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02
202
“무슨 미친 짓을 하는 거냐, 테오파노!”
“너는 형이라면 했을 말을 하지 않았다. 형처럼 말하지 않았다. 고로 내 형이 아니다.”
그는 나를 경악해서 쳐다보았다. 표정부터가 틀렸다. 학문의 신이라면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가르치기 전에 눈 감고 심호흡부터 하며, 끊어지려는 이성을 절대 놓치지 않는 법.
“자, 내 삼단 논법이 왜 틀렸지? 무슨 논리상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말해 봐라!”
그의 동공이 떨렸다. 큰형의 똑같은 물음에 대답 못 했던 나처럼.
“이 미친놈이! 단단히 혼이 나야 정신 차리겠구나!”
“우리 큰형님은 그렇게 다짜고짜 모욕하기보다 왜 너는 또 그 무슨 무슨 논리상 오류를 범하고 있느냐고 꾸짖는 분이시다!”
라프트레이 형의 얼굴을 한 놈이 날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나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큰형님이 정립한 수학의 법칙을 말해 봐라. 기하학부터. 그거 알면 형이라고 인정해 준다, 진짜.”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제야 좀 형 같아 보였다. 그러더니 내 사도들을 흘끗 바라보았다.
“저들이 잠에 빠졌으니 내가 널 공격한 거─”
다음 순간, 사도들이 있는 쪽의 벽이 돌아가더니 사도들도 같이 돌아갔다. 잠든 그들을 다른 공간으로 보내자마자 벽이 도로 닫혔고.
“내 사도들을 어디로 보냈느냐!”
“내가 알 게 뭐니, 테오파노? 그런 건 라프트레이에게 물으렴!”
우리 형은 아닌데 엄청나게 익숙해…….
“…누구신데요, 진짜?”
“누구겠니? 그 특유의 삼단 논법으로 맞춰 보지 그러니? 라프트레이가 네 머리를 온통 쓸모없는 잡동사니로 들쑤셔 놨으니, 그가 책임질 일이다.”
그 정체 모를, 형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이가 화낼수록, 나는 공손해졌다.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이미 무의식에 따라 저절로 움직여 버리는 터였다. 세상에서 내가 공손한 대상은 얼마 없는데…….
“설마… 아니죠?”
“그래, 아니다.”
“아니어야 해!”
“아니어야 하고말고.”
“아,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그럼 큰형님은 어디 갔어요?”
“어디 갔겠니?”
“아아아악!”
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말도 안 돼! 이게 일식과 월식의 비밀이었어요? 그게 일어날 때마다, 형과 누나가 몸이 뒤바뀌는─”
“그 입 닥치지 못할까!”
큰형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라스카라사 누나가 분노했다.
“어디서 감히 그런 시건방진 망발을 내 앞에서 하느냐! 어렸을 때처럼 혼나고 싶으냐!”
“아, 그러려면 본래대로 돌아가서 해요. 아, 제발, 형님의 얼굴로 누님처럼 화내지 마요. 혼란스러워요.”
내 말에, 누나는 다소 진정했다.
“나라고 너한테 이런 모습 보여 주고 싶었겠니? 발견하려면, 라프트레이나 발견할 것이지. 그라면 막내 동생에게 들켰다고 창피해 죽을 텐데.”
“…아, 동생 앞에서 싸우지 좀 마세요. 그것도 이럴 때!”
형제자매 신들이 싸울 때면 구경하느라 바빴던 내가 발끈하니까, 누나는 놀란 눈치였다. 그러나 곧 진지하게 물어 왔다.
“…월식이었으면 내게 왔겠구나?”
“당연하죠.”
“하긴, 다른 이도 아닌 네가 우리의 영역을 침범해 왔다면 마땅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 전에 누님, 형님은 괜찮나요? 연락 좀 해 보세요.”
내가 재촉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깨어난 이래 내가 바로 알았을걸.”
라스카라사 누나는 투덜대면서도 소통했다. 사이가 나쁘건 말건, 쌍둥이이자 민감한 영향을 주고받는 두 천체의 신은 그들만의 더 긴밀한 소통 방식이 있었다.
“그는 무사하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네가 발견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건 네가 그에게 직접 말해라.”
“네… 물론이죠.”
“그는 괜찮았을 거야. 일식 때 공격당하기 쉬운 건, 태양신이지 달의 여신이 아니니까. 월식 때 그 반대이듯.”
