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65
65
진정해야 했다.
아직은 이자가 내가 찾는 자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건 한 연금술사는 다른 연금술사를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 그자의 허영심을 자극할 만한 표현을 한 게 맞아떨어졌다.
“저는 연금술에 조예가 있는 분을 섬기고 싶습니다. 연금술에 얼마만 한 시일과 어느 정도의 자금이 드는지 충분히 이해하시는 분을 말입니다.”
-시간과 돈을 아무리 잡아먹어도 찍소리 말라는 뜻이네요.
아타울프가 소통으로 버럭 했다.
“그렇다면 내게 실력을 보여라. 나는 말만 번지르르할 뿐, 실력이 모자란 자는 곁에 두지 않는다.”
좀 부드럽게 말해야 했나. 회유해야 하는데.
하지만 그자는 자못 기쁜 듯이 말했다.
“따라오십시오, 고귀하신 분.”
-말투가 거만할수록 지체 높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잘하셨습니다.
-저런 놈은 초반부터 기를 눌러 놔야죠.
사도들이 격려하는 가운데, 그자는 우리를 나르본 특유의 신전을 뜻하는 아카데미로 데려갔다.
금박 문자로 ‘진리는 나의 자유’라고 문 앞에 새겨져 있었다. 다른 아카데미의 문 위에도 ‘진리가 너를 빛나게 하리라’ 등, 금언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들어갔다. 종탑에서 밀어 버리려는 수작이 틀림없다고 아타울프가 불평할 정도로 높고 가파른 계단을 끝도 없이 올라갔고.
“제 연구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가 뭐랬습니까!
아타울프가 냅다 소리쳤다.
정말로 종탑이었다. 사방이 뚫려 있는 곳에 희한하고 복잡한 모양의 기구들을 비롯해 온갖 물품이 즐비했다.
한 삐쩍 마른 청년이 분주히 도구를 닦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허겁지겁 절했다.
“비천한 종치기를 조수로 삼아야 했답니다. 자금이 충분치 못해서요.”
남자가 그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애달픈 목소리로 말했다.
“종탑이라 사방이 뚫려 있어 연금술의 연기를 바로바로 내보내기에는 좋습니다. 하지만 비바람이 들이닥칠 때는 속수무책입니다. 양초를 먹인 천으로 막아 보지만, 충분치 못하지요.”
아무도 안 궁금하고 안 물어본 속사정을 서글픈 목소리로 줄줄 말하는 남자였다.
“이런 곳으로 모셔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귀하신 분이 오셨으니, 이 누추한 곳도 궁전처럼 느껴집니다.”
-종탑을 궁전으로 만들어 달라는 소리네요, 뻔뻔한 놈이.
아타울프가 지적했다. 내 사도의 예리한 통찰력이 대견했다.
“얼굴을 보여라.”
나는 내 얼굴은 여전히 가린 채로 그에게 명했다. 그를 따라 여기까지 왔으니, 그 정도 지시는 내려야지. 오만하게, 거만하게.
“그간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렇게 말한 남자가 후드를 벗었다. 역시 아까 그놈이었다. 겉으로는 연금술을 배척하던 자.
“의학 박사 존 펠입니다. 하지만 연금술사로는, 트리스헤르메스 아트리타스라고 불러 주십시오.”
그자가 맞았다. 그자가 가면과 함께 썼던 그 증오스러운 가명.
예지의 꿈에서 악명 높은 아트리타스는 사람과 괴물을 합성한 존재를 만들어 냈다. 본래 머리나 상체가 사람인 괴물들과 달랐다. 그들은 끔찍하기는 해도 그렇게 태어난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아트리타스는 사람 몸의 부위와 괴물의 부위를 마구잡이로 조합했다.
그의 잔혹한 실험이 낳은 결과물은 자신을 포함한 온 세상을 저주하며 울부짖었다. 그들을 죽이는 것이 자비를 베푸는 셈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죽인 자를 죽이기 전에는 소멸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머리가 잘려도 달려드는 뱀처럼 공격했고, 나중에는 햇볕에 토막 난 불가사리처럼 파편으로 꿈틀거리거나 말라붙었다. 그런 상태로도 죽지 않은 채.
스카텔란 형이 치를 떨고, 브론테제 숙부가 참을 수 없어 했었다.
그런 끔찍한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아무도 몰랐다.
내가 알아내고, 막아야 할 일.
하지만 지금, 그자가 은발에 회색 눈동자의 의학 박사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드디어 가면을 벗었지만 절대로 끔찍한 악당처럼 보이지 않았다. 너무도 말쑥하고,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그 악당 앞에서, 나는 그만 말을 잃었다.
