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15
215
그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래서 간신히 테오파노 신이 쓰러지기 전에 잡을 수 있었다.
권능을 너무 많이 쓰셨다! 정신을 잃으신다!
공포와 아픔이 동시에 심장을 움켜쥐었다.
-괜찮…….
-아닙니다!
역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다른 사도들도 그들에게 고개 돌리려는 순간, 레오파라는 소통으로 외쳤다.
-돌아보지 마!
겨우 그 말밖에 할 새가 없었지만, 바로 알아들은 마리우스가 소리쳤다.
“내 사랑하는 발라흐 국민들이여!”
그들의 젊은 국왕이 그렇게 말하자, 신만 바라보던 사람들도 고개를 돌렸다. 피투성이지만 그래서 젊고 잘생긴 외모가 더 돋보이는 영웅은 환히 웃고 있어, 아무도 그 웃음 지은 입매가 떨린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대들,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가! 이 끔찍한 시련을─”
그러면서 마리우스는 테오파노 신의 이름을 입 밖에 낼 뻔했다. 그 시련을 이끌어 승리를 가져온 존재로서.
하지만 그 이름을 내면, 겨우 끌어온 사람들의 주목이 다시 돌아가 버린다. 지금 그의 진정한 살붙이가 대체 어떤 상태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그분께, 이 정도도 못 해 드리면 안 된다.
“…우리 함께 겪었도다!”
아무리 신의 피를 이어받은 젊은 영웅 왕이라도 혹독한 농성전 끝엔 겨우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자꾸 잠겼다. 그러나 물의 정령 왕이 그의 목을 적시고, 다른 사도들도 눈을 마주치며 힘을 북돋았다.
“이 안에서, 저 밖에서, 비록 괴물들 때문에 나뉘어 있었으나, 우리는 하나로 싸웠다!”
젊은 영웅 왕이 즉석에서 연설을 이어 가며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동안, 레오파라가 테오파노 신을 끌어안는 척하며 부축했다. 그리고는 성소로 옮겨 갔다.
신은 정신을 잃다시피 하면서도 간신히 붙들고 있었다. 전투는 이겼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승리 직후 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전투에서 신이 아무리 강한 모습을 보인들, 또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걱정에 시달리게 된다.
괴물과의 전투는 초자연적인 존재와 싸워야 한다는 공포를 사람들에게 불러일으켰다.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인 신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야 괴물에게 당할 수밖에 없지만, 신은 안 되었다.
그러니, 신이 사람들 앞에서 쓰러지는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기껏 얻은 승리를 훼손하니까. 이미 신도들 앞에서 피를 토한 테오파노 신이었다. 두 번은 없었다.
반면, 지금 입술까지 파리해진 테오파노 신이 억지로라도 버텨 낸다면, 그 승리의 이점을 고스란히 거둘 수 있다. 하늘까지 치솟는 사기로 승세를 몰아가서, 마지막 결전에서 그 어떤 일이 벌어지건, 끝까지 버티는 용기의 원동력이 될 터였다. 두려움 속에서도 승리했다는 기억에 의지할 수 있으니까.
이미, 그가 이 전쟁의 구심점이었다.
이를 악문 레오파라가 테오파노 신을 부축해, 성소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눈앞으로 걸어왔다. 사람들은 모두 마리우스와 그 옆의 사도들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아랑곳 않고 테오파노 신을 향해 곧장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앞에는 성소로 향하는 문이 있고, 레오파라는 처음부터 측면 접근을 경계하며 걸었다.
그 남자가 그렇게 오려면, 벽이라도 뚫지 않고서야…….
그 점을 깨닫고 나서야, 이상할 정도로 흐릿하던 남자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보고 나니, 어떻게 처음부터 알아보지 못했는지 이해 가지 않는 얼굴. 테오파노 님을 그토록 아프게 했던…….
“테오.”
각국의 모든 테오파노 신관이 찾고 또 찾았으나 결코 찾지 못했던, 사라진 신도.
솔직히 희망을 잃었던 레오파라였다.
하지만 그가 살아 있었다니! 대체 어디 있었던 걸까? 지금까지 마석 광맥에 갇혀 있다가, 광맥이 무너지는 순간, 간신히 탈출한 걸까?
놀라움과 온갖 추측, 테오파노 신의 아픔만을 걱정하느라 신도가 살아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던 죄책감이 그를 휩쓸었다.
그래서 그는 뒤늦게 반응했다. 레오파라가 그 이름을 입 밖에 냈을 때, 그에게 기대 눈을 내리감고 있던 테오파노 신의 눈이 번쩍 뜨였는데도.
