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41
41
“하지만,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님!”
“둘 다 소리치니, 머리가 아프다. 이미 피눈물도 멎었다. 더는 아프지도 않다.”
잠시 아픈 것뿐이고, 시력을 잃거나 눈에 치명적이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정말 금기라도 전혀 심하지 않았다. 내 사도들의 눈에 띄는 일만 피한다면.
내 말을 증명하려고 손으로 눈가를 훔치자, 손에 피가 묻었다. 아직 고여 있는 피눈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레오파라가 얼른 손수건으로 내 손과 얼굴을 닦으려 해서, 직접 받아 들어 닦았다.
닦고 나니, 손수건에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잠깐 내려다보다 고개를 드니, 두 계약자가 핏기 가신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피눈물을 흘린 게 아니라, 그들이 각혈이라도 한 듯했다.
“지금에야 멎은 겁니다. 제가 닦아 내도 계속 흘렀었습니다.”
“그래, 고맙다, 레오파라, 아타울프. 너희를 놀라게 해서 미안하구나.”
“…아닙니다.”
“제발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안 그래도 감수성이 예민한 내 두 사도는 침통한 얼굴이었다.
“그래, 너희가 섬기는 신이 다쳐서 충격이 컸겠지.”
나도 부끄럽다. 그렇다고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하지만 나는 불로불사의 신이다. 사람이 신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마법도 더 많이 만들어 가고 괴물과도 계속 싸우다 보면 더 심하게 다치기도 할 텐데.
그래 봤자 신은 사람보다 더 빨리 낫고 잘 다치지도 않으며, 무엇보다 죽지 않는다. 그러니 꿈속에서조차 괴물들도 나 말고 다른 신들은 추방한 터였다. 나의 죽음이야 내가 본보기로서 신성을 잃었기 때문이었고… 신성을 어떻게 잃었는지는 충격 때문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러고 보니 다른 신들도 신성을 빼앗고 나서 죽이면 되지 않나… 굳이 추방한 이유가… 이유가…….
“테오파노 님.”
…그러고 보니 정작 죽는 운명의 사람들이 신을 걱정하다 못해 아기처럼 취급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다른 신들이나 사람들 앞에서 날 그렇게 취급하지 않도록 이번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
“테오파노 님?”
왜 내 사도들이 저런 눈으로 나를 보는 거지?
“그래, 말해라.”
“아, 잠시 심각해 보이셔서 중요한 생각이라도 하시는데 방해할까 걱정스러웠습니다.”
“아니다.”
중요한 생각이라니, 잠시 마음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을 뿐이지.
“네, 저희는 그냥─”
“저희가 테오파노 님을 걱정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까?”
아타울프가 부드럽게 하는 말을 자른 레오파라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타울프가 기겁해서 그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테오파노 님은 우리더러 너무 난리 치지 말라는 뜻으로 하신 말씀이잖아! 진정하라고!”
“아니다, 레오파라가 잘 말했다. 역시 내 첫 번째 사도답구나. 너희는 나를 걱정해선 안 되고말고.”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강한 신이 약한 사람을 돌보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물론 내가 잠시 지칠 때, 너희가 나를 시중드는 것은 아주 기특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다치더라도, 너희가 걱정할 필요 없다. 나는 곧 나을 테고, 무엇보다 죽지도 않는다. 너희는 너희를 먼저 걱정해야 한다.”
“…테오파노 님은 저희를 걱정해 주시는데, 저희는 테오파노 님을 걱정하면 안 됩니까?”
이번에는 아타울프가 물었다. 두 번째 사도라 그런지 첫 번째 사도보다 이해가 느리네. 하긴 나를 믿은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바로 그 뜻이다. 너희가 나를 걱정할 일이란 애초에 없다. 내가 너희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나는 분명히 못 박았다.
내 사도들 앞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약한 모습을 보인 건 신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다 죽어 가는 병자 취급을 받을 수는 없었다.
“제가 드린 스태프를 좋아하셨지요. 그때와 같습니다. 제가 테오파노 님에 견주면 약하더라도, 테오파노 님께 받은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려 드릴 뿐입니다.”
