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4
24
내가 잠시 대답을 안 하니까, 형이 멍멍 짖었다. 개의 신이 되지 그랬어.
“오랜만에 만난 형이 너무 반가워서 할 말을 잊었어.”
나는 친동생으로서 전쟁의 신이 걸어 오는 싸움에 대처하고자, 형에게 한정된 생존 본능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거짓말을 내뱉자마자 나는 입을 손으로 막았다.
진심이잖아?
그럴 리 없는데.
하지만 사실이었다.
너무나 생생했던 예지의 꿈에서 깨어나자, 식구들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어머니하고만 만난 후 바로 지상으로 왔었다. 떠나고 싶지 않은 나머지 차라리 빨리 떠나고 싶기까지 했었다.
스카텔란 형은 그 꿈을 꾼 이래 처음 만난 형제였다.
예지자의 삶이란 얼마나 고달픈가. 친형이 보고 싶어질 정도라니.
하지만 전쟁에서 가장 고생했던 스카텔란 형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면… 아무리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해도 현기증이 난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스카텔란 형은 나보다 더 놀란 얼굴이었다. 비웃지 않으니 조금 잘생긴 듯도 했다.
“네가 말해 놓고 입은 왜 막아?”
하지만 곧 친동생을 죽일 듯이 노려본 형이 성큼성큼 다가와 내 손을 거칠게 떼어 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동생이 날 그리워했구나. 형이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입까지 틀어막고 우는데? 하하하하!”
“안 울었어!”
여전한 스카텔란 형을 보자, 그 꿈이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평소보다도 더 팔팔한 형을 두고, 일어나서도 안 될 일에 사로잡혀 있는 건, 아무리 사이 나쁜 형이라도 해서는 안 될 짓이고말고.
“전쟁이 형의 영역이라고 하지만 이미 끝났어.”
한결같은 형 덕분에 쓸데없는 상념을 쳐 낸 나는 일단 우겼다. 나도 한결같은 동생이 되어야 하니까.
아무 일 없었으니까.
“형이 너무 늦게 온 거야.”
한 신이 먼저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다고 해도 다른 신의 영역에서 그랬다면 상호 동의 없이 나타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형에게 인정하진 않을 테지만.
스카텔란이 피식 웃었다. 그 얼굴로 웃으니까, 더 못돼 처먹어 보였다.
“너는 전쟁을 했어. 네 성지나 네 신도들을 위해서라는 명분 없이. 내 친동생이 내 영역에 쥐새끼처럼 기어들어 왔다고.”
“나는 전쟁을 이기려고 하지 않았고, 어느 한쪽을 패하게 하지도 않았어. 나는 내 힘을 연마했을 뿐이야. 그러니 내가 전쟁을 했다고 볼 수는 없어.”
나도 따질 거 따지고 나섰다.
“네 힘? 그러고 보니까 너 뭔가 이상한 짓을 하고 다니더라? 어디, 형 앞에서도 한번 해 보지 그래? 얼마나 쓸 만한지 한번 봐주지.”
“웃기지 마. 내가 또 속아 넘어갈 것 같아?”
어떻게 싸움을 벌이고 어떻게 이기는지, 어려서부터 머릿속에 그 생각뿐이었던 형의 동생으로 살아온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됐다. 직접 경험한 듯 뼈에 사무치는 예언의 꿈까지 꾼 나다. 그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지.
“내가 여기서 형에게 내 힘을 보여 주면 형은 자기 힘과 겨뤄 보자고 할 거고, 그러려면 직접 싸우는 게 최고라고 할 거고, 이왕이면 다른 이들도 같이 끌어들이는 편이 좋다고 할 거잖아!”
다시는 속지 않으리.
스카텔란 형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당연하지. 그래서 그게 왜 너를 속이는 건데? 내가 너만 싸우게 했어? 나도 싸우는데?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더 많이 싸우는데?”
“말을 말자!”
“네 맘대로? 전쟁이라는 내 영역을 침범했으니, 네가 나한테 싸움을 먼저 걸어 온 셈인데?”
스카텔란 형이 팔짱을 끼며 코웃음을 쳤다.
“아버지 앞으로 끌고 가서 고발하기 전에 닥치지 그래?”
…화내면 안 돼. 그게 바로 형이 원하는 거야.
“난 아무도 안 죽였어. 오히려 서로 죽이려고 싸우는 이들을 말렸지. 그런데도 내가 무슨 전쟁을 했다는 거야? 피 한 방울 안 흐른 전쟁이? 형은 그걸 전쟁이라고 할 수 있냐고! 명색이 전쟁의 신인데 자존심도 없냐?”
형이 입술을 짓씹었다.
