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83
83
“끝난 건가요?”
파비안이 중얼거리듯 물어 왔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걸로 다 끝났으면.
“그래.”
하지만 파비안은 알 필요 없으니까.
그때였다. 여전히 꿈틀대는, 살점이랄 수도 없는 파편이… 그 끈질긴 생명력이 저주로 작용하고 만… 아트리타스가 그의 모든 피조물들에게 내렸던 저주가 이제 그 자신에게도…….
…아, 그것은…눈동자였다……. 일그러진 가운데서도 도저히 몰라볼 수 없는, 잘린 머리의 부릅뜬 눈에서 나를 좇던 눈동자…….
소름이 끼쳤다. 눈동자가 너무나 빠르게, 화살촉보다도 더 빠르게, 작고 검은 원형의 치명적인 무언가로 내게 달려들었다. 마지막 발악으로, 그 원심력 그대로…….
“아아아악!”
“크아앙!”
다음 순간, 그 작고 검은 원형은 사라졌다. 벌려진 무언가 속으로… 뭔가 그걸 삼켜 버렸다. 그 죽지 않는, 불사의 파편을.
“뭐, 뭐야!”
“저게 뭐야!”
사도들도 미친 듯이 소리쳤다. 나도 몰랐다. 하지만 알아볼 수는 있었다. 아까… 가벽이 무너지며 아트리타스의 실험체들이 바닥에 떨어져 나뒹굴었을 때… 죽었던 게 아니었어? 저런… 모양이었어?
그건, 뱀이었다. 그리고 날개가 달려 있었다. 더는 설명하기 힘들었다.
“저, 저게, 제, 제 발에… 제 발에 있었… 저, 저는 아타울프 님 신발이 벗겨져서 맨발이 닿은 줄… 근데, 저, 저게 바람이 멎으니까, 뛰어 올라서…….”
파비안이 정신없이 횡설수설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의 비명은 파비안이 지른 터였다. 우리 중 제일 먼저 저걸 발견해서.
“아악!”
그는 다시 비명을 질렀다. 그 날개 달린 뱀이 푸드덕거리며 그에게 달려들었… 아니, 그놈은 내게 달려들었다. 정확히 내 가슴을 제 머리통으로 들이받았고, 나는 박치기 당한 상태에서 반사적으로 놈을 두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놈은 날개를 접고 꼬리를 말고, 내 손안에 얌전히 있었다. 내 가슴에 머리를 댄 채로.
이거 뭐지, 뭐 하는 거지, 나한테 안긴 건가, 설마…….
“그래서 저게 뭔데?”
당황해서 말도 안 나오는 나 대신 레오파라가 검으로 그걸 가리키며 물었다.
나와 아타울프도 궁금해하며 바라본 파비안이 얼굴이 창백해져서 말했다.
“그, 그게 아트리타스가 만든… 호문쿨루스입니다.”
“호문쿨루스가 뭔데?”
“으아아악!”
레오파라가 되묻는데, 아타울프가 비명을 질렀다.
“호문쿨루스라면, 정액을 밀봉해서 말똥 더미에 두 달 간 파묻는 그거잖아! 으아악!”
-또 똥이야? 똥더미에서 태어났으면 호문쿨루스가 똥파리라는 뜻이야? 똥파리를 뭐 하러 만들어?
확실히 알 수 없는 이유로 연금술에 조예가 있는 아타울프가 설명하자, 렉스가 되물었다.
그러나 레오파라가 다짜고짜 소리쳤다.
“아트리타스의 정액이랍니다! 당장 내다 버리십시오! 손이 더러워집니다!”
“잠깐, 내가 무슨 개똥 갖고 노는 어린애도 아니고―”
“똥 맞습니다! 똥 속에 묻었다니까요! 정말이지 아트리타스는 더러운 짓은 다 하고 다녔던 놈이군요!”
아타울프가 치를 떨었다. 하지만 내 손 안에 웅크리고 있는 놈인데…….
그놈은 삼각형의 머리를 빳빳하게 쳐들고, 칼을 겨눈 레오파라에게 혀를 날름거리며 쉿쉿 소리를 냈다. 새끼 뱀 주제에 위협적이었지만, 레오파라에겐 통하지 않았다.
“아트리타스의 새끼답게 애비를 닮아 성격이 더럽군요.”
“아트리타스의 새끼라니, 말이 심하잖아. 태어났을 때는 멀쩡한 동물 부모가 있었을 거라고.”
“저한테 넘겨 주시고, 손을 깨끗이 씻으십시오, 테오파노 님.”
-내가 물로 씻어 줄게, 테오파노 신!
“진짜, 저 눈알 부릅뜨고 혀를 날름거리는 걸 보세요, 아트리타스와 똑 닮았습니다.”
아타울프도 확신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과 뱀이 닮았다고 하는 건 과장 아니야?
“아, 아니라니까요!”
파비안이 소리쳤다. 아까부터 무언가 말을 하려던 모양이지만, 두 사도들이 하도 질색 팔색 하느라 그럴 새가 없었다.
“아트리타스의 새, 새끼라뇨! 아닙니다! 무, 무슨 지, 징그러운 말을…….”
