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44
44
내 눈앞에 정신을 잃고 물로 점차 가라앉는 레오파라의 모습이 작고 투명하게 떠 있었다.
정령이 직접 보았기 때문에 구현할 수 있는 터였다. 정령은 그러지 않으면 못하니까.
동요를 감추고 무시하며, 스태프에만 집중했다.
정령들이 레오파라를 발견했으면 그들이 데려갔을 터였다. 그렇다면 애초에 스태프로 찾을 수 있는 범위 밖이었겠지.
-뭐야, 친구 아니야? 테오파노 신은 그 사람을 찾고 있는 거 아니었어?
정령이 칭얼댔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이 왜 사람을 찾겠어? 여기서 계속 이러는 게 그 사람 찾는 거 아니었어?
정령이 동요했다.
-빨리 그 사람 찾으러 우리랑 가. 같이 가서 우리랑 놀아 줘야지!
내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정령은 점점 화를 냈다.
부산하게 조각배 위를 떠돌며 아타울프에게도 접근했다. 하지만 정령의 존재를 사람이 바로 알아챌 리 없었다. 여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니까.
그러나 아타울프도 계약자였다. 계속 노를 젓느라 지친 그도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가 흔들림 없이 오로지 스태프만 바라보자,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 입을 다물고 다시 노 젓기에 집중했다.
말하지 않아도 우리 둘의 호흡이 잘 맞자, 정령은 더욱 무시당한 느낌이 들었는지 마구 날뛰었다.
-필요 없다면 그 사람을 죽여 버릴 테야! 대체 뭘 원하는 거야? 신이 여기까지 왜 왔는데?
그 순간, 나는 고개 돌려 처음으로 정령을 신의 눈으로 직시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너의 이름은 렐이다.”
다른 이름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레오파라 모습으로 날뛰는 정령에게 아타울프가 불렀던 그의 옛 이름 애칭을 붙여 주는 게 꺼림칙하긴 했지만.
배 저편에서 아타울프도 흠칫 놀라는 기척이었다.
-뭐라고? 무슨 소리야?
정령의 눈이 기형처럼 커져서 더는 레오파라의 모습도 사람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말했다.
“렐을 이공간으로.”
마법을 발현하자, 스태프가 빛났다.
-이, 이게 뭐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정령은 미친 듯이 저항했다. 정령 주제에 생각보다 힘이 강한 놈이었다.
나는 더 생각하지도 않고 손으로 놈을 움켜잡았다.
정령은 어떤 종류건 실체가 없는 듯 보이지만, 그렇게 가장하고 있을 뿐이다. 아주 교묘하게 잘하고 있어서 사람이면 속아 넘어간다.
하지만 그런 정령도 힘을 발휘하는 순간 실체가 뚜렷해지기 때문에, 신이라면 잡을 수도 있었다.
-뭐 하는 짓이야! 내 몸에서 손을 떼! 잔혹한 테오파노 신! 못돼 먹은 테오파노 신! 파스투란 여신에게 일러바칠 거야!
물의 고향인 바다를 다스리는 고모에게 일러바치는 건 내가 해야지.
물의 정령들이 그분의 사랑하는 막내 조카인 나를 모욕해서 한적한 곳의 호수 하나쯤 뒤엎고 싶다고 하면, 고모가 대체 뭐라고 할지 궁금하네.
나는 맨손으로 움켜잡은 그대로 정령을 허공에 쑥 밀어 넣었다.
그렇게 이공간으로 보냈다. 마법을 발현하는 중이라, 스태프가 아니라도 표식이 남겨지니까.
그런들 손에 아무 감촉도 남지 않아 더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때 아타울프가 노 젓기를 중단하고 조심스레 물어 왔다.
“테오파노 님?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렐이라고 하셨습니까?”
“아타울프, 레오파라는 물의 정령들에게 끌려갔다. 지금부터 너는 오로지 나만 보고 내 말만 들어라. 내가 말하라고 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해선 안 된다. 입을 다물고 있어라.”
아타울프는 창백해진 얼굴로 나만 바라보았다.
“나중에 다 설명해 주마. 지금은 그대로 나만 바라보아라.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 너는 아주 잘하고 있다, 나의 사도여.”