“그래서 바꾸는 건가요? 적은 태양신이 약해졌을 때인 일식을 노려 공격하지만, 그 태양신은 사실 달의 여신이라는 식으로?”
“그렇지. 반대로 월식 때 달의 여신을 공격해 봤자, 태양신을 공격하게 되지. 그러니 특정 신을 노린 공격이 실효가 떨어진다.”
라스카라사 누나가 미묘하게 미소 짓더니, 덧붙였다.
“우리는 서로의 제물인 셈이란다.”
…그 소리 정말 듣기 싫었다.
“누님과 형님의 뜻은 아니죠?”
“우리 둘 다 천체의 신이고 싶지 않았지.”
예술의 여신은 시인했다.
“아버지가 강요했나요?”
“아버지는 분명히 말했지. 강력한 힘을 지닌 신으로 태어났다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다면 그 힘은 그 의무를 해낼 신에게 가야 한다고.”
상념에 잠긴 누나가 덧붙였다.
“나와 라프트레이는 선택할 수 있었다. 그 힘으로 우리가 바라는 예술과 학문의 분야를 크게 성장시킬지, 아니면 그 힘을 포기하고 그냥 각기 예술과 학문의 신만 될지.”
…확실히 나라도 고민할 만한 문제였다.
“그리고 우리는 선택을 내렸지. 엘라디안과 일디케, 아니 유스타키아도 선택할 수 있었어. 그리고 우리 모두는 기꺼이 힘을 선택했지.”
라스카라사 누나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결국 우리는 아버지의 자식이란다. 의무가 붙건 말건, 힘을 포기할 이는 없지.”
“…하지만 아버지는 내게 그 어떤 의무도 요구하지 않았어요.”
힘도 주지 않았지만.
“그리고 아민타스 형에게도.”
“너희는 그렇게 살아도 되었단다. 그 역시 또 다른 선택이지.”
-우리는 새로운 것의 신이야. 다시 말하면 새로운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 않는다면 어엿한 신이 될 수 없다는 뜻이지.
누나의 말에 아민타스 형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늘 생각했어. 태어날 때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신들에 대해. 우리와 달리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신들, 본래 그 신으로 태어난 존재들. 그렇게 임무를 지니고 태어난 느낌은 과연 어떨까.
이제야말로 그 울림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형의 말.
…하지만 이런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야기했다. 예지의 꿈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었지만.
“내가 그런 방식으로 제물로 바쳐졌을지도 모른다고?”
라스카라사 누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그자의 방식이라면, 태양신과 달의 여신이 서로 몸을 바꾼들 소용없었다. 다른 공격이라면 너끈히 쳐 냈을 일도, 이런 공격에는 통하지 않으니까. 태양신 대신 달의 여신을 제물로 바치면 그만이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누님?”
“그래, 네가 제 때에 막은 게 틀림없다. 만일 그랬다면 내가 다는 기억 못 해도 심신에 일어난 변고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고맙구나, 테오파노. 모두 네 덕이다. 이 일은 결코 잊지 않으마.”
나는 내 손을 꼭 잡고 그렇게 말하는 누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다 충동적으로 물어보았다.
“만일, 누님이라면, 누님이 죽어서 세상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어요?”
“뭐라고?”
라스카라사 누나는 놀란 얼굴이었다.
“아니, 그냥 물어본 거예요.”
내가 당황해서 손을 내젓는데, 누나가 엄격하게 말했다.
“라프트레이가 네게 쓸모없는 논리학만 가르치고 신들의 불멸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구나.”
“네?”
“테오파노, 세상이 멸망해도 신들은 죽지 않는다.”
사실이었다. 예지의 꿈에서도 신들은 추방됐을 뿐이니.
“세상이 멸망해도, 사람들만 죽을 뿐이다. 죽지 않는 신들은 다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라프트레이가 가르친 사람의 필멸과도 관련 있는 문제지.”
그제야 형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신들이 사람을 갓 창조했을 때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단다. 애초에 특성이 다르거나, 본래의 종류에서 점점 진화하기도 했기에.
-하지만 왜 지금은 한 종류밖에 남지 않았죠?
-그 한 종류가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다 죽여 버렸으니까.
학문의 신이 대답했다.
-그러니 그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사는 세계는 모두 멸망한 셈이지. 그러나 신들은 그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게 놔둘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겠니?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던 중이었다.
