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72
72
기대했던 아트리타스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흥미진진한 화제였다. 나도 각 나라의 정세는 알고 있지만, 학생들의 관점에서 보는 이야기는 또 달라서.
“기구한 운명의 여자다.”
“그래서, 사스키아 왕비는 첫 번째 자식 편을 들까, 두 번째 자식 편을 들까? 왕비의 지지 여부가 왕위계승전에도 큰 영향을 끼칠 텐데.”
“다 자란 자식이 이길 확률이 높지.”
“어린 자식이어야 섭정으로 손에 쥐고 흔들기 좋지.”
“어쨌건 궁중 암투라면 출세의 기회다. 연구자금도 없는데 학문의 신전에서 말라 죽느니, 궁정에서 막강한 고용주나 물색하는 편이 낫지.”
세 학생은 킬킬거리며 웃어댔다.
“누가 됐건, 무식한 자가 왕이 되길!”
어째서? 신경 안 쓰는 척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한 학생의 말에 놀라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다른 두 학생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옆구리에 끼고 있는 두꺼운 책으로 식탁을 두들기며 외쳤다.
“라프트레이! 라프트레이!”
-왜 저러는 건가요? 머리를 박는 대신 책으로 대체하는 건가요?
-아마 정답이라는 뜻이겠지.
레오파라의 물음에 대답하다 보니, 옛 추억이 떠올랐다.
라프트레이 형은 내가 시험을 잘 쳤을 때는 정답이라고 한 단어로 말하면서, 시험을 망쳤을 때는 세 시간쯤 걸리는 장광설을 했다.
내가 공부를 못 하는 건 전부 학문의 신 때문이다.
-우리도 저런 걸 하나 만듭시다. 우리 교만의 신호로요.
레오파라의 제의에 아타울프가 의욕을 보였다.
-테오파노 신이 함께하기를, 이런 인사말은 어때?
-태어나 처음으로 올바른 소리를 하는구나, 아타울프. 동작도 곁들이자. 두 손을 주먹 쥐고 가슴에 교차하다가, 한 손을 위로 쳐들어 주먹끼리 맞대는 거야.
-살다 보니 너도 예술 감각을 발휘할 때가 있구나, 레오파라. 테오파노 님이 좋아하는 춤동작 같아. 상대가 똑같이 반응하지 않으면, 쳐든 주먹을 상대의 정수리에 내려 꽂아 주면 되겠네.
-심미성과 실용성을 한꺼번에 추구할 수 있겠군.
…내 사도들이 모처럼 마음이 잘 맞을 때마다 불안해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나는 웃기만 하며 다시 학생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후원자로는 문맹 왕이 최고지. 글도 일일이 써 주고 읽어 줘야 하니, 비서관도 잔뜩 뽑고, 자기가 더 잘 안다고 학자랑 논쟁하지도 않고.”
“고대에는 제 이름도 서명 못 해서, 이름 모양의 금속 판을 서류에 놓고 따라 그렸던 군주도 있었잖아. 내 이상형 군주다.”
“무엇보다 수사학 실습의 대상으로 적격이야. 그들의 고막을 꿀의 언어로 살살 녹여 주면, 내 필살의 형용사마다 금화를 지급할 테지!”
대학생들은 그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렸으나, 웃고 나자 목이 말랐고, 곧 그들이 주문한 술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분개하여 발을 굴러 댔고, 주인은 그제야 술을 갖다주었다. 그러나 급하게 술을 들이켠 학생들은 불평을 토했다.
“주인, 이건 뭐요? 형편없는 술이잖아?”
“제일 좋은 술을 가져오라고 했는데!”
나는 사도들에게 물었다.
“이 술은 맛만 좋은데 왜 불평이지?”
“다른 술을 가져다줬겠죠. 빵도 보세요. 우리 빵은 흰 편이지만, 저들에게 준 빵은 거무틱틱하죠.”
“우리도 테오파노 님이 아니었으면, 이 술은 대접받기 힘들었겠죠. 손이 많이 가는 걸 아무에게나 팔다가 귀족들이 왔을 때 떨어지고 없으면, 불평이 아니라 호통을 들을 테니까요.”
“어차피 저들은 이 술을 갖다줬어도, 너무 비싸다고 어차피 불평했을 겁니다.”
아타울프와 레오파라가 번갈아 설명했다.
“수준에 맞는 술을 갖다줬는데 왜 그러는 거요? 싫으면 아카데미로 돌아가지 그래. 아, 거기 술이 떨어져 여길 왔나? 안 됐군.”
그새, 여관 주인은 빈정거리며 대학생들의 불평을 받아쳤다.
“우리는 더 좋은 술을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고!”
“으하하하하!”
여관 주인은 대학생들의 항의를 웃음으로 묵살했다. 여관 내에는 다른 대학생들도 있었지만, 시민들이 훨씬 많았다. 모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중단하고 주시하는 걸 보면, 한두 번 일어난 싸움이 아닌 듯했다.
