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70
70
“대체 무슨 바보 같은 소리냐?”
아타울프가 소리쳤다. 나도 실망했다. 레오파라는 놀랍지 않은 기색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신이 자신을 지켜본다는 사실이 놀랍다 못해 두렵기 마련이지.”
레오파라의 말이 정곡을 찌른 듯, 파비안은 고개를 수그렸다.
-네가 사람들 대신 살아 줄 거냐?
라프트레이 형은 그렇게 말했었다. 한 영웅이 계약을 거부하고 전장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서 스카텔란 형이 화냈을 때.
-사람들이 느리건 빠르건, 헤매건 돌아가건, 모두가 그들의 뜻이다.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을 맺은들 참다운 믿음을 얻지 못해.
게다가 파비안은 내 계약자도 아니고, 오래 학대받아 온 약자로선 낯선 신보다 익숙한 악인이 더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계약자들도 처음에는 나를 경계했었으니, 파비안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
무엇보다, 현재로서는, 아트리타스의 피해자는 파비안이었다. 나는 그를 보호하는 한에서 그의 결정을 존중할 터였다.
“파비안, 네 뜻대로 하라. 아트리타스는 더는 너를 해치지 못하리라.”
파비안은 여전히 두려운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나는 아트리타스를 바라보았다.
“네 심장 위의 반점을 기억하라. 네가 파비안이나 다른 사람을 해치려 한다면, 그 반점은 다시 커져서, 급기야 네 전부를 뒤덮으리라.”
아트리타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내게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는 또렷했다.
“난생 처음, 이 눈으로 본 신의 말씀, 제 가슴에 새겨 넣겠습니다.”
-그런 마법은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그때, 렉스가 신기해하며 물었다.
-바로 너.
내가 아트리타스가 파비안을 해칠지 안 해칠지 어떻게 알아? 반점에 마법을 걸어 놓은 것처럼 말한 건 경고일 뿐. 실제로는 렉스를 붙여서 감시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나르본의 다른 데도 가 보고 싶은데! 도시도 구석구석 다 못 둘러봤고, 강도 아직 못 가 봤어!
-내가 아트리타스에게 다시 올 때까지만 감시하면 돼. 이번 일 끝나게 되면 강에서 뱃놀이시켜 줄게.
-…물의 정령이 뱃놀이를요?
아타울프가 의구심을 표했지만, 렉스는 좋아 날뛰었다.
-큰 배! 제일 큰 배 탈 거야! 저 놈이 말을 안 들으면 자기 집에서 익사시켜 줄게!
-역시, 렉스가 최고다!
그렇게 렉스와 아트리타스와 파비안을 남겨 둔 채, 나와 두 사도는 그곳을 떠났다.
* * *
“그래서, 넌 저 연금술사 놈의 속임수를 대체 어떻게 알아차렸어?”
아트리타스가 소속한 아카데미를 나서면서 레오파라가 아타울프에게 캐물어 댔다.
“남이사, 너와 무슨 상관이냐?”
“내가 너한테 관심 갖는 게 이번이 처음인데, 대답도 못 해 줘?”
“대답해 주면 앞으로도 물어볼 거 아냐. 네 관심은 미리 사절이다.”
“너도 연금술사한테 혹해서 돈 좀 탕진했던 건 아니고?”
하지만 아타울프는 나를 보며 말을 돌렸다.
“벌써 저녁 때가 다 되어가는군요. 시장하시겠습니다.”
“괜찮다. 지금 먹으면 되니까.”
내 사도들이 가장 잘 따르는 교리는 밥을 굶지 말라는 말인 듯했다. 나를 닮아 가는 내 사도들.
“사실은 오늘 저녁은 아카데미에서 먹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습니다. 저 박사 놈이 우릴 초대하면 대체 이 서생들은 뭘 먹고 사는지, 구경할 수 있을 거라고요.”
아타울프가 말했다. 실은 나도 그랬다. 새로운 곳에 가면, 그곳 사람들의 식생활이 제일 궁금한데, 여기 사람들은 그런 궁금증을 더욱 부채질해서.
“저기 음식 수레가 가고 있군요.”
레오파라가 가리켜서 돌아보니, 일꾼들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 수레를 운반해 가고 있었다. 제법 괜찮은 냄새를 풍기는 수레에는 빵이나 고기, 스튜 냄비도 있었지만,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술통이었다.
“옛날에는 술고래를 두고 술을 용병처럼 마신다고, 사람들이 말했었죠.”
아타울프가 과거의 추억에 잠겨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술을 대학생처럼 마신다고 말한단 말이죠. 요새 용병 놈들이란, 약해 빠졌지 뭡니까.”
“그렇지만 술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데? 이 모든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모두 술을 마신다고 생각하면─”
레오파라가 지적했을 때, 그는 움찔하더니 멈춰 서서 칼 손잡이에 손을 갖다 댔다. 아타울프도 마찬가지였다.
“왜들 그래?”
