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3
23
이번에는 용병대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도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두 사람이 이제 공통점을 나누어 가졌다. 나의 은총을 받고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헛소리 마십시오!”
“둘이 이젠 고함도 동시에 지르는구나. 호흡도 잘 맞으니 과연 나의 신도들이다.”
칭찬해 주자 부끄러운지 얼굴이 더 붉어졌다.
“이는 사랑의 여신 헤르첼로이데가 몸소 설파하는 진리이다.”
하지만 불손한 말은 경고해 주어야 했다.
“헤르첼로이데 여신의 노여움을 사지 말라. 여신은 스카텔란 신처럼 죽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음… 여신의 진리를 헛소리로 치부하지 말라. 그에 따르는 위험성은… 음… 엄청나다. 엄청나게 복잡하다.”
이제 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하, 하지만 억울합니다! 제가 이 자식을 치…, 사, 사… 아무튼, 절대 아닙니다! 저는 처자식이 있습니다!”
“불륜은 나쁘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 어머니이신 피오르델리케 여신까지 분노케 하지 말라.”
어머니와 헤르첼로이데는 그 문제에서 대립 구도였다.
어머니도 화를 내면 무서운 분이었다. 나한테는 안 내지만.
“너는 두 강력한 여신의 노여움을 동시에 사고 있구나. 그것은 신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다. 내 신도여, 더는 죄를 범하지 말라.”
분명히 일러 주자, 용병대장이 핏기 가신 얼굴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래, 반성하여라. 네가 기꺼이 죄를 씻겠다면, 내가 돕겠다.”
“저는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때 아타울프가 소리쳤다.
“아타울프, 왜 그리 화를 내느냐? 잠시라도 소외됐다고 느껴서 질투를 느꼈느냐?”
“지, 질투…….”
“그래, 질투.”
훗, 레오파라가 짧게 웃었다가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렸다.
“너는 아까 내게 너와 저자 중 누굴 선택할지 물었지. 왜 신인 내가 신도들 중 한 명만 선택해야 하느냐?”
되물어봤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아타울프였다.
“이해한다. 너는 네가 선택받기를 바랐겠지. 너와 저자 둘만 있을 때는 아무 문제없다가, 내가 나타나니 문제가 생겼구나.”
헤르첼로이데의 취향인 치정극에는 공통 요소가 있었다.
홀수의 관계.
짝수였을 때는 문제 없다가 홀수가 되면 소외되는 자가 생겨서.
“네가 소외된다고 느꼈느냐? 그래서 너 혼자 선택받고 싶었느냐?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감추고 싶었느냐? 걱정 말라, 그럴 필요 없다. 나는 너의 신이다. 너를 이해하고 용서한다. 너를 받아들이고 너를 이끈다.”
아타울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까지 그에게 이렇게 말해 주는 존재가 아무도 없었나 보다.
“걱정 마라. 아타울프. 내가 그 모든 질투에서 너를 구원하나니.”
우리 교에 왔으면 치정은 그만두고 마법에 집중해. 여기 사랑의 종교 아니다. 전쟁을 막아야 할 판에 연애라니,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아라, 신도들이여!
나는 두 팔을 벌렸다. 하늘을 향해서.
아타울프를 향해 내밀었다가 그가 나를 끌어안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나는 어머니 말고는 아무도 끌어안고 싶지 않으니까.
“테오파노 신께서 구원하나니!”
레오파라가 고함쳤다. 나를 따라 번쩍 팔을 들어 올리며.
역시 내 첫 번째 신도였다. 내 의도를 바로 파악하고, 제일 빨리 호응하는.
그러더니 레오파라는 아타울프에게 고개를 휙 돌렸다.
“보았느냐, 들었느냐, 겪었느냐? 이것이 테오파노 신이시다!”
그렇게 교리서에 실어도 손색이 없는 또 한 번의 명언을 날리더니, 크게 웃음을 터뜨리는 레오파라였다.
“크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
영주와 성주도 미친 듯이 웃었다. 나도 웃었지만, 내 웃음은 그들 셋의 웃음소리에 파묻혀서 들리지도 않았다.
셋은 배를 잡고 웃었고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탁자를 두드리며 웃었고, 서로 부둥켜안고 웃었다. 정말이지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행복했다.
모두 기분 좋게 웃고 나서 재판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다시 전장에서 만나면 신도고 뭐고 죽이겠습니다. 절대 내통하지 않겠습니다. 고용주와 맺은 계약을 충실히 지키겠습니다.”
