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35
35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레오파라가 내게 고개 돌리며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까, 테오파노 님? 처음에는 마법이 맞지 않아 피를 토하거나 다치기도 합니다. 새로운 사도에게 그런 일이 생기면, 감당하지 못해서 도망갈지도 모르니까요.”
“누가 도망간다고! 절대 안 그럽니다!”
아타울프는 펄쩍 뛰며 부인했지만, 레오파라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그러니, 바로 마법을 쓰지 말고, 옆에서 보고 배우는 기간을 둬야 합니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타울프가 다급히 물었다.
“대체 얼마 동안?”
“삼 년.”
“삼 년이나? 그동안 대체 뭘 하라고!”
“물 긷고 장작 패고, 할 일은 많다.”
“그걸 왜 네 마음대로 정하는데?”
“그러는 넌 왜 못하겠다는 건데? 설마 마법을 탐내서 계약하려 했던 거냐?”
레오파라가 아타울프를 추궁했다.
하지만 나도 마법으로 미래의 악당들을 회유하려 했었다. 우리 첫 번째 사도가 좀 엄격하다 싶어 말리려고 했을 때였다.
-군기는 총사령관이 잡는 게 아니다.
스카텔란 형의 말이 떠올랐다.
-총사령관은 병사에게 자상하며, 장수가 군기를 잡을 때 나서지 않는다.
…지상은 참 희한한 곳이다.
천상에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형제자매들의 말들이 불쑥불쑥 생각나니까.
그때, 아타울프가 대답했다.
“그럼 누가 저 새로운 힘을 바라지 않겠어? 그건 꼭 용병이 아니라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야.”
“하, 그럴 줄 알았지!”
레오파라가 득의만면해서 웃었지만, 아타울프는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테오파노 님, 레오파라는 지긋지긋하다고 나가 버렸지만, 저는 어려움을 이겨 내며 용병대를 키워 냈습니다. 계약을 깨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손해 보지 않았으니까요.”
발트라하 누나가 좋아할 놈이네. 스카텔란 형이 싫어할 놈이라면서.
“하지만 신과의 계약은 그럴 수 없지요.”
계약을 깨면, 파멸이니까. 그 점이 두려워 계약하지 않는 자들도 많다.
“그래서, 너는 나와의 계약을 바라지 않느냐?”
여기서 아타울프가 마음이 바뀌어 계약하지 않으면 본래의 계획이 어그러진다.
역시 레오파라가 너무 밀어붙였을 때, 말려야 했었나.
“아닙니다. 저는 테오파노 님과 계약하고 싶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그렇게 말한 아타울프가 잠시 레오파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다시 나를 향해 말했다.
“테오파노 님은 저와 함께 하셨습니다. 제가 가장 못난 모습을 보였을 때조차도.”
알긴 아는구나.
“그러니 제가 테오파노 님이 어디까지 나아가실지, 끝까지 함께하려면, 계약을 맺는 편이 가장 좋습니다.”
“아직도 그 소리냐? 남들 등이나 처먹던 놈이 감히 테오파노 님을 시험하려는 거냐?”
레오파라가 날카롭게 물었다.
“그래.”
아타울프는 바로 인정했다.
“테오파노 님은 내가 그분께 복종하지 않았을 때조차 장차 그분을 믿을 내 가능성을 보셨어. 그거야말로 앞으로 더욱 위대해지실 테오파노 님의 참다운 가능성이야. 너는 못 보고, 내가 보아 낸.”
그렇게 말한 아타울프가, 잠시 대답 못 하는 레오파라에게서 고개 돌려 나를 보았다.
“테오파노 님이 제 가능성을 보셨듯, 저도 테오파노 님의 가능성을 보는 일 또한 테오파노 님을 본받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배짱이 좋네.
“말은 번지르르하군. 하지만 네가 그 계약조차 네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만이고.”
레오파라가 반박했다.
“이미 내게 유리한 계약인데 뭐 하러?”
아타울프는 싱긋 웃었다.
“나는 계약의 전문가야. 그런 내가 계약도 맺기 전에 날 구해 준 존재와 계약하지 않을 바보로 보여? 내 인생 최대 최고의 계약을 절대 놓칠 수 없지!”
* * *
아타울프의 계약식은 우리의 환송식을 겸해 치러졌다.
“전 화려한 걸 좋아합니다. 가능한 한 거창하게 치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한 아타울프가 큰 비용을 들이니, 테오페렌 성 사람들은 신이 나서 준비를 했다.
“역시 수호신을 섬기니까 좋군요. 우리 영지는 이제 두 번째 성지이자, 두 번째 사도의 계약식이 열린 곳이 되었습니다.”
페렌타 부자도 기뻐했다. 신이 기적을 보이거나 사도의 계약식이 열린 곳은 어느 교의 역사에서건 중차대한 곳이 되니까.
