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57
57
네크로맨서 Necromancer, 시체nekrós로 점술manteía을 치는 자들을 뜻하는 말.
죽음의 신이 가장 분노하는 자들.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
“죽음의 안식을 어지럽히는 자들은 반드시 처벌해야 합니다.”
나는 엄숙하게 말했다.
“우리 착한 테오파노.”
브론테제 숙부는 미소 지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산 자와 사자의 교류를 금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죠. 죽음의 축제야말로 가장 화려한 축제니까요.”
숙부가 공들여 가꿔 온 축제.
“하지만 산 자가 죽은 자를 부리는 일은 사악하기 이를 데 없다.”
브론테제 숙부의 침착한 말투에서 더 깊은 분노가 느껴졌다.
예지의 꿈에, 죽은 자들을 부리는 괴물들이 있었다. 분명히 죽였는데, 다시 살아났다.
그러면 아무리 용감하게 싸우던 이들도 공포에 질렸다. 특히 죽인 적보다 죽었던 아군이 되살아나 이편을 공격해 올 때.
사자들에게 질문이나 하던 본래의 네크로맨서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때, 누구보다도 격분했었던 죽음의 신.
“그러나, 네 덕분에 나는 네크로맨서에 대한 생각을 조금은 달리하게 되었다.”
네? 왜 나와 네크로맨서를 엮는 거죠, 숙부님?
식은땀이 나는데, 죽음의 신은 자상하게 말을 이었다.
“그동안 나는 산 자들이 내 백성들의 안식을 깨뜨려 이득을 본다고 네크로맨서들에게 분노해 왔었다.”
화 안 내는 이일수록 한번 화내면 무섭다는 말은 브론테제 숙부 때문에 생겼다.
“물론, 그런 사악한 놈들은 가만두시면 안 됩니다.”
나도 같이 분노하며 말했다.
죽음의 신이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제, 너는 오롯이 죽은 자들을 위해 죽은 자들을 불러냈다.”
“네, 그렇습니다. 오로지 그들을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어떤 이득도 보지 않았습니다.”
“너는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한을 풀어 주고 넋을 달래어, 그들이 본래 가야 했던 명계로 돌려보냈다. 내가 영영 잃어버렸다고 여겼던 내 백성들이 마침내 내게로 왔으니, 모두 너의 공로다.”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나는 다소 안도하며 말했다.
“바로 그것이다.”
내 손을 꼭 쥐며, 죽음의 신이 내 말에 어찌나 열렬하게 동의하는지 도로 불안해졌다.
“네가 죽은 자들을 돌보는 갸륵한 마음씨로 큰일을 해내어, 나는 결단을 내렸다.”
무슨 큰일?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항변하고 싶었다.
하지만 죽음의 신이 내린 죽음의 정의에 이의를 제기하느니, 차라리 헤르첼로이데가 내린 사랑의 정의가 틀렸다고 하고 말지.
“너도 알다시피, 나는 하계의 군주여서 지상의 일에 다른 신들보다 제한이 크다. 그래서 네크로맨서들을 처단하기도 쉽지 않지.”
예지의 꿈에서도, 브론테제 숙부는 지상의 네크로맨서들을 직접 처단하는 일을 포기해야 했었다. 명계의 군주가 지상에 나서면, 생사의 지엄한 경계가 더 틀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구원보다 파괴가 더 쉽다. 세상을 지키려는 존재들이 파괴하려는 존재들보다 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하지만 이번에 네가 한 일은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영감은 예술가들이 예술의 여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던가? 왜 죽음의 신이 나한테… 내가 뭘 어쨌다고…….
“명계의 군주는 지상에 나서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내 대리인을 정한다면? 그리하여 지상의 죽은 자들을 다스리게 한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 가긴 하는데… 가능한가?
“나는 지상에서 착취당하는 내 백성들을 보호할 뿐이다. 그들이 지상에서 영향을 끼친 곳은 이미 생사의 경계가 뒤틀렸으니, 명계의 군주로서 바로잡으려 할 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브론테제 숙부의 눈이 빛났다.
“지금까지, 네크로맨서들은 흉악한 수법으로 죽은 자들을 꾀어냈다. 하지만 죽은 자들을 돌보는, 명계의 군주를 대리하는 자가 그들을 부른다면, 사자들은 그 참다운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리라. 삿된 부름에 더는 휩쓸리지 않으리라.”
