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81
81
아무리 악인이라도, 내가 마주했었던 사람을 끝내 그 덧없는 욕망에서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슬픔이었다.
아버지 주신의 명령을 내가 이루진 못해도,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서라도 이루고 싶었는데.
“나를 산산조각 내 봐라. 나는 너희처럼 비루하고 연약한 사람일 필요도 없다. 나는 다른 생명, 더 강하고 더 큰 존재와 결합해서, 너희 모두를 처치할 괴물이 될 테다! 괴물이 되어 날 해친 너희를 잡아먹겠다! 나도 네놈들의 머리를 자르고 심장을 찌르고 조각조각 내서 살점을 씹어 주마!”
광기에 들린 아트리타스가 악을 썼다.
“일단 저 혀부터 잘라야겠군.”
레오파라가 다시 칼을 쳐들었을 때, 내가 손을 들어 막았다. 레오파라는 불만 어린 기색이면서도 복종했다.
“그게 네가 꿈꾸는 불멸인가?”
내가 아트리타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죽음이 두려운 나머지, 그런 비참한 지경에까지 떨어지고도, 정녕 기쁜가?”
그 잘린 머리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그 눈동자가 경련을 일으켰다.
“내가 모를 줄 압니까?”
하지만 대답은 바로 나왔다.
“왜 테오파노 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지, 나는 압니다.”
“그러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지. 네가 그 이유를 안다면 말하라.”
나는 시인했다. 아트리타스의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내가 악인이기 때문입니다!”
알긴 아는구나.
놈의 방식대로 불멸에 성공했을 때보다도 똑똑해 보였다.
“신께서는 저 비천한, 아니죠, 저 선량하기 짝이 없는 파비안을 아끼십니다. 하지만 저 같은 악인은 파비안처럼 사랑하지 않으십니다!”
사람을 알고 싶었지만, 악인이 내 앞에서 적나라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은 감당키 어려웠다.
“흐흐흑!”
흐느끼는 소리가 일었다.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파비안이 낸 소리였다. 그 소리에 아트리타스가 더 기고만장해서 외쳤다.
“하지만 저는 파비안처럼 애초에 선한 마음씨를 품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파비안보다 행복한 삶을 살았는데도, 악합니다. 파비안은 그를 학대한 저의 용서를 빌 정도로, 괴롭힘을 당하고도 선하지만, 저는 신이 내린 기회를 받고도 악합니다. 그렇다면 신들은 본래 선한 파비안보다 본래 악한 제게 더 큰 사랑을 베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신들은 선인이 아닌 악인에게야말로 더 큰 선을 보여 줘야 하지 않습니까?”
악한들이 어떤 악을 저질렀는지 꿈으로 보았긴 하나, 왜 그랬는지 이해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막상 그 이유를 악인의 입으로 직접 듣자, 무어라 형용할 길 없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야!”
그때였다. 파비안이 일어나서 소리쳤다.
“나는 선인이 아니야! 그럼에도 날 사랑해 주신 테, 테오파노 님께 헛소리하지 마! 그러면서 날 끌어들이지 마!”
그 청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소리쳤다.
“내, 내가 왜 여기… 다, 당신이랑 남았는지 알아? 가, 같이 가자고 해 주셨던 테, 테오파노님의 권유까지 거절하고서?”
파비안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소리쳤다.
“다, 당신을 감시하려고 남은 거야! 다, 당신이 테오파노 님을 소, 속이려고 해도 내, 내가 막도록…….”
나와 사도들은 놀라서 파비안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파비안이 아트리타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더라… 나보다 더 감시를 열심히 했어.
렉스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놀라는 우리와 달리, 아트리타스는 기쁜 듯한 기색이었다.
“하, 역시 너도 착하지 않았군! 결국 너도 나와 똑같은 악인이었어! 난 네 정체를 알고 있었지! 나는 테오파노 신과 달리 너한테 속지 않았으니까!”
그래 봤자 앞의 말과 모순되는 소리를 하는 아트리타스가 파비안을 몰아 붙였다.
“네가 해낸 게 뭐지? 넌 지금까지 내내 구석에 처박혀서 울기나 하지, 아무것도 막지 못했잖아. 내가 하는 짓을 무력하게 쳐다만 보면서!”
-아니야! 파비안도 나름 애썼어! 저놈이 약 만들 때 가까이 가려고도 했는데, 저놈이 눈치채고 난리 치는 바람에 실패했을 뿐이야!
