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95
95
땅이 푹 패며 샘물이 솟아올랐다. 렉스와 나의 합작이었다. 공간 마법으로 땅에 구멍을 내면, 렉스가 물이 차오르게 했다.
겉에서 보면 마치 렉스가 뛰어오를 때마다 샘이 솟아오르는 듯했다.
“가라, 렉스!”
“잘한다, 렉스!”
“멋져요, 렉스!”
사도들이 응원하자, 렉스는 더 기가 살아서 외쳤다.
“누가 감히 샘을 말라붙게 했어? 모두의 물을 누가 혼자 다 마셨어? 정령왕 렉스가 혼내 주러 간다!”
어린 왕의 호령이 위풍당당했다.
우리는 그렇게 귀여울 정도로 조그마한 옹달샘들을 만들어 내면서 우물에서부터 시작해서, 마을을 차차 벗어났다.
그렇게 마을 어귀에 이르렀을 때, 뒤에서 따라오던 사도들이 신호했다.
“모래가 샘이 솟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합니다!”
“땅 전체가 흔들립니다. 어느 곳은 샘이 모래에 먹히고 어느 곳은 아닙니다. 놈의 움직임이 불규칙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도들을 먼저 보내고 제일 뒤늦게 오고 있던 레오파라가 외쳤다.
“여기입니다! 저 샘입니다! 모래가 넘쳐 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찾던 거였다. 놈이 우리의 변칙적인 공격에 대응을 실패한 지점.
한쪽에 힘이 쏠렸는지, 옹달샘을 메우고도 넘쳐 난 모래가 치솟고 있었다.
나는 마법으로 근처의 바위를 가져와서 그 치솟는 모래 근처에 떨어뜨렸다.
쿠당탕! 그러자, 예상 이상으로 강한 반응이 일었다.
모래가 우리의 머리를 넘어서서 한 길 높이로 치솟았다.
“모래 기둥입니다!”
모래가 치솟는 기둥을 눈앞에서 보자니 갑자기 사막에 뚝 떨어진 기분이었다. 저게 우리 머리 위로 넘어지면, 더는 기분만이 아니게 될 테지.
“회오리!”
나는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 원심력으로 모래를 날려 버렸다. 잠시 눈앞이 캄캄해질 지경으로 아무것도 안 보였다. 황급히 신의 눈을 떴지만, 내 사도들은 오죽할까.
그래도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나는 연달아 주문을 날렸다. 모래가 치솟아 나왔던 바로 그 구덩이를 다시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구덩이 속에 구덩이를 하나 더 파내려는 마법은 성공 직전에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마법이―
“물러서! 모두 물러서라!”
소리치면서 나도 물러나는데, 언제 왔는지 아타울프와 레오파라가 내 양옆에 나타나서 내 팔을 잡아끌고 함께 뒤로 몸을 날렸다.
다음 순간, 땅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면서 모래가 거세게 튀어 올랐다.
“아아악!”
“방어막!”
하지만 방어막을 치는 게 좀 늦어서, 우리는 그 거센 모래 바람을 맞았다.
머리 위로 모래 기둥이 무너진 느낌은 아니지만 모래를 퍼 올려서 공성 무기로 쏘아 보낸 걸 정통으로 맞은 느낌이었다. 얼굴이 다 얼얼했다.
-테오파노 신! 레오파라! 아타울프!”
“모두 괜찮아요?”
렉스와 파비안이 뒤에서 황급하게 물었다.
“괜찮고말고! 가까이 오지 말고 거기 있어!”
씩씩하게 대답한 아타울프가 얼굴을 한쪽으로 돌리면서 손으로 뺨을 감쌌다.
“엄청난 힘이군요. 미리 물약을 마시지 않았다면 다쳤겠죠.”
“하지만 어딘가 놈의 움직임과 맞지 않습니다. 이런 힘이 있었다면 진작에― 아니면 우리를 떠보고 있었던 걸까요?”
아타울프가 신음하는데, 레오파라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잘 봤다. 방금의 일격은 놈의 공격만이 아니었다. 내 마법이 되튄 것 같다.”