깨달은 순간, 이미 늦었다.
“테오…….”
테오파노 신은 갑자기 젖 먹던 힘이라도 났는지, 레오파라의 품에서 나와 테오를 향해 한 발짝 떼어 놓았고, 처음부터 그를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던 테오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둘이 서로 맞닿았을 때, 레오파라는 테오파노 신이 테오를 꼭 잡는 걸 보았다.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꼭 붙들어 힘이 들어간 두 손.
테오는 얼마나 안도했을까. 어둠 속을 헤맬 때, 신이 다가왔다.
그 감격을 아는 레오파라는 그만 울컥했다.
다음 순간, 그의 신은 사라졌다. 신이 다시 만났던 잃어버린 신도와 함께.
레오파라는 제 눈을 의심했다. 벅찼던 가슴이 막막해지며, 숨이 막혔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럴 리가 없는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대체 무엇을, 어디서부터 잘못했을까. 그토록 죽을힘을 다했는데. 다 끝났다고, 조금만 더하면 된다고, 이제 다 돼 간다고 생각했는데.
뼈에 사무치는 후회가 몰려와 레오파라의 심신을 마비시켰다.
성소까지 한 발짝을 앞두고서.
그가 그의 신을 지키지 못해서.
무방비하게 함정에 빠지는 신을 지켜보고만 있어서.
“자랑스러운 테오파노 교의 사도여!”
등 뒤로 프라비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타울프와 파비안의 목소리도.
“발라흐의 영광, 인류의 영웅, 마리우스!”
“나의 형제여!”
마리우스의 연설에 응답하며, 분위기를 더 돋우고 있는 사도들. 사람들의 환호성이 더 커진다.
“사도님들이 서로 끌어안으신다!”
“아아, 감동이야!”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그토록 쩌렁쩌렁하던 목소리들은 어디 가고, 이어서 지치고 긴장한 목소리들이 소통으로 들려왔다.
-됐어? 아니면 얼마나 더 시간 끌어야 해?
-됐으면 말했겠죠. 제가 쓰러지는 척할 테니, 아타울프가 절 부축해서 데려가요.
-그래, 레오파라, 조금만 기다려.
-모두 힘을 합쳐, 테오파노 님을 빨리 쉬시게 해 드리자.
그래서 레오파라는 더 참을 수 없었다.
“아아악! 아아아아악!”
그토록 신의 뜻을 받들고자 필사적으로 버텨 왔던 그는 마침내 무너지고 말았다.
“흐흐흐흑…….”
아무리 큰 부상을 입어도 끄덕도 없이 버티던, 과연 테오파노 신의 제1 사도라 칭송받던 레오파라의 통곡 앞에서 사람들은 말을 잃었다.
이어서 달려 온 사도들이 그를 끌어안으며, 같이 참아 온 눈물을 터뜨릴 때도, 레오파라는 울부짖고 울부짖었다.
그의 신이 사라진 자리에 머리를 짓찧으며.
* * *
제일 먼저 달려간 아타울프가 이마에서 피 흘리며 울부짖는 레오파라를 끌어안았다. 파비안과 프라비타가 그런 둘을 끌어안았다. 렉스의 흐느낌이 비를 뿌렸다. 마리우스가 입안을 깨물어, 쇠 맛의 피를 삼켰다
그토록 냉철하던 레오파라였다. 그만큼 의지가 되는 존재였고.
그런 그가 그렇게 이성을 잃었는데, 그 이유가 테오파노 신의 실종이라는 사실 앞에서 사도들은 말을 잃었다.
어디로 가신 걸까.
아니, 어디로 끌려가신 걸까.
레오파라의 절규가 아니었다면, 그들도 무너져서 절규했을지 몰랐다. 어떤 면에서는, 그가 그들을 버티게 했다.
우리의 신은 없고, 제1의 사도가 미쳤다면… 물론 아니다! 신께서는 돌아오실 테고, 제1의 사도는 정신 차릴 터였다.
그때까지 사도들이 신도들을 지키며 버티면 되었다. 이 농성전에서 테오파노 신과 레오파라가 모범을 보였듯.
아타울프가 레오파라를 기절시켰다. 다른 이의 도움을 거절하고 혼자 레오파라를 운반하는 아타울프의 뒤를 파비안이 뒤따랐다. 마리우스와 렉스, 프라비타는 남아서 사태를 수습했다.
