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7
7
사람들이 숨을 들이켜며 입을 가렸다. 촌장이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이들은 동전 한 푼만 받아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금화는 저희에겐 무척 큰돈입니다. 그런 돈을 갑자기 받았으니, 그저 놀랐을 뿐입니다.”
“그럼 내가 애들에게 금화가 아니라 동전을 줬어야 했다는 소리야?”
내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숙였다.
“이 사람들이 그런 금화를 갖고 있었다면, 영주며 관리들에게 출처를 추궁당하며 혼났을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당할 일을 아이들이 당할까 봐 걱정한 것뿐입니다.”
아… 조금 이해가 됐을 때 레오파라가 덧붙였다.
“테오파노 님은 물론 따스한 마음으로 이들을 도와주셨습니다. 다만 이들이 생전 처음 받아 보는 친절에 익숙하지 않을 뿐입니다.”
나는 레오파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레오파라는 내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테오파노 님을 처음 만났을 때의 저처럼 말입니다.”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큰돈을 받고도 겁난 나머지 아이들을 혼낸 사람들.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특히 겁 많은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최강의 전직 용병을.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오파라는 잠시 씁쓸한 표정이었으나,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사람들은 가만히 입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이 뜻밖의 행운조차 겁내고 있다는 사실만은 알겠다.”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가?”
순간 사람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저희 모두 크게 착각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에게 금화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때 촌장이 마구 손을 내저으며 내 질문에 답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다른 이들도 황급히 촌장을 따라 말했다.
이번에야말로 그들의 두려움이 확실히 보였다.
행운도, 물음도 두려워하는 이들.
“무얼 두려워하는지 말해라.”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내 눈길을 피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명령을 했다.
“말하지 않겠다면 금화를 모두 내놓아라.”
“테오파노 님…….”
레오파라마저 놀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내가 준 금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내어놓아라.”
아이들이 갖고 있던 금화를 내가 주었다고 말하자 은근히 기뻐했었던 사람들의 눈에 실망이 역력했다.
윗사람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쓰기만 하면 큰 도움이 됐을 금화니까.
“…어서, 어서들 내놔.”
촌장이 재촉했다.
고개 숙인 사람들이 금화를 내어놓았다. 식탁 위에 금화가 모였다.
“더 내놓아라.”
내가 말했다.
“하, 하지만 다 내놓았습니다. 보셨잖습니까!”
촌장은 당황해서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수를 세고 금화를 셌다.
“이, 이것 보십시오. 아이들의 숫자와 금화가 맞아떨어지지 않습니까! 모두에게 한 개씩 주셨다고 하셨지요!”
“더 내놓아라.”
“자, 자네들도 솔직하게 말하게. 이게 아이들이 갖고 있던 금화의 전부라고!”
“마, 맞습니다!”
“촌장 말이 사실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맹세했지만 나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촌장이 두 손을 모으고 간청하듯 레오파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레오파라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술만 꾹 다물고 나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모자라다. 더 내놓아라.”
촌장의 눈에 무언가 스쳐갔다.
그러나 그는 곧 눈을 돌렸다.
“들었지? 모자라다고 하시니, 전부 가진 것을 내놔! 다 털어 바치자고!”
촌장이 울부짖자 마을 사람들도 입술을 깨물었다. 촌장이 먼저 자물쇠가 달린 함을 열더니 돈주머니를 꺼냈다.
촌장의 아내가 울었지만 그는 돈주머니를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마을 사람들도 주머니를 털었다. 은화가 한 닢, 나머지는 전부 동전이었다. 그것도 모서리가 닳아서 본래 동전보다 작았다. 어떤 건 구멍이 나 있기도 했다.
“모자라다.”
내가 말했다. 경악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더, 더는 바칠 것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있지 않나.”
애걸하는 촌장에게 나는 아이들을 가리켰다.
“애들이 무슨 죄라고!”
“참다 참다 못 참겠네!”
“처음부터 애들을 노리고 돈을 준 거네!”
“애들 때문에 돈까지 더 줬는데, 이제 와 애들까지 달라고?”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들이 내게 밀려들었다.
“물러나라!”