아타울프를 향해 미소 짓자,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창백한 얼굴로도 미소를 돌려주었다.
하지만 속은 분노로 들끓었다. 정말이지 파스투란 고모에게 갈 것도 없이, 지금 바로 이 호수를 뒤엎고 싶었다. 정령이고 뭐고 이공간으로 보낼 것도 없이 죄다 날려 버리면서.
하지만 정령들을 해치워 버린들?
정령들은 그럴 가치가 없다. 신의 눈으로 보면 사람은커녕 사람보다 명줄 짧은 동물과도 비교 안 되는 하루살이 목숨이니까.
그래서 정령들은 신에게도 저따위로 군다. 아무리 강한 맹수라도 강가에서 달라붙는 하루살이 떼를 일일이 잡아 죽이진 않으니까.
물론 지금처럼 감히 내 계약자를 잡아갔다면 해치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 호수를 뒤엎어 정령들을 해치워 봤자, 정령들은 물이 있는 곳이나 물이 생기는 여건에서 다시 생겨난다.
호수를 땅으로 메워 버리면, 땅속으로 흘러들어 지하수가 될 테고, 그럼 지금 해치운 물의 정령도 거기서 다시 태어난다.
아까처럼 물을 퍼 올렸다가 다시 호수로 낙하시키지 않고 비구름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봤자, 비가 내린 그곳에서 재생한다. 실로 징그러운 생명력이다.
그렇게 재생하면서, 전생의 일을 기억하고 벌벌 떨면 모를까, 싹 잊어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태어나니, 학습 효과도 없다.
감히 신들에게 버릇없이 굴다가 하루살이의 삶도 미처 못 살고 죽었으니,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한다.
나는 예지의 꿈도 그토록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말도 못 하게 불쾌한 느낌이 가슴을 찔렀다. 나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때, 무언가 어깨에 닿았다. 그만 휙 뿌리치며 돌아보니 아타울프였다.
내 사도가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뿌리친 손을 거두지도 않고 허공에 둔 채.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움켜잡으니, 어디 아픈 줄로만 알았겠지.
이번에는 미소도 나오지 않았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나는 아타울프의 손에 내 손을 얹었다. 본디 마법을 내 계약자에게 불어넣을 때, 굳이 접촉하지는 않는다. 급할 때는 효율이 떨어지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 손에 내 손을 얹고, 마법을 살짝 불어넣었다.
예기치 못한 일이다 보니 아타울프의 눈이 커졌다. 나는 그 눈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지친 상황에서 마법을 감당하기 힘들 터였다. 하지만 레오파라가 사라진 지금, 나도 아타울프에게서 떨어져야 한다면, 그도 마법을 조금이라도 쓰는 편이 나았다.
아타울프가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자, 나도 손을 놓았다.
그런 후 아까 이공간으로 보냈던 정령을 다시 불렀다.
“렐.”
이름을 부르자마자, 내 앞으로 정령이 나타났다.
펄펄 뛸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령은 어쩐지 이상한 얼굴이었다. 하긴 이공간에 갇혔으면 놀라고도 남았겠지.
-왜 날 렐이라고 불러?
이상한 물음이었다. 자길 대체 어디로 보낸 거냐고 물어야 하지 않나?
놈의 변덕에 일일이 대꾸하지 않고 가만 있으니까, 또 제가 알아서 떠들었다.
-내 이름은 렐이 아니야. 틀렸어. 넌 내 이름을 몰라. 신인데도 틀렸어.
“난 틀리지 않았다, 운디네.”
그렇게 말하자, 아타울프가 흠칫했다.
그는 내가 정령과 이야기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입을 꼭 다물며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나는 정령을 다시 불러낸 이래, 계속 물속만 바라보았지, 일부러 정령 쪽은 보지 않는데도.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런데도 왜 렐이라고 부른 거야? 나를 골리려고? 나쁜 신!
그야 쉽지. 운디네 아니면 루살카니까. 제일 흔한 물의 정령 이름들.
진실을 말하자면, 루살카고 운디네고 그들의 실제 이름이 아니다.
물의 정령들이 그렇게 믿을 뿐이다. 사람들이 그들에게 붙여 준 이름을.
