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6
6
“레오파라!”
나는 기겁했다. 하나뿐인 신도를 내 손으로 몇 번이나 잡아 대는 건지.
창백한 얼굴로 쓰러진 레오파라는 내상을 입은 게 분명했다.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손가락이 낫지, 머리가 두 개가 되면 내가 그를 괴물로 만든 셈이다. 차라리 생식기가 두 개면 옷으로 숨길 수나 있을 텐데.
지혈해야 하지만 내상이라 어디서 피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시 숲의 생명력을 끌어모았다. 인체와 가장 비슷한 게…….
나무… 땅속 깊이 뿌리 박고 빨아들인 수분을 저 많은 나뭇가지, 이파리 끝까지 보내서…….
나는 신의 눈을 뜨고 나무를 관찰했다. 신의 눈이라고 사물의 안쪽까지 볼 수 있지는 않았다. 계약의 의식 때 사도의 마음을 보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눈에 숲의 생명력을 더한다면.
나는 생명력을 눈에 집중해서 나무를 보았다. 처음에는 나무껍질만 크게 보였는데, 서서히 그 안쪽의-
“아아악, 내 눈! 내 눈!”
눈알이 터질 뻔했다. 샘물로 눈을 식혀야 했다. 갑자기 너무 많이 보여서.
드러눕고 싶었지만 레오파라가 신음을 토했다. 사람의 신음은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아…….
나는 숨을 가다듬었다. 내쉬고 들이마시고… 그래, 흐름을 타려면 나도 같이 흘러가야지.
그제야 나무의 내부에서 수액이 얼마나 활발하게 사방으로 흘러가는지 보였다.
나는 쓰러진 레오파라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같은 흐름이라고 해도, 나무는 나무고 사람은 사람이었다. 어려웠지만 계속했다. 어디에서 피를 흘리는지… 바로 저곳, 내장의 혈관에서 피가 철철!
황급히 눈을 뗐다. 또 드러눕고 싶었다. 마침 레오파라의 신음도 더는 들려오지 않고… 뭐?
듣기 싫은 소리였는데, 아예 안 들려오니까 배로 끔찍했다.
그래도 어디서 피가 나는지 봤으니까 막으면 되었다.
이번에는 무턱대고 레오파라의 몸에 행하지 않고 나무에 먼저 실험했다. 구멍을 뚫어 수액이 흘러나오게 한 후 막아 보았다.
그러다 날려 버리기 일쑤였다. 겨우 괜찮은 결과를 얻었을 때는 레오파라의 얼굴이 새파랬다.
나는 급히 치유 마법을 시도했다. 사람은 배로 어려웠다. 혈관은 완전 작았고…….
하지만 숲의 생명력을 더한 신의 눈으로 바라보자, 레오파라의 몸도 열심히 그를 치료하려 하고 있었다.
신들의 자기 치유와 비교하면 미약한 움직임이었지만, 그래서 더 가슴 뭉클했다.
사람은 쉽게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살려고 저토록 노력하고 있는 거였어…….
나는 그 삶의 의지를 따라갔다. 꺼질 듯 꺼지지 않는 빛에 힘을 불어 주자, 곧 환한 빛이 일었다.
정확히 내상 부위에서 일어났고, 혈색을 잃은 그 얼굴을 비추었다.
“으… 으흐…….”
조금 시간이 지나자 레오파라가 다시 신음 소리를 냈다.
그렇게 듣기 싫던 소리가 이젠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레오파라, 정신이 들어?”
다급하게 묻자 그가 서서히 눈을 떴다.
“테, 테오파노 님…….”
“그래, 나야, 좀 어때? 아픈 데 있으면 말해 봐.”
“저는 더 큰 부상도 당했었지만 이렇게 멀쩡하기는 처음입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설명해 주자 그는 매우 감격했다.
“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테오파노 님!”
나 때문에 죽을 뻔했는데도.
“죽다 살아났으니, 마법은 그만하고 춤과 노래를 연습해라. 너 같은 미남이 길거리에서 그러고 포교하면 사람들이 내 신전으로 몰려들겠지.”
그렇게 행복의 신전을 창시하는 거지. 괴물들과 살육이나 하던 놈이 춤추고 노래하면, 이미 세계 평화의 절반은 이룬 셈.
“아, 아닙니다, 테오파노 님! 저는 춤과 노래엔 재능이 없어서-”
“연습하면 되지.”
“저는 싸움터에서 굴러먹던 놈이라 싸움이 더 편합니다.”
“너 자신을 비하하지 말라. 네 가능성을 제한하지도 말고. 우리 교엔 그런 거 없다.”
“테오파노 님…….”
“내가 평생 춤추고 노래하며 살게 해 줄게. 피 토하며 싸울 거 없다.”
“저, 정말 괜찮습니다! 테오파노 님을 위해 싸우고 싶습니다!”
신이 편하고 즐거운 삶으로 이끌어 줘도 굳이 고생길을 택하다니.