렉스가 소리쳤다. 파비안이 가지 않겠다고 해도 내버려 두지 말고 데려갈 걸 그랬다…….
그때, 파비안이 품에서 무언가 꺼내, 벌벌 떨리는 손으로 치켜들었다.
그건 반지였다. 타원형의 큰 오팔이 박힌 반지.
“다, 당신의 반지지. 당신이 유혹했던 여자를 죽일 때… 차를 마시자면서, 찻잔에 이, 이렇게…….”
파비안이 반지의 보석 알을 잡아 돌렸다. 그러자 보석이 돌아가면서, 액체가 떨어졌다. 그 안이 비어서 액체나 가루 같은 걸 넣도록, 가공한 반지였다.
“…그걸 네놈이 어떻게 알았지?”
아트리타스의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다, 당신은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지… 하도 감쪽같이 사람들을 속여서… 나, 나도 속았어… 설마 그럴 리 없다고… 하지만 어제 당신이 테오파노 님을 공격했을 때… 비로소 진실을 깨달았지! 마침내 다, 당신 수법을 알아냈고!”
파비안의 얼굴이 눈물에 젖어 반짝거렸다. 아트리타스가 이를 갈았다.
“누가 너 따위 천한 것의 말을 믿을 것 같아?”
“하, 하지만 지금은, 테오파노 님은 나를 믿으실 테니까!”
“도둑놈 주제에! 말도 안 되는 누명 씌우지 말고 내 반지를 당장 내놓지 못해?”
고래고래 소리치던 아트리타스의 얼굴이 갑자기 굳었다.
“…너, 설마…….”
“이제 눈치챘어?”
파비안은 그 말은 더듬지 않고 했다.
“다, 당신은 해독제를 만들지 못했어… 그러니까 엘릭서도 만들지 못한 거야… 내, 내가 당신 몰래 당신 수법대로, 무언가 넣었으니까… 당신이 솥에 가까이 오지 말라고 날 밀쳐 냈어도, 반지는 바로 빼냈고, 내 손에 약병이고 뭐고 들린 게 없으니까 눈치채지 못했었지… 내가 그랬다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당신이 죽인 여자처럼!”
“아아아아아악!”
아트리타스가 울부짖었다. 레오파라가 그의 목을 자르고, 심장을 찔렀을 때보다도 더 미친 듯이.
“이 배신자! 이 빌어 처먹을 놈! 이 거지 새끼가!”
그의 입에 광견처럼 거품이 고여 턱을 타고 흘러 내려, 잘린 목의 꿈틀거리는 붉은 단면을 희게 물들였다…….
“네 감히! 말더듬이 주제에 내 필생의 역작을 망치다니! 내 현자의 돌, 내 엘릭서, 내 불로불사의 영약에 대체 뭘 넣은 거야! 당장 말하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
아트리타스가 저주를 퍼부으며 악을 썼다.
하긴, 아트리타스가 신혈까지 새로운 재료로 써서 고안한 약이라고 해도, 그 스스로 열광한 이 효능은 그만의 약이 낳은 결과가 아니었으니까.
파비안이 아트리타스조차 모르는 다른 재료를 넣었기 때문에 완성된 약이라면, 아트리타스만의 약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 재료가 뭔지 모르면 이 약을 다시 만들 수조차 없을 테니까.
“말 안 해.”
파비안은 눈물 고인 눈으로도 웃었다.
“절대로 말 안 해. 넌 평생 모를 거야. 네가 알 수 있는 거라곤, 너는 결코 현자의 돌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사실뿐이야.”
아트리타스조차 입을 벌린 그대로 굳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잘린 목으로도 소리쳤을 때보다, 더 자연스러워 보였다…
“너, 너는… 나를 부려 먹으면서도… 나, 나는 연구하는 게 기뻐서 열심히 했는데…….”
과거의 일을 말하면서, 설움이 복받친 듯 파비안은 다시 말을 더듬기도 했다.
“내, 내가 다 실험하고… 내가 새로운 재료를 첨가하고 약물을 개량해도… 너는 그 모든 연구가 다 네 것이라고 했지… 애쓴 끝에 좋은 약이 나와도 다 네 이름만 붙여 팔고… 내, 내가 아무리 고생하고 노력했어도… 다 네, 네 것이라고… 네 약이라고 하면서…….”
그동안의 서러움이 눈물로 터져 나왔지만, 파비안은 곧 주먹으로 닦아 냈다. 그리고 의연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 논리대로 그 약은 내 거야. 당신 약이 아니야.”