“만나서 반갑소, 존. 나는 헤르메스 테트라막시무스요.”
그때, 아타울프가 불쑥 나서더니 말을 걸었다.
“아, 네…….”
“우리 사이에, 간단하게 테트라막시무스라 부르시오.”
“존이라고 부르면 예의가 없지.”
이번에는 레오파라가 나서서 아타울프에게 핀잔을 주더니, 아트리타스에게 말했다.
“나는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헤라클레스요. 카이사르 헤라클레스라고 부르면 되오, 펠 박사.”
-나도 저렇게 길고 웅장한 이름 할래, 테오파노 신! 빨랑 생각해!
렉스도 나섰다.
가면을 벗은 아트리타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얼어붙었던 나였지만, 어느새 웃음이 났다. 내 사도들의 수사법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아, 네, 반갑습니다. 테트라막시무스 님, 카이사르 헤라클레스 님.”
아트리타스가 내 사도들에게 과장되게 웃어 보인 후, 나를 향했다.
“그렇다면 제 후원자님의 고명하신 존함은?”
“네 실력을 먼저 보겠다고 하였다. 내가 고용하지 않는 자가 내 이름을 알아 무엇하겠는가.”
나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로 말했다.
무모한 도박이었다. 그를 회유해서 계약해도 모자랄 판에.
하지만 나와 사도들, 종치기를 대하는 태도가 전부 다른 그의 특성을 살펴보면, 결론은 하나였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자.
“과연, 고귀하신 분이 저를 눈여겨봐 주시다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진짜 거물을 잡았다고 생각해서 좋아 죽는군요. 주제에 뾰족 코로 냄새는 잘 맡는 놈.
아타울프가 평했다.
“그러시다면, 연금술사를 원하시는 분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시는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래, 해 봐라. 저기 유리병에 이상한 내장이나 동물 사체 등이 투명한 액체에 잠겨 둥둥 떠 있는데, 대체 얻다 쓰는지 내 눈앞에서 직접 해 보라고.
“바로, 황금. 그 태양을 닮은 금속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트리타스는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어쩌라는 거지, 내가 그의 팔 안으로 산토끼처럼 뛰어들기라도 해야 하나.
“필요 없다. 황금이야 네가 굳이 안 만들어 줘도 이미 많다.”
나는 실망해서 말했다.
“네?”
“…훗, 이분께선 오늘도 황금 침대에서 눈을 뜨신 분이다. 네 황금으로 그 침대의 기둥 한쪽은 만들 수 있을까?”
아트리타스가 멍한 얼굴이 되자, 아타울프가 나섰다.
사실이고말고. 숲속이라 지붕이 없고, 벽과 바닥도 없었을 뿐.
“아아…….”
아트리타스는 감탄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 친구 존이 정 바란다면, 한번 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말한 아타울프가 계약의 소통으로 말했다.
-연금술사는 금을 만드는 게 기본이니까요. 여기서 만들지 말라고 하면 수상하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트리타스는 정중히 절했다.
“황금에마저 경멸의 눈초리를 던지시는 분의 주목을 이 한 몸에 받자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놈은 수사법부터가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곧 아트리타스는 종치기를 닦달해 가며 바지런히 실험을 시작했다. 재빠른 손놀림으로 척척 해내는 솜씨 하난 대단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납니다.”
그래 놓고는 뭔지도 모르겠는 재료를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하였다.
-저 사람, 남장 여자야?
순진한 렉스를 농락하면서.
그는 그 재료들을 능숙하게 다루더니, 솥에 넣고 끓였다. 금속 봉으로 솥을 끊임없이 저으면서, 입도 끊임없이 말했다.
“두 대립하는 물질의 한 쌍, 남과 여는 서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대립은 합일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여자가 남자를 끌어안고, 남자가 여자에게 들어갑니다. 그 격렬한 반응은 곧 혼돈입니다.”
-이게 다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어안이 벙벙하던 레오파라는 곧 분노에 휩싸였다.
-저자가 망측한 소리로 테오파노 님의 귀를 더럽히고 있습니다.
“그 격렬한 합일 끝에 남자는 여자의 안에서 죽습니다. 날뛰던 기세는 간 곳 없이 축 늘어지는 죽음, 보십시오, 이 흑사병처럼 검게 변한 죽음을, 곧 니그레도Nigredo입니다.”
아니, 그냥 솥 안에서 원료들이 부글부글 끓다가 검게 변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말할 일이야?
