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78
78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내가 흘린 피와 땀에 젖어 대리석 바닥 위에 누워 있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기진맥진해서 앉아 있을 힘도 없었다.
종소리가 계속 들려와서 쉴 수도 없었고. 이 신전은 대리석 지붕 옆에 종탑이 딸려 있었다.
뎅뎅뎅뎅, 데에에엥! 그때와 똑같은 소리… 그 가축 몰이꾼들이 마침내 나르본의 대학에 도착했을 때부터 또 쳤겠지. 나르본 시청의 종탑에서도 계속 종을 쳐 대고…….
종소리가 나를 몰아쳐 대니, 뿔을 내밀고 돌진하는 황소처럼 무작정 덤벼들게 되었다.
코피도 흘리고 각혈도 하고, 꼴이 말이 아니었다. 턱으로 흐른 피를 손등으로 닦아내는데, 사도들이 없어 다행이었다. 괜찮을 거니까, 걱정 말라고 했는데. 그렇다고 신이 피 좀 흘렸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까, 거짓말은 아니지만.
종소리가 그만 들리게 종을 아예 부숴 버리고 싶었다. 종탑째 무너졌으면… 그러고 보니 내 사도들은 무사히 아트리타스와 렉스와 파비안이 있는 종탑에 갔을까… 내가 갈 때까지 그곳에 모두 모여 있었으면…….
…그래, 종탑! 거기도 종탑이 있고, 여기도 종탑이 있지! 여기도 맏형의 신전이고 거기도 같은 신전이듯!
그렇다면 이론상, 나는 라프트레이 형의 신전을 벗어나는 게 아니었다. 아카데미도 엄연히 학문의 신전이니까.
라프트레이 형의 신전에서 다른 신전으로 옮겨 가 보자. 이공간으로 서로 다른 두 공간 사이에 통로를 만든다면?
나는 이 신전의 종탑으로 올라갔다. 이 신전 내 이동은 자유로웠으니까.
그렇지만 아까와 똑같은 결과였다.
이공간도 그냥 물건 넣는 거랑 다르게 실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려면 말도 안 되게 복잡해진다. 이 미친 짓을 시도하려는 게 나고, 그걸 생각한 것도 나고, 심지어 좋은 생각이라고 기뻐한 것도 나라니.
공부를 좋다고 해 대는 미친 도시에 와서 나도 미쳐 버린 거다…….
내 문제점만 깨달았지, 내 문제는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문제라면 대입해 볼 공식은 왜 없을까. 근데 공식은… 사실 단순하지 않나?
기하학은 저주받아 마땅하지만, 실제 공간도 점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 두 점 사이에 선을 그을 때, 그 사이에 있는 다른 아카데미나 오솔길 같은, 이딴 모든 방해물을 그냥 줄 하나로 삭제해 버린단 말이지!
이곳과 저곳, 두 점 사이 가장 빠른 길. 바로 직선.
물론 실험하려면 좀 더 확실한 증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학자들도 종이가 모자라 증명 못 한다는데 내가 왜 해야 해? 그런 짓을 했다간, 라프트레이 형의 하위 신밖에 안 될 뿐.
어차피 사람에게 하는 것도 아니고 신인 내가 대상인데, 굳이 조심해야 하나? 어차피 이미 피땀도 흘렸겠다, 여기서 계속 수학에 영혼을 잠식당하느니, 그편이 낫지.
하지만 막상 마법을 실행하자,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었다. 틀린 방향을 잡았다는 느낌은 아닌데… 공식이면… 한번 표현해 볼까…….
나는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른 종탑에 간다고 이 종탑까지 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심상을 떠올리면 집중하기 좋았다. 그럼 아예 공식도 심상화하면?
상징. 흐름이 원이 되듯, 공간은 점이 되며, 점은 또한 원이 될 수 있다.
나르본에 왔을 때 이미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일. 어쩌면 그 구상을 제대로 활용 못 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지금처럼 뚜렷한 목적에 따라 만들었어야 했는데.
나는 스태프를 들어 발아래에 원을 그렸다.
하지만 땅바닥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았다. 스태프로 흠집을 낼 수도 있지만, 큰형의 신전에 그러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금빛 광선이라도 발현해 보자니, 지금도 죽겠는데 추가 마법을 하는 셈.
그때, 바닥에 떨어진 피가 보였다. 여기 와서도 각혈했었으니까.
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성이 넘쳐흐르는 존재다. 신의 피도 마찬가지.
어차피 이미 흘린 피인데, 알차게 이용하자.