-…설마… 대재앙이 그래서…….
-그렇단다. 주로 홍수지. 홍수가 전 세계를 멸망시켜 사람이 두려워하는 신의 분노로 제일 적합하니까.
-대홍수로 세상은 멸망하고 사람은 죽었지만, 신들의 자비로 다시 사람들이 태어나서 지금의 세상이 되었다고…….
-그렇게 사람들의 멸종을 신들의 분노 때문이라고 해야, 사람들이 신의 분노를 두려워해서라도 다른 사람들을 멸종시키지 않겠지. 그들이 그랬다는 기억을 없애야, 그럴 수 있다는 생각도 안 하게 될 테니까.
이제야 깨달았다.
세상은 이미 멸망했었다. 멸종한 사람들의 세상은.
“물론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상을 포기해선 안 된다.”
누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들은 결국 우리가 오랜 세월, 문명으로 야만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며 이끈 끝에, 변화하고 발달해 온 존재니까. 그들의 세상에는 신들의 노력도 스며 들어가 있으니, 우리의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예술의 여신은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나 세상이 신들에게 속해 있지, 신들이 세상에 속해 있지 않다. 어떤 이유에서건… 신들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잃는다면, 신들은 다른 세상을 창조하면 그만이다.”
그러면서 라스카라사 누나는 내 어깨를 잡고 내 눈을 들여다보며 분명히 말했다.
“그러니, 세상을 위해 희생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네가 세상에 강한 사랑과 의무감을 품는 일은 좋지만, 그렇게 희생까지 할 필요는 없다.
-신들은 세상을 초월한 존재고, 그리하여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세상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라프트레이 형의 말이 떠올랐다. 신들은 예지의 꿈에서 그랬듯 그들이 이룩한 세상을 위해 열심히 싸울 터였다. 그러나 희생하진 않는다.
이 세상에서 끝내 추방당하더라도, 다른 세상을 세우면 되니까.
예지의 꿈에서 추방당한 이들도 그랬을까.
하지만 이 모든 진실을 나만 그때는 몰랐고, 지금에야 알았던가.
그렇지도 않았다. 나도 알고 있었다. 라프트레이 형이 가르쳤고, 라스카라사 누나가 지금 강조하듯.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나는 솔직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나를 걱정하는 누나의 눈빛 앞에서.
“나는 그럴 수 없어요.”
“무슨 소리냐? 이 세상이 멸망하면 너도 같이 파멸하기라도 할 셈이냐?”
라스카라사 누나가 노여워하며 물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 *
그날 밤, 꿈에 그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목소리만 울렸다.
“협상을 바란다.”
눈앞에 하나의 유리병이 나타났다. 사랑의 묘약과 비슷하게 생긴.
“기억의 묘약이다.”
이자는 끊임없이 우리를 모방하고 있었다. 레오파라와 마리우스의 대척점 구도도 돌이켜 생각하면, 라프트레이 형과 라스카라사 누나의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그가 과연 주신이었는지, 지금은 얼마나 강력한 신이었는지는 모르나, 그는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방식이 없었다.
“너만의 고유성이 없으니, 다른 신들의 방식을 흉내 내는구나. 이번에는 헤르첼로이데 여신인가.”
“기억의 묘약을 마셔라. 그렇다면 너는 내 기억을 얻게 된다. 그로써 나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심지어 말조차 헤르첼로이데를 모방했다.
“그 대가로 네가 꾼 꿈에 대해 말하라.”
“거절한다.”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가슴이 죄여 왔다. 마리우스와 레오파라를 위한 일이었지만, 적에 대한 정보를 알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지 않으면 너는 날 영영 이해하지 못하리라. 그러니 이길 수도 없다. 괴물들과의 싸움은 끝나지 않겠지.”
…그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전쟁에는 차라리 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괴물과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이었다. 잠잠한 듯싶어도 되풀이될 뿐, 괴물들은 계속 나타났다.
그 배후를 캐고 싶어도 도무지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애초에 배후의 존재 자체가 흐릿하기 때문이라면?
배후를 공격해 없애려면, 배후라는 표적이 뚜렷해야 했다. 지금처럼 그 모든 현상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쉽게 나타났다 쉽게 사라지지 못하도록.
나는 이를 악물었다. 사람들이 짊어지지 않도록 신이 감당해야 할 무거운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