이겼다. 말로만 이겼으니, 더 대단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스카텔란 형이 반박했다.
“그럼 네가 전쟁을 망친 거지!”
“내가 전쟁을 끝냈는데, 전쟁을 망쳤다고?”
“그래, 네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전쟁이 멈추지 않았을 테니까! 그러니 네가 내 영역을 침범한 게 맞아!”
화가 치밀었다. 그래도 그리움이 사라져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형의 모든 게 수상했다.
이 공성전은 규모도 작았지만, 형이 현신할 전쟁이 절대 아니었다.
첫눈에 형이 지루해하다 못해 경멸할 전장이라는 걸 알았다. 나도 무턱대고 뛰어든 건 아니었다. 형이 여기론 절대 오지 않을 거라고 좀 만만하게 보긴 했지만…….
“언제는 싸우면서 목숨도 안 걸고 돈만 밝히는 놈들은 형의 신도들이 아니라며? 아무리 이기게 해 달라고 형을 목 터지게 불러 봤자 상대도 안 하겠다며? 이제 와서 왜 말 바꾸는데? 왜 갑자기 신경 쓰는 거야?”
“그래, 내가 왜 갑자기 신경 쓰는지 생각 좀 해 봐라! 내가 여기까지 몸소 왜 왔겠냐? 늘 어머니 아버지 신전에서 뒹굴대다가 갑자기 꽁무니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자리 박차고 뛰쳐나온 놈아!”
언제는 그러고 뒹굴댄다고 게으르기 짝이 없다며!
“아버지가 보낸 거야?”
스카텔란 형의 눈이 진짜 활활 타올랐다.
“내가 아버지 말 들을 거 같아?”
“불효자인 게 뭐 자랑이야? 제 입으로 날 아버지 앞으로 끌고 가겠다고 하고선!”
“이 자식이 진짜!”
하지만 형이 암만 고함지른들 말로는 내가 이기고 있었다. 지상까지 내려와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그러자 의기양양해지면서 가슴이 부풀었다. 이래서 싸움의 신과 오래 함께 있으면 안 되는데… 하지만 싸움의 신을 이기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아, 알겠어, 형은 나를 감시하러 온 거군?”
“내가 너를 뭐 하러 감시하는데?”
물론 나도 진심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카텔란 형이 화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웃고 있을 때보다 훨씬 잘생겨 보여서, 형에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형의 자리를 위협할까 봐 걱정해서 온 거 아니야?”
스카텔란 형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 봐! 정곡을 찔렸지!”
다음 순간, 눈앞에 휙 하고 붉은 게 일렁거렸다. 다음 순간,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서 있었는데, 어느새 얼굴이 바닥을 향해 있었다. 거꾸로 들린 몸은 형의 붉은 망토에 감싸여 형의 어깨에 떠메진 채였다.
그렇게 형의 공격에 대처하긴커녕 이미 졌다는 상황을 파악하기만도 시간이 걸렸다.
“그래, 네 말대로 내가 너를 감시하러 왔으니까, 아버지 주신 앞에 가서 고발하겠다.”
“안 돼!”
지상에 갓 내려왔었던 초반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도 어머니 아버지를 불러 대며 도움 받고 싶을 때가 자주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주저하게 되었다. 만일 두 부모 신이 작정하고 캐묻는다면 내가 과연 예언의 비밀을 지킬 수 있을까.
“왜 안 되는데? 언제는 아버지가 날 보낸 거라며?”
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전쟁의 신과 다투면 호승심과 싸움 욕구가 치밀어 오른다. 그것도 그의 권능이니까 휘말려선 안 됐는데.
“갑자기 조용해졌네?”
“…돌아가지 않을 거야.”
형의 어깨에 둘러메진 채로 웅얼대자니, 머리로 피가 쏠렸지만 꾹 참고 말했다.
“다 큰 놈이 옹알이하지 말고.”
“안 돌아간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마법을 썼다.
“악!”
형과 나 사이에 방어막이 일어나며 형을 밀어냈다.
쿠당탕! 주변의 의자가 넘어졌다. 다른 자 같았다면, 갑자기 생겨난 방어막에 밀려 쓰러지고도 남았을 텐데.
하지만 전쟁의 신은 쓰러질 뻔했으면서도 재빨리 몸을 바로 해서 똑바로 섰다.
“너 뭐 한 거야?”
“안 돌아간다고 말했잖아!”
“그거 말고 방금 뭐 한 거야?”
“날 억지로 끌고 가려는 형한테 내가 왜 대답하는데?”
스카텔란 형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 힘이 이상하니까 그렇지. 그건 보통의 신성과 달라.”
“내 힘에 트집 잡을 생각 마. 어쨌건 안 가!”
