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19
219
레오파라가 칼을 쳐들고, 마리우스도 칼을 빼들고, 사도들도 이젠 말릴 수 없다고 체념했을 때였다.
증오에 차서 마리우스만을 바라보던 레오파라의 눈에 테오가 들어왔다.
그때처럼, 곧바로 다가오는, 도저히 궤도를 바꿀 수 없는, 정해진 대로 움직여야 하는 하늘의 별처럼.
더한 분노가 치솟았다. 테오파노 님을 속인 미끼. 그분의 자애를 이용한 자!
머리로는 테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도 희생양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테오파노 님이 지금까지 얼마나―
레오파라는 몸을 돌려 날렵하게 테오를 덮치다시피 했다. 어차피 같은 사도이자 국교로 삼은 나라의 왕인 마리우스를 죽여 버리려 했었다. 그렇다면 테오를 왜 못 죽일까. 테오를 죽이면, 그 위대하신 분은 더는 이 하찮은 존재에게 휘둘리지 않으리라. 테오파노 님을 위해 기꺼이 손을 더럽히는 일이야말로 첫 번째 사도인 그만이 할 수 있다!
레오파라는 테오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이 보잘 것 없는 자, 당장이라도 죽어 쓰러질 듯한 자, 그런데 왜 죽지 않는가? 이렇게 걷고 또 걷느니 알아서 죽어 준다면. 테오파노 님을 위해 그 비참한 삶도 제 손으로 끝내 주지 못하나? 신을 아프게 하는 곪아 버린 상처!
솟구치는 증오감에 그는 당장이라도 테오를 죽여 버리려 했다. 뒤에서 사도들이 뭐라고 외쳤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테오… 테오파노…….”
테오가 중얼대는, 가까이 가야 겨우 들리는 그 숨 가쁜 속삭임밖에 안 들려서.
그때 같았다. 레오파라가 테오의 이름을 내고, 테오파노 신이 그 소리에 고개 들었을 때.
테오파노 신이 얼마나 간절하게 테오를 붙잡았던가.
끝없이 헤매는 존재의 외로운 눈동자.
테오파노 신을 만나기 전까지, 자신과 같은 눈동자.
그런 그를 그토록 사랑해 주었던 테오파노 신이, 왜 이 존재를 끝내 포기할 수 없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
테오는 테오파노 신의 상처였고, 또한 사랑이었다.
레오파라가 칼을 떨어뜨렸다. 테오에게 손을 뻗어, 그를 끌어안았다. 그 역시 사로잡힌들, 그는 테오를 놓지 않을 터였다. 이 끝없이 방랑하는 존재를, 몇 번이고 붙잡아 세울 터였다.
“테오… 테오파노 신.”
그 존재가 끝없이 되뇌었던 이름을 같이 부르며.
* * *
아트리타스의 말이 옳았다. 테오는 미끼고 덫이었다. 그는 무고하지만 위험했다. 내가 그를 구할 수 없다면, 더는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또한 나였다. 나처럼 희생양이고 제물이었다. 멸망에 바쳐진.
이번은 레오파라와 마리우스 때처럼 헤르스탈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내 마음은 그를 나로 보았다.
어둠 속을 헤매는 이에게 손을 내밀며, 나 또한 어둠 속에서 홀로 있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 그를 붙잡았을 때, 그가 속삭였다.
“테오… 테오파노 신…….”
나는 깨달았다. 왜 이제까지 깨닫지 못했을까? 잘못된 믿음을 바치는 자들, 가짜 신도들 때문에 내 신도를 몰라보았으니까!
“테오, 나다, 너의 신이다.”
그 순간, 테오의 믿음이 내게 흘러왔다. 쉬지도 못하고 걷고 또 걸으면서, 그가 끊임없이 되뇌었던 나의 이름, 그가 유일하게 의지했던 존재.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의 가장 강대한 믿음이 내게 해일처럼 밀려 들어왔다.
“테오파노 님!”
아트리타스가 외쳤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내 온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이 나와 테오를 감싸고, 어둠을 밝혔다.
이곳은 거대한 시계였다. 나와 테오가 있는 곳. 지평선이 곧 시계의 윤곽인, 세상 그 자체인 시계.
그 시계 위에서 멈추지 못하는 테오가 보았던 세상이, 이제 내게도 보였다. 그의 믿음이 내게 불러일으킨 힘이, 헤르스탈의 권능을 뚫어서.
“테오파노 님, 안 됩니다. 내려 오셔야 합니다!”
뒤에서 아트리타스가 고함쳤다.
“위험합니다! 그 시계는 그 세 명의 인간 시계 바늘 외엔 들어가선 안 됩니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 나오지 못합니다!”
