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73
73
사도들이 말려도 나서려고 했을 때였다.
“이 밤중에 어찌 이런 난동을 벌인단 말입니까? 성지의 사람들로서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라프트레이 신이 우리를 지켜보십니다!”
대학 총장이 등장했다. 라프트레이 형의 대신관 중 하나이자, 사도 중 하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교수들은 대학 내에서 가장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총장은 검은 가운만 걸친 검소한 차림새로, 아무 모자도 쓰지 않은 맨머리였다. 그럼에도 백발을 나부끼는 그 노인은 고결한 학자의 분위기를 풍겼다.
“라프트레이 신의 충실한 신도라면, 성지에서 이런 몰상식한 일을 저질러선 안 됩니다.”
그는 깊게 울리는 엄숙한 목소리로 학생들과 시민들을 타일렀다.
총장 앞에서 학생들은 곧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시민들도 상당수가 그랬다. 하지만 여관 주인이나 푸주한을 비롯한 이들이 불손하게 나섰다.
“아, 존경하옵는 총장 각하! 아니 폐하신가?”
“죄송하지만, 우린 무식해서 그런 거 모릅니다. 유식하신 분들이 알아서 잘하셔야지.”
아마 평소에는 말도 못 붙였던 존재와 맞먹는 듯한 기분에 취했을지도 몰랐다.
“무례한 놈들이 감히 총장님께 이 무슨 망발이냐!”
겨우 수그러들었던 학생들이 다시 분노했다. 아까보다 더 격하게 반발하면서.
그럼 총장은 다시 뜯어말려야 했다.
“지성인들답게 모든 것은 대화로 풀어 나가면 됩니다.”
“아, 우린 지성인이 아니라굽쇼!”
“무식해서 죄송합니다!”
“저 천하의 무식한 놈들이!”
“아, 지금 학생이 돼 가지고 총장님한테 대드나?”
“총장님은 우리더러 지성인이라는데, 학생들이 반박하네?”
“다들 조용히 하시오!”
계속 이런 대화의 반복 끝에, 총장은 정말이지 마법 같은 인내심을 발휘해서, 사태를 진정시켰다.
“왜, 우리가 총장님을 상대해야 합니까? 우리 쪽에서도 시장님이 나오셔야죠! 그래야 공평하지 않습니까!”
“나는 라프트레이 신의 충실한 신도라면 언제건 누구와도 기꺼이 대화할 겁니다.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이만 헤어지고, 내일 함께 우리의 신을 섬기도록 합시다. 시장님이 대학에 오신다면 늘 그랬듯 환영하겠습니다.”
자기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놓고 억지를 쓰는 땜장이에게 총장이 침착하게 말했다.
그때 뭔가 말하려던 여관 주인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총장의 뒤에 있는 아카데미들의 창문마다, 까마귀 떼가 즐비하게 늘어서서 검은 날개를 밤바람에 펄럭이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손에 들린 석궁의 시위에서 날카로운 화살촉이 달빛에 빛났다.
“총장님 낯을 보아 오늘은 이대로 물러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고래고래 소리친 여관 주인을 선두로, 사람들은 물러갔다.
그렇게 겨우 일이 끝났다. 평화롭던 대학을 온통 들쑤셔 놓던 무뢰한 무리들은 흩어져 가고, 교수진은 대책을 논의하고 다친 학생들을 돌보았다.
“이분은 후원자가 되고자 나르본에 오셨는데, 오늘의 사태를 보고 안타깝게 여기신 나머지, 돕고 싶으시답니다.”
아타울프가 그렇게 둘러대어, 우리는 도시 쪽 사람이 아닌지 흘겨보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스태프를 품속에 숨긴 채로, 부상당한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몇 마디 위로의 말을 던졌다.
“괜찮은가? 자네는 어딜 다쳤나? 저런, 많이 아프겠다.”
그러면서 슬쩍슬쩍 치료해 주었다. 여기서 갑자기 낫게 할 수는 없었지만, 중환자는 없으니 치료만 잘하면 마법 없이도 나을 터였다. 그래도 피 흘리는 학생들이 불쌍해서, 티 나지 않는 정도에서 치료해 주었다.
“이걸로 치료 잘해서 꼭 완쾌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금화를 조금 나눠 주면, 학생들은 붕대로 싸맨 얼굴로도 씩씩하게 웃었다.
“고맙습니다! 친절하신 분!”
주먹을 꼭 쥐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꼭 저희가 이겨서, 꼴사나운 모습으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몸을 조심해라…….”
-렉스, 별일 없어?
