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7
27
내 물음에 아타울프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를 격려하는 눈빛으로 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주었다.
거짓을 말할 때 능란했던 자일수록 진실을 말할 때는 서투르다.
“나는 너의 신이다. 네가 내게 못할 말은 없다.”
신이라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던 다 들어야 한다. 그래야 용서든 처벌이든 할 테니까.
아타울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테오파노 님이 어디까지 가실지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어디로 가느냐?”
나는 이미 멸망한 세상의 끝에서 돌아왔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실지… 그런 상황에서도 변치 않으실지…….”
아타울프가 입술을 깨물고 바닥을 내려다보며 말을 흐렸다.
“너는 내가 너를 어디까지 받아 줄 것인지 알고 싶었구나.”
내가 말하자 아타울프는 잠시 수그렸던 머리를 휙 쳐들었다.
뱀처럼 빳빳한 모가지를 쳐 들고 눈동자를 번득이며 그가 말했다.
“저는 추한 세상의 추한 사람입니다. 그것이 제 춤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름다운 춤을 추지 못한 것은 세상이 그에게 아름답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가 세상에서 추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전쟁의 신을 향해 말했다.
그답지 않게 딱딱하게 굳은 형의 얼굴에 이상스러웠지만, 지금은 내 신도가 우선이었다. 나는 아타울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추한 사람 역시 그 세상을 추하게 만들었다.”
“그렇습니다.”
아타울프는 바로 시인했다.
“세상이 추하니까, 너도 추해도 된다고 생각했느냐? 세상을 더 추하게 만들어도 된다고?”
“네, 그렇습니다.”
“내 신도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세상은 확실히 내게도 아름답지 않구나.”
나도 시인했다.
하지만 가장 추한 세상을 이미 보아서 그런지, 아무리 작은 가능성이라도 놓칠 수 없었다.
이미 아타울프의 가장 추악한 모습을 보았으니까.
자신의 추악함에 대한 시인이 그가 변할 가능성이기를.
“지금이라도 아름답고 싶으냐? 너도 세상도, 그렇게 만들고 싶지는 않으냐?”
아타울프가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되물었다.
그 믿기 어려워하는 의혹이 도리어 더 간절하게 보이는데도, 자각조차 못 한 채로.
“제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모른다.
너밖에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아는데?
나는 너를 안다. 네 미래를 안다. 알기 때문에, 지금의 무지가 더 두드러질 뿐.
그럼에도, 바뀔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로지 그 자신만이 알 수 있는 것을 간절하게 묻는 사람한테 99의 불가능성조차 말하지 못하는 신의 무능.
결국 신도 간절하게 바라기 때문에, 1의 가능성을.
“나는 그렇게 되고 싶은 네 마음을 믿는다. 그렇기에 너와 나, 사람과 신은 아주 작은 희망에서조차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것이, 신이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의 반항에 숨겨진 아주 작은 진실이라도.”
너는 나를 속이려 했지.
그렇다면 나는 네 그 속임수까지도 알아주겠다.
네게 끝내 희망이 없다면, 끝까지 기만과 거짓으로 점철한 삶을 산다면, 네 마지막은 내 손으로 거두어야 하니까.
어느덧 사방이 고요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침묵하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고요하지 않았다. 무언가 그들의 눈 속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그들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무언가가.
아마 그런 것들을 아타울프는 춤으로 표출했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런 것들을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나를 믿을 수 있도록.
내가 사람들을 믿을 수 있도록.
가장 추악한 세상을 목격했던 나야말로, 믿음이 가장 절실하니까.
아타울프와 내 눈이 다시 마주쳤을 때 그의 눈빛이 떨렸다.
그 순간, 스카텔란 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과연, 내 동생의 말이 옳다. 그러나 그 진실은 추하지 않은가? 진실이라고 무조건 아름다운가?”
나는 소스라쳐 그를 바라보았다.
…형은 분노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분노에도 짜증이라든가, 답답함 같은 다른 감정이 섞였고, 무엇보다도 나를 가르치겠다는 목표가 우선했다.
하지만 지금은 순수한 분노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사람들로 하여금 분노를 노래하게 하는 신이, 스스로 분노를 노래한다면…….
대체 왜.
이유를 알 수 없었으나 그럴 시간도 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진정 아름다운 진실과 그것을 담아 내는 춤을 보여 주어야겠구나.”
전쟁의 신이 그렇게 말하면서 검을 손에 쥐었다.
