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62
62
“어려운 일인데, 다들 잘했다. 우리끼리 있을 때는 그럴 필요 없지만, 나르본에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는 필요에 따라 이렇게 대화하자.”
처음부터 오래 하면 사도들이 힘들어할 수도 있어서, 바로 휴식을 취하게 한 후 칭찬해 주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늘 계약을 통해 테오파노 님의 마법을 받아 왔으니까요.”
아타울프가 웃으며 말했다. 그도 점점 마법을 다루는 실력이 늘고 있었다.
“사실 호수 아래서는, 정령들의 말이 들렸었습니다. 마을 아가씨 유령의 말과는 달리 들리다가 안 들리다가 했지만요. 테오파노 님이 그들과 대화를 나누니까, 확실히 더 잘 들렸지요. 렉스가 합류한 이래, 그와 대화하는 테오파노 님을 보아 오며 추측한 일도 도움이 됐습니다.”
레오파라도 기쁘게 말했다.
“잘됐구나. 그럼 이제 나르본에 들어가자.”
렉스를 빼고는 검은 로브로 수수하게 차려입은 우리 일행은 발길을 옮겼다.
그렇게 들어간 나르본은 언덕 위에서 굽어봤을 때 못지않게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이었다.
강가에 가지를 드리운 버드나무, 그 아래서 사색에 잠겨 있는 라프트레이 형의 동상, 고색창연한 종탑, 그 아래 서 있는 라프트레이 형의 동상, 맑은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분수, 반쯤 드러누워 그 분수를 장식하는 라프트레이 형의 동상…….
“라프트레이 신의 동상이 사방에 깔려 있습니다.”
“테오파노 님의 성지에는 동상이 달랑 두 개뿐인데요! 이제 막 만드는 중이고요!”
내 사람들은 안타까이 부르짖으며 걱정했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라프트레이 형의 신도들은 형이 손꼽히는 미남 신인 걸 자랑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신인 우리 형제자매들은 다들 외모가 뛰어났다. 스카텔란 형조차도.
그 가운데서도 라프트레이 형이 제일가는 미남이었다. 헤르첼로이데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듯.
-미는 사람을 지배하는 권능이 있다.
라스카라사 누나는 그렇게 말했었다.
-내가 살펴본 결과, 라프트레이의 성지와 헤르첼로이데의 성지에 있는 동상들은 다른 신들의 성지에 있는 동상보다 훨씬 수가 많다. 라프트레이는 두 배, 헤르첼로이데는 세 배.
그때만 해도 이 누나는 참 쓸데없는 걸 다 조사한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예술의 여신이 사랑과 미의 여신인 헤르첼로이데와 영역 다툼을 하는 이유인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사도들에게 그런 이야기까지 할 수는 없지만 알아듣게 설명했다.
“최고의 미남 신을 섬긴다는 자부심으로 형의 미모를 온 도시가 과시하는 거지.”
최고의 볼거리, 최고의 자원인 셈이다. 경치가 좋은 곳 못지않게 사람이 잘난 곳도 여행자들이 몰리는데, 나르본은 아예 수호신이 미남이니까.
“하지만 테오파노 님도 잘생기셨습니다!”
“제 눈에는 최고의 미남 신이십니다!”
-테오파노 신이 제일 잘생겼어!
사도들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는 계약 소통으로 했으면.
하지만 기분이 좋았다. 내가 스카텔란 형처럼 바보도 아니고 라프트레이 형과 외모고 뭐고 그 어떤 대결도 펼칠 마음은 없지만, 내 사도들이 그렇게 봐 준다면야. 그걸로 족하고말고.
“언젠가 테오파노 님의 동상을 이 도시의 모든 동상보다 열 배로 세우겠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큰 동상을 세워 드리겠습니다.”
내가 가장 잘생긴 신과 대결할 마음이 없어도, 신도들이 다른 신의 신도들과 대결해 버려서 문제지만.
“하하, 꼭 그러지 않아도 된다.”
사실 라프트레이 형도 이렇게 많은 동상을 바라진 않았었다.
-이미 넘쳐 나는 내 동상을 세울 돈이 있으면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사라!
하지만 형의 사도들조차 말을 안 들었다.
-내가 죽고 나면 유산으로 모처에 라프트레이 신의 동상을 세우라. 하단에는 내 이름과 함께 라프트레이 신의 가장 충실한 사도라고 새겨 넣고, 도안은 이러이러한 자세로…….
살아서는 말을 듣던 이들도 이러고 유언을 남기고 죽으면, 신이라도 사도를 꾸짖지 못하는 법.
-나는 테오파노 신의 분수를 세울게! 동상보다 분수가 더 좋아!
