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39
39
말의 꼬리가 감지되었다.
나머지는 전부 원을 벗어나 있었지만, 꼬리만 떨어뜨려 놓고 도망갔을 리 없다. 말이 도마뱀도 아니고.
레오파라의 브로치가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잘도 찾아냈네.
그러고 보니 내가 찾아내도, 알릴 방도가 없었다.
스태프로 지휘하며 어느 방향에 있다고 노래해 주면 되겠지만, 쩌렁쩌렁 큰 소리가 들려오면, 안 그래도 놀란 말이 또 도망칠 테지.
다시 다른 방향으로 추적해 보았지만 남은 두 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내 원이 작은 건지, 놈들이 더 멀리 도망간 건지.
원을 더 키워 보려 했지만, 무리였다.
내면의 원이 세 개가 되지 않는 한.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마법을 그만두자 아쉬웠다.
말 찾기도 급했지만, 내면의 원을 외부로 띄워 보내면서, 그 안의 물체를 싸그리 훑어서 목표를 찾는 일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했다.
마치 내가 그 공간을 모두 장악해서, 그 어떤 것도 내 눈을 피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지상을 남김없이 비추는 천상에서 신의 눈으로 내려다볼 때도, 이 정도로 세세하게 보이지는 않았었다.
어제만 해도 그놈의 공간 때문에 그렇게 애를 먹었었는데. 기분이 조금 풀렸다.
그런데, 꼭 원이어야 하나? 이곳의 공간이 원도 아닌데?
나를 중심으로 해서 그리기 쉬운 원, 내면의 눈과 같은 형상을 그리는 게 제일 힘을 발현하기 쉽긴 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는 즉시 아타울프가 사라져 간 쪽을 향해 마법을 발현했다. 이번에는 내가 중심점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원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타원형도 되고 사각형도 될 뻔하고, 형체가 일그러졌다. 아까 내가 중심점이 되어 완벽한 원을 그렸을 때처럼, 그 안의 것들을 샅샅이 파악할 수도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보는 대신, 선명하게 못 보는 느낌.
아무렴 어때, 말만 보면 되지. 말은 크니까 그보다 작은 건 좀 놓쳐도 상관없었다.
얼마 안 있어 아타울프를 감지했다.
내 연약한 사도는 열심히도 달리고 있었다. 저러다 또 널브러지면 어쩌나… 레오파라도 걱정할 텐데…….
대체 이놈의 말은 어디로 도망가서…….
그런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아타울프를 발견한 순간부터 아타울프를 따라 타원형인지 사각형인지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아니지, 아타울프야 잘못 가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아타울프가 아니라 말을 따라갈 수는 없나?
하지만 말은 이미 달려간 뒤다.
어젯밤, 이미 지나간 시간… 같이 있던 이 공간을 떠나서, 다른 공간으로 가 버렸고, 이제 나와 말은 각기 다른 공간에 있고…….
그런들 같은 시간에 존재하잖아?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
신이 이 공간에서 저 공간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면, 공간과 공간을 바꿔치기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시간도.
시공 자체의 바꿔치기.
그렇다면… 비록 말이 있는 곳이 내 신전도 아니고 말이 날 부르는 내 사도도 아니지만, 내 눈이 그 시공의 기억을 들여다볼 수는 있지 않을까?
나는 즉시 눈을 되돌렸다.
어제 아타울프의 말이 떠나간 방향으로 마법을 발현했다.
내면의 두 원이 눈을 떴다. 신의 눈과 결합했다.
공간을 투시하고, 시간대를 되돌아갔다. 어제의 시간을 불러와 말이 도망갔었던 시공 자체를 재형성해야 했다.
내 기억에 보존된 좌표를 따라, 눈앞의 텅 빈 공간에 다시 그 시간대의 말을 불러냈다.
아, 그래, 기억에 남은 그 장면이 재구성됐다, 그 말이 움직이고… 내가 말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곳을 벗어나 달리고, 달려서…….
스태프도 내면의 원도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 “보기”를 지속하기 위해서…….
“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쌌다.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눈이 불타오르듯 아팠다. 감은 눈으로 뭔가 끈적거리고 뜨거운 게 흘러내렸다.
손에 닿는데, 피눈물 같았다. 너무 지나친 힘을 써서… 말은 끝내 못 찾고 눈은 다치고…….
아프고 힘들고, 무엇보다 좌절과 분노에 휩싸였다.
성공했었다. 나는 안다.
나는 어제의 말을 분명 보았었다. 다만 쫓아가다가 힘이 모자라 나 혼자 고꾸라진 형국이었다.
아예 실패했다면 모를까, 중간에 엎어지니, 그게 그렇게 분했다.