“저를 벌하소서, 전쟁의 신이시여. 기꺼이 벌을 받겠습니다.”
아타울프가 탄원했으나, 전쟁의 신은 비웃었다.
“내 동생이 용서한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내가 왜 벌을 주겠는가? 춤을 출밖에.”
그때였다.
“위대하신 스카텔란 신이시여!”
그때, 레오파라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준 검을 치켜들고서.
“레오파라!”
내가 놀라서 소리쳤지만, 레오파라는 내게 공손히 절한 후 전쟁의 신을 향해 말을 이었다.
“우리 테오파노 교단의 신참자가 스카텔란 신의 심기를 어지럽혀 드렸으니, 죄송할 따름입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하니, 우리 교의 첫 번째 신도이자 테오파노 신의 사도인 제게 부디 기회를 주십시오.”
“레오파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내가 해결할 거라고 못 믿어? 절대 나서지 마!
하지만 전쟁의 신은 레오파라에게 이미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너는 용병이 아니더냐?”
“저는 더 이상 용병이 아닙니다. 테오파노 님의 전사입니다.”
레오파라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흠, 네가 내 동생의 대전사로 나서고자 하는가?”
“그렇습니다.”
대전사 Champion.
주로 여성이나 어린 후계자처럼 싸움에 임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신해 싸운다. 지혜의 여신 발트라하가 전투의 영역에 교묘히 간섭한 결과였다.
“내 동생에게 대전사가 왜 필요하지? 그 신이 약한가?”
스카텔란이 팔짱을 끼고 물었다. 레오파라는 고개를 저었다.
“테오파노 님은 저의 군주십니다. 그분의 명예를 위한 봉사는 곧 제 명예입니다.”
레오파라가 얼마나 위험한 곡예를 하고 있는지.
그가 용병이라는 직업을 포기하며 대전사로 나섰지만, 사실 대전사는 일종의 용병이다. 약자들 대신 싸우지만 보수를 받으니까 천대받기도 한다.
그런 대전사가 명예로운 경우는 단 한 가지.
대관식 때, 무장이 허용되지 않은 신전에 완전 무장을 한 기사가 말을 타고 나타난다.
-나의 군주가 왕위에 오르시매, 이의 있는 자는 지금 나서라!
그 기사는 신전의 입구에서 군중을 향해, 황금 건틀렛을 집어 던진다. 결투의 증표.
누구라도 집어들 수 있다. 왕의 즉위에 반대하여 싸울 자라면.
군중이 응하지 않으면 기사는 본디 말이 들어가지 못하는 신전 안까지 말을 타고 들어간다.
그 안을 한 바퀴 돌면서 왕족들과 귀족들을 향해 황금 건틀릿을 집어 던진다.
세 번째로, 군주가 앉은 옥좌의 아래에 서서, 황금 건틀렛을 바닥에 던진다. 정녕 역적이 몰려온다면 그 자리에서 죽을 것처럼.
지금 레오파라는, 나를 자신의 군주로 내세우고 있었다.
내가 이 성의 수호신으로 이미 즉위한 듯이.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볼 때는 얼마나 왕권이 불안정하면 대관식 때마저 저런 시위를 벌이나. 그것도 건방지게 신전에서 하다니, 왕위에 오르자마자 신에게 반항하나 싶었는데, 내가 그 불안정한 지상에 오자 느낌이 달랐다.
“왕은 자신과 동등한 존재하고만 싸우기 때문에, 대전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내가 내 동생과 동등하지 않다는 뜻인가?”
그때 전쟁의 신이 냉소하며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스카텔란 님과 테오파노 님, 두 분 신은 능히 싸우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두 분이 싸우시면 안 됩니다.”
그때, 레오파라가 대답했다. 그의 말이 정석이었다.
왕이 직접 싸우지 않는 이유는 왕과 동등한 자가 원칙상 없기도 하지만, 왕의 싸움은 곧 전쟁을 뜻하기 때문이었다.
축제의 마상 시합도 아니고, 대관식에서 왕위를 건 싸움이라면 더욱.
“왜 안 되는가? 네 감히 신들에게 이러지 말라 저러지 말라 고하고 나서는가?”
스카텔란이 추궁하며 레오파라를 몰아세웠다.
레오파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오늘 이곳에서 전쟁을 끝냈습니다.”
그리하여 내가 나섰다. 그게 내가 여기서 한 일이고, 앞으로 할 일이니까.