“술맛을 모르겠거든, 강에 뛰어들어 물고기처럼 강물이라도 마시든가!”
여관 주인의 조잡한 익살에 시민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이 술은 당신의 조부와 부친을 거쳐 당신까지 삼대가 평생 싸지른 오줌을 썩혀서, 당신 아내의 속옷을 빤 구정물과 섞은 결과물이다!”
“오쟁이 진 놈이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으면 땅에 곱게 묻든가 하지, 술통에 처넣어서 시체 썩은 맛이 나게 하면 어쩌자는 거냐!”
“저주받을진저! 당신 몸의 모든 체액과 이 술을 바꾸어, 당신 몸에 피 대신 이 술이 거품 일며 흐르리라! 심장이 썩고 간이 부풀고 내장이 녹아들어 개떼조차 만찬을 즐기지 못하리!”
순식간에 침묵이 일었다.
“저래서 까마귀들이 우는 소리가 불길하다고 하는군요.”
아타울프가 중얼거렸다. 나도 중얼거렸다.
“아무리 교리서가 급해도 저런 수사학자는 고용하고 싶지 않구나.”
“하지만 식구들을 건드리는 부분만 제하면, 테오파노 님을 안 믿으면 천벌받는다는 묘사는 잘하겠는데요. 효과가 클 겁니다.”
레오파라 혼자 의견을 달리하자, 아타울프가 어처구니없어했다.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욕설의 효과가 큰 거라고!”
여관 주인도 가만있지 않았다. 학생들과 달리 수사학을 모르는 그는 허리에 양손을 짚더니, 배를 쑥 내밀었다. 그 상태로 한쪽 골반을 치켜올렸다. 그렇게 사타구니로 대학생들을 정확히 가리킨 여관 주인이 외쳤다.
“그래! 너희는 내 오줌을 마셨다! 너희가 태어난 이 황금의 샘물을 꿀꺽꿀꺽!”
그는 골반을 위로 올려치는 행위를 두어 번했다.
좋은 술을 마시고 있던 우리도 술맛이 뚝 떨어졌다.
“으하하하하!”
웃음소리가 왁자하게 터지는 순간, 대학생들은 수사학을 저버렸다.
휙! 챙그랑!
그들은 술을 여관 주인의 얼굴에 뿌렸고, 나무 술잔을 던져 그의 머리를 맞혔다. 여관 주인이 피를 철철 흘리며 소리쳤다.
“나귀의 늘어진 불알 같은 놈들!! 염소의 갈라진 발굽 같은 새끼들!”
다음 순간, 그는 식칼을 빼 들었다.
식칼을 휘두르며 여관 주인이 대학생들에게 달려들었다. 대학생들은 의자를 집어 들고 방어했다.
“이 무슨 짓들인가!”
내가 벌떡 일어나 고함쳤다. 하지만 내 말은 더 큰 고함에 묻혔다.
“다 죽여! 죽여 버려!”
“내쫓아! 쫓아내라!”
여관 주인에게 곧 다른 시민들이 합류했고, 대학생들에게는 다른 대학생들이 붙었다. 주먹다짐이 벌어졌고, 곧 수가 적은 대학생들이 궁지에 몰렸다. 근처에 하숙하는 학생들이 많은들, 시민들보다 적으니까.
보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싸움이 시작하자마자 바로 두 패로 갈리는 게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렇게 사이가 나쁜 두 세력이 한 도시에 살다니. 특히 이렇게 돌아가는 상황에 기가 막힌 건 우리뿐인 듯, 아무도 놀라워하지 않는 게 제일 꺼림칙했다.
나는 마법을 발현하려 했다. 방어막을 세워서, 양쪽을 갈라놓도록.
“안 됩니다!”
하지만 레오파라가 내 팔을 잡고 말렸다.
“레오파라!”
“술집의 흔한 패싸움입니다. 그냥 지켜보십시오.”
아타울프도 다급하게 말했다.
-이곳은 라프트레이 신의 성지입니다. 그분이 알아서 하실 겁니다.
레오파라의 말에 나는 사도들이 왜 나를 말렸는지 깨달았다. 나와 스카텔란 형의 겨루기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기를 막고자. 다른 신의 성지니만큼.
아트리타스에게 마법을 쓸 때만 해도 그와 파비안만 알고 있었다. 두 사람도 렉스가 감시하고 있었고.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대놓고 마법을 쓰면, 모두 눈치챌 터였다. 그럼 라프트레이 형 몰래 아트리타스의 일을 처리하는 것도 틀어질 테지.
사도들의 말이 옳았다. 나는 흔한 패싸움이 아니라 전쟁을 막아야 하니까.
“방으로 올라가서 쉬시지요.”
아타울프가 재촉했다. 대학생들은 곧 싸움을 포기하고 여관을 뛰쳐나갔다. 사람들이 쫓아나갔다.