내 신도들과 함께라면 지옥인들 못 갈까.
사방을 둘러보니, 우리의 뒤로 그림자가 보였다. 지팡이를 짚은 허리 굽은 노인.
테오의 아버지, 그 백발 노인. 시침.
저 멀리에, 아주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테오의 아들. 멸망의 영시에 제일 먼저 도착하는 초침.
아이의 부르튼 맨발바닥에서 흐른 피가 작은 오솔길처럼 우리의 앞으로 나 있었다.
테오는 그 피를 보자, 본능적으로 다시 움직이려 했다. 잠시 멈추었던 정지마저 견딜 수 없다는 듯.
하지만, 내가 그를 막았다. 그의 손을 잡고서.
“안 됩니다, 테오파노 님! 움직이지 마십시오! 단 한 발짝이라도, 제물 아닌 존재가 시간의 덫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걸으면, 바깥 세상과의 연결이 끊깁니다!”
잘됐네. 네놈의 소리도 더는 못 들을 테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테오의 손을 잡고,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
“테오파노 님!”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한 발짝 걷자마자, 아트리타스가 왜 나를 말렸는지 깨달았다.
이 길은 시간의 제물만이 갈 수 있는 길이었다. 다른 존재가 가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내 힘을 되돌려 준 테오의 믿음조차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숨이 가쁘도록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다가, 그 반대가 되었다. 흘러가지만, 늘 제자리였다. 아무리 걸어도 변한 게 없었다. 발자국마다 피가 흘렀다.
게다가 테오가 점점 힘을 잃어 갔다. 홀로 걸어가던 길을 내가 개입했기 때문인지, 그가 겨우 의지할 상대를 발견하며, 그동안 쌓인 피로와 고통이 몰려왔는지, 알 수 없었다. 후자이기만을 바랄 뿐.
그는 비틀거려서, 그의 무게를 부축해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를 놓지 않았다. 그를 잃으면, 나를 잃을 터였다.
그를 부축하며 고개 들어 소년을 살폈다. 아, 소년은 벌써 영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계의 법칙상 우리가 아무리 빠르게 가도, 소년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거기 도착해 버리면, 테오도 끝장이었다. 테오를 구출한들, 그는 끝내 그 아이를 따라갈 테니까.
이대로는 불가능했다.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되었다.
나는 비틀거리는 테오를 끌고 더 빨리 갔다. 사막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테오는 오래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테오를 업었다. 부양 마법을 쓸 수 없었다. 이 시계는 시간의 성소였다. 시간의 흐름에 반하는 힘은 쓸 수 없었다. 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테오의 아이를 홀로 두고서.
테오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질 것만 같았다. 숨이 막혀 왔다. 하지만 여기서 무너질 수 없었다.
소년이… 테오의 아이… 내가 야만의 소용돌이에서 구출했던 아이가 피 흘리는 발로 세상의 멸망에 다가가고 있었다…….
나는 달렸다. 원들이 내 안에서 미친 듯이 굴러갔다. 그러면서 원래대로 힘을 주긴커녕 내장을 으스러뜨리는 것만 같았다.
아프고 아팠다. 발에서는 피가 나고, 입으로는 피를 토했다. 이미 가 버린 시간을 따라잡기란… 아, 너무나 불가능하고… 그 불가능은 오로지 고통으로만 꺾을 수 있는!
아픔으로 쓰러질 뻔한 순간, 눈앞에 작은 어깨가 들어왔다.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테오를 업고 있느라 쓸 수 없었다.
나는 그대로 두 무릎을 꿇으며 쓰러져, 그 여리디여린 어깨에 얼굴을 갖다 대었다.
그러자, 아이가 멈추었다.
아이의 피 묻은 발자국도.
나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테오가 아이를 끌어안았다. 내가 테오와 아이 모두를 끌어안았다.
안도가 휩쓸었다.
저 멀리서, 테오의 아버지가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여기서 그를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그리하여 그도 멈추게 하면 멸망의 시계는 멈추리라.
“으으… 어엉…….”
아이가 신음을 흘렀다.
“테오… 테오파노 님…….”
테오도.
“아픈가? 조금만 참으면 된다. 이제 끝나 간다. 조금만 더 버텨다오!”
가장 느린 시침이 오기까지만.
나는 그들을 끌어안고 달랬다. 하지만 그들은 더 아파했다.
그리고 나도, 내 아픔도 더 커져 갔다.
우리를 둘러싼 시간의 흐름이 움직이지 않고 저항하는 우리를 억누르고 있었다. 생매장당하는 느낌이었다. 나보다 본래 제물인 테오 부자가 더 아파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의 눈앞으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걸어오고 있는 테오의 아버지.