그야 괴물들을 위해 싸우느니 날 위해 싸우는 편이 낫지만.
“하지만 넌 눈물이 많은데, 춤추고 노래하다 보면 성격이 밝아지지 않을까?”
“제발 춤과 노래는 이제 그만!”
아파도 신음만 하던 레오파라가 비명을 질러서 놀랐다.
“…정말 괜찮으니, 수련을 계속하죠. 아까 느꼈던 힘은 엄청났습니다. 더 노력하면 감당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했으면 잘 먹고 푹 쉰다. 우리 교는 살기 위해 일하지, 일하기 위해 살지 않는다.”
해 저물었는데 작작 해라! 이 광신도야!
“하, 하지만… 강해지려면 열심히 해야-”
내 신도에게 내 형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약해빠진 놈! 쓰러졌다고 포기하지 말고 일어나 싸우라고!
-어리석구나. 이해가 안 가면 이해할 때까지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
바쁘다고 나처럼 놀고먹을 새도 없으니까, 부러워서 구박해 댄 거지.
“죽어라 일만 하면 네가 무슨 수로 행복해지는데? 그런 사람들은 다른 신에게 가는 편이 낫다.”
진짜 가면 의리 없는 놈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죽는 사람이 죽어라 일해야 하나? 나와 같이 싸우자고 했지만, 레오파라가 괴물의 편만 안 되면 그만이다.
영원히 사는 신이 영원히 싸우면 되니까.
레오파라가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절대로, 절대로 다른 신에게 가지 않습니다! 하하하하!”
갑자기 막 소리치더니, 웃음을 터뜨리면서.
* * *
우리는 낮에는 숲을 가로지르며 여행했고, 해가 저물기 시작하면 마법 수련을 하고 야영했다.
레오파라는 가끔 수련 때문에 끼니를 건너뛸 뻔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근엄하게 가르쳤다.
-우리 교는 굶지 않는다.
-건전한 식생활이 건전한 심신을 낳는다.
레오파라는 교리를 아주 잘 지켰다.
그러자 처음의 시건방진 말투도, 불손하던 눈빛도 사라졌다. 역시 밥만 한 약이 없었다.
“자, 마법을 우리의 계약 관계를 통해 발현할 테니, 받아들여라.”
“네, 준비됐습니다.”
레오파라는 나처럼 마법을 직접 일으키진 못했다.
솔직히 다른 신들이라고 해도 이 새로운 힘을 발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언젠가는 가능하다고 해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레오파라는 마법에 잘 적응해 갔다.
그가 감당할 만한 작은 기운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늘려갔다. 그러다 보니 처음 휘둘렀던 때만큼의 일격은 발휘하지 못했지만 발전 속도는 빨랐다.
그렇게 수련하며 여행하던 어느 날, 레오파라가 제안했다.
“이 근방에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좀 쉬기도 하고 물품도 구입하지요. 마을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신 때문에 놀라지 않도록 모자를 눌러 쓰고 얼굴을 가리시는 게 어떨까요?”
“그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침대에서 잠도 자고, 마차도 구하자!”
나는 신이 났지만, 레오파라는 당황한 얼굴이었다. 왜 그런지 그 마을에 가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전의 마을도 작다고 생각했지만 이 마을과 견주면 도시였다. 물품을 구하긴커녕 누더기를 입은 아이들이 몰려와서 손을 내밀었다.
“한 푼만 주세요!”
“한 푼이라니, 한 개만 주면 되니?”
나는 어머니에게 받은 지갑이 있었는데, 필요한 만큼 금화가 나왔다.
-신전은 금고다. 아름답고 거대해 보일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온다.
발트라하 누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아직 신전이 없다 보니 사람들에게 돈을 받기보다 주게 되었다.
“와아아아! 금화다!”
“고맙습니다!”
금화 한 개씩 받은 아이들이 좋아서 웃자 뿌듯했다.
그때 여관도 없는 마을이라 우리가 쉴 곳을 찾아보겠다고 갔던 레오파라가 황급히 달려왔다.
“테오파노 님! 방금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어? 역시 하나씩만 주면 정 없나?”
나는 다시 지갑을 열었지만, 아이들은 레오파라를 보자마자 모두 뿔뿔이 달아나 버렸다.
“네가 육손이라 겁먹었나? 그건 네 탓이 아니라 내 잘못인데.”
“…그건 아닐 겁니다, 테오파노 님… 여긴 여관이 없으니 촌장의 집에 가서 식사도 하시고 쉬시지요. 촌장과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촌장의 집은 마을에서 제일 크긴 했지만, 작고 초라했다.
“귀,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곳까지…….”
촌장이 말을 더듬으며 나를 맞았다. 촌장의 아내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터였다.
잘생긴 우리를 맞으면서 이리 겁을 내다니, 빨리 마법을 더 연구해서 레오파라의 손을 고쳐줘야겠다.
