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49
49
레오파라는 잠시 대답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손을 내저으며 겸손한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계속 바라보자, 그러지 않았다.
“고맙습니다.”
잠시 서로 웃다가, 내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잘못한 것도 있다.”
-이번 시험 성적은 우수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틀린 부분을 제대로 깨우쳐야 한다. 알겠니, 테오파노?
학문의 신처럼 틀린 것까지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짓은 안 한다.
하지만 나는 신이니까, 라프트레이 형의 가르침쯤 몰라도 안 죽지만, 레오파라는 사람이다. 이것저것 알아 두는 편이 오래 살 테지.
“너는 나의 계약자다. 그럼 내가 싫어하는 말은 하지 말라. 괴물과 용감하게 싸울 땐 싸우더라도, 살아서 내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오래오래 즐겁게 해 드리겠다, 이러고 듣기 좋은 말은 못할망정!”
처음에는 조곤조곤 말했는데, 말하다 보니 화가 났다.
“그래서 그때도, 제 말에 그런 명령은 내린 적 없다고 대답하셨지요. 솔직히 그때는 좀 서운했었는데…….”
레오파라는 우리가 싸웠을 때의 일을 떠올리다, 내 얼굴을 보더니 얼른 말했다.
“죄송합니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안 그래도 죽어야 하는 운명의 사람이, 제 입으로 기꺼이 죽겠다고 하면, 너의 신은 슬프다. 그런 말은 이빨 빠진 백발노인이 되어서도 하지 말라.”
“네, 슬프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명심하겠습니다.”
다행히 레오파라는 학문의 신에게도 공부가 싫다고 대들었던 나와 달리, 겸손하게 나왔다.
잘못한 것을 꾸짖었듯, 칭찬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점에서라면 형제자매들보다 훨씬 관대한 나였다.
“이번에 보니, 검술이 더욱 발전했더구나. 스카텔란 형이 내게 귀가 아프도록 말했던 수준이다.”
“과찬이십니다.”
“그런 말은 사람에게나 해라. 신이 신의 사람을 칭찬하는 즐거움을 막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나는 흥에 겨워 괴물의 꼬리를 일격에 잘라 낸 내 사도를 마음껏 칭찬했다. 그의 날렵한 몸놀림이며 뛰어난 검술을 칭찬하다가, 덧붙였다.
“물론 스카텔란 형은 나더러 하라고 한 말이었지만, 내가 아니라 내 신도가 했으면 그게 더 대단하지 않은가? 내 신도의 검술이 그렇게 강하다면, 나는 얼마나 더 강한 검사일까, 적이 그렇게 추측하고 겁먹을 테니까. 그게 바로 형이 말하던, 적을 속이는 전술이 아니겠나?”
“물론입니다. 무엇보다 테오파노 님은 검술이 아니어도 충분히 강하십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점을 깨우치다니, 너는 스카텔란 형보다 똑똑하다.”
“과찬… 고맙습니다.”
“옳지.”
레오파라와의 대화는 무척 즐거웠다.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셨군요. 제가 방해한 건 아니겠지요, 테오파노 님?”
때마침 아타울프도 돌아왔다. 이제 두 마리 남은 말들도 얌전히 따라왔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그래서 더 반가웠다.
“돌아왔구나, 아타울프. 이리 와라, 네게도 할 말이 많다.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고 너만 두고 가서 미안했는데, 참 잘해 줬다.”
“하하! 테오파노 님은 다 알아주시니까요!”
두 사도를 나란히 앉혀 놓고 칭찬하니, 기분이 좋았다.
“뿌듯하구나. 이래서 자식을 낳는 건가?”
“그건 좀 아닌 듯합니다. 테오파노 님은 저희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잖습니까.”
레오파라가 바로 반대했는데,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일단 우리 부모 신부터가 나를 아무리 사랑하셔도, 이렇듯 앉혀 놓고 칭찬하진 않았으니까. 그럴 일도 없었지만.
“저도 레오파라에게 이번만은 동감입니다. 저희의 아버지로 보이려면 수염이라도 기르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흰 수염으로요.”
“흰 수염이라니 생각나는데, 파스투란 고모의 바다에는 흰 수염 난 고래가 있다. 세상에서 제일 큰 동물이지.”
“테오파노님은 고래가 아니니까 흰 수염은 필요 없지요.”
“네,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습니다, 하하하!”
우리는 웃으면서 아타울프가 가져온 육포와 빵, 말린 과일로 배를 채웠다. 그런 후 바로 곯아떨어졌다.