내 앞을 가로막는 둘에게 묻는 순간, 대답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목숨이 아까우면 술을 내놔라!”
“겁쟁이를 위한 술은 없다!”
별별 구호를 외치면서, 옷자락을 펄럭거리는 꿩들이 수레를 덮쳤다. 일꾼들은 잽싸게도 몸을 숙여 주저앉았고, 그들은 술통만을 빼내 도망쳤다.
“어차피 자기들 마실 술이 아닌가요? 왜 훔치는 거죠?”
아타울프가 어리둥절해하는 동안, 술통을 훔쳐서 도망가던 꿩들은 저지당했다. 다른 꿩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똑같이 술통을 노리는 다른 아카데미의 대학생들이.
“보세요, 제가 저들이 무장하고 있다고 했죠?”
레오파라가 말했듯, 단검도 휘둘러 댔지만, 허리띠를 풀어 채찍처럼 휘두르기도 했다.
“몇몇은 학위를 따지 못해도 굶어 죽진 않겠군요. 특히 저놈이─”
아타울프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대학생은 갑자기 쓰러졌다.
놀란 우리가 일제히 위를 올려다보니, 위의 창문에서 유령처럼 서 있는 까마귀가 보였다. 그가 뭔진 몰라도 집어던져 맞춘 게 틀림없었다.
술통을 쟁취한들 소속 아카데미까지 옮기기는 험난했다. 술통은 둥글었고, 그래서 움켜잡기 쉽지 않아 떨어뜨리기도 했다. 그럼 상대가 손을 뻗어 오기 전에 발로 차기도 했는데, 그편이 더 빨리 이동했다고 목격자로서 증언할 수 있었다.
학생들도 그 점을 모를 리 없어 급기야 술통을 발로 걷어차기 시작했다. 상반신으로는 서로 멱살을 움켜쥐고 싸우면서 하반신으로는 발재간을 부려 술통을 걷어차는 진풍경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남다른 발재간으로 술통을 자기 아카데미까지 거의 몰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다 술통이 깨져 술이 콸콸 새면, 그는 곧장 적군과 아군 모두에게서 술통 대신 발길질 세례를 받았다.
그래도 아카데미 문 근처까지만 가면 이 박진감 넘치는 시합도 끝이었다. 위층 창문에 불길하게 늘어선 까마귀 떼가 직속 후배들이 아닌 다른 아카데미의 학생들에게 손에 집히는 모든 걸 던져 댔으니까. 특히 법전은,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아래 모든 사람을 공포에 질려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그렇게 학생들이 무사히 술통을 훔쳐 오면 사감 신관이 직접 나와 그들을 개선장군처럼 맞이했다.
끝내 술통을 가져오는 데 실패한 아카데미에서는 사감들이 학생들을 꾸짖었다.
“이것뿐인가? 기강이 해이해졌군, 과제가 모자라나?”
“시험을 얼마나 더 쳐야 정신을 차리겠나!”
그러거나 말거나 일꾼들은 술통을 빼앗긴 수레를 그대로 운반해 갔고, 아카데미마다 배달했다. 오늘도 술이 없느냐는 불평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불쌍하군요. 용병들이라면 돈 안 받는 싸움은 하지도 않는데요.”
레오파라가 말하자, 아타울프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왜 술통을 뺏고 빼앗는 거죠?”
“나르본 대학은 학생들 먹일 술을 넉넉히 마련하지도 못하나요?”
“라프트레이 형님은 한때 금주령을 내렸었다.”
학문의 신은 쌍둥이인 예술의 여신과 달리, 술을 싫어했다.
-술은 학문의 적이다.
그는 술 때문에 아민타스 형과 갈등을 빚기도 했고, 지금도 사이가 좋지 않다.
그래서 학문의 도시 나르본에 금주령을 내렸다.
학생들은 분노하고 반발했다. 어떤 이들은 대학을 떠나기도 했다. 라프트레이 형은 본래 학문에 뜻도 없던 멍청이들을 잘 쫓아냈다면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라프트레이 형의 충실한 신관들, 사도는 아니지만 몇몇 교수들이 타락하고 말았다.
그들은 형의 금주령대로 술을 외부에서 들여오진 않았으나, 술을 교내에서 빚었다.
그중에는 아트리타스처럼 연금술사도 있었고, 양조업자의 자손도 있었다. 의기투합한 그들이 비록 밀주지만 어찌나 좋은 술을 만들어 냈는지, 그들의 술은 대학뿐 아니라 바깥에서도 인기가 드높았다. 사람들은 기꺼이 웃돈을 주고 그 술을 샀다.
그리하여 술의 신인 아민타스 형이 학문의 신전을 고발하고 나섰다.
-나르본에서, 라프트레이 신의 신관들이 나의 영역을 침범하였다.
다른 신의 성지에서도 술을 빚을 수는 있지만, 팔려면 아민타스 신전에 신고하고 돈도 내야 했다. 라프트레이 형의 신관들이 하나도 지키지 않은 절차였다.
