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03
203
“그 꿈의 예지는 내 것이다. 너를 제물로 바친 건 나니까.”
그가 요구했다. 처음 그 꿈을 요구했을 때처럼 분노에 사로잡혀.
그 꿈은 이미 바뀌었다. 그렇지 않은가? 나는 그 꿈에서 일어났던 일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아직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 꿈의 시간대는 다가오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예지의 꿈에서도, 레오파라가 왜 인류를 배신하고 괴물의 편에 붙었는지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 아타울프, 프라비타 또한. 아트리타스만 빼고.
그렇다면, 내가 과연 그 꿈의 내용을 완전히 바꾸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기엔 시기가 너무 이르다.
전쟁이 일어나도, 내 사도들이 과연 예전과 같은 선택을 할지 안 할지는, 그때 가 봐야 안다.
그들이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궁지에 몰리지 않는다고, 신인 나조차 보장할 수 없다면.
예지를 바꾸려는 모든 시도가, 결국 그 예지를 실행하게 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내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협박했다.
“나는 앞으로도 네 형제자매들을 제물로 바치리라. 네가 모두 막을 수 있을 성싶은가?”
라프트레이 형과 라스카라사 누나만 해도 간신히 막았다. 특히 내가 괴물과 싸울 때, 다른 신이 제물로 바쳐졌다면, 내가 모르거나 막을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네 사도들과 네 형제자매, 어차피 죽을 사람들과 불멸의 신들, 과연 어려운 선택이군.”
그가 나를 조롱했다.
“나까지 예측이 어려울 판이다. 네가 늘 주장했듯 사도들을 아낀다면, 그들을 위해 신들을 희생시키려는가? 아니면 그 반대일 수도 있겠지.”
그의 조롱에 분노하면서도, 답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후자가 더 그럴싸하군. 결국 너도, 다른 신들처럼 이 세상을 버리고 떠나가서 새로운 사도를 들이면 그만일 테니까.”
그 말에는 어디선가 빌려 온 듯하지 않은, 뚜렷한 고유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원한이.
“너는 그 세상을 멸망시키려고 하면서, 그런 말 할 자격은 있는가?”
“어느 세상에 가건 나는 추방을 면치 못한다. 그렇다면 나는 신들이 가는 그 모든 세상을 멸망시키고 멸망시킬 뿐.”
그는 이를 갈더니, 목쉰 소리로 웃었다.
“신들이 세상의 멸망을 막으려 한다면, 나를 풀어 주면 그만이지만, 그들은 나를 풀어 주는 대신, 세상의 멸망을 택하리라. 멸망한들 또 창조하면 되니까.”
“네 말은 믿을 수 없다.”
“너는 나를 모르니까. 알지도 못하는 자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야 쉽지.”
“세상을 멸망시키려 사람을 공격하는 적으로서의 너를 알면 그만이다.”
겉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세상은 정녕 멸망할지도 몰랐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적과 계속 싸워야 한다면.
적의 정체를 모른 채로 지속되는 싸움 속에서, 누가 적이고 아군인지 구별도 못 하게 되느니.
무엇보다, 나는 사도들을 바꾸었다. 그럼에도 내가 예지가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들을 믿지 못한다는 뜻밖에 안 된다.
나는 내 사도들을 믿을 터였다. 언제나, 나의 해답이었던 존재들을.
“그것으론 부족하다.”
그렇다고 내가 협상에 순순히 응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기억의 묘약을 마시길 바란다면, 더 많은 대가를 치르라.”
“적을 알게 되는 대가로 부족한가? 예지의 가치도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는데?”
“네 말대로 너는 내 적이다. 적의 본질이란 결국 적의 전략이다. 나는 네 과거를 묻지 않았다. 네가 내게 알려 주고자 하는 것은 내가 네게서 알고자 하는 것과 다르다.”
“내 전략을 밝히라는 말이냐?”
“그렇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이어서 논쟁도 이어졌다.
끝내, 그는 내게 동의했다. 그만큼 그는 예지를 믿었다.
하지만 사도들에 대한 내 믿음보다 강하지는 못하리라.
“네가 나를 알면, 너는 내 전략도 알게 되리라. 네가 모든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밝히겠다. 내 과거의 마지막에.”
“어긴다면, 내가 알게 된 모든 것은 거짓으로 돌아간다. 나는 너의 본질을 부인할 권리를 지닌다.”
우리는 서로의 권능을 건 맹세를 주고받았다.
그리하여 나는 기억의 묘약을 받아 들었다. 그가 제 몫인 기억의 묘약을 내밀었고, 나는 내 꿈의 기억을 거기 담았다.