테오파노 신과 레오파라 사도 모두 휴식을 취해야 하니, 방해해선 안 된다고, 마리우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옆에서 프라비타가 테오파노 교는 발라흐 국민들의 성심을 잊지 않으리라고 칭찬하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렉스가 물을 일으켜, 피로 물든 신전을 순식간에 씻어 내자, 그 놀라운 힘에 사람들이 감탄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밝아졌다. 테오파노 신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아도, 이 마법 같은 장면에서 신의 존재를 느끼면서.
신도들은 진작 병원으로 옮겨진 뒤였고, 사람들도 물러갔다. 기사들이 무너진 신전을 철통같이 지키는 가운데, 사도들은 성소에 모여, 급히 모든 신전에 연락을 취했다.
그제야 아트리타스에게 생각이 미쳤으나,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가 틀림없어!
-나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어. 하지만 테오파노 님도 레오파라도 그를 다루는 일이라면 도가 텄어. 이제 와서 그렇게 쉽게는…….
사도들이 말하는 동안, 라프트레이 신이 보낸 치유의 신이 레오파라를 깨웠다. 실상을 알게 된 그들은 경악했다.
테오파노 신은 테오를 멸망의 시계로 이용하는 헤르스탈에게 끌려간 게 틀림없었다.
* * *
신들 또한 놀라고 분노하며, 테오파노를 구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헬라네스 주신이 금했다.
-테오파노 하나만을 위해 세상의 운명을 건 전쟁을 위태롭게 할 수 없다. 결전을 앞두고 사로잡혔다면, 스스로 탈출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아들다운 신이다.
-아버지 신이시여!
-주신이시여!
-형님!
신들이 일제히 성토했다. 그러나 피오르델리케 모신이 일어나자, 모두 침묵했다.
-나의 남편인 주신이여, 테오파노는 그대의 아들만이 아니라 내 아들이기도 합니다.
-나의 아내인 모신이여. 그대는 테오파노의 어머니만이 아니라 세상의 어머니이기도 하오.
헬라네스 주신의 대답은 죽음 같은 침묵을 일으켰다.
그것을 깬 자는 스카텔란이었다.
-전쟁의 신인 제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전쟁의 신은 총사령관이니 제가 가겠습니다.
-테오파노는 나의 대리인이니, 그의 신상에 일어난 일은 곧 나에 대한 도전입니다. 내가 가야 합니다.
이어서 엘라디안 여신과 브론테제 신이 번갈아 말했다.
사랑의 여신은 전쟁의 신과 꼭 붙어 있었다. 해와 달의 쌍둥이 신은 그들 남매에겐 드물게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여름의 여신과 봄의 여신 역시. 유스타키아 여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헬라네스 신을 주시했다. 술의 신이 정의의 여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고, 발트라하 여신은 이 모든 일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하여, 헬라네스 주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쟁의 신과 숲의 여신, 죽음의 신은 수치를 잊고서, 그들의 사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었다. 그러나 적어도 솔직하긴 하였다. 다른 신들은 어떠한가?”
헬라네스 신은 냉혹한 눈초리를 그들에게 던졌다.
“사랑의 여신은 전쟁의 신이 테오파노를 구출하러 가면, 자신도 따라가리라 결심한다. 연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만일 연인이 거절하면, 헤어지겠다고 협박이라도 불사할지 모른다. 어떤가, 헤르첼로이데 여신, 내 말이 틀렸는가?”
미와 사랑의 여신은 평소 아버지도 혈육도 아닌 헬라네스 주신을 제일 태연하게 대하는 신이었다. 그러나 이번만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스카텔란 신이 놀라서 돌아보자, 눈을 질끈 감을 정도였다.
“정의의 여신은 또 어떤가. 그토록 힘들게 끊어 낸 혈연에 다시 매달리누나. 홀로 우뚝 섰던 존재가, 그 모든 극복의 결실을 제 손으로 무너뜨린다. 일디케와 하스칼, 그 두 상반성의 합일이 아직도 부족한가?”
정의의 여신은 가린 눈으로 더 당당하게 쳐들고 있던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런 정의의 여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술의 신은 사랑하는 동생을 구하면서 흠모하는 이의 마음도 살 기회라고 생각하는가? 둘이 힘을 합해 테오파노를 구한다면, 과연 유스타키아 여신도 동생을 구한 연인이라는 인연에 굴복하고 말겠지. 사모하는 나머지 타락시키고 싶은가? 동생을 위한 일인가, 여신을 위한 일인가, 아니면 그대 자신을 위한 일인가?”
술의 신은 술 취한 자처럼 몸을 떨었다.
“그리고 우리 현명한 지혜의 여신을 보라.”
헬라네스 주신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