌아가야지. 나도 돌아가기 귀찮으니까.
유치할지 모르지만, 주신인 아버지도 썩 그리─
그때, 마침내 신상이 움직였다.
그것도 입술만.
“신으로서 제물로 바쳐졌다면, 그 또한 신의 결정이노라.”
단 한마디.
무슨 뜻이야?
“아버지? 아버지!”
나는 너무 당황해서 그 거대한 신상을 붙들고 흔들 뻔했다. 마음 같아선 몇 번이고 흔들어도 모자랐지만.
너무 말뜻이 이상하니까.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사람들이 저마다 좋도록 해석하는 신탁도 아니고. 부자 사이에 이래야 해?
게다가 말이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심하지 않나? 내가 무슨 결정을 내렸는데? 나는 내가 제물로 바쳐진 줄도 이제야 깨달았다. 그냥 악몽을 꾼 줄로만 알았고, 왜 그런지 이유도 몰랐었다. 그런데 뭐가 내 결정이란 말인가?
…내가, 미래를 보고 세상을 구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예지를 완성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의 혼돈을 뜻하는 걸까? 그렇다면 제물로 바쳐졌다는 건 내 결정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트리타스의 주인은 잘 몰라도, 아버지는 알았다.
단순히 아버지가 그와 똑같은 뜻으로 한 말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는데.
제물로 바쳐지는 걸 막지 못했다면 내 결정이기도 하다는 뜻일까?
사람들이야 약하다고 해서 강자에게 억울하게 당해선 안 된다. 약하니까 당할 만했고, 결국 본인 탓이라는 말은 악이다. 가해자들이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그러나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다. 영역이 없었다고 한들 나는 장성한 신이었고 권능도 있었다.
신이 자신을 지키지 못하였다면, 사람들을 지킬 수도 없었다. 신의 힘이 악용되지 않도록 차라리 신성을 잃든가.
아버지는, 우리를 보호하려 들지 않을 터였다. 우리가 천상으로 돌아가서 아버지의 보호를 바란다면 모를까.
예지의 꿈에서, 나는 아버지에게 나도 싸우겠다고 청했었다. 어떻게 싸울지 모르면서도 그러겠다고.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었다. 너무 약해서 방해가 된다고, 너를 구하려다 다른 신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우리는 각자 스스로 지켜야 했다. 다가올 전쟁에 대비하여.
적에 맞서 아버지와 함께 싸울 힘이 있다는 것을 보이려면.
물론 내 생각일 따름이었다. 아버지는 나와 직접 대화하지 않았다. 신상을 통해 신탁을 내렸을 뿐, 해석은 내게 달린 일이었으니까.
아버지의 신전을 나오자마자, 나는 신들 모두에게 경고를 남겼다. 괴물들 뒤의 배후가 신들을 노리고 있으니 경계하라고.
내가 꾼 꿈을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힘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렸다.
신들은 고마워하거나, 내려온 지 얼마 안 된 너부터 조심하라는 등 다양한 반응이었다. 스카텔란 형은 자신에게 오라고 했다. 헤르첼로이데와 짜고 자신을 골탕 먹인 일을 용서하노라며. 굳이 필요 없는 용서를 해 준다는 형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자라면, 다음 제물로 어떤 신을 택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서라면… 일단은 첫 번째 자식.
단순히 민담이라면, 많은 민담이 있다. 왜 하필 그 민담이었을까.
그리고 아버지의 자식 중 내가 가장 약하기는 하지만, 첫 번째 자식은 내가 아니었다.
라프트레이 형과 라스카라사 누나. 두 쌍둥이 남매 신.
아니면 적녀인 엘라디안 누나일까.
엘라디안 누나의 영역은 괴물들이 태어나는 곳과 가깝다. 누나를 노리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막내인 나도 제물로 삼았다면, 과연 그가 적출 소생인지를 따질까? 또한 그는 마석 광맥을 통해 괴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만, 내가 직접 겪은 그의 권능은 회귀였다. 바로 시간.
그리고, 두 쌍둥이 남매 신은 태양신이자 달의 여신이었다. 일력과 월력. 시간의 측정 단위.
혹시 모르는 일이니, 나는 일단 엘라디안 누나에게만 따로 연락했다.
-내가 걱정되면 내게 오지 그래?
-누나도 아버지처럼 굴고 있네, 안 넘어가.
누나의 성역에 가나, 아버지의 천상에 가나.
나는 누나와의 연락을 끊고, 라프트레이 형에게 연락해 보았다. 쌍둥이라도 형이 먼저 태어났으니까.