“맞습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호수의 유령들처럼 오랜 세월 떠도는 넋들도 없겠지. 용감한 전사자들이 되살아나, 그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전우의 등을 찌르는 일도.
…잠깐, 다 좋은데 지금 내 얘기하는 거 아니지? 그 존재가 설마 나는 아니겠지…….
“죽음의 권능은 지상에서 악용되기 가장 쉬운 법. 고로 나는 다른 이와 내 권능을 나누지 않는다. 하지만, 진정으로 내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가 있다면, 게다가 그가 나의 혈육이라면, 그 믿음직한 손에 길 잃은 내 백성의 인도를 어찌 맡기지 않으랴.”
브론테제 숙부가 나를 자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하, 하지만 숙부님, 저는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은지라…….”
“죽은 사람도 존중하며 그 아픔을 알아주고 달래는 마음이면 내 대리인이 될 자격이 차고 넘친다.”
“제가 이제야 지상에 내려와, 제 영역을 겨우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어찌 다른 영역에 나서겠습니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하나의 신으로만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 영역을 겸하는 일이 힘들어도,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하다.”
겸업이라니, 나는 전쟁을 막아야 하는데!
그래도, 사람들을 구하는 일이었다. 죽었건 살았건.
하지만 승낙하기 전에 확인해야 했다.
“숙부님, 죄송하지만 한 가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너라면 무엇이든, 테오파노.”
“숙부님께서는 혹시 저를 하위 신으로 삼고자 하십니까?”
그러자, 브론테제 숙부는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마치 내가 그의 애정을 시험하기라도 한 듯.
“죽음의 신은 하위 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마치 내가 그의 긍지를 건드리기라도 한 듯.
사실이었다. 최고위 사계의 신들에게 속한 하위 신이 되려는 무리는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유한 신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죽음의 신은 이미 막강한 무리를 거느리고 있다.
아무리 강한 영웅도, 뛰어난 천재도, 결국 죽는다. 그렇게 모두 브론테제 숙부의 백성이 된다.
그들이 별자리에 오를 만한 뛰어난 업적을 세운다면 또 모르지만.
실수했다고 생각하고 죄송하다고 하려는데, 숙부가 너무나 놀라운 소리를 했다.
“나는 부하가 아니라 후계자가 필요하다.”
…내가 방금 무슨 소릴 들은 거지?
영원히 사는 신한테 후계자는 필요 없다. 그것이야말로 신성모독이다.
자식 신인들 부모 신과 같은 성향을 타고나지도 않는다. 그러니 자식 신이 나처럼 무능했다 한들, 영역을 물려줄 수도 없고, 기껏해야 부모 신의 하위 신이 될 뿐이다.
“아니… 숙부님… 왜…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신한테, 그것도 사계의 신이자 죽음의 신한테 후계자가 필요할 일이 어디 있다고, 설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숙부에게 무슨 일이라도 난 건…….
“그렇지 않다.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다.”
“하지만…….”
“그저 먼 앞날의 구상일 뿐이다.”
먼 앞날? 전쟁이 나는 앞날?
“저를 후계로 삼고 싶다고 하신 건 숙부님이십니다. 그렇다면 제게 이유도 말씀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정말 괜찮으신 것 맞습니까?”
나는 그만 화가 치밀어서, 죽음의 신을 노려보고 말았다. 이미 노려봤으니, 이 분노가 평생 가라앉지 말았으면.
브론테제 숙부는 내 반응이 뜻밖에 격렬한지 당황한 얼굴이었다. 숙부의 그런 표정은 처음 보지만, 신기해할 새도 없었다.
“말씀을 못 하실 정도로 심각한 일입니까?”
“…그리 화내지 말고─”
“숙모님은 알고 계십니까?”
“네 숙모에게는 말하지 말고─”
“숙부님의 대답을 듣고 나서 정하겠습니다.”
그제야 죽음의 신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래, 하긴 너라면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내가 이해할지는 들어 봐야 알지.
“사실, 나는… 죽고 싶구나.”
…신의 후계자보다 더한 충격이었다. 죽음의 신이 죽고 싶다고?
“…숙부님,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나도 모르게 숙부의 멱살을 잡아 흔들려다가, 그러기 직전에 숙부를 끌어안았다.
“다 털어놓고 말씀해 주세요, 제발!”
브론테제 숙부는 사계의 신들 중 가장 행복한 신이다. 그런 신이 죽고 싶다니?