턱수염 용병대장 군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타울프는 입을 꾹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직 용병인 레오파라의 제의에 따랐다.
두 용병 다 고용주와의 계약에 불충실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돈 때문이었습니다. 돈 때문이었다고요! 오래 살아야 돈도 벌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단 말입니다!”
군터가 항변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과 돈이 얽혀도 사랑은 사랑이다. 치정이 되기 더 쉽지만.”
헤르첼로이데 여신의 주장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 후 덧붙였다.
“신도가 보살펴 달라고 하면 신은 마땅히 심신을 함께 돌보아 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돈 문제만 챙겨서야 되겠는가. 사랑도 지켜봐 주리라.”
스카텔란 형은 건전한 육신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고 하였다.
헤르첼로이데는 사랑하면 아름다워진다고 하였다.
다행히 나의 새로운 두 신도 모두 건강하고 부유하니, 마음만 돌보아 주면 되겠지.
내 비록 사랑을 해 본 적은 없지만, 사랑의 여신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그들의 고뇌는 얼마든지 해결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군터와 아타울프는 서로 무시무시하게 노려볼 뿐, 침묵했다. 이제 와서 그 마음을 숨겨 봤자 소용없을 텐데.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더 가르침을 구할 필요가 없는 모양이구나. 내 신도들은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니, 참으로 기특하다.”
“감사합니다…….”
그들이 그렇다고 고용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공격하라면 공격했고, 방어하라면 방어했다. 위험을 무릅쓰며 싸우긴 했다.
그 위험을 너무 자의로 조절해서 양측이 이길 기회를 살리지 않긴 하였으나.
그래서 두 영주 부자도 위약금을 물리지 않되, 두 용병대장도 계약을 바로 해지하기로 동의했다.
“다만, 그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야 합니다. 저희는 테오파노 님의 중재에 감명받은 나머지 계약에 응한 겁니다. 테오파노 님을 향한 믿음 때문이지, 절대 다른 이유에서가 아닙니다.”
군터가 핏발 선 눈으로 말했다.
“그렇고말고.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나를 향한 믿음을 말하면서 내 신도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판에. 참으로 감동했다.”
“네… 감사합니다. 다른 이들이 또 웃어 대기 전에 일을 끝내지요…….”
“우리 교는 웃음과 노래와 춤이 가득한 종교다. 너도 마음껏 웃어라.”
“네… 일단 일부터 마무리 짓고 말입니다…….”
“그래, 어서 마무리 짓고 너도 우리 교 신자답게 환히 웃는 모습을 내게 보여 주어라. 너의 신인 나를 기쁘게 하라.”
“네…….”
“네가 처음에는 화를 너무 내서 인상이 나빴었는데, 이제 보니 참 순하고 좋은 사람이구나. 오해해서 미안했다.”
“아닙니다… 제발 계속 오해해 주십시오.”
“하하, 너처럼 농담도 잘하는 신도가 들어오니, 우리 교가 더 밝아지겠구나, 하하하!”
“하하하하!”
그러자 이번엔 아타울프도 웃었다.
“허허허허흐흑!”
군터도 웃었다. 처음에는 수줍어서 잘 안 웃었던 듯했지만, 이제는 잘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도 현실의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보통 수비군보다 공격군이 훨씬 인원이 많았다.
그래서 군터와 성주는 서로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계약을 종료할 수 있었으나, 아타울프와 영주의 계약은 그렇지도 않았다. 또한 그가 영주에게 팔아 치운 공성추와 공성탑의 문제도 있었다.
“좋습니다. 그 두 무기는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 제가 구입한 것으로 하고, 영주님과 은행의 계약도 해결하지요.”
하지만 아타울프가 더 길게 끌지 않고 방법을 제안했고, 영주는 즉시 받아들였다.
“다른 무기도 아니고 기동성을 저해시키는 공성 장비를 용병단이 보유하겠다고?”
레오파라가 말하더니 덧붙였다.
“벌써부터 다른 전장에 팔아 치울 셈이군.”
“내가 하도 인기가 많은지라 이곳저곳에서 초대장이 오는 걸 어찌 막을까?”
아타울프가 씩 웃더니 덧붙였다.
“네 말마따나 기동성 때문에 무기를 직접 보유하지 않을 뿐이지, 사려면 얼마든지 살 수 있어. 무기건 병력이건 난 늘 공급에 수요를 대니까. 그게 몸뚱이 하나로 부유해진 나와, 똑같이 시작했지만 제 발로 박차고 나가더니 하찮은 길드나 전전하던 너의 차이지.”
