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64
64
“그 문제를 푸느라고, 많은 수학자가 밤을 지새우며 공부했고, 그래서 수학이 크게 발전했거든. 그 문제를 못 풀어도, 다른 문제를 잔뜩 풀어냈으니까.”
“그래서, 계속 그렇게 죽어라 공부하라고 절대로 안 풀리도록 문제에 저주를…….”
레오파라가 화내며 큰 소리를 내자, 나는 얼른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댔다.
“쉿!”
그만 무심코 신들의 비밀을 누설하고 말다니.
-이런 이야기는 우리만의 비밀이다. 절대로 해선 안 된다.
-무슨 얘기?
계약 소통을 통해 말하자, 렉스가 물었다.
-네가 제일 잘했다, 렉스!
-하하, 잠깐 한눈팔아도 칭찬받네! 역시 난 똑똑해.
렉스가 우쭐대는 동안, 레오파라와 아타울프는 심각한 얼굴이었다.
-…혹시, 그 문제 자체도 라프트레이 신의 저주가 아닐까요.
-그렇네. 종이에 여백을 없애 버렸다든가.
-저렇게 하다가도 때려치우고 싶으면, 창문 열고 소리만 질러도 자살 행위가 되니까.
-진짜, 문제 안 풀린다고 뛰어내릴 필요도 없네.
-언젠가 저주를 풀어 주긴 하는 거야? 어느 정도로 수학이 발달해야 만족하는데?
음모론에 푹 빠져든 사도들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것도 학문의 신에게 영향 받은 증상이니까.
“자, 자, 이제 그만하고, 이 그림을 보아라. 아주 흥미롭구나.”
사도들은 얼핏 나를 의심하는 눈길을 던졌다. 쉬워 보인다면서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어이없었다. 나와 라프트레이 형이 얼굴은 닮았을지 몰라도, 머리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이건 확실히 겉으로는 어려워 보이지 않네요.”
-예뻐! 사람의 알궁둥이와는 비교도 안 돼!
“원을 가능한 한 많이 겹치게 그리면 되는 건가요? 이렇게도 하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말한 레오파라가 나뭇가지를 하나 집어 들더니 가운데 겹치는 부분, 세 원의 중심부에 점을 찍었다. 그리고 그 중심점과 한 원의 중심점을 연결했다. 그 직선을 지름 삼아 큰 원을 하나 그리자, 세 원이 그 안에 들어갔다.
보고 있자니 가슴이 뛰었다. 내면의 세 원이 반응이라도 하듯.
-신기해!
“저 어렸을 때, 길바닥에 동그라미 좀 그렸었죠.”
이번에는 아타울프가 그 직선을 반지름 삼아 원을 또 그렸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분노한 대학생이 버리고 간 도형에 원을 계속 추가해 보았다.
“이 동그라미들이 전부 색깔이 있다면, 이 겹쳐지는 부분들은 색이 섞이겠군요.”
“생각보다 재미있는 놀이네요.”
정말 그랬다. 특히 내게는 내면의 원을 가지고 노는 듯했다. 물론 좋아하지만, 가끔은 나도 잘 이해가 안 가는데, 더 친숙해진 느낌이었다.
그러다 문득 나는 그 모든 원의 중심점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계속 그 점을 중심으로 여러 원을 그려서 더 뚜렷해진 점을.
나는 그 점을 중심으로 다시 원을 그렸다. 이번에는 세 원의 겹쳐진 부분에 들어가는 가장 작은 원을.
다음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테오파노 신! 뭐 하는 거야? 테오파노 신이 들어가는 바람에 원이 지워졌잖아!
렉스가 놀라고, 레오파라와 아타울프도 당황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 안 갔다.
하지만 어떤, 직관의 느낌이 나를 스쳤다. 급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 내느라 자신을 몰아붙일 필요 없이, 느긋하게 놀다 보니 문득 떠오른 구상…….
“테오파노 님?”
“아, 미안해. 잠시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라서.”
하지만 이렇게 내가 그 안에 들어가면 지워지는 원이어서는 안 된다. 내가 들어가도 형태를 완전히 보존하고…또… 너무 많은 원도 안 되고, 처음 봤을 때처럼 아름답게 안정감 있는 모양을 바랐다.
나는 사도들과 한적한 곳으로 갔다. 그리고 세 원을 가능한 한 크게 만들어 보았다. 그런 후 그 안에 들어가 가운데에 섰다.
스태프를 안 보이게 로브의 소매에 넣고 탐색 마법을 발현해 보았다. 이 원들과 가장 결이 같은.
