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9
29
스카텔란 형이 나를 한 옆으로 내려놓더니,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아, 그 모습이 얼마나 멋있는지 몰랐다. 지네 괴물조차 징그러워하지도 않고 싸우다니, 과연 전쟁의 신! 우리 형은 얼마나 용감한지! 심지어 비위까지 강하다!
“테오파노 님!”
그때 레오파라와 아타울프가 우르르 달려왔다.
“너희는 괜찮나?”
“네, 괜찮습니다. 당장 피하셔야 합니다.”
“그래, 사람들부터 구한 후에.”
용감하고 비위 좋은 전쟁의 신은 저 괴물을 너끈히 죽일 터였다.
하지만 그는 괴물과의 전쟁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도 당연시하겠지.
-전쟁은 전쟁이다.
언젠가 말했듯.
“찌유으아핫!”
그때 괴물이 비명을 질렀다. 소리까지 징그러웠다.
위를 보니 스카텔란 형이 장검을 휘둘러, 괴물의 다리를 베어 내고 있었다.
멀리서 봐도 다리는 날붙이처럼 각이 예리했다.
공중에서 창날이 사람들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형국이었다.
“아아악!”
사람들이 얼어붙어 비명만 지르고 피하지도 못했다.
나는 재빨리 마법을 일으켜 방어막을 쳤다. 사람들 머리 위 전체에 칠 수는 없지만, 다리가 떨어지는 곳에는 칠 수 있었다.
콰당탕! 방어막에서 튕겨 나온 다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도망가! 도망가라고!”
간신히 살려낸 사람들에게 외치자, 그들은 엉엉 울면서 도망갔다.
“정신 차려라! 밀지 말라!”
영주 부자가 힘을 합해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다리에도 외골격이 있습니다.”
그때 레오파라가 말했다.
내게 다리를 보여 주면서. 다리가 짧지만 하도 예리해서 살이 베일 판이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잘라 냈는데?”
“몸통과 다리가 붙어 있는 부분의 관절을 잘라 낸 거죠. 기사 갑옷의 틈새에 칼을 쑤셔 넣듯 말입니다.”
“찌유으케칵!”
레오파라가 내게 설명하는 와중에도, 스카텔란 형은 괴물의 다리를 하나 더 베어 내고 있었다.
나는 그 다리가 떨어지는 곳으로 다시 방어막을 쳤다.
“꺄아아악!”
하지만 이번에는 빗나갈 뻔했다. 간신히 방어막을 연장해서 막았지만, 다리가 떨어지는 곳을 제대로 예측하기가 의외로 어려웠다. 처음에 막아낸 게 운이 좋았지, 방어막은 갓 만든 마법이라 제어가 어려웠다.
화살을 되돌렸듯, 다리를 되돌려서 놈의 다리로 놈의 배때기를 쑤셨으면. 스카텔란 형도 칭찬할 전술인데.
하지만, 그 스카텔란 형이 괴물에게 저리 붙어 있으니 형을 찌를 수도 있었다.
바로 그 형이 적을 속이려고 아군을 상하게 하는 전술도 가르쳐 줬지만… 내가 형에게 배운 전술을 형에게 쓰지 않는다고 화내지는 말았으면.
“제가 막겠습니다. 저를 중심으로 방어막을 치십시오.”
레오파라가 외쳤다. 그래, 아까 둘이서 화살을 막을 때처럼 하면 될 터였다.
“하지만 네 검은 부러졌잖아.”
그때 아타울프가 지적했다. 레오파라가 움찔했다.
“제가 대신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마법은 신도 중에서도 나와 계약한 사람만 쓸 수 있다.”
아타울프는 나의 신도고, 나는 그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기회를 줄 터였다.
하지만 다가올 전쟁은 내 권한 밖이었다.
계약의 굴레 없이 새로운 힘을 예지의 꿈에 나온 이들에게 내줄 수는 없었다. 지금 꼭 그의 도움을 받아야만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저는─”
아타울프가 입술을 깨물며 말하려는 순간, 레오파라가 외쳤다.
“검이 멀쩡합니다!”
“뭐라고? 하지만 아까 부러졌잖아.”
하지만 정말이었다. 레오파라가 검집에서 꺼낸 검은 멀쩡했다. 분명 부러졌었는데.
마치 부러진 뼈가 다시 붙은 듯이… 아니 그럴 리는 없고, 다시 자라난 듯이?
“조금 형태가 달라졌긴 합니다.”
레오파라가 검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도 자세히 살펴보려 했다.
“까아아악!”
하지만 그럴 새가 없었다.
우리 머리 위에서 형이 괴물의 무수한 다리를 잘라 내고 있었고, 그 다리는 사람들 위로 단검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레오파라가 검을 치켜들고 바로 달려갔다.
확실히 그는 나보다 다리가 떨어지는 방향을 잘 예측했고, 그를 중심으로 방어막을 펼치면, 훨씬 안정감이 있었다.
“키에에에헥!”