“아닌 거 맞아?”
레오파라가 바로 물었다.
“네, 제가 봤어요, 그 실험은 실패했습니다. 아, 아트리타스가 호문쿨루스를 몇 번은 만들어냈지만, 모두 얼마 못 가 죽었습니다.”
“당연하다. 놈의 정액이라면 올챙이보다도 생명력이 없겠지. 그러니 솥에 대고 입으로나 합일했던 거야.”
아타울프가 말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금술사에 대한 그의 말이 틀린 적 없었으니까.
-나의 호수에도 올챙이가 많아.
“그런데, 이게 호문쿨루스가 아니라면, 넌 왜 그렇게 불렀는데?”
렉스가 종알대건 말건 레오파라가 아까부터 허공만 응시하는 파비안에게 물었다.
그냥 묻는 건데, 레오파라의 얼굴이 무표정하다 보니, 추궁처럼 들렸다. 레오파라는 다정다감한 성격인데, 그런 점을 드러내지 않으려 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편이었다.
파비안도 약간 두려운 얼굴로 레오파라를 바라보다 대답했다.
“그, 그게, 아트리타스가 그렇게 불렀습니다……. 사람 호문쿨루스가 자꾸 죽으니까… 짐승으로 호문쿨루스를 만들어서―”
“그럼, 이놈 속에도 아트리타스의 정액이 들어갔단 소리잖아.”
“아닙니다! 먼저 실험을 해 보고, 그 결과로 짐승과 사람을 결합한, 튼튼한 호문쿨루스를 만들려는 목적이었어요. 이놈은 그 중간 과정의 결과물이었죠.”
“네 정액도 안 들어간 거 맞아?”
“아, 아니라니까요! 저, 정액 소리 좀 그만하시고요!”
파비안은 얼굴이 붉어지며 소리쳤다.
“그렇다고 합니다. 다행이네요. 이제 놈을 제게 주십시오.”
레오파라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파비안이 이 생명체에 대한 오해를 풀어줘도, 그의 결정은 변치 않은 듯했다.
“어쩌려고?”
“숲에 풀어 놓겠습니다.”
“그러다 이놈이 괴물이 되면?”
“테오파노 님이 보시기에도 이놈이 괴물 맞죠? 그러니 새끼 때 죽이는 편이 좋겠습니다.”
레오파라가 다시 칼을 겨누자, 그놈은 아무래도 박쥐의 것 같은 날개를 파닥거렸다. 그런데 날개 밑에서 뭔가… 지금까지 날개에 몸통이 다 가려지다시피 쪼그매서 잘 안 보였는데, 이거 손이야?
“이거 봐봐, 이놈 손도 달렸어! 아, 여기 발도 있다!”
“그럼 그냥 네 발인 거죠.”
“네, 뱀인 줄 알았는데, 도마뱀이었군요.”
-테오파노 신은 도마뱀 처음 봐?
아타울프와 레오파라와 렉스는 나의 놀라움에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파비안은 머리만 긁적였다.
“뱀이건 도마뱀이건 애들에게 돈 주고 닥치는 대로 잡아 와서 실험하더라고요… 그중에서 살아남은 놈만 보관하는 거죠… 특히 이놈은 본래 돌연변이었다고 했습니다…….”
“아니, 그럼 보관만 했지 기른 것도 아니잖아. 이놈이 어떻게 살아 있었을까? 플라스크에 밀봉된 채였잖아?”
내가 묻자, 아타울프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뱀이고 도마뱀이고 동면하니까요. 게다가 아트리타스가 뭔가 해 댔으니, 명줄이 길긴 하겠죠.”
“이제 다 살피셨으면 절 주십시오.”
“아니… 그렇다고 죽이기는…….”
“그럼, 안 죽이겠습니다. 풀어 놓겠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풀어 놓기도―”
“그렇다면 역시 죽이는 게―”
레오파라와 내가 결론 없는 대화를 반복하는 동안, 내 손 안의 놈은 아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저 싹퉁머리도 아트리타스를 닮았군요. 자기 때문에 이 난리인데, 혼자 잠이나 자고 있네요.”
그렇게 말한 아타울프가 놈의 꼬리를 잡아당기자, 놈이 캬악, 하면서 꼬리로 아타울프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시건방진 놈이!”
-나, 이거 뭔지 알아! 남자애가 여자애 땋은 머리 잡아당기면, 여자애가 남자애 뺨을 때렸어! 찰싹! 찰싹!
“아니야! 틀렸어!”
-어른 여자는 철썩! 철썩!
렉스 때문에 울화가 터진 아타울프가 소리 쳤지만, 이 조그만 놈은 꼬리를 제 몸통에 돌돌 말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 꼬리를 살살 만져 보니, 꼬리에 힘이 빠지면서, 스르르 풀려 내렸다.
“어리니까 잠이 많은 거다.”
“이 도마뱀은 이게 성체입니다. 아트리타스가 키워 보려고 했지만, 성장하지 않았다는군요.”
내가 두둔했지만 파비안이 눈치 없게 말했다.
“숲에 풀어 주면 더 잘 자겠죠.”