나는 피를 스태프 끝에 묻혔다. 원을 그리고, 또 그리고, 또 그려 나갔다. 마침내 내가 여러 원으로 이루어진 원 안에 설 때까지. 그렇게 완성된 원 안에 공식을 문자로 적어 넣었다.
“내가 바라는 곳으로 이동하매, 그곳까지의 모든 공간은 직선의 외길로 화하라!”
염원을 담아 외치는 순간, 내가 그려 낸 모든 것이 금빛으로 타올랐다. 섬광이 나를 감싸고 치솟았다.
…잠깐만, 이거 맞아? 멋모르고 파이어볼 한가운데로 들어선 거 아니야? 내 발로 불구덩이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거나.
불안해져서 도로 걸어 나오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모든 것이 뒤흔들렸다. 눈앞이 아찔했다.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으며 공포감이 치솟았다.
다음 순간, 나는 쓰러져 있었다. 똑같은 바닥 위에.
실패했구나… 머리가 터져 나가는 듯한 두통 속에서 입술을 깨물었을 때였다.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님!”
-테오파노 신!
“테오파노 신이시여!”
사방에서 날 불러 댔다. 내 사도들의 목소리… 그래, 이곳은 아트리타스의 실험실이 있는 종탑이었다. 나는 마침내 성공하였다!
보고 있냐, 라프트레이 형님아?
분하면, 내게 수학을 가르친 큰형 자신을 원망해! 날 공부시킨 걸 평생 후회하라고! 하하하하!
웃음이 터지는데, 레오파라와 테오파노가 달려들어 나를 부축했다.
내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얼마나 기겁했을까. 공중에서 우아하게 나타나기까진 못해도 바닥에 철퍼덕 쓰러진 채로 나타나진 말았어야 했는데.
“테오파노 님, 괜찮으십니까?”
“테오파노 님,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테오파노 신, 엎어졌어. 넘어졌어.
난리를 치는 사도들에게 웃어 보였다.
“괜찮다, 괜찮아.”
아까까지만 해도 다 내팽개치고 드러눕고 싶었는데, 마법을 성공하니까, 그 모든 울화가 싹 날아갔다. 진짜 기분 좋았다.
역시 난 신이다. 조금만 고생해도 바로 성공하고, 하하!
하지만 내 사도들은 나와 함께 웃기는커녕 얼굴이 굳어졌다.
“테오파노 님, 옷에 피가 묻어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테오파노 신, 어디 아파?
진짜 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 처음에는 없애고 그랬는데, 하다 보니 자꾸 흘러서 깜박했다. 마법을 발현하는 도중에 그만두고 피를 없애기도 귀찮아서.
어차피 사람도 아닌 신의 육신을 활용 못 할 이유가 없다. 스카텔란 형도 전쟁에서는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인적 자원이건 물적 자원이건.
그렇다면 영생불멸의 무한 자원인 신을 가장 잘 활용해야 한다. 다치지도 않고 피 좀 흘린 것뿐이고.
하지만 여기서 이런 이야기를 줄줄이 설명할 수도 없었다. 아트리타스와 파비안처럼 사도가 아닌 이들도 있는데 계약 소통 대화를 오래 하기도 그렇고, 솔직히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그래도 마법만 썼을 때보다 이 마법원? 마법진? 아무튼 이걸 쓰니까, 마법의 발현 자체도 훨씬 힘이 덜 들고 수월했다. 그전의 피로가 쌓였을 뿐.
“걱정 마라, 내 피가 아니다.”
영웅 서사시에서 영웅이 이렇게 말할 때 멋있었다. 거짓말이지만, 사도들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라스카라사 누나의 시적 허용을 활용할 뿐.
“그렇다면, 누구와 싸우기라도 하셨습니까?”
아타울프가 숨 돌릴 새도 없이 물어왔다. 자꾸 물으면 또 거짓말해야 하는데.
“라프트레이 신과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레오파라는 레오파라대로 내 표정을 살폈다. 왜, 맏형과 싸우기라도 했을까 봐? 그랬으면 속이나 시원했겠지. 솔직히 자기 신전에 가두고 나가는 것보다 그편이 더…….
나는 태연히 대답했다.
“형님과는 이야기를 잘 끝냈다. 오다가, 싸우는 사람들 옆을 지나는 길에 피가 튀었다. 같이 싸웠다간 형님 성지의 일에 간섭하는 게 되니, 조용히 피했는데, 서두르다 보니 옷에 피가 묻을 줄도 몰랐구나.”