-하나도 없어. 지루해. 아무 일도 안 일어나. 테오파노 신과 함께 있고 싶어. 이만 돌아가면 안 돼? 아트리타스는 뭔가 자꾸 만들기만 하는데 냄새가 고약해. 테오파노 신이 있을 때 실험하던 것과 똑같아. 잠도 안 자. 먹지도 않아. 파비안은 그런 아트리타스를 지켜볼 뿐 꼼짝도 안 해. 둘 다 똑같아, 계속 이래. 심심해 죽겠어. 강에서 놀고 싶어. 나 심심해.
뜻밖의 사태에 렉스를 그만 방치하고 말았더니, 하소연이 쏟아졌다.
-고생했어, 렉스. 내가 갈 때까지 조금만 더 고생해 줘. 나중에 강에서 재미있게 놀자.
-정말? 응, 나 고생 잘할 수 있어!
-고맙다, 렉스.
-우리 어린 왕자, 아니 왕이 최고다.
-렉스, 잘했어.
아타울프와 레오파라도 렉스를 칭찬했다.
-다들 보고 싶다, 해해해!
렉스는 해맑게 웃었다.
“밤이 깊었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죠.”
“내일, 총장과 시장이 만나서 담판을 지으면 잘 해결될 겁니다.”
사도들이 재촉해서 우리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은 불이 꺼져 있고 문이 닫혀 있었다. 그 무리들이 또 모여 술을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우리가 문을 두드리자, 하인이 문을 열어 주었다. 우리는 방으로 올라가 침대에 쓰러져 죽은 듯이 잠들었다.
* * *
뎅! 뎅! 뎅뎅뎅뎅! 뎅그러엉!
“아, 시끄러워!”
다음 날 아침, 나는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잠을 깼다.
“왜 이렇게 꼭두새벽부터 종을 쳐 대는 거냐!”
잔잔하게 치는 거면 듣기도 좋을 텐데 아주 종이 부서져라 쳐 대니 귀청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하지만 레오파라와 아타울프는 아무 말 없이 즉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검을 꺼내 들었다. 아타울프는 문 앞으로 가서 버티고 섰고, 레오파라는 창문으로 갔다.
“레오파라? 아타울프?”
그 와중에도 종소리는 계속 울려 퍼졌다.
“어느 곳이나 똑같은 종소리죠. 적이 쳐들어왔으니, 무장하라.”
아타울프의 대답에 소름이 끼쳤다.
“신의 성지를 침범한다고?”
괴물들이 틀림없었다. 나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스태프를 꺼내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
“잠시만, 테오파노 님. 일단 기다려 보십시오.”
괴물과 싸우려는데, 레오파라가 그답지 않게 말려서 어리둥절했다. 그때, 닫힌 창문 뒤로 고함이 들려왔다.
“모두 무장하라!”
“대학으로 진격하자!”
“대학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 줘라!”
-대체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또 그 여관 주인이 날뛰는 건가? 이 도시엔 관리들도 없나?
나는 화가 나서 창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웬걸, 여관 주인이 아니라 도시의 관리들이 시가지를 돌며 외쳐 대고 있었다.
그러면 집집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무장을 하고 뛰쳐나왔다. 도끼나 갈퀴, 곤봉이 대부분이었지만, 활과 화살을 든 이들도 있었다.
“관리들이 저래도 돼? 시장은 안 말리고 뭐 해?”
“지금 치는 종은 시청의 종탑에서 치는 종이 분명합니다.”
“그 여관 주인의 친구가 시장입니다. 어제 한 학생에게 들었습니다.”
레오파라와 아타울프의 대답에 나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그때, 다시 또 종소리가 들려왔다.
뎅! 뎅! 뎅뎅뎅뎅! 뎅그러엉!
똑같은 신호의 종소리. 하지만 이번은 훨씬 멀리서 들려왔다.
바깥을 살핀 레오파라가, 굳은 얼굴로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대학 신전의 종탑에서 종을 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아카데미가 아닌 보통 신전도 있었다. 바로 어제 라프레아 국왕을 기리는 조종이 울려 퍼졌던 곳에서 이번엔…….
우리 모두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쪽에서 종을 칠 때 반대편에서도 종을 치는 건, 바람직한 화답이지만, 그건 조종이나 기쁨의 종일 때만 해당한다…….
“안 되겠다. 대학으로 가자.”
“테오파노 님…….”
“걱정 마라. 일이 이쯤 됐으니 라프트레이 형님이 나서겠지. 옆에서 그냥 보고만 오겠다. 아트리타스와 파비안도 무사한지 확인해야 하고.”