라프트레이 형은 결국 아민타스 형의 요구에 따라 금주령을 철폐했다. 이 굴욕에 분노한 그는 신관들을 파문했고, 그들은 대학을 떠났다. 그렇게 떠나간 파문자들은 아민타스 형의 신도가 되어, 그 술을 열심히 만들었다. 그 술이 더욱 인기가 높아지며 아민타스 형의 명성도 더욱 높아지자, 술의 신은 그들을 신관으로 삼았다.
-이토록 희한한 개종 사례는 문명의 시초 이래 본 적이 없군요. 라프트레이 신이여, 후대의 역사학에서도 내 주장을 인정하겠죠? 학문의 신으로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게 활짝 웃으며 라프트레이 형에게 물어봤었던 발트라하 누나는 지금도 자기가 여는 연회 때마다 그 술을 꼭 내놓는다. 당시 형의 답변까지 떠올리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사도들에게 다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보다시피, 술이 학문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대학에선 각 아카데미마다 하루에 배급하는 술의 양을 줄여 버렸지. 그래서 학생들은 더 많은 술을 차지하고자 저렇게 싸우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대충 얼버무렸더니, 레오파라가 물었다.
“그래서 그 방식이 효과가 있나요?”
“글쎄… 큰형님의 성지 정책에 내가 말을 보태고 싶지는 않구나…….”
“학생들의 전투력 상승에는 효과가 있군요. 어쩐지 용병이 되겠다고 찾아오는 놈들 중, 농사나 짓던 애들은 몸이 좋아도 싸울 줄 모르는데, 졸업 못 한 대학생들은 삐쩍 말라도 싸움은 곧잘 하더라고요.”
아타울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렇게 노을 지는 하늘가 아래 대학을 나와, 주민들이 사는 시가지로 들어섰다. 아타울프가 말했다.
“처음 가는 도시에선 제일 크고 붐비는 여관으로 가야죠.”
“확실히 그런 데가 제일 좋긴 하겠네.”
“꼭 그렇진 않습니다. 하지만 소문을 듣기 제일 좋으니까요. 아트리타스 놈의 뒤를 캐 봐야죠.”
레오파라가 말했다.
“나르본 여관들에 장기 하숙하는 학생들도 많답니다. 테오파노 님이 본래 바라시던 수사학자도 구할 수 있겠죠. 연금술사는 그놈이 그놈이지만.”
아타울프가 말하자, 레오파라도 덧붙였다.
“연금술사도 유용하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교리서를 쓸 수사학자나 신학자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연금술사가 필요하단 소리도 아트리타스를 찾으려는 핑계였다. 당연히 교리서 저자가 더 필요했다. 전문 학자가 있으면, 레오파라도 공동 저자 정도는 두통 없이 할 수 있을 테고.
우리는 곧 가장 크고 붐비는 여관을 찾아냈다.
“어서 오십시오.”
불그레한 낯빛의 여관 주인은 우리를 반색하며 맞이했다. 내게 접근했던 최초의 공작새와 똑같은 눈길을 던지며.
아타울프는 지금까지 본 중 가장 거만한 자세로 다가오는 그를 막아섰다.
“가장 좋은 방, 가장 좋은 음식, 가장 좋은 술.”
턱을 치켜들며 그는 단 세 마디만 했다.
“가장 좋은 방에 오늘내일하는 제 할아버지가 있다고 해도 쫓아내겠습니다. 음식은 제 아내가 직접 요리하며, 술은 제가 직접 빚습니다. 또한 우리 여관에는 하숙하는 학생이 하나도 없으니, 밤에 시끄럽지도 않습니다.”
여관 주인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응수했다. 아타울프는 금화를 하나 튕겨 주었고, 여관 주인은 받아들고 씩 웃었다.
“이 집 주인은 배짱이 있군요. 제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대학 도시에 오자마자 제가 교수라도 된 듯 굴고 있네요.”
아타울프가 내게 말하자, 레오파라가 비웃었지만, 아타울프도 비웃었다.
“제가 현지 적응이 느리다고 절 질투하다니 불쌍하네요.”
신이 이러면 안 되겠지만 사도들의 싸움도 형제자매들의 싸움처럼 흥미진진했다. 그러나 곧 하인이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다.
“역시, 브론테제 신께서 하사하신 침대를 둘 자리는 없겠군요.”
아타울프가 아쉬워했다. 나는 방안을 신기해하며 둘러보았다.
“침대가 큰 것 하나뿐이구나.”
“이 정도면 그리 크진 않습니다. 정말 큰 침대는 사람 열 명은 자죠.”
레오파라의 말에 내가 되물었다.
“그럼 본래 한 침대에서 여럿이 자나?”
“네, 이렇게 나무로 만들고 말총이니 깃털을 넣은 침대는 비싸니까 크게 만들어서 여럿이 같이 잡니다. 혼자 쓰는 간이 짚 침대보다 편하죠.”
“그게 일반적인 풍습이면 너희는 왜 한 침대에서 자길 거부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