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17
217
테오파노 신의 사도들은 괴물들에 맞서 싸우는 군대에서 신들과 사람들 사이를 잇는 존재였다.
우선 마리우스가 인류의 총사령관이었고, 레오파라는 가장 위대한 영웅이었다.
테오파노 신이 사라져, 마법을 쓰지 못하더라도 마석과 마법으로 만든 무기를 가진 그들은 보통 사람과는 견줄 수 없는 힘이 있었다.
스카텔란 신은 그들에게 결전을 앞두고 작전에 임하라고 명령했다.
테오파노 신이 없으니 대규모 마법 이동이 불가능해서, 예전보다 군사 작전 이행이 빨라졌다.
“그렇다면, 테오파노 신의 구출은 포기한다는 뜻이 아닙니까!”
“그것이 주신의 뜻이다.”
신들과 사람들의 군대를 총 지휘하는 전쟁의 신은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이미 참전한 마법의 사도들이 전선을 이탈해서는 안 된다.”
사도들은 순간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사람으로서는 스카텔란 신과 가장 자주 접했던 마리우스가 침착하게 대답하여, 일단 자리를 마무리했다.
그들끼리만 있게 되자, 다양한 연락들이 서서히 도착했다.
아민타스 신이 제일 빨랐지만, 모든 신들이 연락했다. 주신을 제외한.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조언하면서도, 도움이 필요하면 무엇이든 말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스카텔란 신의 연락은 헤르첼로이데 여신의 연락에 포함되어서 왔고.
사도들은 당장 테오파노 신을 구출하려 했다. 그리하여 헤르스탈 신의 본거지가 어디인지 알고자, 신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답변을 기다리며, 사도들은 파괴된 테오파노 국교 신전에서 준비를 서둘렀다. 그들의 신이 사라진 이래, 떠나지 못한 채 여전히 머무르고 있는 곳에서.
그토록 아름답던 신전이 처참하게 파괴된 폐허에 황혼이 깃들었다. 야영할 때면,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라고 테오파노 신이 말하던 때였다. 모닥불 피워 놓고 다 같이 차린 밥을 맛있게 먹으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도란도란 이야기할 때가 제일 좋다면서.
그렇게 같이 노을을 바라보던 때였지만, 이제는 테오파노 신이 돌아오지 못한 채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상기시킬 뿐이었다.
그래서 그 노을 지는 시각에, 홀연히 폐허에 나타난 존재가, 그렇게 꿈만 같았다.
“테오파노 님!”
제일 먼저 달려간 레오파라는 테오파노 신을 끌어안고 울었다. 뒤따라 달려온 다른 사도들도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가.”
신의 목소리가 사막에 떨어지는 빗소리 같았다.
“너희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사도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몸을 떨며 신을 더 끌어안았다.
그때, 성소에서 잠들었던 펜나가 뛰쳐나왔다.
사도들이 자리를 내주고, 테오파노 신이 펜나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테오파노 신에게 덥석 안겨 들던 펜나는, 갑자기 뒷걸음질을 치면서, 머리를 하늘로 쳐들고 히힝거리고 울었다. 그러더니 위험하게도 뒷발로 일어나서 뿔로 테오파노 신을 겨누었다.
“펜나, 왜 이러는 거야?”
사도들이 말렸지만, 테오파노 신은 다정하게 웃기만 했다.
“아, 내게서 낯선 느낌이 나서 그런 것뿐이다. 당연하다.”
그러더니, 펜나를 잠재웠다. 그렇게 잠든 펜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돌아서는 테오파노 신의 얼굴이 참담했다.
“이제 내게 남은 것은 너희뿐이다.”
그 말에, 마리우스는 불길한 심정이 들었다.
“큰아버님, 무슨 일입니까?”
“테오파노 님, 괜찮으십니까?”
-테오파노 신!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신이 슬픈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는 빠져나온 것이 아니다.”
“테오파노 님?”
그들 모두 충격에 휩싸여 신을 바라보았다.
“테오는 미끼였다… 나는 내 신도에게 속아 끌려갔고, 사로잡혔다. 적은 강대하여, 내 혼에 낙인을 찍었다.”
“낙인이라니요!”
레오파라가 소리 쳤다.
“나는… 그에게 복종한다… 그러지 않으면, 모든 신성을 잃는다.”
사도들은 경악해서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바라지 않았지만, 그가 내게 강요하여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너무 약했고, 두려웠다… 아무도 나를 구하러 오지 않아서…….”
“저희가 구하러 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 계신지 알지 못하여… 흐흑…….”
프라비타가 원통하게 외치다가 흐느꼈다.