레오파라가 내 앞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하지만 흥분한 마을 사람들은 레오파라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참을 수가 있어야지!”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괴물에게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사람에게도 시달려야 하나!”
다들 소리소리 지르며 흥분했다.
“괴물!”
내가 말했다. 드디어 이유를 알아서. 친절조차 겁내는, 이만한 두려움을 낳은 이유.
“너희가 두려워하는 것이 괴물이었구나.”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 괴물이 무엇이냐?”
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금화를 가리켰다.
“나는 이 돈으로 너희의 두려움을 사겠다.”
사람들이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내 말을 믿기 앞서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해서.
“물론 사람들은 괴물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왜 괴물이 아닌 나까지 두려워하게 됐는지 말해라. 그렇게 한다면 이 돈은 너희 것이다.”
“말하지 않는다면요?”
촌장이 반항적으로 물었다.
“그래도 너희 돈이다. 너희의 침묵을 살 테니까.”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너희가 지금까지 침묵했던 이유에 대해 말해라. 그러면 이보다 두 배의 금화를 주지.”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돈을 주겠다고 하셨잖습니까?”
촌장이 이번에는 다소 공손하게 물었다.
“말하지 않으면 세 배로 주마.”
“네?”
모두 경악했다. 두 배의 금화를 말했을 땐 다들 얼굴에 의구심과 함께 탐욕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세 배의 금화를 말하자 순수하게 놀라워하는 얼굴들이었다. 상상이 안 가는 듯한.
“그것은 침묵의 대가다.”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내가 말했다.
“두려워하기보다 말하겠는가? 두려워하지 않기보다 침묵하겠는가?”
“왜 침묵의 대가가 더 큽니까?”
촌장의 아내가 궁금증이 역력한 얼굴로 물었다.
“너희가 침묵하면 나도 침묵하겠다.”
나는 대답했다. 촌장 아내의 물음에 답하기를 거부하면서.
“그건 두려움을 극복해 낸 사람들만이 감당할 수 있는 앎이니까.”
지금의 그들로서는 불가능한.
사람들은 서로 마주 보았다.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금화를 보지 않았다. 억지로라도 보지 않으려는 듯이.
“저희끼리 잠시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되겠습니까?”
촌장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우르르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테오파노 님께는 다 생각이 있었군요.”
그때 레오파라가 말했다.
“응? 그야 너도 알고 있었잖아. 새삼스럽긴.”
나는 피식 웃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나를 지켰잖아.”
레오파라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확신했던 건 아닙니다…….”
“난 그런 줄 알았는데?”
나는 깜짝 놀라서 레오파라를 바라보았다. 레오파라의 얼굴이 붉어졌다.
“물론, 테오파노 님을 믿습니다. 테오파노 님이 그들을 절대 괴롭힐 리 없다는 건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때 테오파노 님의 언행을 완전히 이해하고 따른 건 아닙니다. 죄송하지만… 테오파노 님이 신으로서, 가장 미천한 인간들을 이해하지 못하셔서 저러시나 싶기도 했습니다.”
“맞게 봤는데? 지상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돼서 사람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거 맞아. 역시 내 첫 번째 신도는 똑똑하구나.”
“그… 저, 저는…….”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만 달싹거렸다.
“이해 못해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잖아. 인간의 두려움도, 침묵도 돈으로 사면서.”
내가 금화를 가리켰다.
“그들이 아이들까지 포기할 수 있을지 시험하면서.”
나는 돼지 오줌보를 펴서 붙인 창밖을 가리켰다.
밖으로 나간 부모들이 아이들을 집으로 보내서, 아이들이 급히 달려가고 있었다.
“…왜 저한테 묻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저들을 압니다. 저도 저들 같은 하층민이었으니까요.”
레오파라가 물었다.
“너는 그들을 알겠지. 하지만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른다.”
“테오파노 님…….”
“레오파라,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른다. 과연 그들이 지금 어떤 선택을 내릴지, 실제로 결정하기 전엔 그들 자신도 모르니까. 무엇보다 그들이 그토록 힘들게 살았다면, 지금이 첫 번째 선택일 테니까.”