이렇게나 노력했는데도, 왜 안 되는데?
왜 더 강하지 못해? 왜? 난 안다. 이 정도론 부족하단 걸. 턱도 없지. 지금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기지 못한다. 지금의 가장 끔찍한 괴물들을 죽일 수 없다.
그런데 왜 더 강해지질 못해! 왜 아직도 약한데! 더, 더, 강해져야 해! 꿈에서 자결했을 때의 아픔을 벌써 잊었나? 꿈이라고 해도 실제처럼 생각하고 강해져야지!
미친 듯이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어제 날뛰던 말들처럼 몸부림치면서.
울분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손끝이 어딘가로 쑥 들어갔다.
나는 눈을 떴다. 피눈물은 멎었지만 손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 피 묻은 손은 허공에 뻗어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하지만 다시 손가락을 움직이자, 무언가 느낌이 이상했다.
실체는 없지만, 거기 존재하는 무언가.
실체는 없지만, 거기 존재하는 것? 즉, 거기 그 자체다. 공간.
내가 바랐던 주머니처럼, 눈에 안 보이지만 실존하는 공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흥분이 극에 달해 무작정 행동했다. 스태프를 쥔 손을 그대로 그 공간에 밀어 넣었다.
“앗!”
느낌이 정말 이상했다. 이질성 그 자체.
불이라도 닿은 듯 손을 떼었다.
그러자, 스태프가 사라졌다. 손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내 스태프! 스태프에 붙어 있는 마석까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내 스태프! 내 스태프 내놔!”
나는 정말 미쳐서 고함질렀다.
다음 순간, 스태프가 나타났다. 다시 내 손 안에.
내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나는 무심코 다시 스태프를 가지고 똑같은 짓을 반복하려 했다.
그러기 직전에 간신히 정신 차리고, 조약돌을 주웠다.
그걸 손으로 움켜잡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까 위치가 어디였지? 표시라도 해 뒀어야 하나? 허공에 무슨 수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나 자신에게 속아 넘어간.
좌절감에 아무렇게나 조약돌을 움켜쥔 손으로 허공을 휘저어도, 그 이질성은 간 곳 없었다.
“어디야, 대체! 그게 어디로 갔냐고! 내 공간이! 그 이상한 공간이! 내 이공간이!”
혼자 있어서 다행이었다. 계약자들 앞에서는 절대 보일 수 없는 미친 짓.
하지만 그 점을 자각할수록 오기가 생겨서, 도저히 그만둘 수 없었다. 급기야 스태프를 쳐들고 아무 말이나 소리 질러 댔다.
“나오라고, 내 이공간!”
그때였다.
내가 휘두르는 스태프의 뾰족한 끝부분이 허공에 금을 그었다. 아이들이 놀면서 땅에 금을 긋듯.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허공이 땅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허공에 아주 가느다란 금이 갔다.
빛나지만 가느다란, 꿈결 같은 선. 햇살을 받아 아득하게 빛나는 수평선이나 지평선 같기도 했다.
나는 홀린 듯이 스태프로 금을 더 그었다. 금은 그어졌다. 손끝으로 전율이 흘렀다.
이공간, 나는 그렇게 불렀었다.
내가 처음에 스태프를 넣었을 때 겪은 이상한 감각은, 주머니 같은 친근한 사물과는 동떨어졌으니까.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다른, 새롭고 이상한,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공간.
하지만 내 것이었다. 내 공간, 내 영역.
그렇다면 그게 왜 땅덩어리가 아닐까? 눈에 안 보여서 더 드넓은 영토지! 마치, 공기가 내 영토인 셈이잖아?
“조약돌, 이공간으로.”
나는 조약돌을 스태프로 가리키며 마법을 발현했다. 조약돌은 사라졌다.
짜릿했다. 그걸 다시 영영 되찾지 못하더라도 멀쩡한 사물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니까.
이공간으로 꺼져, 괴물의 낯짝에 대고 말해 보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조약돌.”
다시 말했을 때, 조약돌은 내 손 안에 나타났다.
그 기쁨이란! 아무리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엄연히 무게와 부피가 있는 사물을 사라지게 했다가 나타나게 하다니!
그것도 이 세상에 없던 공간을 창출해 내서!
어떻게 가능했을까. 내가 시공을 파고들어, 과거의 기억을 엿보려 했을 때, 틈새가 생겨나 이공간이 된 걸까?
아니면… 과거도 현재도 같은 공간이지만, 시간이 다르다.
그런들 과거에 도망쳤던 말들의 발자국은 지금도 남아 있다. 마치 과거의 시공 위에 현재의 시공이 쌓여 있듯.