렉스도 신나게 외쳤다. 듣다 보니 나도 신나서 웃는데, 아타울프가 물었다.
“근데 저 음침한 무리는 뭐죠?”
그랬다. 이 아름다운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오점이 사방팔방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 장식 없는 검은 가운을 입었는데, 걸음걸이가 그들의 어깻죽지만큼이나 축 처져서 가운이 땅에 질질 끌렸다. 그래서 구부정한 등 뒤로 흙먼지를 일으키는 동시에 옷자락으로 흙먼지를 쓸어 가는 꼴이 지저분했다. 그들은 이 햇볕 좋은 날에도 후드를 뒤집어쓰고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파리한 입술로 끊임없이 무언가 중얼거렸다.
검은 천을 뒤집어쓰고 모여 세상을 저주하는 악의 무리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때려잡아야 할 것 같지만, 후드 아래 퀭한 눈길이 동정심을 자극하고 마는 터였다.
“졸업생들이다. 대학을 떠나지 않은 걸 보니, 박사 학위를 따려고 공부 중인가 보다.”
아타울프가 내 사도가 된 이래, 그런 충격과 불신의 눈초리를 내게 던진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가슴에 동으로 만든 태양 배지를 달고 있었다. 라프트레이 형은 태양신이기도 하니까, 학생들은 태양을 본뜬 배지를 가슴팍에 달고 다니고, 태양이 그려진 깃발도 학교 곳곳에서 휘날렸다. 정작 라프트레이 형은 태양보다 학문에 더 마음을 두고 있었지만.
-근데 왜 저런 옷을 입고 있는 거야? 호수 마을의 농부들도 저런 옷은 안 입었어.
렉스도 놀라워했다.
우리는 곧 그 해답을 얻었다. 강의 수위가 깊지 않고 흐름이 완만한 곳에 야트막한 다리가 걸려 있었는데, 그곳에서 청년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다.
“여기 젊은 학생들도 있군요.”
레오파라가 말했다. 주변 풀밭에는 헤엄치고 나와서 드러누워, 젖은 몸을 햇볕에 말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물기가 대충 마르자, 하의만 입은 맨몸에 그 가운을 훌렁 덮어썼다. 가운만 걸치면 그 아래 아무것도 입지 않아도 감쪽같았다.
“…엄청나게 편리하겠군요.”
그렇게 말한 레오파라는, 강에서 기운차게 헤엄치던 청년들이 그 가운을 입자마자, 다시 노인처럼 걷는 걸 목격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다리 아래 강물은 마치 젊음의 샘 같았다. 가운을 벗어 던지고 아래의 강으로 몸만 날리면, 다 죽어 가던 노인도 회춘하는. 때로는 까마귀 날개 같은 가운 자락을 날리며 그대로 뛰어드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 딴에는 가운을 빨고 싶었던 듯한데, 옷자락에 묻은 흙먼지를 진흙으로 바꾸었을 뿐이었다.
“저들을 보세요!”
그때, 아타울프가 낮게 말했다.
이 새로운 무리는 가운을 입고 머리에는 베레모를 썼다. 앞서의 무리가 까마귀 떼라면, 이들은 적어도 꿩은 될 정도로 맵시가 있었다.
특히 긴 옷자락이 질질 끌리게 두지 않고 손으로 슬쩍 감아쥐는 모습이 귀부인들 못지않았다. 그렇게 우아하게 끌어 올린 옷자락 사이로 보란 듯이 반들거리는 장화의 앞코나 반짝이는 박차 장식이 드러났다. 이들의 손은 옷자락을 감아쥐지 않을 때면 베레모를 건드렸는데, 비스듬한 각도를 미세하게 조정하여 언제 어디서나 그들의 이마와 앞머리가 최적의 모양새로 드러나게 했다.
검은 가운을 입고 부릴 수 있는 온갖 멋은 다 부렸지만 가슴에는 태양 배지가 없었다. 졸업해야 받으니까.
“대학생들이다.”
“그들은 저 가운 아래로 무기를 차고 있어요. 장담하는데, 저 대학생만 해도 단검을 두 개는 차고 있습니다.”
레오파라가 확신했다. 동의하여 고개를 끄덕인 아타울프가 새로운 무리를 발견했다.
“저 사람들은 모자 모양이 다릅니다. 모자 모양이 사각이군요.”
꿩에 이어 공작새 무리가 왔다. 이들의 휘황찬란한 날개는 사각모자였다. 그들은 사각모자를 깊게 눌러써서, 모자만 보이고 눈이 안 보일 지경이었다. 그래서인지 키와 상관없이 코 아래로 사람을 내려다보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그들은 사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다. 눈에 사각모자 이하로는 들어오지 않는 게 분명했다. 그들의 손가락은 가끔 그 모자의 길게 늘어진 술을 가볍게 튕기거나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저 모자의 술은 애마의 말총으로 만들었나요? 그것도 죽은 애마? 저도 아끼는 말을 잃었을 때 추억을 기리고자 모자로 만들 걸 그랬군요.”