만일 내 결정이 틀렸다면, 그래서 그에게 유리해진다면, 나는 다시 희생할 터였다.
나는 나를 신으로 만들어 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신이니까. 그들도, 그들의 세상도 떠나지 않는다.
기억의 묘약을 마셨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마신 즉시 의식을 잃어 가고 있었기에.
그렇게, 나는 꿈속의 꿈으로 떨어져 내렸다……
기억은…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몸소 겪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었다…….
* * *
태초에 시간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자연이 태어났다.
주신 헤르스탈, 모신 마그나테라, 시간과 자연은 결합하여 신들을 낳았다. 그 신들 또한 서로 결합하여 신들을 낳았다.
주신인 나는 세상을 창조하였고 지배하였다. 내 자식들은 나를 섬기며 세상에 군림했다. 모든 것은 내 뜻대로 이루어지니, 그렇게 영원하리라.
그러나 자식 신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람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아니 된다.
-왜 안 됩니까, 아버지 주신 헤르스탈이시여?
그렇게, 첫 번째 자식인 헬라네스가 물었다.
-사람은 필멸의 존재기 때문이다. 필멸의 존재는 무의미하다. 불멸의 존재만을 창조하라.
-필멸의 존재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필멸하기에 변화하며, 그렇기에 문명을, 또한 역사를 창조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분노했다. 왜 나의 완벽한 세상에 필멸의 존재가 생겨나야 하는가? 그 삶의 길이로 나를 재단하고, 나를 셈하고, 나를 분절하고자?
하물며 그러길 바라는 자가 내 첫 번째 자식이라니.
-네 감히 내게 반항하느냐? 너를 낳은 아버지에게?
-저는 아버지가 왜 필멸자를 두려워하는지 압니다.
헬라네스는 웃었다.
-죽음은 시간에 금을 긋기 때문이지요. 불멸이 할 수 없는 시간의 측정은, 오로지 필멸만이 할 수 있으니까!
-내 아들이 감히 내 왕좌를 노리느냐!
-아무것도 없는 세상의 왕좌를 누가 바라겠습니까!
헬라네스가 고함쳤다.
-아버지의 세상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흘러가는 강물조차 흘러왔던 바로 그 강물입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아무것도 흐르지 않습니다. 오로지 신들만이 태어나서 성장하지만, 신들의 시간조차 정지합니다. 바로 아버지가 세상에 버티고 앉아, 모든 것의 움직임을 막고 있으니까요!
그러더니 헬라네스는 내게 두 무릎을 꿇고 탄원했다.
-아버지 주신이시여! 세상이건 신이건, 태어났다면, 존재한다면,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정지는 삶이 아닙니다!
-그럼 내가 죽어 있단 말인가? 내 자식이 감히 내 존재와 내 세상을 부정하느냐?
-살아 있는 것은 통제될 수 없습니다.
-그토록 변화를 바란다면, 네 불멸부터 변화하라! 신인 너부터 바뀌어라!
나는 내게 반항하는 아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보아라!
나는 다른 신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나 다음으로 강했던 첫 번째 자식을 벌거벗겨 거꾸로 매달았다. 그의 권위를 박탈하고, 존엄을 짓밟았다.
-감히 내게 반항한 자가 처벌받으리니! 내 첫 번째 자식은 더 이상 완벽하지 않으리라! 헬라네스는 더는 불멸하지 않으리라! 반역자는 그가 그토록 바랐던 필멸자가 되리라!
둘러선 신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주신이시여, 그를 용서해 주소서!
-그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의 아내와 형제자매 신들이 울며 내게 빌었다.
하지만 매달린 아들만은, 끝내 이를 악물며 용서를 빌지 않았다.
-보아라! 그의 형벌을!
나는 그를 내 완벽한 세상에서 추방했다. 모두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젊은 순간에 정지한 채, 영원히 그대로 살아가는, 꽃들조차 가장 활짝 피어난 채로, 열매조차 가장 무르익은 채로, 늘 그렇게 존재하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에서.
그리하여, 헬라네스의 시간은 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년이던 그는 그를 둘러싼 젊음 속에서 홀로 늙어 갔다. 심지어 그의 어머니보다도 늙어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나보다도 늙어 보였다.
젊음을 잃고 늙어 가야 하는 고통 속에 그는 울부짖었다. 완벽하게 정지한 시간 속에서 홀로 시간의 흐름을 겪으며, 그는 몸부림쳤다. 내가 그의 시간을 정지한 이래, 한꺼번에 흐르기 시작한 그 모든 시간은 엄청난 고통을 그에게 안겼고, 그는 피마저 토했다.
