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53
53
악습 철폐의 가장 큰 걸림돌. 괴물 숭배.
고대의 전쟁 때, 신들은 무수한 괴물을 물리쳤다. 하지만 살아남아 지상 곳곳에 숨어서 새끼를 친 괴물들도 있었다.
그런 괴물들이 이런 호수나 산의 동굴에 살면, 사람들은 그들을 신으로 숭배했다.
제물도 호수나 동굴에 밀어 넣으면 그만이니, 신들에게처럼 제단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괴물 숭배와 관련한 인신공희가 제일 근절하기 힘들었었다.
-괴물은 여기 오래 살지 않았어.
렉스가 말했다. 정령들은 내가 오기까지 그 괴물을 수호신으로 삼았었다.
“그 이전에도 괴물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주 오래 전, 역시 정령들이 잊어버린 기억에.”
아타울프의 추측에 내가 덧붙였다.
“혹은, 괴물이 사라진 후라도, 그들이 있을 법한 호수나 동굴에 산 제물을 바쳐야 한다고 믿어버리게 된 사람들의 기억 속에 괴물이 존재할지도 모르지.”
“그편이 더 끔찍하군요…….”
아타울프가 몸서리를 쳤다. 동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끔찍한 이야기라도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 왜 사람들은 괴물을 숭배하는가.
나는 어느새 말이 없어진 레오파라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묻고 싶었다.
너는, 이토록 내 충실한 사도일 수 있는 너는, 왜 괴물을 숭배하게 되었는가?
지금의 그가 해 줄 수 없는 답인데도.
“왜 사람들은 괴물을 숭배하는가?”
갑자기 그 물음이 내 입 밖으로 저절로 흘러나왔다. 더는 참지 못하고서.
내가 묻고 내가 당황했지만, 태연한 듯 이어 물었다.
“신은 아름답고, 강하며, 사람들을 돌본다. 그런데 왜 추하고, 잔인하며, 사람들을 잡아먹는 괴물들을 왜 숭배하는가?”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렸던 내 눈에 괴물로 보였던 스카텔란 형조차 괴물과 싸울 때는 그 얼마나 멋졌던가. 형도 그런데, 형보다 더 잘생긴 내가 괴물과 싸울 때는 얼마나 멋져 보이겠는가.
“두려워서죠. 괴물이 사람을 잡아먹으니, 제물도 바치는 거고요. 이 사람만 죽이고 나머지 우리는 건드리지 말라고요. 그걸 과연 참다운 숭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타울프가 대답했다. 마음에 드는 답변이었다.
“괴물이 신들보다 더 가까이 있어서죠.”
그리고 레오파라가 대답했다.
“이 호수 마을에 괴물이 정말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이건 다른 곳이건, 괴물이 있었고, 괴물에게서 구해 달라는 기도에 신들이 응답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괴물에 기도드릴 수밖에요.”
나는 아연했다.
아니, 신들이 얼마나 노력하는데! 아무리 잡아 죽여도, 끈질기게 나타나는 무리를 박멸하기 쉬운 줄 알아? 옆에서 봐놓고도.
설마, 내 계약자의 마음에 아직도 어둠의 씨앗이 남아 있는가?
“그렇다고 괴물을 믿어서야 되겠는가?”
나는 실망감을 감추며 근엄히 꾸짖었다.
“물론 그래선 안 됩니다. 저는 그들을 옹호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다만?”
“이렇게 이유를 말하는 것도 그들에 대한 변명이 될지 모르겠군요.”
레오파라는 곰곰이 생각하다 덧붙였다.
“그저, 단순한 한마디면 족할 문제를 두고요.”
“무슨 뜻이냐?”
“제 말은, 그들은 살고 싶었다는 겁니다.”
레오파라는 어깨를 으쓱했다.
“괴물을 숭배해서라도, 같은 사람을 죽여서라도. 그게 다죠.”
레오파라는 이 말을 장례를 치를 때처럼 간절하게 하지 않았다. 정반대로, 냉소하며 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내 가슴을 찔렀다.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살고 싶어 하는구나. 죽음을 그토록 두려워하는구나.
하지만 신인 내가 사람에게서 그 말을 직접 듣기까지, 사람의 마음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그런 삶은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듯, 신은 신으로서 잊어서는 안 될 깨달음이었다.
불멸자가 모르는, 필멸자의 두려움.
“이제 그만 잠자리에 들자. 내일은 다시 길을 떠나야 한다.”