그때 괴물이 끔찍한 소리를 내더니, 머리를 지금까지보다 훨씬 격렬하게 꿈틀거렸다.
집게발 같은 독니가 달린 턱이 독사처럼 벌어지더니, 싯누런 독액을 쏘아 냈다.
“피해!”
사람들에게 외치면서 방어막을 발동했다.
하지만 독액이라 막기 훨씬 힘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이미 많이 도망간 뒤라, 다행이었다.
치지직, 독액이 얼마나 독한지, 바닥이나 다른 물체에 떨어지면 표면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났다.
저걸 사람이 맞으면 내가 과연 치료할 수 있을지.
“조심하세요, 테오파노 님!”
레오파라의 고함과 동시에 독액이 바로 내 몸 가까이에 떨어져 튀었다.
다행히 어머니가 준 겉옷이 막아 주었지만, 그 겉옷마저 변색되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레오파라가 내게 오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내저었다. 사람들이 피하기 전까지 방어막을 유지해야 했다.
처음에는 그와 나란히 서서 방어막을 쳤는데, 이제는 그가 먼저 독액이 떨어지는 곳으로 뛰어가고, 내가 그 뒤에서 방어막을 치는 판이었다.
그러니 마법도 더 써야 하고, 정작 나는 그 방어막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기 십상이었다.
그래도 괴물이 이리저리 뿜어 대는 독액을 따라 달려가는 레오파라를 쫓아다니기보다, 원거리에서 그가 있는 방향으로 방어막을 날리는 편이 훨씬 체력 소모가 덜했다.
“제가 막겠습니다.”
아타울프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큰 방패를 들고 내 옆에 서서 내 몸을 가려 주었다.
“고맙다. 레오파라, 걱정 말고 집중해라! 너도 조심해라!”
“…네, 알겠습니다!”
레오파라는 걱정하다가도 눈을 부라리며 다시 달려갔다. 참으로 용감했다.
그런데, 스카텔란 형은 괜찮을까? 역시 이런 거대 괴물은 혼자 상대하기 힘들지도 몰랐다.
“캬야아아아악!”
그때, 정말 엄청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번쩍 고개 들어 쳐다보니, 스카텔란 형이 괴물의 대가리에 달라붙어서, 양쪽 더듬이를 잘라 내고 있었다.
저걸 잘라 내면, 놈의 움직임이 적을 정확히 겨냥하진 못할 듯했다. 하지만 그만큼 움직임이 더 예측하기 힘들지도 몰랐다…….
그때, 더듬이가 잘려 나가기 직전에 미친 듯이 흔들리면서 부풀었다. 독니 아래의 턱도 불룩 튀어나왔다.
지금껏 보아온 대로, 또다시 독액을 쏘려는 게 분명했다. 저 독액을 그 화살들처럼 다시 돌려보낼 수만 있다면!
형을 비키게 하고 해 볼까? 저 더듬이만 잘라내고 나면…….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독사는 자기 독에 다치지 않는다. 제 꼬리를 물거나, 같은 종류의 독사에게 물린들, 면역력이 있으니까.
숲과 사냥의 여신 엘라디안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다른 말도…….
-우로보로스는 영원에 도달하는 경지이거나, 자멸로 추락하는 덫이지.
…이건 누가 한 말이지? 여기 꼬리를 문 뱀이 어디 있다고…….
“테오파노 님, 괜찮으십니까?”
방패를 내 몸 위로 쳐든 아타울프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내 신도의 물음에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괜찮다, 고맙다.”
아타울프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래, 괴물과 싸우는 순간에 다른 생각에 빠져서는 안 된다.
나는 다시 괴물을 살폈다. 저 괴물은 외골격에 둘러싸여 있었다. 독사보다 더 안전했다. 독액은 독사처럼 독니에 보관하고 있을 테고…….
저 괴물의 입 안으로 독액을 바로 쏴 버린다고 해도 면역력이 있다면…….
내가 고민하는 사이, 괴물이 머리를 흔들며 떨쳐 내려 해서, 잠시 고전했던 스카텔란 형이 마침내 더듬이를 모두 잘라 냈다.
하지만 이미 괴물은 독액을 발사할 준비를 마친 뒤였다.
“형! 비켜!”
이미 비키고 있던 스카텔란 형이 잠시 어이없다는 눈초리로 나를 돌아보았다.
형이야 지금까지 독액을 잘 피하면서 괴물과 싸워 왔기 때문에, 내 말이 어이없게 들렸겠지.
하지만 나는 내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키에에에─!”
“파이어볼!”
놈이 독액을 쏘아 내려는 순간, 나는 마법을 일으켰다. 불덩이가 혜성처럼 날아가, 그 괴물의 벌려진 입에서 막 나오던 독액과 충돌했다.
쿠르르쾅! 팡!