연락되지 않았다. 라스카라사 누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 모두에게 경고를 남겼을 때도 이 둘은 잠잠했었다. 한꺼번에 온 응답을 처리하느라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당장 그들의 신전으로 가려다가, 문득 짚이는 바가 있어서 확인해 보았다.
내일, 일식이 열린다.
일식과 월식은, 두 남매 신 모두에게 민감한 날이었다. 두 남매 신은 그 기간 동안 틀어박혀서 외부와 연락하지 않았다.
그 기간에 둘에게 연락하면 눈치 없다는 인식이 우리 형제자매 신들 사이에 박힐 정도였다.
직접 가는 수밖에 없었다. 달이 해를 가리는 일식이라면, 라프트레이 형의 힘이 약해진다. 형에게 가야 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나르본으로 향했다.
정말이지 마법으로 이동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태양신의 권능을 찬양하라!”
“세상에서 해가 사라진다면, 어찌 될 것인가? 오늘 우리의 라프트레이 신께서 몸소 보여 주시나니! 그 기적을 겪어라!”
그리고 오랜만에 도착한 나르본은, 폭동 당시의 폐허를 많이 복구하기도 했지만, 축제 분위기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일식이 일어나면, 해가 힘을 잃었다고 제물을 바치지 않나, 태양신이 노여워서 우리를 저버렸다고 단체로 자살하지 않나,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집단 광기가 이렇게 인식이 바뀐 건 라프트레이 형이 오래 기울인 노력의 결과였다.
-일식은 해가 달에게 먹히는 게 아니라, 잠시나마 해가 사라진 세상에서 해의 중요성을 모두 함께 체험하는 기적이다.
내가 보기엔, 그 논리야말로 기적이었다.
“보십시오, 테오파노 님. 일식 축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여기 참가하러 온 거야? 재밌겠다.
사도들이 기대를 품자, 파비안이 신나서 설명했다.
“저도 나르본에 있을 때 참석해 본 적이 있는데, 다들 해를 상징하는 의상을 차려입어요. 그리고 일식이 시작되면 해의 고마움을 노래하며 춤추지요.”
그래서 다들 끄트머리가 뾰족뾰족한 노란 동그라미를 입고 있구나. 내가 귀여워하는 큰형의 상징.
“저 사람들이 들고 있는 건 뭐죠?”
프라비타가 파비안에게 물었다.
“아, 프라비타. 그건 검게 칠한 작은 유리에요. 그걸로 일식을 봐야 눈이 상하지 않죠. 하지만 비싸서 저는 못 사 봤어요. 그래도 라프트레이 신전에 가면, 일식 때를 위한 검은 유리창이 있어요. 저처럼 가난한 사람들은 거기 모여서 일식을 봤죠.”
좋은 방식이었다. 사람들의 믿음을 두려움이 아닌 긍정의 방식으로 곧바로 끌어들이는.
“내가 사 줄게, 파비안.”
“아니, 저도 이제 부잔데요, 아타울프. 하하, 고마워요.”
하지만 우리는 어차피 라프트레이 신전에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형을 만날 수 있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형의 신도들처럼 허용된 공간에만 머물러 있어야 했다.
“그대가 감히 내 형님을 보러 온 나를 막는가.”
너의 신이 위험에 빠졌을지도 모르는데, 막아서다니.
나는 나르본의 대신관에게 노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내 앞에서 두려움에 떨며 머리를 조아리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라프트레이 신의 명령입니다. 절대로 어길 수 없습니다.”
“이번은 위급한 상황이다. 나는 형님을 위해 왔도다.”
“라프트레이 신께서 아무도 들여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직접 신들까지 포함하느냐고 여쭈었고, 신께서는 그렇다고 확답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헬라네스 주신이 직접 와도 안 된다는 뜻이냐?”
주신이 세상에서 못 갈 곳은 없었다. 다른 신의 영역을 존중하니 안 갈 뿐이지.
“저는 저의 신께서 명하신 대로 따를 뿐입니다. 헬라네스 주신께서 오셨다고 해도, 저는 똑같은 대답밖에 드릴 수 없습니다.”
대신관은 벌벌 떨면서도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러자, 감히 나를 거절했다며 그에게 눈을 부라리던 레오파라도 소통으로 조용히 말해 왔다.
-결국 사도는 신의 뜻을 따라야 하니까요.
물론 그 말이 옳았다. 내가 물러서야 했다. 형에게는 나중에 연락하든가.
하지만 대답은 않더라도 형이 과연 내 경고를 받긴 했는가?
“일식 전후로 사흘간 외부와 연락을 끊으십니다.”
대신관의 말을 듣자, 불안했다.
“정 그렇다면, 나는 큰형님을 보러 가지 않겠다. 그대가 들어가서 큰형님이 괜찮은지 확인한다면 이대로 물러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