“설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그런 적은 없었습니다!”
두 사도가 펄쩍 뛰었다. 제발 그들의 말이 맞았으면.
하지만 아까 공격 때의 기분 나쁜 느낌이 남아 있었다. 절단력과 공간 마법을 융합해서 공간을 잘라 내는 마법이 그냥 가로막히기만 했으면 모른다. 그러면 마법을 더 강화하거나 다른 마법을 시도했을 텐데, 이렇게 마법이 되튀는 느낌이면, 아무리 확실하지 않더라도 조심해야 했다. 섣불리 다른 마법을 썼다가 또 되튈 지도 모르니까.
“놈이 하도 움직이고 모래가 솟구쳐 나오니, 표적을 제대로 맞힐 수가 없어서 빗맞은 겁니다. 그러니 튕겨 나올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대체 마법을 튕겨 낼 정도의 괴물이 뭔데?”
레오파라가 추측하자, 아타울프가 물었다.
“그게 제일 수상하다. 우리가 지금 뭘 상대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내가 말했다.
-상대를 제일 잘 아는 방법은, 싸움이다.
…괴물들과 계속 싸우다 보니, 미친 소리 같던 스카텔란 형의 말도 이해 가는 점이 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괴물과도 싸우면서 약점을 파악한다거나.
하지만 이놈은 겨룰수록 헷갈렸다.
아타울프가 말했다.
“저는 아무래도 땅 밑으로 내려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땅 위에서도 잡지 못했는데 놈의 영역에 제 발로 가자고?”
“아타울프, 너 혼자 가는 건 위험하다. 레오파라도 마찬가지고. 호수에서는 운이 좋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
레오파라와 내가 반대했지만, 아타울프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우리 모두 갑시다.”
“뭐라고?”
“파비안도 피신 안 한 지금으로선 우리 옆에 있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명씩 삼키면 놈도 다룰 수 있겠지만 다 함께 들어가면 처치 곤란이겠죠. 무엇보다 우린 이놈이 뭔지도 모릅니다. 밖에서 찔러 봤자 모래는 확실히 공격을 격퇴할 수 있으니까요. 모래에 대고 불을 지르겠어요, 물이나 독을 뿌리겠어요?”
“네 말이 옳다, 아타울프. 그러나 우리가 안으로 들어가면, 놈이 모래를 어떻게 토해 내는지는 알 수 있겠지. 막을 수도 있겠고.”
불덩이를 쏘건, 독을 쏘건 땅이 푹 패고 뒤흔들리는 걸 보면 타격이 없는 것 같진 않은데, 그다음으론 모래가 차올랐다. 흙이 사라지고 모래가 점점 메워 버리는 느낌도 좋지 않았다.
“양동 공격을 해야 합니다. 놈이 모래를 뱉어 내건 토해 내건 아예 그럴 시간을 주지 말아야 합니다.”
레오파라가 주장했다.
“아래로 들어가서 놈이 모래를 토해 내는 아가리를 틀어막아야 합니다.”
아타울프가 주장했다.
“둘 다 하자.”
그리고 내가 우리 교의 통합을 주장했다. 두 사도는 서로가 잘 해낼지 미심쩍은 기색이었고, 다른 두 사도도 그들이 싸우지 않을지 근심스런 기색이었지만, 내가 짠 작전은 모두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시작하기 전에 모두 이거 한 모금씩 더 마셔요! 다음에는 한 병씩 준비해야겠네요.”
파비안이 긴장한 얼굴로 물약을 돌렸다.
“파비안, 정말 괜찮겠어? 물론 우리 모두 널 보호할 테지만 위험하긴 할 거야.”
“저도 같이 가고 싶어요. 아트리타스와 싸울 때 다 같이 그에게 맞섰던 느낌이 좋았어요. 그때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함께 힘을 모아서 이겨 냈던 경험은 용기의 근원이에요.”
파비안의 말에 아타울프가 씩 웃었다.
“샌님이 배짱이 대단한데?”
“확실히 용감하구나, 파비안. 하지만 드라콘은 두고 가야겠다.”
내 말에 사도들이 안전한 곳을 찾아나섰다.