“나중에 테오파노 님과 나의 명성이 드높아지면, 사람들이 구경하러 올지도 모릅니다. 다른 곳의 신자들도 순례하러 올 테고. 그러니, 내가 테오파노 님과 계약하는 곳에 동상을 세우는 게 어떻겠습니까? 내가 테오파노 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테오파노 님이 그런 내 두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시는 모습이 좋겠군요.”
“그것참 근사한 생각이네, 아타울프. 우리 영지에 볼거리가 더 생기겠어!”
“이왕이면 신전 터를 미리 잡아 놓고, 거기서 계약식을 치른 후, 그 앞에 동상을 세우는 겁니다. 그런 후에 동상 앞에 모금함이라도 만들어 놓으면, 신전을 세울 돈도 곧 모이겠지요.”
“안 그래도 이곳을 신전 터로 생각해 봤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 위치면, 성문을 들어서는 방문객들 눈에 바로 보이겠군요!”
“그렇다면 우리 테오렌타 성에도, 테오파노 님과 레오파라 님의 동상을 세우겠습니다. 두 분이 함께 괴물에 맞서 싸우시며, 우리를 구원해 주셨으니까요.”
아버지와 아타울프의 대화를 듣던 루카도 열심히 말했다. 레오파라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저도 동상 제작비를 기부하지요. 저는 테오파노 님께 마법을 받는 모습이 좋겠습니다. 그분이 제 뒤에 수호신처럼 계시고 앞에서 제가 용맹스럽게 칼을 휘두르는 겁니다.”
“생각만 해도 멋집니다!”
그렇게 계약식 준비는 척척 진행되었다.
“계약식이 열리기 전까지 사흘간 금식하고 매일 찬물로 네 몸을 깨끗이 씻어라.”
“테오파노 교는 굶지 않습니다, 첫 번째 사도여.”
레오파라는 여전히 구두로 교리서를 자각 없이 집필하고 있었고, 아타울프도 의견을 보탰다.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마침내 계약식 당일이었다.
이번에도 주민들이 직접 노래하고 춤추며 행진했다. 예술의 여신 라스카라사의 공연처럼 화려하거나 수준 높지는 않지만 더 내 취향이었다.
“최고 미남신은 우리의 수호신!”
“잘생겼다, 잘 싸운다! 우리의 테오파노 신!”
백합처럼 흰 이마 어쩌고 읊는 것도 좋지만, 시적 묘사 길게 할 시간에 잘생겼다고 백 번 외쳐 주는 게 더 내 취향이다.
그런데 이 성 주민들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았다. 테오렌타 성 사람들도 구경 왔지만, 훨씬 더 많은 외부 사람들이 왔다.
“우리가 굶으면 테오파노 신이 슬퍼하신다!”
일단 거지들.
“막내아들이 제일 잘생겨서 지상에도 아까워 안 내보내고 천상에 꼭꼭 숨겨 놨었다며?”
“전쟁을 일으키는 얼굴을 넘어서서, 전쟁을 그만두게 하는 얼굴이래.”
“아타울프 놈이 신과 계약하는데, 부의 신도, 전쟁의 신도 아니라니?”
“두 신 사이에서 평생 양다리를 걸치겠다는 놈을 설복한 신이 있다고?”
대체 무슨 소문이 돌았는진 모르지만, 무언가 확인하러 온 사람들.
그 와중에 내가 화환을 쓰고 백마를 타고 등장하니, 다들 환호했다.
“오오, 두 번째 사도 될 사람 잘생겼다! 첫 번째 사도도 끝내준다! 이야! 테오파노 신 진짜 잘생겼다!”
이런 식으로 환호성이 점점 커져갈 때, 그 절정에서 금빛 후광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파파팡!
“이야아아아!”
“뭐야? 저게 뭐야!”
“마법이다! 가장 아름다운 힘이지!”
치솟는 환호성을 들으니, 너무 좋았다.
안 그래도 검을 쳐들고 행진하는 레오파라에게 마법을 걸어 주고 후광을 쏘아 올리는 내면의 원이 반응하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고 설레는 가운데.
살짝만, 튕겨 줄까. 가볍지만 흥겹게, 단순하지만 멋지게!
자연스러운 충동에 따라 원이 조각조각 나뉘었다.
파파파팡!
다시 하나로 합쳤다가, 다시 나뉘며, 그걸 빠른 속도로 반복했다.
퍼퍼펑! 팡! 팡! 파파파팡!
머리 위로 무언가 불꽃 같은 게 터지는 소리가 났다.
물론 파이어볼처럼 실제 불은 아니었지만, 하늘에서 온갖 빛으로 반짝거리다 터지고, 그렇게 다시 또 온갖 빛으로 퍼져 나갔다. 끝내줬다.
“저런 건 난생 처음 봐!”
“얼굴도 잘생겼는데 힘도 막강하시다!”
“맘껏 부러워해라! 저분이 바로 우리 수호신이시다!”
사람들도 좋아했지만 나도 기쁘고 재미있었다.