아타울프는 그렇게 물었다. 나도 그것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그 모자 없이는 살아가지 못할 듯하니, 타당한 추리였다. 이번에는 그들 가슴의 은 배지를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박사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학문의 신이 이룩한 이 정교한 먹이사슬의 정점에 위치한 포식자가 왔다. 말로는 학문의 수호자 다음이지만. 그들은 매라고 해야 할까.
일단 화려한 깃털이 돋보였다. 그들의 가운은 소매며 가슴과 등에, 주름이며 벨벳과 실크로 만든 테두리 장식이 들어갔다. 사각모자의 술은 금빛이었다. 장식의 정점인 가슴의 금배지. 그들은 이 칙칙한 무리를 질리게 보아 온 우리 눈에 공주처럼 보였다. 왕자도 따를 수 없는 화사함.
그것도 아주 관대한 공주였다.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 아래 모든 새를 친절하게 대하는.
배은망덕한 까마귀 떼가 그들이 나타나자마자 발을 질질 끌며 도망가는데도, 미소를 잃지 않는 그들. 하긴 꿩들과 공작새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열렬한 구애의 몸짓을 펼치니까 까마귀들은 보이지도 않겠지.
“교수들이다.”
“왕족들이 신전에 기도하러 와서, 입구의 거지들에게 금화를 뿌릴 때 딱 저런 표정을 짓지요. 저 표정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레오파라가 탄복했다.
“모든 새들을 굽어보는 매들을 빼면, 꿩들은 까마귀들을 무시하고, 까마귀들은 꿩들을 밀쳐내고, 공작새들은 꿩들을 멸시하는군요. 그런데 같은 꿩이나 공작새들끼리 무시하는 건 뭘까요?”
아타울프가 궁금해했다.
“학문의 분야가 다르다. 이쪽이 법학이면 저쪽은 의학이라든가. 박사의 가운에도 잘 보면 소매 장식이 있는데 학문별로 색깔이 다르다.”
“하지만 저 두 무리는 같은 색깔인데도 서로 멸시합니다. 무시하진 않지만.”
“아카데미가 다르다. 나르본 대학 전체가 학문의 신전이고, 아카데미는 그에 속한 소 신전이다. 같은 학문이라도 아카데미에 따라 교수와 학생이 다르니, 그렇게 파벌이 나뉜다.”
-헷갈려. 어지러워.
-나도 그래, 렉스.
렉스의 말에 레오파라가 동감했다.
“그런데 저들은 왜 저렇게… 하고 있는 거죠?”
가장 왕성한 호기심을 드러내는 아타울프가 물었다.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꿩 한 마리, 아니 대학생이 드러누워 있었다. 자세가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우아하게 보이고자 최선을 다해 꾸민 점은 라스카라사 누나도 인정할 만했다.
다 좋았는데, 그 뒤로 라프트레이 형이 정확히 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분수가 있었다. 그 아래 풀밭에서, 형의 자세를 고대로 따라 하는 학생…….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라서…….”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라스카라사 누나의 가르침을 그대로 읊어 보았다. 레오파라가 물었다.
“아, 그러니까, 나르본의 자연은, 학문의 신 그 자체란 건가요?”
그 말이 그렇게 되나?
“정말이지 다들 그러고 있네요.”
라프트레이 형의 동상도 많지만, 그 동상 근처에는 꼭 형의 열성 신도들이 형과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형이 서 있으면 서 있고, 앉아 있으면 앉아 있고, 특히 잘 만들어진 동상은 인기가 많은지, 여러 명이 그러고 있었다.
나도 우리 가족 중 제일 잘생긴 라프트레이 형의 얼굴을 참 좋아한다. 하지만 그의 신도들이 형과 같은 자세로 턱을 쳐들고 허공을 응시하거나, 책을 들여다보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고 있자니,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몰랐다.
그들이 형과 닮지 않았어도, 형의 표정은 기가 막히게 따라 해서 더욱 그랬다. 동생으로서 감당키 어려운 고난이었다.
“저런 자세로 다들 잘도 이야기도 나누고, 책도 보고, 심지어 졸기도 하고, 할 거 다 하네요.”
아타울프가 감탄하자, 레오파라가 나를 보며 말했다.
“테오파노 님의 동상이 세워지면, 저희도 저렇게 하겠습니다.”
…하지 마라…하지 말라면 하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