아무 반응 없었다.
이번에는 그냥 마법만 일으켜 보았다. 사도들에게 흘러 넣듯이.
아무 변화 없었다.
내면의 세 원과 바깥의 세 원을 조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집중했다.
아무 느낌 없었다.
이것저것 해 보다가, 때려치웠다. 아까의 대학생처럼 수학 아카데미로 가서 창문을 열고 모두에게 화풀이하고 싶었다. 큰형에게 들킬 가능성만 없다면야 지금 당장이라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테오파노 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신은 먹는 걸 좋아하잖아. 뭘 좀 먹고 힘내자!
하지만 내 사도들이 나를 위로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도들과 함께 다시 나르본 대학의 중심지로 나왔다.
그러고 보니 악당을 잡으러 와선, 땅바닥에 애들처럼 낙서나 하고 놀다니. 수학 미치광이들에게 홀린 나머지 그만…….
그때였다.
“안녕하십니까, 우리 나르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학문의 수호자여.”
그때, 내게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공작새, 아니 박사가.
내가 찾던 자인가?
나를 알아보는 눈치라 더욱 수상했다. 내 사도들이 내 보라색 옷도 그렇지만, 얼굴도 너무 눈에 띈다고 해서 로브에 달린 후드를 내려쓰고 있는데.
이 와중에, 그의 가슴에 단 은으로 만든 태양 배지가 햇빛에 반짝였다. 나는 사람들이 가장자리가 뾰족뾰족한 동그라미에 눈, 코, 입을 그려 넣고 그걸 형이라고 부를 때마다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나는 학문의 수호자가 아니다.”
입 안쪽을 깨물며 위엄 있게 말했다.
그러나 공작새는 내 부인을 부인했다.
“어찌 아니라 하십니까? 지금까지 아니었던들, 이제부터 학문의 수호자가 되면 그만이지요. 어제 돌아가신 라프레아의 국왕 폐하처럼 말입니다.”
아, 그 조종은 그 왕을 위해 울려 퍼졌던 건가…….
“돌아가신 폐하의 유지를 받들어, 제 꽃다운 청춘을 바친 연구와 유리알처럼 섬세한 지성을 이제부터 당신의 두 손에 겸허히 내맡기겠습니다.”
…뭐? 다소곳한 표정으로 그런 쓸데없는 것을 떠넘기다니! 이 미친 수사학자가!
-저 사람, 테오파노 신하고 결혼하자는 거야?
렉스가 해맑게 물었다.
-아니야!
-아니다!
-절대 아니야!
우리가 일제히 계약 소통을 통해 소리치자, 렉스는 시무룩했다.
-나도 결혼이 뭔지 아는데.
…렉스의 말이 틀린 소리만은 아니었다. 이제는 왕족과 귀족이 학자의 연구를 후원하는 비용이 결혼 비용보다 더 들 때도 있다고, 라프트레이 형이 자랑스럽게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슨 소립니까? 처음 만난 분한테 다짜고짜─”
레오파라가 나서며 그 졸업생에게 화를 냈다. 하지만 그는 더 눈을 빛낼 뿐이었다.
“처음 만났지만, 저는 저분을 한눈에 알아보았습니다.”
내가 벌써 그렇게 유명해졌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기품 있고 우아한 행동거지, 양옆에서 호위하며 공손하게 모시는 두 남자, 팔을 드실 때 검은 로브 아래 언뜻 보이는 보라색 옷소매. 즉, 제 후원자로서 학문의 수호자 반열에 드실 자격이 충분하다는 뜻이죠.”
“아니 잠깐─”
“그럼 저분이 고귀한 분이 아니란 말입니까? 저분이 학문의 수호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겁니까? 저분을 섬기는 자로서 어찌 그리 불충한!”
제지하려던 아타울프가 멍한 얼굴로 그 졸업생을 바라보았다.
“어느 학자는, 군주라면 부하들에게 은혜를 베풀기보다 공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짐승의 수단이 필요합니다. 사자의 용맹과 여우의 꾀 말이지요. 귀하신 분께서 저를 후원하신다면, 제가 기꺼이 여우의 꾀가 되겠습니다.”
이것이 라프트레이 형이 강조하던 수사학의 진수인가.
“몇 마디 흔한 조언보다 새롭고 강력한 무기야말로 짐승의 수단이지요.”
그때 또 다른 박사가 끼어들었다.