새벽녘, 이번에는 일출 속에서 다시 렉스를 만났다. 처음 그의 일부를 일몰 속에서 만났던 때와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내가 왔어, 테오파노 신! 네가 말했던 대로 했어!
렉스는 그새 더 커져 있었다.
하지만 딱히 사람의 형상이지는 않았다. 무슨 형상인지 분명치 않았는데, 갑자기 잔잔했던 호숫가로 엄청난 물결이 밀려들었다.
물결의 형상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형상을 취한 동시에 힘을 발현하고 있었다. 그새 힘도 더 세진 듯했다.
“테, 테오파노 님! 해, 해골이!”
“이건 호수 아래서, 그 마을 아가씨의…….”
아타울프가 기겁하고, 레오파라가 파리해진 얼굴로 나를 돌아보았다.
호숫가로 밀려 온 물결이 다시 물러가자, 많은 백골이 드러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까지 호수에 빠져 죽었던 사람들의 유골이다.”
환하게 미소 짓던 마을 아가씨의 모습이 정령들의 변덕에 따라 일그러지며, 군데군데 유골이 드러나던 모습이 가슴 아팠었다. 눈매가 매서운 레오파라 옆에서도 생글생글 웃고 있으니, 둘이 퍽 잘 어울리기도 했었는데.
그래서 호수를 벗어나기 전에 렉스와 말하여, 익사자들의 유골을 건져 내 장례를 치러 주기로 했었다.
그대로 두면 정령들이 익사자들을 장난감처럼 갖고 노는 취미를 다시 붙일 수도 있었다. 오랜 습성은 하루아침에 떨어져 나가지 않으니까. 호수의 정화를 계속 유지하기에도 좋지 않고.
렉스는 이번에 호수 밑바닥에 파묻혔던 유골들을 모두 찾아내서 뭍으로 돌려보낸 터였다. 우리는 유골을 묻을 장소를 찾고자 호숫가를 떠났다. 렉스는 같이 가지 못해서 시무룩해했다.
“일단 안전한 곳에 땅을 파야겠다.”
“여기가 어떻겠습니까?”
마침 근처에 있는 평평하고 양지바른 땅을 아타울프가 찾아냈다.
“한번 와 본 적이 있다더니, 금세 잘도 찾았구나.”
칭찬했더니, 아타울프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실은 이곳이 예전에 마을이 있던 곳이 아닌가 합니다.”
“마을이 있었다고?”
“네, 호숫가 근처에 있었지만 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그조차도 확실하진 않고, 예전에 이 근처를 지나가다 들었던 소문입니다. 마을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그 유령들은 여전히 남아 호수에 출몰하니, 가까이 가지 말라면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땅을 바라보았다.
탐색 마법을 발동해 보니, 땅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아도, 땅속의 것들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집터며 각종 물건이며. 이곳은 마을이 있던 자리가 맞았다.
그렇다고 불에 탔다거나 수습되지 못한 유골처럼, 마을이 습격받은 흔적은 없었다. 서서히 쇠락해 간 듯.
“아타울프가 찾아낸 곳이 마을이 있던 자리가 맞다.”
내가 말하자,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호수로 돌아가면 이 마을에 대해 렉스에게 더 물어볼 터였다.
“그럼 그 유골들을 고향일 마을 자리에 묻으면 좋겠군요.”
레오파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편이 좋긴 하겠지. 하지만 나는 좀 더 높은 곳에 무덤을 두고 싶다. 그래서 언젠가는 이곳에 마을이 다시 생기도록.”
그러더라도 이 무덤은 온전하게 보존되기를 바라면서.
아타울프가 다시 길을 이끌어, 마을이 굽어다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서 내려다보면, 반짝이는 호수와 호수를 낀 마을 터가 한눈에 들어왔다.
“무덤을 얼마나 넓게 파야 할까요? 유골의 수가 적지 않습니다.”
“마법을 쓰면 된다.”
레오파라와 아타울프는 걱정하는 낌새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침착하게 스태프로 땅을 겨누며 나아갔지만, 사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파이어볼은 아니고, 워터볼도 아니고, 바람을 일으켜 볼까? 엄청난 흙바람이 일 텐데. 게다가 큰 바람이면 또 독 바람을 일게 할지도 몰랐다.
구덩이를 깊게 파야 하는데, 그러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 큰 삽이 있으면 물주머니처럼 알아서 파게 할 텐데. 아니, 그것도 사람 한 명의 유골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집단 매장을 해야 하는 경우면…….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땅에 관련한 마법은 해 본 적이 없었다.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또한 바람이나 물, 불 마법은 서로 긴밀하게 순환의 법칙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땅이 순환한다고?