내면의 원이 내 기쁨에 반응하면서, 더 쉽게 조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작지만 세세한 조정은 쉽지 않았었는데. 야영 때는, 레오파라가 모아온 장작더미에 불을 붙이려다 산불 낼 뻔한 적도 있었다. 워터볼로 껐지만, 레오파라도 나도 장작도 다 젖어 버렸었지…….
“테오파노 신을 제 전부를 다해 섬기겠습니다. 제 몸과 마음을 테오파노 신께 영원히 내맡기나니, 삶의 어둠 속에서 저를 이끄소서.”
오늘 왕자처럼 차려입은 아타울프는, 내 앞에 한 무릎을 꿇고 맹세하였다.
“나의 사도 아타울프여, 그대는 나를 통해 영원을 살리라!”
그를 일으켜 안아, 끌어안아 주었다. 사람들이 환호했다.
우리가 그러는 동안, 옆에서 근엄하게 지키고 섰던 레오파라에게도 눈짓하니, 점잖게도 느릿느릿 다가왔다.
그렇게 셋이 끌어안으니, 환호성이 더 커졌다.
이렇게 하나하나, 전쟁을 막아간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그때, 내면의 원이 요동쳤다. 아까처럼 가볍게 후광을 발산하면 되는데, 이상할 정도로 과격한 충동이…….
하지만 억누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대로 내면의 원을 발동시켰다…….
“테오파노 신 만세!”
아타울프가 소리치자, 모두 같이 외쳤다.
“테오파노 신 만세!”
지금이다! 금빛 후광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마음에 넘쳐흐르는 기쁨 그대로.
하늘을 찌를 듯한 사람들의 환호성을, 하늘 위에 그려 내듯.
가슴이 고동쳤다. 맥박이 크게 뛰었다. 등골에서부터 온몸으로, 전율이 퍼져 나갔다. 금빛 후광은 혜성처럼 하늘 꼭대기까지 솟아올랐다.
타타타타탕!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더니 금빛 후광이 성 전체를 뒤덮으며 퍼져 나갔다.
너무 높이 올라가서 하얗게 보였던 섬광 같던 것이, 금빛 파편으로 사람들 머리 위로 흩날렸다.
그 많은 군중이 일시에 조용해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바로 미친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테오파노 님! 정말 대단합니다!”
“황홀하기 그지없습니다!”
레오파라와 아타울프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크게 뛰는 가슴에 손을 얹을 뿐이었다.
내면의 원이 둘로 나뉘었다. 그렇다고 크기가 줄어들진 않았다. 아니, 하나가 더 생겨난 터였다.
이전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었다.
괴물과 싸울 때도 그렇고,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내면의 원을 점점 다루기 쉬워지기도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내면의 원 스스로 어떻게 움직여야 하고 어떻게 자라나야 하는지, 다양한 방향을 모색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지상에 내려 온 나 스스로 신으로서 성장해 가듯.
외부의 영향도 있었다. 사람들을 구할 때마다, 나도 과연 구할 수 있을지 확신 못 하는데, 그들은 나를 믿었다.
그럼 마법을 너무 써서 내면의 원이 소모되듯 지치다가도, 다시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지금 그들의 믿음이 절정에 달하고, 내 마음이 화답한 순간, 내면의 원도 똑같이 반응했다. 솟구치고, 넘쳐흐르며, 하나가 더 늘어났다.
-너는 사람을 몰라.
스카텔란 형의 말이 떠올랐다. 과연, 그 말대로였다.
앞으로도 사람은 지금까지 몰랐던 느낌을 줄 것인가? 또 어떤 새로운 것을?
나는 그 모두를 음미하며, 깨우치며 겪어 나가리라.
그렇게 세상을 구하는 큰 뜻 외의 다른 것, 나만의 작은 목표가 생겨났다. 두 번째 원과 함께.
계약식을 끝내고 잔치를 즐긴 다음 날 새벽, 우리는 길을 떠났다.
“돌아오실 때는 꼭 신전을 세워 놓겠습니다. 특별히 바라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페렌타 영주가 물었다.
“둥글게 지었으면 좋겠구나. 내 신상 아래서 모두 손에 손잡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었으면 좋겠다.”
“그리고요?”
“너무 크게 짓지는 마라. 신전이 커지면 사람들의 집이 작아진다.”
두 부자는 미소 지으며, 내 축복을 빌었다.
“사람들은 내가 전쟁을 멈추었다고 말하지만, 너희 스스로 바라지 않았다면 불가했으리라.”
축복을 내려 주며 말하자, 그들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 그들을 끌어안아 준 후 말했다.
“내가 그리울 때마다 서로 이렇게 끌어안아 주어라. 내 신도라면, 내가 자주 보고 싶겠지?”
둘 다 쑥스러워하면서도 빙그레 웃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꼭 돌아오십시오, 테오파노 님!”
“사도님들도 건강하십시오, 레오파라 님, 아타울프 님!”
새벽, 화해한 두 부자의 환송을 받으며, 우리 셋은 새로운 곳으로 떠났다. 세 번째 악한이 사는 곳이자 학문의 신 라프트레이 형의 성지, 나르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