“너희가 오지 않아 다행이다. 사람은 그의 상대가 못 된다. 너희가 왔다면 너희도 나 같은 처지가 됐으리라. 그랬다면 나는 더욱 슬펐으리라.”
테오파노 신이 위로하자, 레오파라가 눈을 번득였다.
“저희는 다른 신들께 도움을 요청했으나, 헬라네스 주신께서 테오파노 님의 구출을 금지했습니다.”
“다른 신들께서는 도와주시겠다고 했지만, 주신께서 금지하셨으면, 그 도움에도 한계가 있겠지요.”
파비안도 슬프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었잖아, 테오파노 신의 잘못이 아니야. 주신이고 뭐고 정말 싫어!
렉스가 강하게 화냈다.
-큰아버님… 이제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마리우스가 소통으로 조용히 물었다.
-너희는 내게서 떠나야 한다.
사도들의 눈에 충격이 서렸다.
-나는 너희들이 더는 나와 함께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테오파노 님! 제발… 제발 말씀해 주십시오! 그자가 테오파노 님께 대체 뭘 바라는 겁니까!
아타울프가 미친 듯이 외쳤다.
-나의 일이다. 너희의 일이 아니다.
-테오파노 님의 일이라면 저희의 일이기도 합니다!
레오파라가 단언했으나, 테오파노 신이 입을 열기까지 오래 걸렸다.
-나는 이제 그의 수하다. 그의 명에 따라 신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 아아, 차라리 내가 죽고 싶구나.
테오파노 신은 그렇게 말하며 무너져 내렸다.
그를 끌어안고 사도들은 울었다. 사람을 그토록 사랑하는 신이 얼마나 슬플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내 신으로서 너희를 볼 낯이 없다…….
-그런 말씀 마세요,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테오파노 님을 구하러 가지 않은 주신의 잘못입니다.
레오파라의 눈에 증오가 불탔다.
-그런들 내 부모며 형제자매들이다. 내 어찌 그들을 배신하겠느냐…….
-그렇다면, 테오파노 님은 가만 계십시오. 저희가 대신 싸우겠습니다.
-그렇습니다, 테오파노 님은 할 만큼 하셨습니다.
-너희가 어찌 같은 사람들을 배신하겠느냐. 너희가 사람들을 배신하다니, 모두 내 죄다. 나만 없으면 될 텐데…
테오파노 신은 슬퍼했고, 그럴수록 사도들의 결심은 굳어 갔다.
-테오파노 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슬퍼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마리우스는 망설였다.
-큰아버님… 저는 진실로 큰아버님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저는 발라흐의 국왕이자, 인류의 총사령관입니다… 저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이해한다, 마리우스. 나도 네가 그러길 바라지 않는다.
테오파노 신은 부드럽게 말했으나, 레오파라가 반발했다.
-마리우스! 네가 테오파노 님이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겠나!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왜 아닌가? 그 알량한 자리가 테오파노 님보다도 더 중한가? 그러고도 네가 그분의 조카라고?
-싸우지 말라.
테오파노 신이 막자, 마리우스와 레오파라 둘 다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레오파라는 곧 열렬하게 테오파노 신에게 말했다.
-이 배신자는 없어도 됩니다. 제가 끝까지 모시겠습니다.
조카를 슬픈 눈길로 바라보던 테오파노 신이 레오파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 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느냐?
-테오파노 신께서 희생하시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그렇게 말한 레오파라가 울부짖었다.
-세상이 테오파노 신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차라리 멸망해야 마땅합니다!
그러자 테오파노 신이 감동했다.
-너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렇습니다!
-세상보다도.
-제 자신보다 테오파노 님을 더 사랑합니다!
그러자, 테오파노 신이 미소 지었다.
* * *
더는 그 잔혹하던 반역자가 아닌, 늘 믿음직하고 쾌활하게 잘 웃는 나의 사도.
이제 예지의 꿈에서처럼 냉혹하지 않으니 더 잘생겼다.
그런데 그 얼굴이 지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꿈이 아니었다. 그 악한들은 신들에게 반역을 일으키고 인류를 배신하면서도, 눈물을 흘리긴커녕 돌 같은 놈들이었다. 툭하면 울던 나의 감수성이 예민한 사도와는 달랐다.
가만, 그렇다면, 레오파라가 내 사도가 되며 개심했으니까, 이제 예지의 꿈에 나왔던 결과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뜻인가?
내가 지금 두 번째 예지의 꿈을 보고 있는 걸까? 반역자 아닌 레오파라가 인류를 위해 싸우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내가 했던 그 모든 일이 내가 제물이 되어 예지했던 앞날마저 변화시켰다! 레오파라도, 과거의 자신과 견주어 보니, 감개무량해서 눈물마저 나겠지!