“저는 혁신적인 공성 무기며 배를 발명합니다. 또한 성안의 수로를 차단하거나 땅굴을 팔 수도 있습니다. 제 발명품은 수레건 무기건, 놀라운 기능뿐 아니라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양도 갖추고 있죠. 전시가 아닐 때는 후원자님을 빛낼 동상이나 그림도 얼마든지 제작하며, 어느 예술가보다도 탁월한 작품을 약속드립니다.”
전쟁부터 평화까지, 무기부터 그림까지, 다 해내는 천재네. 내 사도들도 귀가 솔깃한 눈치였다.
“그림이라면, 초상화도… 신비로운 미소를 잘 살려서…….”
“동상은 어느 정도 크기가 가능한지, 이왕이면 기마상을…….”
사도들이 문의하고 천재가 답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도 모여들었다. 그렇게 에워싸였다가, 겨우 정신 차린 내가 입을 열었다.
“사실, 나는 고용하고 싶은 학자가 있다.”
모두 열렬하게 나를 주시했다.
“연금술사다.”
허어… 하아… 갑자기 한숨의 바람이 일었다.
당황스러운데, 한 사람이 쌀쌀맞게 말했다.
“대학에서는 연금술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정식 교과가 아니니까요.”
“연금술은 한 번도 정식 학문이었던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른 이도 덧붙였다. 나는 놀라서 되물었다.
“어째서 그렇지?”
“후원자님께서도 연금술이라고 하셨지, 연금학이라고는 안 하셨지 않습니까?”
그 한마디가 떨어지자, 검은 옷자락을 펄럭이며 새들은 일제히 흩어져 갔다.
“무례하고 불경합니다, 감히 테오파노 님께!”
“지금이라도 정체를 드러내시고 저들을 꾸짖으시지요! 라프트레이 신도 동생 신이 당한 일을 가만두고 보시지 않을 겁니다.”
-저 옷자락마다 물벼락을 내릴 테야!
내 사도들이 분격하여 말했다. 괜찮다고 달래었지만, 걱정스럽긴 하였다.
그자는 나르본 대학 출신의 연금술사였기 때문에, 당연히 이곳에서 연금술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예 가르치지 않는다니?
몰래 독학이라도 했나? 그러고 보니 혼자 가명을 썼었다. 본명은 모르지만 이곳의 유명한 연금술사들 중에서 찾아보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연금술사가 없다니 막막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신 교리서를 집필할 수사학자나 신학자를 고용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레오파라의 권유에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는 나르본을 계속 거닐었다.
그러다 한적한 곳에 이르렀을 때, 얼굴을 가린 한 남자가 스윽 다가왔다.
“누구냐?”
레오파라가 내 앞을 가로막으며 위협조로 묻자, 그가 내게 조용히 물었다.
“현명하신 분, 조작의 기예를 찾으십니까?”
뭐라는 거야. 연금술을 찾는다니까.
가만, 이자의 목소리, 아까 들었던 목소리인데?
-속지 마십시오.
-저자가 아까 그자입니다!
사도들도 눈치채고 경고해 왔다.
라프트레이 형의 말이 떠올랐다.
-어떻게 해야 수사학을 잘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니, 테오파노?
-아니요, 큰형님.
-방법은 단순하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말했는데…….
-그때는 쉽다고 했다. 기억력을 갈고 닦으렴.
-나는 큰형님이 왜 내가 아니라고 해도 굳이 가르쳐 주는지가 궁금한데…….
-유효한 지적이다. 하지만 그럴 때는 네 대답을 무시할 거면서 묻기는 왜 묻느냐고 말하는 편이 더 예리한 수사법이다.
그쯤에서 나는 대꾸할 의지를 상실했었고, 라프트레이 형은 거침없는 가르침을 이어 갔다.
-무언가를 뜻할 때, 한 단어로만 하지 말고 여러 단어로 해라.
-어려운데…
-너는 이미 했다. 스카텔란을 미운 형, 짜증나는 놈, 나쁜 새끼, 그밖에 각종 동물로 불렀듯.
-…….
-특히 네가 스카텔란이 못 알아듣는 말로 그를 지칭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말은 은어가 된다.
저놈의 말이 연금술을 나타내는 표현이라면…….
그런데, 은어를 알아들어 봤자, 나도 은어로 답해야 하지 않나?
“…자연의 예술가여.”
“아… 과연…….”
그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자처럼 취급하는 편견 가득한 이들과 달리, 우미한 표현이군요. 흔히들 예술가란 자연을 모방한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자연 그 자체를 가지고 예술을 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짓을 했나? 그 모든 생명을 가지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