“대학생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거기까진 쫓아가지 못할 겁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창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이미 어둠이 내리깔린 뒤였다.
하지만 신의 눈이고 마법의 눈이고 쓸 필요도 없었다. 죽어라 달려가는 학생들의 뒤를 시민들이 횃불을 휘두르며 짐승 떼처럼 몰아가고 있었으니까.
그새 휩쓸려서 같이 쫓기는 학생들도 늘어났고, 여기저기서 뛰쳐나와 합세하는 시민들도 늘어났다.
학생들의 검은 가운은 어둠 속에 녹아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횃불 빛 아래서 정체를 바로 드러냈다. 그 와중에 달리기엔 거추장스럽게 길고.
시민들은 제 발로 가운 자락을 밟고 비틀거리는 대학생을 두들겨 팼고, 비틀거리지 않고 용케 도망가는 학생의 가운 자락도 발로 밟아 댔다.
“귀족처럼 그따위 옷을 입으니, 일도 못하고 도망도 못 가지!”
“그래 봤자 기사도 못 된 것들이 까불고 있네! 크하하하하!”
나는 창가에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다, 근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사도들에게 돌아섰다.
“사태가 점점 더 심각해진다.”
“그래도 설마, 대학과 도시가 싸움이라도 벌이겠습니까?”
아타울프가 말하자, 레오파라도 고개를 저었다.
“정말 그런다면 같은 수호신을 섬기는 성지를 더럽히는 짓이지요. 야심한 밤에 일어난 한때의 소란으로 끝나지 않겠습니까.”
“하긴, 내가 이런 광경을 처음 봐서 너무 놀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전부 사실은 아니었다. 천상에서 전쟁을 내려다본 적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그저 비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기만 했는데, 지금 병사도 아닌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서 치고받고 싸우며 피를 줄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넋이 나갈 지경이었다. 괴물이 사람들을 해치는 것도 끔찍하지만, 사람들이 사람들을 해치는 것도 끔찍했다.
“잠깐만 둘러보고 오자. 그 학생들이 무사히 학교까지 갔는지만 확인하게.”
내가 말하자, 이번에는 두 사도들도 말리지 않았다. 우리는 여관을 나서서 대학으로 향했다.
놀랍게도, 시민들은 우리의 예상을 깨고 대학 안까지 들이닥친 판이었다.
“그 건방진 놈들을 종탑에 거꾸로 매달겠다! 가운을 벗긴 알몸으로!”
“나르본의 주인처럼 으스대지 마라! 대학이 유지되는 건 우리 덕분이라고!”
거나하게 취한 무리들이 사방에서 행패를 부렸다. 처음 싸움이 붙었던 학생들과 무관한 학생들에게도 주먹을 휘두르면서.
학생들은 황급히 아카데미 안으로 대피했고, 시민들은 닫힌 아카데미의 문을 부서져라 두들겨 댔다. 횃불을 휘두르며 불을 놓겠다고 엄포도 가했다.
반격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혈기왕성한 학생들이, 책을 집어던지고 검을 휘두르며 뛰쳐나왔다.
“주제에 감히 학문의 성전에 몰려와 행패를 부리다니!”
“썩 물러가지 못해? 천한 것들이!”
대학에는 귀족들이 많았다. 기사가 되는 장남은 아니지만, 가문을 빛내는 학자가 되라고 학비를 지원받는 차남이나 삼남도 있었고, 귀족들과 어울리며 신분 상승을 노리는 부유한 평민의 자식들도 있었다. 저명한 도시지만, 큰 도시에 대학이 있다기보다 대학에 도시가 딸려 있는 식의 나르본 시민들보다 대체로 높은 신분이었다. 그런 이들이 그들이 다니는 대학에서 신분이 낮은 이들에게 공격을 당하자, 눈이 뒤집힌 터였다.
“거만하고 콧대 높은 놈들! 너흰 라프트레이 신을 모실 자격도 없어! 그 코를 부러뜨려 놓아야 정신을 차리지!”
주렁주렁 양철통을 매달아 움직일 때마다 시끄러운 땜장이가 침을 탁 뱉자, 피투성이 앞치마를 두른 거구의 푸주한이 씩 웃었다.
“그럼 나는 귀족 나리들의 머리 가죽을 이 잘 드는 칼날로 벗겨 드릴깝쇼!”
이번에야말로 진짜 누구 하나 죽어 나갈 패싸움이 벌어질 판이었다. 대체 라프트레이 형은 뭘 하고 있는 거지? 성지에서 이 난리가 났는데!
Project Gutenberg
Oxford and Its Story
Headlam, Cecil, 1872-1934. 1912, LONDON, J. M. DENT & SONS, LTD.
OXFORD
ANDREW LANG, 1922, LONDON, SEELEY, SERVICE & CO LTD.
*이 에피소드는 실제 있었던 중세 대학 도시의 폭동을 바탕으로 집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