레오파라가 말했다. 왜 이제는 내 첫 번째 계약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
“선물로 보답하는 것과 나를 약하게 보는 것은 다르다. 내가 약하다면 너희가 나를 어찌 믿겠는가?”
나부터가 나를 못 믿는다.
예지의 꿈에서 약했던 나는 괴물과 싸우지도 못했으니까. 내가 강해지지 않으면, 이번에도 우리는 질 테니까.
그때 레오파라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테오파노 님이 약해지셔도 믿을 겁니다. 지금처럼 강하지 않으셔도 테오파노 님을 향한 제 믿음은 결코 흔들리지 않습니다.”
“레오파라, 네 감히 신에게 그 무슨 불경한 소리를 하느냐? 내가 왜 약해진단 말인가! 내 첫 번째 사도로서 할 말인가!”
나는 노여움에 차서 내 첫 번째 사도를 꾸짖었다.
머리로는 레오파라의 말이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 말을 내 첫 번째 계약자에게서 듣는 순간, 예지의 꿈이 되살아났다. 너무도 약한 나머지 죽기밖에 못 했던, 그 무력했던 나를.
내가 꾸짖자, 레오파라는 얼굴이 확 붉어졌지만 반박하지 않았다.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보던 아타울프도 침묵했다.
그래도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네가 나를 정녕 믿는다면, 내가 결코 약해지지 않으리라고 믿어라! 너의 신은 언제나 강하리라고 말해라!”
그래도 레오파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입술만 깨물었다.
나는 사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신의 눈을 떴다.
신의 눈을 뜨고 계약자를 바라보면, 그 속마음을 알 수 있다.
계약자야 신의 뜻을 어길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람이다 보니 간혹 반항심을 품는다. 특히 지금처럼 신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헛짚었을 때라든가.
신의 눈은 그 모든 반항심을 잡아낼 수 있다. 혹여 사람이 엇나가지 않도록 제대로 이끌도록.
왜 진작 신의 눈으로 그를 바라볼 생각을 못 했을까? 물주머니나 말 따위가 아니라.
이제 내 첫 번째 계약자가 얼마나 진심을 담아 말하는지 이 눈으로 똑똑히 보리라. 그러고 보니 계약 이래 처음이었다. 지금까지야 그럴 일이 없었으니까. 나도 굳이 사람의 그 혼란스러운 마음을 보고 싶지 않았고.
신의 눈으로 바라본 레오파라는 아까보다도 더 창백했다.
제 넋을 꿰뚫어 보는 신의 눈앞에서는 아무것도 감출 수 없으니까.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두렵겠지.
사람이여, 신을 두려워하라. 너를 두렵게 하는 신의 힘을 다시는 의심하지 말라.
이윽고, 레오파라의 눈이 나를 마주 보았다. 신의 눈앞에서 제 벌거벗은 넋을 내보이며.
“저는 테오파노 님이 강한 신이어서 믿는 게 아닙니다. 테오파노 님이 저의 신이어서 믿는 겁니다.”
어느덧 우리를 둘러싼 고요 속에서 종소리처럼 깊이 울리는 레오파라의 말에는 일점의 거짓도 없었다.
그래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계약한 첫 번째 사도를.
“강하지 못한 신을 왜 믿는데?”
사람이란 얼마나 어리석은가.
이렇게 어리석어서야, 다가올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그 전에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내가 강했기에 너의 신 또한 될 수 있었다.”
너와 나의 진실.
“너는 나를 마법 때문에 믿었다. 그래서 나와 계약했었지! 너를 더 강하게 만들어 줄 너의 신과! 우리에게는 그래야 하는 목적이 있으니까. 그것을 벌써 잊었느냐?”
나는 강하고, 너는 강해질 거야.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 우리는 함께 세상을 지킬 테니까.
레오파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제 드디어 반성하는 모양이었다.
막상 레오파라가 입을 열자, 목소리는 확고했다.
“저는 앞으로 마법을 쓰지 않겠습니다.”
“뭐라고?”
아타울프가 기겁하며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으니까. 대꾸할 가치도 없는 소리.
“너, 너 대체, 마법의 신 앞에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당장 그 입 닥치지 못해!”아타울프가 소리쳤지만 레오파라는 오직 나만 바라보며 말했다.
“테오파노 님이 저를 믿으실 때까지 마법을 쓰지 않겠습니다.”