레오파라가 나를 바라보았다.
“저더러 선택하라고 하셨을 때도 정녕 모르셨습니까?”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 내가 알았으면 선택하라고 했겠어? 그럼 네 선택이 의미 없는데? 네 결정이 아예 존재하지 않게 되니까.”
내가 반문했다.
레오파라는 입을 다물었다.
“레오파라, 신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유는 선택이다. 신조차 간섭할 수 없는.”
어쩌면 유일한 자유.
때로는 강요와 다를 바 없더라도.
레오파라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 힘듭니다.”
“네 말이 옳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 신에게 예지의 꿈을 말하지 않기로 결정한 일은 정말 힘들었다. 지금도.
“포기도, 선택입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나도 포기하고 싶으니까. 부모 신이 그리울 때면.
매일 아침, 낯선 곳에서 깨어날 때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는 조금 기뻤다.
“나만 어려운 일이 아니라니,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
선택이고 결정이고 쉬울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듯했다. 예지의 꿈을 꾸지 않아도, 느낌이 온다.
“앞으로도 서로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주자.”
내가 웃자 레오파라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윽고 고개 든 그는 싱긋 웃었다.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앉아 사람들을 기다렸다.
* * *
“괴물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만, 금화는 받지 않겠습니다.”
촌장이 지친 얼굴로 말했다.
“저희가 내놓은 돈만 가져가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촌장이 안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언젠가부터 흉악한 괴물이 나타났다. 숲을 활보하고 다니며, 마을을 습격하고, 가축들을 물어 죽였다. 죽은 사람도 나왔다.
“그것은 이상하게 생겼습니다. 늑대 같기도 사자 같기도 한데, 엄니가 길게 나와 있습니다. 아주 끔찍합니다…….”
촌장은 몸서리를 쳤다.
그 정도라면 아버지 헬라네스 신이 지옥에 가둔 괴물들은 아니다. 하지만 괴물은 얼마든지 새롭게 생겨나기 마련.
촌장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가장 가까운 성으로 가서 영주에게 탄원했다. 영주는 마을 사람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필시 좀 큰 짐승을 보고 무식한 놈들이 겁을 집어먹었겠지.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돈을 바쳤기에 영주의 아들인 기사를 보냈다.
-내가 그 짐승을 잡아 죽이고, 그 가죽을 벗겨내 양탄자로 쓰겠다.
젊고 혈기왕성한 기사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그 짐승은 기사를 죽였다. 짐승의 엄니가 기사의 검을 부러뜨리고, 기사의 투구를 박살 냈다.
-기사의 머리가 짐승의 엄니에 꿰뚫렸습니다. 머리가 꿰뚫린 기사의 몸이 매달린 채 질질 끌려다녔지요.
촌장이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괴물에게 져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자 영주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괴물은 본래 없었다고, 마을 사람들이 기사를 속여서 함정으로 이끌어 죽였다고 의심했다.
-우리가 그런 짓을 왜 하겠습니까? 뭐가 좋다고 말입니까?
촌장의 아내가 가슴을 쳤다. 하지만 영주는 괴물에게 물을 수 없는 기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는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다. 기사의 죽음에 대한 대가를 내놓으라며 세금도 쥐어짰다.
“아들을 잃었다고 마을 사람들에게 화풀이하다니. 그들을 지키는 건 기사와 영주의 임무인데.”
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마을을 떠날 엄두도 못 냅니다.”
촌장이 하소연하자 레오파라가 물었다.
“그래서 아까 내가 하룻밤 묵어 가겠다고 했을 때 거절한 겁니까?”
“이유를 설명해 봤자 또 다시 거짓말쟁이가 될 뿐이니까요. 그렇다고 계속 거절하면 당신과 당신이 모시는 나리의 노여움을 사겠지요. 또한 아무리 괴물이라도 매일 밤 습격하진 않습니다. 당신들이 오기 며칠 전에 가축을 물어갔으니 한동안 잠잠할 테고, 당신들은 괴물이 다시 나타나기 전에 떠나가겠지요.”
촌장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다.
“기사도 못 이긴 괴물을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네. 그래서 부탁하지도 않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