나는 조용히 이르고, 내 두 사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리를 준비했다.
그때였다.
땅속에서 무언가 홀연히 나타났다. 정말 유령처럼. 아타울프와 레오파라가 기겁해서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의 놀라움은 내 놀라움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이야 유령을 봤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내 사랑스러운 조카, 테오파노.”
살아 있는 숙부를 봤으니까.
죽음의 신이자 가을의 신. 명계의 군주, 브론테제.
브론테제 숙부의 긴 머리카락은 참으로 다채로운 빛깔이다. 어느 부분은 마호가니처럼 짙고 어느 부분은 무르익은 이삭처럼 빛난다. 단풍의 빛, 낙엽의 빛, 이삭의 빛, 영근 열매들의 빛, 그 모든 빛들이 어우러져 가을만큼 풍요롭다. 그리고 나처럼 검은 눈.
사계의 신들은 맡은 계절이 오기까지는 꼭 그 계절의 상징으로만 임하지 않는다.
봄의 여신 피오르델리케 모신도, 봄이 아닐 때는 결혼이나 가정의 수호에 전념한다. 아버지 헬라네스 주신은 가장 그런 성향이 강한 신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브론테제 숙부만은 언제나 가을과 죽음을 결합시킨 상징으로 나타났다.
-나는 곧 수확이다.
그렇게 선언하였듯.
“안녕하십니까, 브론테제 숙부님. 숙모님도 잘 계시지요?”
나는 정중히 인사하였다.
“우리 막내 조카가 참으로 다정하게 우리를 생각해 주는 덕분에,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다만 너를 한없이 그리워하며 보고 싶어 할 뿐이다.”
명계의 왕국을 단 한 번도 찾아뵙지 않은 배은망덕한 조카를 멀리하긴커녕, 이렇게 다 큰 놈을 그 사도들 앞에서 굳이 끌어안는 숙부야말로 다정하였다.
숙부와 조카가 끌어안는 모습을 처음 보기라도 했는지 휘둥그레진 사도들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가운데.
“제 첫 번째 사도 레오파라, 두 번째 사도 아타울프입니다. 둘 다 인사 올려라, 나의 숙부님이신 브론테제 신이시다.”
“오, 내 조카의 사도들인가.”
“아, 안녕하십니까…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만나뵙게 되어, 기,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내 사도들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정중하게 인사했다. 브론테제 숙부는 스카텔란 형보다 훨씬 부드럽게 그들을 대했는데도. 역시 똑똑한 내 사도들.
인사가 끝난 후,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어쩐 일로 숙부님께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비옥한 하계를 다스리기만도 바쁜 분이 이런 누추한 지상까지 오다니.
“당연히 내 가장 아끼는 조카를 보러왔지.”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대답을 듣고 나니, 굳이 물어본 내가 바보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브론테제 숙부에게는 바로 용건으로 들어가서 내 궁금증을 풀어 주기보다, 더 중차대한 일이 있었다.
“테오파노, 식사는 제대로 하고 다니느냐? 네 얼굴이 굶어 죽은 시신의 낯빛과 같다.”
나는 오늘 무얼 먹었는지 대답해야 했다. 하필이면 경야라 살생을 삼갔던 터라 오늘은 고기를 먹지 않았는데.
하지만 사도들이 잡아 온 멧돼지를 통구이 해먹었다고 해도 숙부는 곁들이는 음식이며 반주며 후식은 무엇이었는지 일일이 물어봤을 테고, 결론은 같았겠지.
“내 조카가 굶주리고 있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숙부님. 제발 숙모님께는 말씀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사도들 앞에서 신의 위엄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숙모의 귀에 들어가는 건 반드시 막아야 했다.
“왜 그렇게 수수한 옷을 입고 있느냐. 내가 늘 말했듯, 네 외모에는 화려한 옷이 어울린다.”
“여행 중이니까요. 어머니의 선물입니다.”
“하늘의 여왕께서 어찌 가장 아끼시는 아들에게 옷을 한 벌만 주셨단 말이냐? 장신구도 안 하다니, 내 막내 조카가 헐벗고 다니는구나.”
브론테제 숙부는 가슴 아픈 나머지, 끼고 있던 반지를 빼어 주려 하였다. 장신구에 조예가 깊은 숙부는 반지를 특히 좋아해서, 늘 여러 개를 끼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이것은 숙부님이 아끼시는 영웅의 두개골이 아닙니까. 제가 어찌 받겠습니까?”