“고집불통이구나!”
“그건 어머니 아버지가 늘 형한테 하는 소리잖아!”
“닥쳐! 나와 지금 당장 천상으로 돌아가든가, 지상에 계속 남아 있겠다면 내 하위 신이 되도록 해!”
하위 신이라니! 나한테 하위 신이 되라니!
다른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에는 주신에게 고발당하는 위험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야 헬라네스가 무죄 판결을 내릴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주신에게 고발하기도 전에 패해서 상대 신의 하위 신이 될 수도 있었다. 진짜 강력한 신들은 모두 거느리고 있는 부하 신.
나만 하위 신이 없는 것도 모자라 다른 신의 하위 신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하위 신과 상하 관계를 명확히 하고자 아예 자기 계보에 넣기도 한다. 실제로는 혈연이 아닌데 자식 신으로 삼는 식이다.
예를 들어 라프트레이 형은 나보다 나이 많은 자식인 세르케타가 있다. 세르케타는 약초가 많이 나는 지방의 토착신으로 그리 유명하지 않았으나, 라프트레이 형의 자식이 되면서 주신의 방계로 들어왔다.
그는 주로 치유의 신으로 불리지만, 이제 의학의 신도 되었다. 라프트레이 형이 의술을 학문의 영역에 넣으면서 기존에 있던 치유의 신들 중 세르케타를 하위 신으로 삼았으니까.
물론 그렇게 상호 이상적인 사례는 드물다.
그리고 나처럼 주신과 모신의 자식으로서 계보가 명확하면 다른 신의 자식도 될 수 없다. 나보다 혈통이 뛰어나지 못한 신의 자식이 되는 일을 내 부모 신이 용납할 리가 없으니까.
또한 형제자매 신들의 자식이 되면 계보가 꼬이는 정도가 아니라 패륜이 된다. 지금 있는, 조카 아닌 조카들만도 부담스러운 판에.
그래서 계보에 넣지 못하면 시종으로 만든다. 혈연에서 한 단계 떨어뜨린 주종 관계로.
심부름꾼 신, 시녀 신, 이렇게 그 신의 역할을 정하고, 사람들도 그 그렇게 부른다.
어엿한 신이 되어 보겠다고 인간 세상까지 내려가더니, 겨우 시종이 되려고 갔니?
가만있으면 중간이나 갔지, 하하하하!
어머니와 형제자매들이 귀에 대고 말하는 듯한 환청이 생길 판이었다.
“내가 왜 형의 하위 신이 되어야 해?”
“지상에서 계속 네 멋대로 돌아다니고 싶으면 사람들이 널 부를 정식 명칭이라도 있어야 해. 전쟁의 신을 섬기는 부하 신 누구누구라든가. 그래야 신성을 높이기도 좋고.”
“그럴 필요 없어, 난 마법의 신이야!”
“그것참 대견하고, 기특하네.”
스카텔란 형은 칭찬도 재수 없게 하는 고유한 능력이 있었다.
“일단 내 하위 신으로 시작해.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말을 들이밀지 말고. 대체 널 어떤 하위 신으로 삼아야 하나.”
형이 안 그래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미간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성격이 나빠 보이는 얼굴인데, 거기서 더 나빠 보였다.
“전령으로 삼자니, 너 같은 애가 어정거리며 와서 해맑게 선전 포고하면 아군이고 적군이고 김이 새겠지. 전쟁의 공포를 널리 떨치게 하자니 네가 먼저 오줌 쌀 것 같고, 사기를 돋우라고 하면 방글방글 노래하고 춤추기나 할 텐데 대체 뭘 시켜야 할지-”
“꿈 깨지 그래! 형의 하위 신이 되는 일은 절대 없어!”
나는 분노해서 소리쳤다.
“방금 건 나쁘지 않은데? 그런 식으로 분노의 함성을 연습해 보면 어때?”
“안 한다니까! 형의 하위 신이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미 수도 없이 해 온 말이었다. 형의 동생이 아니라는 부정만큼이나 효과가 없으니까, 제대로 공격하려면…….
“차라리 다른 신의 하위 신이 되는 게 낫지!”
“뭐가 어째!”
스카텔란 형이 고함쳤다. 전쟁의 신에게 내 공격이 제대로 들어 먹혔다!
“누구? 라프트레이? 설마 발트라하?”
형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스카텔란 형은 나뿐 아니라 다른 형제자매들과도 사이가 안 좋았으니까. 참 한결같은 신이었다.
“아니야.”
내가 미쳤어? 불구덩이 피해서 물구덩이로 빠지는 꼴인데?
그러자, 스카텔란 형은 충격받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너, 내 연인에게 반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