레오파라는 마치 이 애를 영원한 잠에 들게 하려는 듯 말했다.
“이 애는 내가 구한 생명이다.”
나는 엄숙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테오파노 님이 구하신 무수히 많은 생명 중 하나죠.”
레오파라도 엄숙하게 말했다.
“테오파노 님 덕분에 밥 빌어먹고 사는 거지들에게도 해당하는 소린데, 다 데려다 기르실 것 아니잖아요?”
아타울프는 시건방지게 말했다. 렉스는 한 술 더 떴다.
-테오파노 신은 죽은 유령들까지 구했잖아. 새삼스럽게시리?
“하지만, 이 애는 이렇게 눈에 띄는 생김새니까, 그냥 혼자 두고 갈 수는 없다.”
“바로 그래서 하는 소리입니다. 사람들이 이게 뭐냐고 하면 뭐라고 하실 겁니까? 아트리타스의 정액은 한 방울도 없지만 그가 똥 더미에 파묻었던 생명이라 불쌍해서 데리고 다닌다고요?”
“자, 자꾸 똥, 똥 하시는데, 저놈은 그렇게 만들어 낸 생물이 아니고요… 무엇보다 모든 연금술사가 똥을 쓰지는 않습니다!”
파비안이 열심히 강조했다.
“일단 잠시라도 곁에 두고 봐야―”
“아트리타스가 만들어 낸 놈인데 무슨 사악한 짓을 할 지―”
“이놈은 아트리타스와 닮지 않았다니까! 애초에 아트리타스의 눈알도 이놈이 꿀꺽 하고 먹어 버렸다. 나도 막지 못했을지 모르는데.”
“그건 잘했긴 합니다만, 그렇게 아무거나 처먹는 것만 봐도 아트리타스를 닮지 않았다고는―”
-이상한 거 주워 먹은 사람들은 꼭 호수 와서 토하고 설사하던데, 얘도 그러려나?
우리 교는 치열한 논쟁을 벌였고, 파비안은 구경만 했으며, 말하면 할수록 결론과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대체 그놈을 어쩌실 겁니까?”
“당분간만, 데리고 다니면서 지켜봐 주려는 것뿐이야. 위험하지 않은 생물이라고 판명 나면 그때 가서 풀어 줘도 되고.”
“위험하다고 판명 나면요?”
“그때는 너희가 나설 필요도 없어. 내가 한다.”
…숲의 여신인 엘라디안 누나에게 맡기면, 신기한 생물이라고 귀여워할지도 몰랐다.
누나가 사냥의 여신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걱정스럽긴 하지만…….
“굳이 그러시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레오파라의 물음에 답은 단순했다.
“죽은 줄로만 알고 안타깝게 여겼는데, 살아났어. 그 점이 고마워.”
“그래서 테오파노 님은 기쁘셨군요. 아트리타스처럼 구해 주려 해도 끝내 자멸한 놈도 있는 판에.”
의외로 레오파라는 고개 끄덕이며 바로 동감했다. 나는 미심쩍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또 반대 안 하고 그걸로 정말 끝이냐?”
아타울프도 같이 찔리는지 흠칫하는데, 레오파라는 씩 웃기만 했다.
“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은 넙죽넙죽 잘하니까, 더 꾸짖을 수도 없고.
“왜, 또 죽을죄를 지어서 죄송하냐?”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하여, 우리 교는 이 신기한 생물을 일단 거두게 되었다.
“이놈 저놈 하지 말고 이름을 붙여 줘야겠다.”
“그러실 것까지야.”
레오파라의 말을 귓등으로 쳐 버리고 파비안에게 물었다.
“파비안, 얘를 뭐라고 불렀어?”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호문쿨루스입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뱀 호문쿨루스로 칭했습니다.”
파비안이 대답하자마자, 호문쿨루스라는 말을 어지간히도 싫어하는 레오파라가 바로 말했다.
“말똥이라고 부르시죠. 아니면 아까 테오파노님이 부르신 대로 개똥이도 좋고요.”
“내가 언제! 너희가 불손하게 굴어서 비유를 들어 꾸짖은 거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수사학이 약해서.”
“수사학이 약한 건 레오파라뿐이죠. 샐리라고 부르면 어떨까요? 귀엽지 않으니까, 이름이라도 귀엽게 붙여 주는 거죠.”
“아니, 수컷이면 어떡해?”
“그럼 엠마는요?”
-렉시라고 부르자, 내 이름을 따서!
“듣다 보니 다 잘 어울리긴 하네. 파비안은 어떻게 생각해?”
“죄송합니다. 아무 생각 안 납니다…….”
“그럼 내가 결정하지. 큰 뱀이라는 뜻의 고어를 써서, 드라콘이라고 부르자. 지금은 조그맣지만 무럭무럭 자라라고.”
“험상궂은 얼굴에 험상궂은 이름이네요.”
* * *
“…그리하여 모든 학생들이 온 사방으로 도망가니, 우리의 모교는 단 이틀 만에 그 자식들에게 버림받고 홀로 쓸쓸히 남겨졌다…….”
-앤서니 우드 Anthony Wood, 1632-16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