고대의 영웅이 숙부에게 바친 유산은 그의 유언대로 금을 씌우고 보석을 박아, 숙부의 희고 우아한 손가락 위에서 영롱하게 빛났다.
어떤 영웅들은 임종 시 그들의 시신 중 특정 부위를 죽음의 신에게 바치라는 유언을 남기곤 했다.
영웅이나 군주들의 시신은 성물로 여겨져, 조각조각 나뉜다. 태어난 고향에는 머리가, 죽은 곳에는 심장이 안치되는 식으로.
그러나 머리는 죽음의 신에게 바친다고 유언을 남기면, 다른 건 몰라도 신께 바치는 유산은 빼돌릴 수 없게 된다. 지역끼리 격화하는 시신 연고지 소유권 싸움도 막으면서.
그중 하나인 숙부의 두개골 반지는 참으로 아름답지만, 숙부가 아닌 다른 이가 끼면, 본래 크기로 커진다. 역시 내 취향이 아니었다.
“그래, 너의 계약자들도 언젠가 이처럼 아름다운 유물을 남길 테지.”
자애로운 미소를 짓는 숙부에게,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인신공희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내 계약자들이 내가 그들의 머리를 손가락에 끼고 다니고 싶어 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네 사도들이 사후에 사람들이 모두 탐내는 성물을 남기지 못할 성 싶으냐? 비록 살면서 유명하지 않았으나, 사후의 명성은 드높았던 이들이 참으로 많다. 삶이 사람을 배반하더라도, 죽음이 갚아 주는 법. 네 사도들을 그들의 사후까지 믿고 기다려 주어라.”
“…물론 저는 제 사도들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다만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니까요.”
브론테제 숙부는 아름다울 정도로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죽음은 언제나 사람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더 가까운 법이지. 사람에게 잊히면서도 그들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사람의 가장 충실한 벗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본래 사람의 가장 충실한 벗을 말한 건 숲과 사냥의 여신인 친누나 엘라디안이었다. 누나야 죽음이 아니라 개라고 했었지만.
그리고 숙부는 즉시 반박했다. 숙부는 엘라디안 누나도 몹시 좋아했기에, 누나의 잘못된 생각에 가슴 아파서. 개가 죽음의 수식어를 앗아가서도 안 되었고.
숲과 사냥의 여신은 우리 형제자매들 모두가 그렇듯 절대로 죽음의 신과 논쟁하지 않았다. 그렇게 누나의 수식어는 숙부에게 넘어갔다. 하지만 라프트레이 형은 두 신 사이 수사학의 승부는 아직 판가름 나지 않았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진실 여부와 무관하게 브론테제 숙부님의 말을 믿기 싫어서라도 엘라디안의 말을 믿을 테니까. 그렇다면 후자의 표현이 살아남겠지.
내가 영웅의 두개골 반지를 사양한 후에도 브론테제 숙부는 내 생활이 불편한지 아닌지 꼼꼼히 따졌다.
“잠은 어떻게 자느냐? 의자가 없으면 늘 그랬듯 침대에라도 누워 있으렴. 너는 아침에 먹은 음식은 점심에 안 먹는데, 요리사가 안 보이는구나. 일행에 가수가 없으면, 누가 밤마다 네게 잘 자라고 노래하고, 아침에 일어나라고 노래해 주느냐?”
“침대와 의자는 있었는데 불편해서 없앴습니다. 요리사는 수프가 짜서 해고했습니다. 가수는 음치라서―”
나로선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곧이곧대로 대답했다간, 브론테제 숙부의 가슴이 미어질 테니까.
그럼에도 브론테제 숙부의 얼굴은 근심으로 물들었다. 사도들의 얼굴은 나를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물들었고. 나는 나대로 천상에서의 사생활이 낱낱이 폭로당하는 느낌이었다.
“형님께서도 내 막내 조카를 홀대하시는구나.”
브론테제 숙부는 내 부모신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 충격을 받았다.
“아닙니다. 모든 것은 제가 바란 대로입니다. 두 분 부모 신께서는 그저 제 뜻을 존중하시어―”
“아직 어린 네게 웅장한 신전 하나 지어 주지 않고 지상에 보내다니. 그토록 호화스럽게 살던 네가 이제 굶주리고 헐벗은 채 황야를 떠돌며 고행을 하고 있지 않으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