“파비안!”
아트리타스가 미친 듯이 외쳤다.
“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마, 말만 하면 된다… 그럼 공동 연구로… 너, 너와 함께 만든 약이라고 발표하마! 너를, 유, 유력자들에게 소개하고, 하, 학위도 따게 해 줄 테니까! 너, 너는 박사도 될 수 있다! 그, 그 약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부자가 될 수 있어! 세상의 모든 왕족이 우, 우리에게 애걸하게 될 거야… 너, 너도 그 여자보다 더 예쁜… 공주와도 결혼할 수 있어… 네가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이번에는 자기가 말을 더듬으면서.
“그런 약은 없어.”
파비안은 즉각 부정했다.
“뭐라고… 하지만 너, 너, 방금까지… 지금까지 한 말이 진짜가 아니었나? 거짓말로 날 속인 거야?”
파비안을 추궁하는 아트리타스의 말에는 분노보다 희망이 더 짙게 배어났다.
“아니, 모두 사실이야. 하지만 테오파노 님께서 사람은 있는 그 자체로 완전하다고 하셨어. 그러니까 나는 너처럼… 괴물이 안 될 거야… 사람들 아무도 너처럼 안 될 거야. 내가 만들어 낸 약이니, 내가 없다고 하면 없는 거야.”
파비안은 조용히 말했다. 결단을 내리고, 그 때문에 마음의 안정을 얻은 사람의 차분함으로.
그러면서도 다음 순간, 다시 울컥하는 파비안이었다.
“그, 그러니까… 당신 말은 모두 틀렸어! 테오파노 님께 아무것도 강요하지 마!”
“이 새끼가!”
아트리타스가 악을 썼다.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뱀처럼 잘린 머리로도 덤벼들어 파비안을 물어뜯기라도 할 것처럼 이를 드러냈다. 레오파라가 칼을 쳐 들어도 눈알을 부라릴 뿐이었다. 파비안은 그 흉측한 모습에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질 쳤다.
“아트리타스.”
그리고 내가 나섰다.
“너는 여전히, 내 사랑을 바라는가?”
겨우 파비안에게서 돌려져 나를 향한 아트리타스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테오파노 신이여! 바랍니다! 역시, 당신만은 나를 버리시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신이야말로 악인도 용서하는 존재가 아닙니까? 비록 악인이 실패했다 해도, 신만은 악인을 포기하지 않아야 하지 않습니까? 제가 아무리 사악해도, 모두가 절 저버려도, 저의 신만은 저를 끝까지 사랑해야 하지 않습니까?”
나는 아트리타스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옳다, 아트리타스.”
“테오파노 님!”
레오파라가 부르짖었다. 울분을 참지 못하고서. 아타울프도 소리쳤다.
“테오파노 님, 어째서! 이건 아닙니다!”
-하지 마, 테오파노 신!
하지만 나는 내 사도들이 아니라 오로지 눈앞의 죄인만을 보고 있었다. 신의 사랑을 갈구하는 죄인을.
내 계약자들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질 때, 기쁨으로 피어나는 그 얼굴을.
“그러니 네가 바란 대로 신의 사랑을 받아라.”
내가 약속했다.
“너는 네가 살면서 행한 모든 일의 결과를, 죽기 전, 지상에서 소멸하기 전에 얻으리라. 다른 사람들로선 죽기 전에는 얻지 못하는 네 삶의 결실을.”
아트리타스의 눈에 혼란이 스쳐 갔다. 나는 스태프를 쳐들었다.
“네가 기회를 저버렸으니,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라. 네 악을 스스로 직면하고 네가 퍼뜨린 악의 결과를 너 또한 겪어라.”
이미 그 스스로 행한 바였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 냈던, 아니 만들어 낼 괴물들과 똑같이 되어 버렸으니까.
“그리하여 너의 악이 얼마나 악한지 네 스스로 겪어라. 그리하여 네 선의 부재를 사무치게 깨우쳐라.”
제발.
제발.
제발.
“그리하여 마침내 너의 악에서 해방될지니, 선을 향해 자유로워라! 그것이 바로 나, 테오파노 신의, 널 위한 사랑이다!”
아트리타스의 눈에 충격이 깃든 순간, 나는 스태프를 쳐들고 마법을 발현했다. 그의 독을 모조리 흡수하고자.
“으아아아악!”
“견뎌 내라! 너 자신을 정화해야 한다!”
“아아아악!”
“네가 마신 건 힘이 아니다! 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