그 두 가지가 다른 차원이라서 내가 과거의 차원을 보아 냈듯, 새로운 차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공이.
“하하하하하!”
나는 미친놈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온몸에 넘쳐흐르는 전율을 발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까의 광기처럼.
세상을 창조하고 사람을 창조했던 신들도 이 창조의 신비를 느꼈을까? 이 무서울 정도의 희열을?
금화, 음식, 나는 우리의 물건을 뭐든 집어넣었다 빼 보았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스태프로 가리키며 일종의 표식을 남기면, 잘 되었다.
말 한마디로 사라졌다 나타나는 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을 때였다.
따가닥, 따가닥! 말발굽 소리가 힘차게 들려왔다.
“테오파노 님? 말을 찾았습니다!”
내 충실한 계약자가 돌아왔구나.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반가이 손을 흔들었다.
“레오파─”
“테오파노 님!!!!!!”
레오파라의 경악에 찬 고함이 귀청을 찢었다.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피눈물을 흘렸었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괜찮으십니까?”
말이 멈추기도 전에 몸을 날려 위험천만하게 뛰어내린 레오파라가 두 손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마구 흔들어 댔다.
“괜찮─”
“누가 이랬습니까? 누가 감히 테오파노 님을 해쳤단 말입니까? 제가 결단코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레오파라가 핏발 선 눈으로 노여움이 극이 달해 고함치는데, 말이 안 나왔다.
또 범인이 나라고 말하면 얼마나 바보 같아 보일까.
“진정해라, 레오파라, 나는 괜찮─”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빨리 치료하십시오. 아니, 왜 지금까지 치료 안 하신 겁니까? 못 하신 겁니까?”
깜박했을 뿐이라고 말하면 더 바보 같아 보이겠지…….
“지금 곧 치료하─”
“테오파노 님! 제 말은 찾았지만, 테오파노 님 말은 안 보입니다!”
다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번엔 아타울프가 나타났다.
“…테오파노 님!!!!”
그리고 아까와 같은 상황의 반복.
“지금 말이 문제가 아니다! 테오파노 님이 다치셨다!”
레오파라가 기름을 붓는 가운데.
“누굽니까? 누가 그랬습니까? 제가 단칼에 요절을 내겠습니다! 스카텔란 신이라도 용서치 않겠습니다!”
스카텔란 형이 거기서 왜 나와? 형이 날 무슨 수로 해친다고.
난 어머니 아버지의 막내다. 어렸을 때, 귀여워서 그랬다는 거짓말까지 해 가며 날 쥐어박던 형은 공중에 거꾸로 매달렸었다.
“대체 누가 이랬답니까!”
내가.
내가 말들도 쫓아 버리고, 두 계약자도 중독시키고, 마석도 훔치고, 내 얼굴에 피눈물도 냈다.
짧은 시간 내에 사고도 참 많이 쳤다. 부모 신의 신전에서 뒹굴었을 때는 아무 말썽도 일으키지 않았었는데.
역시 그런 삶이야말로 내 운명이었나.
운명을 거스른 대가로,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나.
혼자 있는데 갑자기 괴물이 나왔다, 좀 다쳤지만 파이어볼 한 방 날리니까 괴물이 도망쳤는데 쫓아가다가 놓쳤다고.
하지만…….
-너는 거짓말을 절대 해선 안 돼.
발트라하 누나가 어렸던 나를 붙들고 말했었다. 내가 최초로 거짓말했을 때.
-누나는 맨날 거짓말하잖아. 왜 나는 하면 안 돼?
-나는 안 들키지만, 너는 들키니까.
-어떻게 하면 안 들켜?
-방법은 두 가지야. 죽어서 지혜의 신으로 다시 태어나든가.
-지혜의 신은 되고 싶지 않아. 누나는 맨날 바쁘잖아.
-아니면 그 거짓말대로 살아가든가.
그래서 나는 그 누구보다도 솔직한 삶을 살아왔다. 어머니한테 말한 어엿한 신이 되고 싶다는 소망도 사실이었으니까.
이제 와 거짓말을 한들, 다 잡은 괴물도 놓친 머저리가 되겠지.
나는 일단 치료하려고 했지만, 피눈물은 멎었고 눈의 아픔도 사라져서 치료할 것도 없었다. 일어나서 샘터로 걸어갔다.
“왜 대답을 못 하십니까! 얼마나 고통스러우시기에!”
“대체 누가 이랬단 말입니까! 왜 말해 주시지 않습니까!”
양쪽에서 울부짖는 두 계약자 사이에서 간신히 샘에 도달해, 얼굴부터 씻었다.
대체 뭐라고 말해야 진정할까. 아무 생각 안 났지만, 어쨌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