그의 아내는 눈물을 흘렀고, 형제자매 신들은 고개를 돌렸다.
-아, 아버지! 아버지 주신이시여!
그가 비명 질렀다.
-괴로우냐, 아들아? 용서를 빈들 소용없다.
-아버지, 보십시오! 이제 제가 아버지보다 더 늙어 보입니다. 마치 제가 아버지 같고 아버지가 제 아들 같습니다.
아들이 신음했다. 내 영원하고 빛나는 젊음 앞에서 늙어 가는 그 자신이 얼마나 수치스러울까.
-네 고통은 네 스스로 불러 온 악이다.
-아, 아버지, 계속 당신을 아버지라 불러야 할까요? 이제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라 누가 믿겠습니까? 반대로 아버지가 제 아들이라 믿을 텐데!
-네놈이 아직도 무엄한 소리를 그치지 않는구나!
-아무도 당신이 내 아버지란 사실을 믿지 않을 겁니다!
-너와 나는 진실을 안다. 지금 지켜보고 있는 모든 신들이 진실을 안다. 어찌 그들을 속이겠는가?
-믿음으로.
벌거벗은 채 거꾸로 매달려 피 흘리며 경련하던 헬라네스가 웃었다.
-신들의 수보다 더 많은 사람의 믿음으로.
그가 말한 순간, 그의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었다.
그가 흘린 피와 눈물이 땅에 떨어졌고, 그 눈물과 피와 흙의 결합에서 무언가 생겨났다.
그것들은 작고 하찮았으나, 살아 있었다. 꿈틀거리며 커져 갔다.
-나는 헬라네스, 아버지 주신이다!
벌거벗긴 채 거꾸로 매달린 죄수가 선언했다.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에게서 태어난 존재들은 그의 말을 들었다.
-거짓말이다! 네 감히 누굴 속이려 드는가! 네 말을 믿는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나는 아버지 헬라네스 주신이다! 내 고통에서 태어난 자들이여, 나를 섬길지니!
헬라네스가 선포했다.
그리고 그에게서 태어난 존재들은 그의 말을 믿었다.
마치, 그의 말밖에 듣지 못하는 듯.
내 말을 듣지 못하는 듯.
-나는 너희를 위해 고통받으니, 나는 너희의 신이니라! 나를 섬겨라!
헬라네스가 명령했다.
그것들은 헬라네스를 주신으로, 아버지로 섬겼다. 그러면서 그것들은 끝없이 증식해 나갔다.
나는 헬라네스에게 더 큰 고통을 내렸다.
그는 더 크게 울부짖었고, 더 많은 피를 흘렸다.
더 많은 눈물과 더 많은 피.
더 많은 존재들이 태어났다. 더 많은 존재들이 그를 섬겼다.
그에게 믿음을 바쳤다.
-헬라네스 주신이여!
그리고 또 다른 자식이 반기를 들었다.
-나는 헬라네스 주신의 아내, 모신 피오르델리케로다!
헬라네스의 아내, 나의 딸이 나의 아내이자 그녀의 어머니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의 남편이 내게 반기를 들었듯.
-네 감히, 내게 도전하느냐!
내 아내인 모신 마그나테라는 노여워했다. 그러나 피오르델리케는 주신의 아내로 나서면서 주신이 받는 믿음 또한 공유했다. 그리하여 더 강해졌다.
-내 너를 용서치 않으리라!
-나, 피오르델리케는 또한 봄의 여신이나니, 자연이 내게 반항한다면, 봄은 자연에게 오지 않으리라! 자연은 내 남편 헬라네스가 고통받는 내내 겨울일지라! 아무 생명도 태어나지 않고, 모든 것이 얼어붙은 그대로, 자연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겨울일지라!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창조한 세상에는 봄도 겨울도 없었다.
자연도 시간처럼 변화하지 않았다. 꽃은 언제나 꽃이었고 열매는 이미 열매였다. 기후는 늘 온화했고 날씨는 거칠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은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단 한 존재에게 내렸던 변화가, 그 존재가 일으킨 변화에 역으로 공격받아서.
추운 바람이 몰아치고 싸늘한 눈이 내렸다. 늘 피어 있던 꽃들이며 풀들이 얼어 죽었다. 나무들은 잎을 잃고 앙상해졌다. 동물들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얼어 죽었다. 자연은 그 아름다움을 잃고, 아무것도 낳지 못했다.
오로지 헬라네스가 창조한 사람들만이 그의 가호로 살아남았다. 그러면서 힘이 약해진 동물들을 몰아냈고, 땅을 차지했다.
-나는 속박되었고, 힘을 잃었다!
아내이자 모신인 자연이 울부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