바위가 부서져서 돌멩이가 되고, 모래가 되고 모래가 다시 뭉쳐져서 바위가 되고… 순환이 있기야 하지만, 그렇게 유구한 세월을 통해 일어난다면 힘의 원천으로 활용하기가 힘들었다. 흘러가는 물이나, 움직이는 공기처럼 지금 바로 일어나는 순환이 아니라서.
좋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순환을 마법의 공식으로 삼았다고 해서, 그 공식에 들어맞지 않는 것들에는 마법을 쓰지 못하게 된다니, 화가 났다.
가슴이 뛰었다. 내면의 두 원이 내 분노에 반응하듯, 서로 얽히며 돌아갔다…….
“테오파노 님, 새로 얻은 마석을 한번 써 보시는 게 어떨까요?”
그때 레오파라가 말했다.
“아, 그렇군.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좋은 생각이다.”
-사람들 앞에서는 약한 모습 보이지 않게, 늘 미리 계획을 짜고 나서라.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서 준비해야, 어떤 사태에서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발트라하 누나의 충고가 떠올랐지만, 이미 늦었다. 어차피 피눈물까지 흘리고 난 다음인데, 이제 와서 땅 좀 노려봤기로서니.
그리고 계약자들과 매일같이 붙어 있는데, 나 혼자 미리 계획을 짤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럴 시간에 셋이 같이 밥 먹으며 떠들고 싶다.
발트라하 누나의 충고도 누나처럼 머리가 좋아야 하는 거지. 나는 이제부터 신의 위엄에 좀 덜 연연하기로 했다.
“녹색 마석과 회색 마석이군요.”
아타울프가 기대감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마석의 용도를 발현해 보면, 그에게 맞는 마석도 나오겠지.
나는 두 마석 모두 이공간에 넣고 독 마석도 넣었다.
그러고는 이공간과 스태프의 끄트머리, 마석 끼우는 곳을 연결하는 주문을 설정했다. 그런 후에 회색 마석부터 실험해 보았다.
“회색 마석.”
외치자 스태프에 회색 마석이 나타났다. 그 정도로도 나를 주시하던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더 의기양양해진 마음으로 마석을 사용해 보았다. 마법을 발현하기 전부터 느낌이 왔다. 나는 스태프로 근처의 바위를 겨누었다.
썩. 콰콰쾅! 처음에는 날카로운 소리가 나더니, 다음 순간 바위가 두 동강이 났다. 두 계약자가 환호했다.
“대단합니다!”
“말을 두 동강 내 버렸던 괴물의 힘 그대로군요!”
아타울프의 말에, 레오파라가 고개 저었다.
“하지만 괴물이 말은 절단하더라도 바위까지 저렇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테오파노 님의 마법이 더해진 결과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도에게 나뭇가지를 주워 오게 해서 실험해 보았다. 바닥에 둔 나뭇가지가 썩둑 하고 잘려 나갔다. 종이로 만든 나뭇가지를 가위질하는 느낌이었다.
“독 마석으로 독을 쏘아 새를 잡으셨을 때가 생각납니다. 이번에는 엄청나게 빠른 단검 던지기 같습니다. 스태프로 겨누시면, 단검이 슝, 하고 화살보다 더 빨리 날아간다고나 할까요.”
아타울프가 흥분해서 말했다. 레오파라가 고개를 저었다.
“넌 눈이 없냐. 단검이야 이만한 위력은 못 내지. 비교할 걸 해라.”
“갑자기 생트집 잡지 마라.”
두 사도들이 아웅다웅하는 동안, 나는 이번엔 땅에 시험해 보았다.
퍼엉! 땅이 푹 패였다. 크게 쟁기질을 한 듯이.
하지만 땅과 잘 맞는 힘은 아니었다. 바위나 나무 같은 다른 사물에 비해, 땅은 이 힘의 위력을 흡수해 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차하면 스태프질로 쟁기질을 대체하면 무덤 하난 파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회색 들어가고 녹색.”
이번에는 녹색 마석을 실험해 보았다. 부르는 대로 마석이 교체되자, 척척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스태프의 손맛이 갈수록 좋아졌다.
이번에는 아까 두 동강 낸 바위의 한쪽 덩이에 대고 실험해 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거 뭔데? 설마 마석이 허탕인가? 호수 괴물의 한쪽 대가리는 장식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