“내 아버님과 형님도 기꺼이 빈자들의 식탁에 함께 앉으셨다.”
나는 그들의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와 라프트레이 형이 변장하고 사람들의 마을을 암행했던 일은 유명한 전설이었다.
“아, 네…….”
말끝을 흐리며 가져온 음식은 빵과 수프, 달걀이 전부였다.
빵은 대체 뭘 넣었는지 거칠기 짝이 없었다. 수프를 묻혀서 먹고 나니, 수프가 든 접시가 깨끗해질 정도였다. 설거지 쉽게 하려고 빵을 그렇게 만들었나.
그래도 오랜만에 집 안에서 식사하니 좋았다.
촌장 부부는 식사 내내 긴장한 얼굴이다가 촌장의 아내가 물었다.
“그래서… 왕자… 아니, 나그네 님의 아버님과 형님께서는 왜 굳이 빈자의 식탁에 앉으셨나요?”
촌장도 궁금한 얼굴이었다.
“두 분은 그 마을 중 가장 가난한 부부의 집에 가셨었지.”
실은 제일 큰 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했기 때문이지만 말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안 좋아질 테니까.
“여기서 가장 가난한 부부는 저희가 아닙니다. 마을 끝에 사는 돼지치기 부부죠. 안내해 드릴까요?”
촌장이 벌떡 일어섰다. 하지만 레오파라가 바라보자 도로 주저앉았다.
촌장이 내 이야기에 푹 빠져든 모양이니 말이 끊겨도 기분 상하진 않았다.
“그들의 소박한 환대에 아버지는 정체를 드러냈고, 그들은 기꺼이 하나뿐인 거위를 잡아 바치려 했다.”
“저희도 거위가 있습니다…….”
촌장이 비장하게 말하자 촌장의 아내가 신음했다. 레오파라가 이마를 짚었다.
“괜찮다. 거위를 바칠 필요 없다.”
아버지도 가난한 부부의 하나뿐인 거위를 살려 주었으니까. 숲을 여행하며 레오파라가 잡아 온 새들도 많이 먹었고.
“그래서 아버지는 그분의 대접을 소홀히 한 마을을 물바다로 쓸어 버리면서도-”
“흐읍!”
“앗!”
촌장 부부가 감탄사를 발하며 얼마나 열심히 듣는지 흥이 났다.
“그 노부부만은 살려 주고 한날한시에 죽게 해 주었지.”
두 부부의 얼굴이 새파래져서 체했냐고 물어보려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아이들을 용서해 주세요!”
엉엉 우는 아이들이 그 부모들에게 목덜미가 잡혀 끌려왔다. 부모들도 울면서 빌었다.
“제 자식놈이 금화를 훔쳐서 죄송합니다. 제발 손은 자르지 말아 주십시오.”
“제발 용서해 주세요.”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기겁하는데 촌장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나가! 나가라고! 그러지 않으면 온 마을이 물바다가 될 테니까!”
“아니면 전부 한날한시에 교수형을 받든가!”
촌장의 아내도 비명을 질러 댔다.
“대체 모두 왜 우느냐?”
내가 물었지만, 다들 더 크게 울었다.
그때, 레오파라가 말했다.
“모두 뚝 그쳐.”
낮은 목소리로 말했는데, 신기하게도 높은 목소리들 속에서 혼자 잘 들렸다. 아이들마저 뚝 그쳤다.
“테오파노 님이 물으신다.”
레오파라의 말에 모두 나를 바라보았다.
울음은 그쳤는데, 어쩐지 눈물은 더 줄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가장 작은 아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러다 그만 모자가 벗겨졌다. 엉엉 울던 아이의 눈물이 멎었다.
“역시 애들은 안아 줘야지.”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딸꾹.
아이가 딸꾹질을 했다.
딸꾹, 딸꾹… 다양한 딸꾹질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딸꾹질을 하고 있으니 뻐꾸기 떼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왜 울었지?”
나는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꾸 물으면 또 울 것 같았다.
“자, 울었으면 이제 웃어야지.”
나는 아이에게 먼저 웃었다.
울지 말라고 달랠 재주는 없지만, 어떻게 웃을지 모범이 되어 줄 수는 있었다.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다. 머리도 동그랗고 뺨도 동그랗고 눈도 동그랗고.
“하하하, 귀여워! 아기 참새 같아!”
그러자 아이도 따라 웃었다.
“잘 웃네! 이렇게 잘 웃는데 왜 울었어?”
나는 다른 애들도 안아 주었다. 그러자 좀 큰 애들이 앞다투어 안기면서 말했다.
“엄마가요, 아빠가요.”
“금화 훔쳤다고 혼났어요.”
“안 훔쳤는데.”
나는 그 애들을 안아 주며 어른들에게 따졌다.
“내가 준 돈인데 왜 훔쳤다고 혼냈는가?”
어른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더 화가 났다.
“왜 대답을 안 하지?”
“금화를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때 레오파라가 입을 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금화가 아니라 보석을 원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