그 시침이 움직이는 한, 초침과 분침도 멈출 수 없었다. 같이 움직이든가, 같이 멎어야 했다.
헤르스탈의 함정, 시간의 덫은 내 생각처럼 간단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여기 머무른다면, 백발노인이 오기까지, 테오 부자는 견뎌 내지 못할 터였다.
테오의 아이가 용을 쓰며 아버지와 내 품에서 벗어나, 걸으려 했다. 나도 아이를 말리다, 그만 아이를 따라 아이가 향하려는 방향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본 영시는 너무나 무서웠다.
세계의 멸망을 알리는 시각이 너무나 평범해 보여서. 12라는 숫자 대신 0이라는 숫자가 있을 뿐인데. 그 평범함이 또한 소름 끼쳤다.
마치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이 시계만은 파괴되지 않을 것처럼. 세상의 멸망도, 그 모든 사람들의 멸종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는 흔한 일일 뿐이라는 듯.
그런데 그 영시가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나는 아이가 도달하기 직전에 간신히 붙잡았던 터였다. 한 발짝이라도 늦었으면, 아이는 이미 도달했을 터였고, 그렇다면 테오의 도달도 막을 수 없을 터였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뿐이었다.
분침이 초침을 따라잡는 일도 미친 짓이지만, 시간을 되돌리는 건…….
테오가 아파하며 품에 파고든 아이를 업었다. 나는 그들을 부축하며 이끌었다.
피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미 온몸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가는 건, 과거를 거슬러 보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아이를 업은 테오가 쓰러졌다. 내가 둘을 업었다. 그리고 백발노인을 향해 걷고 또 걸었다.
내장이 불타는 듯했다.
내면의 원들이 날뛰었다. 마지막 마법을 쓰며, 열 개가 되었던 원들은 이제 너무 많았다. 그 많은 원이 날뛰면서 발버둥 쳤다. 마치 불구덩이에 갇혀 빠져 나오려고 몸부림치듯. 나와 같이 생매장당하지 않으려고 내 존재를 뚫고 뛰쳐나오려 하듯.
아… 정말 그렇겠구나… 이제 죽게 생겼으니…….
나는 죽어 가고 있었다. 정말 죽는 건 아니겠지만, 예지의 꿈에서 그토록 적나라하게 느꼈던 고통을 다시 느꼈다. 그때보다 더한 아픔이었다. 여기서 신성을 모두 잃고서, 시간의 흐름 속에 생매장당하여 화석처럼 박제된다면, 차라리 소멸이 나으리라.
그때는 나만 죽으면 됐으니까. 여한 없이 눈을 감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죽으면… 아무도 못 구한다…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터였다.
걸었다. 전신을 으스러뜨리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서. 걸었다. 구해야 하는 자들의 무게를 견디면서. 걸었다. 운명을 거스르며. 걸었다. 삶을 향해.
내가 죽더라도, 내가 가는 길이 삶을 향해 있다면.
이들만 산다면, 내 죽음도 삶이었다.
그러나 나는 더 견디지 못했다. 그만 무너져 내렸다. 절망 속에서 나는 몸부림쳤다.
그때 백발의 노인이 보였다.
노인은 이를 악물며, 지팡이를 짚고 있는 힘을 다해 걷고 있었다.
노인은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았다. 가까운 곳에 자식과 손주가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노인도 본래의 시간보다 빨리 오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하지만 예지의 꿈에서보다 더한 고통이 나를 찌르고 또 찔러서…….
그때, 서두르던 노인이 지팡이를 손에서 놓쳤다. 노인은 그만 쓰러졌고 앞을 못 보는 그는 지팡이의 도움 없이 일어나지도, 방향을 잡지도 못했다.
노인은 그만 쓰러진 채 눈물만 흘리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라. 조금만 힘내면 된다!”
나는 노인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노인은 기진해서인지, 아니면 내가 외부에서 개입한 존재로 그들 같은 제물이 아니어선지 내 말을 듣지 못했다.
그가 방랑하지 않았던,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랐다. 테오도 나와 신도의 관계를 맺지 않았다면, 내 말을 듣지 못했을지도 몰랐다.
그때였다. 내게 업힌 채 같이 쓰러져 꼼짝도 못 하는 테오가 중얼거렸다.
“테오… 테오파노 님…….”
테오는 그 말밖에 못 하는 걸까? 처음 만났을 때도 노인과 달리 말을 잘 못 했다.
노인은 그나마 집에 머무르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과 교류했지만, 테오는 방랑을 너무 오래 해서, 제 이름도 기억 못 하나? 아버지와 자식의 이름도?
“테오, 네 아버지의 이름이 무어냐?”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