레오파라가 화를 내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는 여유롭게 미소 지었다.
그러자 아타울프는 눈을 번득이며 고개 돌려 나를 보았다.
내 느낌이지만, 둘 다 무언가 말하려고 한 듯했다. 하지만 그때, 먼저 들려 온 목소리가 있었다.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때 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오로지 나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나는 그만 몸을 떨었다.
-무슨 상관이야? 여기 왜 나타난 건데?
갑자기 성주처럼 반항심이 폭발했다.
-내 영역이니까.
바보 같은 질문을 비웃듯 즉답이 떨어졌다. 레오파라가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테오파노 님?”
-저것들은 뭐야? 내 신도인가? 내 신도가 있다면 바로 나타나도 되겠군.
-아니야!
-확실해? 내 확인이 필요한 문제 같은데?
-기다려.
-내가 왜?
나는 바로 일어나서 말했다.
“재판이 끝났으니, 잠시 쉬어야겠다.”
“네? 갑자기요?”
군터가 눈을 깜박거렸지만 나는 말을 이었다.
“너희도 병사들을 단속하며 잔치를 즐겨라.”
“테오파노 님은 같이 즐기지 않으십니까?”
성주가 물었으나, 나는 급했다.
“나도 곧 합류하겠다. 신으로서 사람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 오늘 일어난 일을 반추하며 잠시 사색에 잠길 필요가 있을 뿐이다.”
라프트레이 형이 무어든 배워 두면 언젠가 다 쓸모가 있다고 했었지.
농담인 줄 알았었는데, 그때는 믿기 어렵던 형의 말을 지금 그대로 따라 하니 그럴듯한 구실이 되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레오파라, 너는 내 첫 번째 신도다. 새로운 신도들에게 간략하게나마 교리를 가르쳐라. 다들 오늘 일어난 일을 곰곰이 되새겨 보아라.”
따라오려는 레오파라를 말린 후 나는 아래로 내려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방으로 들어갔다. 마침 텅 비어 있었다.
안에 들어가 문을 닫고 난 후 바로 소리쳤다.
“갑자기 여긴 왜 온 거야?”
신들에게는 불문율이 있다.
한 신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 곳에 다른 신이 나타나지 않는다. 미리 이야기가 되었거나 그 신이 불렀다면 몰라도.
-신이라면 사람들 앞에서 위엄을 세우라. 그러지 못한다면 아예 사람들 앞에 함께 나서지 말라.
주신 헬라네스의 경고에 따라.
신들끼리 싸우는 건 자유였다. 특히 서로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이 대립할 때는. 신들의 도시가 서로 싸울 때는.
하지만 명분이 불확실한, 사사로우며 소소한 다툼을 사람들 앞에서 벌여서 체면 구기지 말라는 뜻이었다.
신들도 이견이 없었다. 주신의 명령이라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이들이야 언제나 있긴 했지만.
지금, 눈앞의 내 친형 같은.
“내가 할 소린데?”
질풍처럼 나부끼는 검은 머리, 뱀 대가리처럼 구불거리고 뱀 꼬리처럼 길다. 광인이 제 이마를 칼로 찔러서 흐른 피가 눈에 들어간 듯 시뻘건 눈동자. 보는 순간, 치가 떨리게 사악한 이목구비.
내 친형이자 전쟁의 신인 스카텔란이었다.
오늘도 갑옷과 망토만 입고 있었다. 형은 옷이 갑옷과 망토밖에 없으니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렇게 키운 게 아니다. 본인의 취향일 뿐.
어렸을 때 맨몸에 갑옷을 입으면 피부에 쓸리지 않으냐고 물어봤더니, 직접 입어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면서 나도 자신처럼 만들려고 했었다.
그래도 이번엔 화려하게 세공되고 보석이 박힌 순금 갑옷을 입고 금수를 놓은 붉은 망토를 휘날리고 있었다.
적어도 피가 잔뜩 튀어 있는 갑옷은 아닌 걸 보니 헤르첼로이데와 만나거나 개선식에 가는 복장이었다. 둘 다거나.
그래선지 머리카락도 망토도 평소보다 더 휘날리는 느낌이었다. 그럼 병사들이 신의 모습에 더 용기를 얻고 사기가 높아진다고. 바람의 신이 되지 그랬어.
“역시, 할 말이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