사람들은 익사한 사람들이 루살카나 운디네에게 끌려갔다고 믿곤 했다. 사람들이 물의 정령이나 요정이라고 믿는 존재 말이다. 그 둘은 엄연히 다른 존재인데도.
애초에 익사한 사람들이 요정이건 정령이건 나쁜 존재에게 끌려갔다는 소리도 사실이 아니었다.
호수건 바다에서건 주로 어부들이 익사하니까, 남겨진 과부들이 그들이 나쁜 존재의 꾐에 빠져 죽었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물 위야 위험해서, 폭풍이 아니더라도 자칫 실수하면 바로 빠져 죽는데도.
-왜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꾸며 내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두고 거짓을 말하면, 그들을 잊는 데 도움이 되나?
내가 이해하지 못했을 때, 예술의 여신 라스카라스 누나가 말했었다.
-죽음이 너무 허무하니까.
-그들의 삶도 허무하잖아.
-그래서 사람들은 그 삶에서 끝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 그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연인이나 식구가 죽었는데, 그만 갑자기 일어난 폭풍이나 예기치 못했던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들을 노린 존재가 있었다고, 피치 못할 운명이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으니까.
-어째서 후자가 더 나은 거야, 누나? 그편이 더 나쁘지 않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슬프고 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니까. 그 사람의 연인이거나 식구인 나도 그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되고. 그리되면, 어쩔 줄 모를 정도로 너무나 허무하게 죽어 간 이의 추억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그럼 더 잊지 못하고 더 가슴 아프게 되잖아. 그냥 흔하고 슬픈 사건이 비극으로 화하니까. 일종의 자해 아니야?
너무나 놀란 내게 라스카라스 누나는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은 바로 그걸 원하는 거야.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위로를.
무슨 뜻인지 그때도 지금도 이해 못 했다.
신들이야 지상에 영역을 세우고 관장하며 교리를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려면 심오하고 신비로운 전설이 필요하지만, 사람들은 그럴 필요도 없는데 왜 만들어 내는 걸까.
하지만 사람들이 이야기를 원한다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정령들도 물들어 버렸다. 신들에게 무시당하는 정령들에게 사람들이 슬픈 이야기의 악역을 부여했기 때문에.
그리하여 정령들은 기꺼이 사람들의 운디네, 루살카, 혹은 기타 등등이 되었다.
“너처럼 이름이 운디네인 정령이 얼마나 되지?”
-그건 왜 물어?
하긴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이, 이 호수에 사는 물의 정령 모두겠지.
그래서 이공간에 보낼 때, 렐이라는 이름을 따로 지어야 했었다. 운디네라고 부르면, 물의 정령이 전부 소환되어 버렸을지도 모르니까.
아, 차라리 그편이 나았을까, 전부 이공간에 처넣을 수 있는지 한번 시도해 봐?
하지만 지금 내 소중한 계약자가 그들만 아는 곳에 인질로 잡혀 있었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말했다.
“네가 정녕 그들 모두와 이름을 나눠 쓰고 싶다면, 운디네로 불러 주지.”
-그, 그럴 필요 없어!
정령은 황급히 말했다.
-그냥 그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야. 내 이름은 최고로 좋아야 하니까.
정령은 거짓말을 잘한다. 속으로는 좋아 죽겠지.
-테오파노 신이 좀 더 잘 지었어야지. 신이면 이름도 잘 지어야 하잖아.
이건 진담 같기도 하고.
“마음에 안 들면 새 이름을 지어 줄까?”
나도 굳이 레오파라의 옛 이름 애칭을 정령에게 붙여 주고 싶진 않았다. 레오파라를 찾는 와중이라 떠올랐을 뿐.
-무슨 이름?
걸려들었다. 잠깐 이공간에 넣었다 소환하고자 내가 임의로 붙인 위치 좌표인 이름보다야, 본인이 바라는 이름이 더 강력하지.
“렉스라는 이름이 있지. 무슨 뜻인 줄 알아?”
-무슨 뜻인데?
“왕이라는 뜻이야. 네게는 정령의 왕이 되겠지. 오로지 물의 정령을 다스리는 왕만이 그 이름을 가질 수 있어.”
-그 이름을 내게 줄 거야?
-네가 물의 정령을 다스리는 왕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