그때, 눈물 흘리던 레오파라가 입을 열었다.
그가 뒤이어 한 말은 차마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테오파노 신께서 희생하시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더니 울부짖었다.
-세상이 테오파노 신의 희생을 필요로 한다면, 차라리 멸망해야 마땅합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가슴이 조여 왔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설마… 나인가? 나는 예지의 꿈에 실현될 앞날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그 바꾸려는 시도 자체가 그 앞날을 실현시키는 힘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꿈을 막 꾸고 났을 때는, 그 때문에 고민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앞날을 바꾸려는 목적으로 예언한 게 아니었다. 그런 욕망을 품은 자들은 운명을 이길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내 꿈은 운명을 바꾸라는 계시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토록 노력했었는데…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서… 믿었으니까, 내 사람들을! 나를!
그런데, 내가… 그들이 인류를 저버리고, 신들에게 반역하는 이유가 됐던가.
내가 처음 생각했듯 제삼자가 아니라, 예언의 제물이었기 때문에, 바꾸려는 시도가 그 예언을 실행시키고 말았던 걸까.
충격에 휩싸였을 때, 과거, 사스키아의 독살 음모 때처럼 시간의 물결이 흘렀다. 사람들의 시간이 각자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이 처음으로 돌아갔다. 헤르스탈이 기쁨에 이은 경악으로 날 뒤흔들어 놓고 나서야, 진실을 보여 주었기에.
내가 사라진 이래, 사도들에게 일어난 그 모든 일…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여기 있는데… 내 모습을 한 헤르스탈이 내 사도들을 속이고 있었다.
그가 처음 나타났던 순간부터, 속지 말라고 소통으로 외치려 했다.
하지만 소통은 막혔다. 내 마법은 통하지 않았다. 이곳은 대체 어딘지 모르겠다. 나는 갇혀 있었고, 마법을 쓸 수 없었다. 라프트레이 형의 신전에서 그랬듯 무력했다. 일식 때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내 신전에서 일어나는 일, 헤르스탈이 내 사도들에게 저지르는 일 외에는.
온통 어둠,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얼마나 멀리 있는지도 모르는 사도들이, 적에게 속고 있는 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보면서도 이해 가지 않았다.
헤르스탈은 왜 예지의 꿈에 집착하는 거지? 왜 그 꿈을 실현시키려는 거지?
그 꿈은 이미 바뀌었다. 그 꿈에서는 내가 마법의 신이 아니었으니까. 사도들이 타락한들, 나는 마법의 신이다. 지금은 비록 사로잡혔지만, 반드시 탈출하고 말― 그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헤르스탈의 시계.
테오 삼부자를 초침, 분침, 시침으로 활용하는 멸망의 시계.
그의 뜻대로 되지는 않으리라 믿으면서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몰라 초조하던.
그 시계는 원형이었다. 나의 원들처럼.
원은 직선이 아니다. 원의 시간은 사람들이 인지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직선이 아니다. 초침, 분침, 시침처럼,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교차하기도 하고, 때로 앞질러 가기도 하며, 고로 쫓아가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 모든 뒤섞인 과거, 현재, 미래의 원형에 따라, 내가 그 꿈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 된다면?
그 꿈 이후 변화를 가져오지 않고 그 꿈 자체를 가져온다면?
그 순간, 깨달았다. 그가 왜 그토록 내 꿈과 내 사도들에게 집착했는지.
그는 열쇠인 날 죽일 수 없었다. 그러기엔 그가 나와 너무 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사도들을 이용하면 날 파멸시킬 수 있다.
그러면 그의 봉인이 풀리겠지.
-이제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나, 테오파노?
마음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닮았으면서도 다른, 헤르스탈의 목소리가.
“너는 이걸로 나를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네가 틀렸다.”
나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나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나는 반드시 이겨낸다.”
입 밖에 내고 보니, 그가 아니라 나 자신한테 들려주는 말이었다. 내가 듣고 싶은 말.
“너는 예지를 위해 나를 제물로 바쳤지. 하지만 나는 그 결과로 강해졌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 꿈에서처럼 형편없이 약한 존재였을 테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더니, 그가 짧게 웃었다.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나?
가슴이 숨 막힐 듯 조여 왔다… 하지만 내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 꿈이 아니었다면, 네가 지상으로 과연 내려왔을까? 안전한 천상에서, 영원히 헬라네스의 품 안에 있었겠지. 내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안전하게 보관된 열쇠로서.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