잠시 눈앞이 아찔하고, 뭔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숲에서 야영할 때, 레오파라가 솔방울을 몇 개 주워 낮 동안 가방에 매달아 말렸다가 밤이면 모닥불에 던져 넣곤 했었다. 그럼 금세 불꽃이 활활 솟아올랐다. 그때 솔방울이 탁탁 터지는 소리의 백 배, 천 배 정도는 되는 소리가 났다. 번개 치는 소리 같기도 했다.
“헉!”
“어어어어!”
사람들이 고함을 질러 대서, 겨우 정신 차리고 눈을 뜨자, 괴물의 머리가 날아가 있었다.
내, 내가 한 건가?
본능적으로 괴물의 머리를 찾아 눈을 돌리니, 바닥에, 괴물의 머리가 산산조각 나서 떨어져 있었다. 검게 그을려서, 불에 활활 탄 모양새로.
그 괴물의 머리가 떨어진 곳에 작은 가게가 있었는데, 지붕이 아주 폭삭 주저앉았다.
그리로 피했다가, 간신히 뛰쳐나온 사람들은 서로 얼싸안고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피해요, 모두 피해!”
그때, 레오파라가 소리쳤다.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영주 부자도 순간 얼어붙었다.
“끼야아악악!”
괴물이 목이 잘려 나간 채로도 요동치고 있었다.
뱀의 목을 잘라도, 그 잘려 나간 목이 바닥에 떨어져서도, 제 목을 친 사람의 발을 물 듯.
차라리 어딘가 겨냥하며 공격할 때는 예측해서 피할 수나 있었는데 그 끔찍한 거구가 미친 듯이 요동치니까, 막을 길이 없었다.
한 번 몸부림칠 때마다 집이 무너지고 길이 패이고… 잠깐, 그런데 스카텔란 형은 어디 있지? 무사히 피한 거 맞아?
다음 순간, 스카텔란 형이 나타났다. 형은 놈의 몸 뒤쪽에 있다가, 앞으로 돌아온 터였다.
그는 터져서 날아간 머리 밑둥에 칼을 내리그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선. 다시 반대 방향으로 사선.
그렇게 가위표로 칼집을 내더니, 그 가운데 교차점에 칼을 푹 찍어 넣었다. 뭐 하려는 거지, 지금 설마…….
다음 순간, 스카텔란 형은 괴물의 몸에 칼을 꽂은 채로 공중에 몸을 띄우면서 그대로 놈의 등을 내리 갈랐다. 꼬리까지 주우욱, 칼을 내리긋는데, 엄청난 금속성 파열음이 일었다.
…저게 가능한가…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스카텔란 형은… 괴물을 산 채로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놈이 무슨 삶은 가재라도 되듯.
털이 숭숭 난 외골격이 쩍 하니 일직선으로 갈라지면서 떨어져 나가자, 푸른 기가 도는 희끄무레한 살이 드러났다. 죽은 물고기나 뱀의 배때기 같았다. 겉도 속도 일관하게 징그러운 놈이었다.
지네는 살이 없지만 괴물이라 있나. 다시는 지네가 징그럽다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이걸 보고 나니 모든 벌레가 귀여워 보인다.
스카텔란 형은 그 살도 반을 갈라 버렸다. 정가운데를 갈라서 양편을 똑같이 이등분 내는데, 칼솜씨가 매몰차게 깔끔했다.
쿠당탕탕!
그 살덩어리가 힘을 잃고 떨어져 내렸다. 이번에는 꿈틀대지도 못한 채 토막, 토막… 그렇게 나뒹굴고…….
“테오파노, 아까처럼 태워 버려라.”
스카텔란 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망토 자락으로 칼날을 닦으면서.
“파이어볼!”
이번엔 좀 불을 작게 일으켜서 괴물의 유해를 태웠다. 불이 번지지 않게 방어막도 쳤다.
독액이 있으니까, 형의 말대로 이렇게 해 버리는 게 제일 안전할 터였다.
하지만 꼭 산 채로 껍질을 벗겨야 했을까? 목을 잘라도 숨이 바로 끊어지지 않는 괴물이야 이놈 말고도 있지만, 그렇다고 산 채로 껍질 벗기기가 퇴치법은 아니었다.
…형은 이 괴물이 정말 싫었구나.
다른 괴물들, 예를 들면 나와 레오파라가 퇴치한 괴물 같은 건 스카텔란 형도 싫어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을 뿜거나, 목을 잘라도 안 죽는 괴물은 이렇게 다루다니… 전쟁의 신은 적에도 취향이 있구나.
그때 스카텔란 형이 무뚝뚝한 얼굴로 물었다.
“다친 데는?”
“없어. 형은?”
“내가 왜 다쳐?”
누가 보면 내가 욕이라도 한 줄 알겠다. 전쟁의 신은 괴물과의 싸움을 끝내자마자, 동생과의 싸움을 재개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너야말로 다칠 뻔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야. 그러니까 가만있으라고 했잖아. 네가 여기 있지만 않았어도 훨씬 일찍 끝냈겠다.”
스카텔란 형이 화를 내더니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