걱정하는 사도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
그렇게 걸어가는데, 어제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길이 붐볐다. 여관 주인을 비롯한 무리는 물론, 무장한 사람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어제의 주정뱅이들과 달리 이번엔 시의 관리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시장이라고 합니다.”
잠시 군중 속으로 사라졌던 아타울프가 돌아와 말했다.
여관 주인 옆에서 훤칠하니 잘 차려입은 한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나르본 대학 총장과는 달리, 라프트레이 신의 사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게 불만이 아닐까요? 나르본 대학의 대표가 수호신의 사도라면, 나르본 시의 대표인 자신 역시 사도여야 균형이 맞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아타울프의 말에 레오파라가 추측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지의 흔한 갈등이었다. 특히 왕이 임명한 관리와 신전의 대신관 사이라면.
“누가 라프트레이 신의 진정한 사도인지 본때를 보여 주자!”
때마침, 시장이 외치자, 여관 주인을 비롯해 모두가 주먹을 쳐들며 호응했다.
“나으리들에게 본때를!”
“도련님들에게 볼기를!”
그렇게 낄낄거리고 상스러운 말을 던지면서도 다들 눈을 부라리며 걸음을 재촉했다.
-어제 여관에서 술 취한 놈들끼리 주먹질 좀 했다고 이렇게 전면전을 벌이다니, 미친 도시 아니야?
계약 소통으로 말하다가 혀 깨물 뻔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의 성지를 사도들 앞에서 욕하다니.
-과거에도 도시와 대학 간 유혈 충돌이 잦았다고 합니다. 가운 대 타운 Gown VS Town인 셈이죠.
-하긴 어제도 이상할 정도로 적대적이고 분위기가 금세 과열한다 싶었다.
-이 도시는 대학 때문에 발전했지만, 대학생들은 어딜 가나 품행이 좋지 않죠. 술집이나 사창가에서도 용병들의 악명을 압도한 지 오래입니다.
레오파라의 말에 아타울프가 덧붙였다.
-생각해 보세요. 새파란 젊은이들이 집을 떠나 유명한 도시로 와서, 또래의 젊은이들과 어울리죠. 가난한 애들 아니고서야 용돈도 받았겠다, 자유도 있겠다, 해서 떼거지로 설치고 다닙니다.
-여기서도 대학의 학칙을 따라야 하잖아.
-대학 도시의 대학생은 일반 주민보다 너그럽게 대우받습니다.
-집 떠나간 기사 수련생들도 마찬가지지만, 그쪽은 규율을 안 지키면 전장에서 죽는 반면, 대학은 학생들의 자유를 많이 보장하니까요.
-공부는 안 해?
-책이나 붙잡고 있으니, 남아도는 혈기를 주체 못 하는 놈들이 태반이죠.
아타울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제 보니 교수들 말은 좀 듣던데.
-그래도 부모만은 못하죠. 어쩌면 부모들도 감당이 안 돼서 교수들에게 떠맡긴 놈들도 조금은, 아니 꽤 있을 겁니다.
-저는 대학생들이 대학 내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것도 봤습니다. 어제처럼 총장이 라프트레이 신의 사도거나 대신관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막 대들더군요. 총장을 둘러싸고 소리치는데, 거위 떼처럼 시끄러웠습니다. 그런 놈들은 한 놈쯤 본보기로 때려눕힐 수도 없습니다. 더 몰려와서 더 꽥꽥대니까, 그냥 이쪽이 피하고 말죠.
사도들의 말에 많이 놀랐다.
그동안 심심할 때마다 지상을 내려다보며 구경했고, 형제자매들에게 이것저것 배우거나 들은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 보니, 내가 직접 보고 듣고 겪으며 알아낸 앎은 아니었다.
“보십시오, 역시 대학도 무장했습니다.”
내 옆에서 아타울프가 팔을 쳐 들어 앞을 가리켰다.
교문 앞에는 총장이 시장을 맞이하듯 교수들을 거느리고 나와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모두 활과 화살이며, 검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귀족 자제들도 있다 보니, 그들의 무기가 더 좋았지만, 시민들보다 훨씬 수가 적었다.
-정문만 빼놓고 곳곳의 문이 막혀 있습니다. 술통이니 책상으로 막아 놓은 듯합니다.
먼저 앞서가서 둘러보고 온 레오파라가 보고했다.
-우두머리들이 정문에서 대치하는 사이, 후문이 뚫리지 않도록 대비한 건 나쁘지 않군요.
공성전 보듯 평가하는 레오파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