“저희가 옆에서 모셨어야 했습니다.”
레오파라는 왜 자책하는 걸까. 내 명에 따랐을 뿐인데.
“내가 너희더러 먼저 가라고 하지 않았는가. 너희는 내 뜻대로 잘 따랐고, 나도 무사히 다녀왔으니 일이 잘 되었다.”
웃으며 사도들의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갑자기 나타나셨는데 정말 괜찮으십니까?
-새로운 마법에 성공했으니 잘됐지. 나중에 말해 주마.
레오파라가 계약 소통으로 묻는 말에 답해 주며, 내가 되물었다.
“너희는 다친 곳 없느냐?”
“몇몇 학생들을 돕기는 했으나, 계속 하다간 싸움에 휘말릴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곳으로 와서 테오파노 님을 기다렸습니다.”
“오는 길에 잠깐 들러 보니, 아카데미가 아닌 라프트레이 신전은 굳게 닫혀 있더군요.”
아타울프가 설명하고 레오파라가 덧붙였다.
아니, 기어이 들렀다는 거네?
내가 둘을 바라보자, 레오파라는 뻔뻔하게도 맞받아 봤고, 아타울프가 얼른 말했다.
“그 신전의 종을 계속 치기는 했지만, 거기 보관했던 무기는 활이고 화살이고 이미 다 꺼내서, 학생들도 더는 접근하지 않더군요.”
뭐라고? 라프트레이 형이 아끼는 학문의 신전에 학생들이 무기를 보관했어? 신전이 무기고냐? 전쟁의 신전도 아니고.
큰형이 보이지 않는 손이니 뭐니, 이상한 표현까지 해 가며 나서지 않겠다는 마음도 이해 갈 판이었다.
“그런데 이 아카데미는 피해가 없는가? 습격당하거나 약탈당하지도 않고서?”
“이 아카데미는 얌전한 학생들만 있어 그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학 내에서도 외진 곳에 있기도 하고요.”
아타울프가 설명했을 때였다.
“테오파노 신이시여, 이 암흑의 시대에 저를 보러 와 주셔서 영광입니다.”
아트리타스가 나섰다. 하루 종일 실험만 했다는 렉스의 말대로 기진맥진한 모습이었으나, 눈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저 기분은 나도 알지. 힘든 만큼 보람이 큰.
“아트리타스.”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 후 파비안도 바라보았다. 눈에 뜨이고 싶지 않은 듯 구석에 몸을 웅크리다시피 한 파비안은 움찔했으나,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잘 있었어, 파비안?”
“…네, 테오파노 님.”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나는 아트리타스에게 향했다.
“아트리타스, 내가 명한 대로 했는가?”
“물론입니다. 저는 저를 믿어 주신 테오파노 신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심혈을 기울여, 마침내 해냈습니다.”
정말 그랬다면 생각보다 빨리 해냈다.
“그래, 그렇다면 네가 지금까지 저지른 죄를 고하라.”
하지만 아트리타스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떠올랐다.
“…그, 그것은… 죄송합니다만, 다는 말씀드리지 못합니다.”
이제 와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럼 일을 못 한 거지. 그래 놓고 왜 해냈다고 했는데?”
“네, 감히 테오파노 님을 기만하느냐?”
내가 나설 것도 없이 사도들이 아트리타스를 족쳤다. 편리하고 뿌듯했다.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부끄럽게도 저는 일일이 말씀드리기엔 너무나 많은 죄를 저질렀을 뿐입니다!”
아트리타스가 두 팔을 벌리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저는 독을 만들어 팔았고, 제게 독을 사 간 자들은 익명으로 거래했습니다. 누가 독을 사 갔는지도, 그 독을 어떻게 썼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제가 제 독에 죽은 이들을 다 모르는 상황에서 어찌 제 죄를 제대로 고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테오파노 신께 최대한 충실하고자 했을 뿐입니다. 부디 제 충심을 의심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다면, 그런 연유로 내 명을 미처 따르지 못했다고 미리 말했어야지, 왜 처음에는 명을 완수했다고 말하였는가? 엄연한 기만이다.”
“네, 테오파노 신의 말씀이 과연 옳습니다. 기꺼이 죄를 받겠습니다. 하지만 부덕한 제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테오파노 님께 꼭 보여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제 모든 죄를 만회할 수 있는 저의 역작 말입니다!”
궁금하긴 하네. 대체 뭘 만들었는진 몰라도 저렇게 자신만만한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