-남자! 여자! 수컷! 암컷! 물고기들! 염소들! 개들! 다들 격렬하게 합일했어! 그중에서도 토끼가 제일 많이!
렉스는 신이 나서 소리 질렀다.
-나도 알아! 많이 봤어!
아이가 그러고 방방 뛰는데 귀라도 막아 주고 싶었다…….
아트리타스는 갈수록 더 적나라한 표현을 썼다. 악취 나는 실험을 하면서 별별 망측한 말을 다 하는데, 나야 헤르첼로이데의 연회에서 더한 소리도 들었지만, 감수성이 예민한 사도들이 걱정되었다. 아까도 막 화내고…….
그러고 보니, 왜 이놈은 사랑의 여신이 아니라 학문의 신을 섬기는 걸까. 새까맣게 탄 냄비 찌꺼기 가지고도 그런 소릴 할 수 있다면, 헤르첼로이데가 기꺼이 연회에서 여흥 한 자리 줄 텐데.
다행히 솥의 내용물이 변화하자, 그나마 점잖아졌다.
“하지만 니그레도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격한 합일의 끝에서 허무한 죽음을 맛보았던 이들도 정화를 통해 되살아납니다. 이 순백의 빛깔을 보십시오. 알베도Albedo, 곧 달의 단계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들은 결혼을 해야 합니다. 순백의 신부가 등장했으니, 붉은 신랑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바로 태양의 단계, 루베도Rubedo에 도달해야 합니다. 라프트레이 신이시여, 축복을 내리소서! 마침내 아름다운 태양신의 축복 아래 천상의 결혼이 이루어집니다!”
그 추잡한 입에 우리 형 이름을 올리지 말라.
거만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턱을 쳐든 그는, 그러나 마지막에 뚜껑을 닫아 버린 솥을 보여 주지 않았다. 그러기 전에 뜸을 들이는 듯했다. 솥의 내용물이 아니라, 우리의 인내심에.
“만일 고귀하신 분께서, 훗날 이런 아름다운 결합을 바라는 때가 온다면,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기꺼이 돕겠습니다.”
뭘 돕는데?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사랑의 묘약을 만들어 주겠다는 뜻입니다.
나와 레오파라가 어리둥절해하자, 아타울프가 아트리타스의 수사법을 해석해 주었다.
“잊지 마십시오, 니그레도에서 알베도, 알베도에서 루베도까지, 모든 단계가 가능하며, 각 단계 별로도 가능합니다.”
…잊지 말기를 바라면 쉽게 말하든가.
-여자와 잠만 자건, 연애만 하건, 결혼도 하건, 뭐든 바라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랑의 묘약을 먹여서 니그레도 단계까지만, 혹은 알베도까지만 하고, 루베도의 결혼을 안 해도 그만이라는 거지요.
-너, 진짜 잘 안다.
아타울프의 해석에 레오파라가 감탄했다. 나도 그랬다.
-내가 너처럼 쑥맥으로 보여?
-네 인생 최초로 칭찬해 줘도 발끈하네. 뭐 찔리는 거라도 있냐?
-뭐 어째? 너 말 다 했냐?
두 사도가 또 그들만의 세상으로 빠지기 전에, 내가 나섰다.
-그래서, 저렇게 망측한 소리를 계속했던 거구나.
-…그렇습니다. 음란한 말로 사람들을 꾀어내어, 욕망을 자극해서 사랑의 묘약을 팔아먹으려는 수작입니다.
…라프트레이 형이 그토록 강조했던 수사학의 중요성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나나 레오파라는 무슨 소린지도 못 알아들었는데, 그래 가지고 사랑의 묘약인들 팔아먹겠나.
“그렇다면 결과를 보시겠습니까?”
사양할 새도 없이, 거만한 표정의 아트리타스가 뚜껑을 활짝 열었다.
“보십시오! 현자의 돌 레비스Rebis, 남성성과 여성성의 완벽한 결합입니다!”
그 안에는 반짝거리는 황금이 들어 있었다. 매우 작았지만, 분명 금이었다.
“참으로 놀랍도다.”
막상 눈으로 보니 신기하긴 했다.
“연금술이 금을 만들어 낸다는 게 진짜였군요.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겁니다.”
-신기해!
레오파라와 렉스도 놀라워했다. 아타울프는 아주 코를 박다시피 했다.
“이 레비스는 여러 가지 현자의 돌 중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가장 완벽한 형상인 자웅 동체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만들어 냅니다. 즉, 이 황금은 다른 황금 또한 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