그 마지막 전쟁을 끝내 막지 못한다면 싸울 것이고, 싸운다면 이길 것이고, 그렇게 내 손으로 완결을 낼 테니까.
“내가 그 점을 모를 줄 아는가, 내 동생 테오파노? 바로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전쟁의 신이 조롱했다.
“그런들 형님과 나, 동등한 두 신이 싸우면 전쟁이 일어날 테고, 그렇다면 결국 형님의 승리가 아닙니까? 내가 끝낸 전쟁이 다시 일어났으니까요.”
내가 대답했다.
솔직히 스카텔란 형과 싸우고 싶었다. 있는 힘을 다해 싸우면, 패한들 속이라도 풀리겠지.
하지만 내 사람이 날 일깨웠다. 내가 잠시 망각했던 큰 뜻을, 그 필멸의 가슴속에 품고서.
스카텔란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레오파라를 바라보더니 다시 내게 향했다.
“하하하하!”
그가 목을 뒤로 젖혀가며 웃음을 터뜨렸다. 목젖도 터뜨려 주고 싶었다.
“과연 담대하구나. 내 영역으로 아장아장 걸어 들어와 전쟁을 끝낸 것도 모자라, 다시 시작할 전쟁도 아예 막겠다고?”
잘도 이해했으면 그만이지, 왜 굳이 되물어 보는 걸까?
발트라하 누나 같다고 해 주려다, 이렇게 화내게 하는 것도 형의 권능이니까 꾹 참았다.
“좋다, 그렇다면 응하겠다. 너의 진실은 그나마 마음에 드는구나.”
스카텔란 형이 레오파라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레오파라는 다소 뻣뻣하게 말했다.
아타울프는 고개를 떨구었다. 스카텔란 형은 그가 아니라 나를 빗대어 한 말이었는데도.
“하지만 대전사라면, 패했을 경우 그 대가도 치러야겠지.”
나는 흠칫했다.
보수를 받고 약자 대신 싸우는 대전사가 지면, 그 약자가 받게 되어 있던 처벌을 대신 받았다. 감옥에 갇히거나 목이 잘렸다.
“압니다.”
레오파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스카텔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신과 겨루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테오파노 님의 대전사로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아…….
신과 겨루는 자는 신의 노염을 사지만 총애를 살 수도 있다.
특히 스카텔란 신은 잘 싸운 영웅이 있다면 총애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반면, 군주의 대전사는 싸우다 죽어야 한다. 왕의 명예를 지키는 자는 항복해선 안 된다.
레오파라가 나서지 않길 바랐던 마음에는, 본래 믿었던 스카텔란 신의 힘을 깨닫게 되어 다시 믿음이 옮겨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조금 있었다. 그랬던 내가 부끄러웠다.
“네 용기가 가상하니 목숨은 보전해 주마.”
스카텔란 형이 미소 짓자, 아까 분노하던 때와는 달리, 사랑의 여신마저 매료시킨 영웅 신의 매력을 거침없이 뿜어냈다.
나는 시선을 돌렸다.
내 대전사가 되겠다는 레오파라를 거절해야 했다. 계약만 옮겨 주면 스카텔란 형은 나보다 더 엄격히 그를 대할 테니, 괴물의 편이 못 되긴 마찬가지다.
어차피 내 곁에 있어도 내가 스카텔란 형에게 져서 하위 신이 되면, 내 신도들도 형에게 복종해야 하니까.
…형에게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작 신도들 생각은 안 했구나.
그런 신이 저토록 깊은 충심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더 강한 신에게 보내 주는 것이 레오파라를 위해서도 좋다.
하지만…….
나는 아까 사람들과 식사했던 자리에서 내 술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술잔에 가장 좋은 술을 가득 따랐다.
그 술에, 레오파라가 다쳐도 잘 낫기를 바라는 마음과 몸의 저항력을 길러줄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이렇게는 처음 해 봐서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마법이지만, 진심을 다한다면 어느 정도 효과는 있지 않을까.
건틀렛에는 고블렛.
왕의 대전사가 만인에게 결투를 청하며 왕의 명예를 보호한 대가로 주어지는 술잔.
대전사는 그 술잔에 술을 따라 왕에게 바친다. 대전사가 바치는 술 이전에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왕에게.
왕비도 왕자도 대신관도 아닌, 대전사가 왕에게 최초로 술을 바치는 자다.
신관이 신에게 제주를 바치듯, 대전사가 왕에게 제주를 바치는 거였구나.
내 사람 때문에 깨달았다.
“나의 대전사, 레오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