“내가 너를 믿지 않는다고?”
널 믿지 않았으면, 우리 집안의 원수를 사도로 거두어 지금까지 데리고 다녔겠어?
“제가 테오파노 님을 마법 때문에 믿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믿어 주시지 않으시니까요. 그러니 테오파노 님이 제 진심을 알아주실 때까지 마법을 쓰지 않겠습니다.”
단호하게 말하는 레오파라는 너무도 진심이었다. 신의 눈마저 필요 없을 지경으로.
“네 감히… 내 은총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냐.”
분노가 나를 휩쓸었다.
“내 은총이 네가 바랄 때만 받아쓰고 바라지 않을 때는 거부할 수 있는 것인 줄로 아느냐? 신의 은총이란 한번 거두면 다시는 내리지 않는다!”
네 평생, 마법을 다시는 못 써도 좋단 말인가? 새로운 힘을 발휘하게 되어 그토록 기뻐했던 네가?
하지만 막상 분기에 찬 말을 내뱉고 나자, 바로 후회가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지, 마법이라는 새로운 힘으로 레오파라를 회유하려고 했었는데…….
분명 성공했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야? 언제부터 잘못됐는데?
레오파라도 내가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는지, 눈물을 뚝 떨어 뜨렸다.
그래, 이제라도 죄를 뉘우치면 된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하면 내 기꺼이 너를 용서하고말고.
나는 가혹한 신이 아니다. 네가 모르면 누가 알까.
하지만 레오파라는 눈물을 바로 닦아내고 또렷하게 말했다.
“그렇게 하십시오. 테오파노 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진심이구나…….
“그렇다면 너는 왜 내 곁에 있는가? 마법 없이는 평범한 사람일 뿐인 네가, 무슨 힘이 있다고 괴물과 싸우겠는가?”
신인 나도 괴물이 두렵다. 전쟁이 두렵다. 그토록 강대한 신들조차 패배하여 추방당했던.
그보다도, 멸망한 세상과 그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더 두렵다.
그들을…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괴물보다도 더.
마법은 결국, 예지의 꿈을 꾸었을 때부터 내 마음에 차오른 그 모든 불안과 두려움을 먹고 자라난 힘인지도 모른다.
사경에 처해, 눈을 뜬 본능이 죽기 살기로 발현한 힘.
생각하면, 예지의 꿈속에서는 죽을 수나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는 있었다.
하지만, 앞날의 일을 보고 난 후에도 세상의 멸망을 막지 못한다면…….
그러니까 만에 하나… 그 꿈이 꿈이 아니라면… 물론 그럴 리 없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일 자체가 광기의 징조라는 걸 알고 절대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꿈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내가 실패했을 때, 이 기회가 또다시 주어질까?
기회를 얻었어도 실패한 내가 다시 죽은들, 다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이 둘도 없는 기회를 놓친 대가는 무얼까.
그 대가를 과연 내가 치르기나 할까… 세상과, 사람들이 아니라…….
그때, 레오파라가 주저 없이 대답했다.
“마법이 없어도 테오파노 님을 향한 믿음은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저의 참다운 힘입니다. 고로 저는 약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일말의 거짓도 없는 진심.
사람의 거짓을 잡아내야 하는데, 거짓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신의 눈을 뜨고 있는데, 쓸데가 없다. 내 눈앞에서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건 그인데, 내 말문이 막힌다. 그는 속내를 나와 다른 사람 앞에서 드러내길 두려워하지 않는데, 오히려 내가 두려워진다… 더는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나를 믿는다면서, 내 마법은 쓰지 않겠다고? 말이 되느냐?”
“그래서 저를 믿지 못하시겠습니까?”
레오파라가 되물었다. 아까 내가 했던 말을 되받아서.
오만한 놈, 내가 너를 얼마나 아꼈었는데!
“그렇다면 부디, 신께서 굽어보십시오. 그토록 약하고, 반드시 죽어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신을 위해 그 보잘것없는 목숨까지 바치는지.”
그 순간,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레오파라의 형형한 눈빛과 마주했을 때, 피눈물을 흘렸을 때와는 또 다른 아픔이 내 눈을 찔렀다… 나는 신의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