나를 마주 안고만 있던 숙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 백성들은 모두 죽었는데, 그들의 왕인 나 혼자 살아 있다.”
“숙부는 죽음의 신이니까요.”
“바로 그 말이다. 죽지 않는 죽음의 신이라니 말이 되느냐?”
하지만 본래 그랬는데.
“너는 마법의 신이 되었다. 마법을 쓰지 않는 마법의 신이 상상이 가느냐?”
내가 대답하지 못했을 때, 죽음의 신이 말을 이었다.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유일한 존재로서, 죽은 이들을 다스리는 것이 올바른지 모르겠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무사히 명계에 이르지 못하고 방황하는 넋들이나, 사악한 네크로맨서들을 볼 때마다, 내가 죽음을 몸소 겪지 않았기 때문에 막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죽으시려는 겁니까? 말도 안 됩니다!”
나는 소리쳤다가, 말소리를 낮추어 애원했다.
“죽음의 신은 죽음을 다스려야지, 죽음에 귀속돼서는 안 됩니다.”
죽음의 신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나는 영원히 죽음과 한 몸이 되지 못한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죽음은 변치 않습니다. 죽음의 왕도 그래야 합니다.”
나는 고집스레 말했다. 그러자 나를 바라보는 숙부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시간은 그가 낳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 말에, 전율이 일었다. 예지의 꿈에서 그 힘을 처음 느꼈을 때처럼.
그때처럼, 물러설 수 없었다.
“시간이 아니라 흐름입니다. 시간도 흘러야 하고, 생사도 흘러야 합니다. 그 사실만이 변함없습니다. 숙부님은 그 불변의 상징입니다.”
숙부는 침묵했다. 그러면서도 내게 눈을 떼지 않았다. 나도 마주 보았다.
“…그것이 네가 생각하는 시간이냐?”
“네, 그렇습니다.”
이제 고요야말로, 우리 사이에서 은하수처럼 흘렀다.
그처럼 술이 잔에 흘렀다.
“내가 왜 수확인지 아느냐?”
이윽고, 브론테제 신의 목소리가 울렸다.
술처럼 그윽한 목소리가 내는 울림 속에, 나는 내 목소리를 더하지 않고 고개만 저었다. 어렸을 때는 숙부가 가을의 신이기만을 바랐었다.
“사람들은 죽음을 비극으로만 본다. 그러나 도달할 목적지가 없다면 사람은 방황할 뿐. 내가 사람의 목숨을 수확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신의 삶을 수확하는 것이다.”
브론테제 신이 쓰고 있는 화환의 무르익은 열매가 떨어지자, 툭 하는 소리가 났다. 때맞춰 내민 손바닥 위에서.
“누군가 죽음을 결실로 볼 수 있다면, 그의 삶에 충실하였다는 증거여라.”
브론테제 신이 희고 우아한 손을 내게 내밀었다. 나는 그 위의 붉은 열매를 바라보았다.
그대로 손을 내밀어 열매를 집었다. 가을의 과일, 그 농익은 달콤함을 생각만 해도 입에 침이 돌았다.
그러나 입에 가져가는 순간, 브론테제 신이 막았다. 아직 맛보지도 못한 열매의 감미에 눈이 먼 나는 저항했지만, 브론테제 신의 강철 같은 손아귀에서 꼼짝달싹 못 했다. 말 그대로 죽음의 손아귀라고 깨닫는 순간, 겨우 정신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다.”
내 손에서 붉은 열매가 사라졌다.
“언젠가, 네가 죽음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순간에, 이 결실을 먹어라.”
…내가, 꿈에서나마 자결했던 일을, 숙부가 알 리 없다.
그러나 한번 죽음을 겪었던 존재를, 죽음의 신은 감지할 수 있는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순간─
툭. 열매가 다시 떨어졌다.
이번에는 신의 손이 아닌 땅에.
브론테제 신이 그 화려한 옷자락에 흙을 받아 좌르르, 떨어뜨렸다. 열매는 사라졌다. 땅으로 돌아갔다.
이제, 씨앗이 되어서.
“그때, 네가 바란다면 열매는 다시 나타나리라.”
브론테제 신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차 있는 술잔을 내밀었다.
나는 술을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기울여 열매가 떨어진 곳에 부었다.
샘물이 흐르는 맑은 소리가 났다.
브론테제 신이 미소 지었다.
그렇게 나는, 죽음의 신이 지상에 보낸 죽음의 대리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