“이쯤이면 안전할 겁니다.”
“나중에 데리러 오죠.”
나는 사도들이 찾은 장소에 잠든 드라콘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폭신한 이끼에 뒤덮인 곳으로 앞에는 덤불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돌아서서 몇 발짝 걷지도 않았을 때,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크앙! 크아앙! 크아아앙!”
파닥파닥 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보니, 드라콘이 짧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드라콘이 나는구나!”
나는 기쁘고 놀라운 나머지 소리쳤다.
“날 줄도 아는데, 지금까지 테오파노 님을 탈 것으로 삼았단 말입니까? 시건방진 놈이네요.”
“나는 거 맞아? 횃대에서 뛰어내린 수탉이 더 잘 날지. 그냥 저 짤뚱한 다리로 걷는 게 더 빠르겠다.”
-날개가 왼쪽으로 기울었다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난리네. 분명 날고 있긴 한데 뒤뚱뒤뚱 날아. 귀여워.
“그런데, 화난 거 같지 않아요? 씩씩대는 거 같아요.”
“태어날 때부터 화내고 있는 얼굴인데, 상상력도 좋군, 파비안.”
“소리소리 지르잖아요.”
“눈 뜨자마자 고기가 제 입안으로 뚝 떨어지지 않아도 저랬잖아.”
“먹는 걸 보면 돼지인데, 소리 지르는 걸 보니 오리 같고, 나는 건 수탉 같고, 이 정도면 돌연변이가 아니라 키메라네. 다시 봤다, 드라콘.”
애가 용쓰건 말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대는 사도들을 뒤로 하고 나는 드라콘을 맞이하러 갔다.
나는 모습이 귀여워서 좀 바라보려다 기특한 마음에 다가간 건데, 그러길 잘했다. 내가 두 손을 조금만 늦게 뻗었으면, 비틀거리며 날다가 갑자기 크게 기우뚱거린 드라콘이 그대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을 테니까.
“와, 날다가 떨어지는 새는 처음 본다. 누가 화살이라도 쐈대냐. 돌에라도 맞았냐고.”
아타울프가 킥킥대자, 무사히 내 품으로 떨어진 드라콘이 씩씩대며 콧김을 뿜어댔다. 콧김이 무슨 찻잔에 피어오르는 김처럼 하얗게 보이는데, 그 정도로 뜨거웠다. 손을 델 뻔했지만, 고작 그 거리를 나느라고 지쳤는지 드라콘이 머리를 동그랗게 말고 헉헉대느라, 콧김이 멎었다. 그 머리를 날개로 감싸는데, 그건 또 기우뚱거리지 않고 균형 맞게 잘했다.
“이 정도면 같이 데려가야 하나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안전하게 둬야죠.”
레오파라가 말하는데, 아타울프가 킥킥거리면서 드라콘을 데려가더니, 이번엔 나무 꼭대기에 놓고 왔다.
“크아아아아앙!”
드라콘은 소리소리 지르면서 뛰어내리면서 파다닥거렸는데, 아까보다 더 잘 날긴 했다. 내가 바로 나무 밑에서 받아 주면서 보니, 아까보다 더 안정감 있게 파닥거렸다고 장담할 수 있다.
“아타울프, 지금 드라콘 가지고 실험하는 거 아니죠?”
“모함이야. 내가 아트리타스로 보여?”
파비안의 의혹 어린 눈초리에 아타울프는 펄쩍 뛰었다. 어쨌건, 드라콘은 우리에게서 떨어지지 않아서 데려가기로 했다. 잠만 자는 줄 알았는데, 혼자서 날 수도 있으면, 여차하면 도망도 갈 테니까.
“다들 준비됐나?”
“네, 테오파노 님!”
내가 스태프를 쳐들자, 내 두 전사가 일제히 검을 빼 들었다. 아타울프도 내가 빌려준 강화 마석을 검에 부착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아주 주려고 했으나, 그는 자신이 잡은 괴물의 마석을 갖고 싶어 했다.
둘 다 지정한 위치에 가서 섰다.
우리가 지금까지 샘도 파고 공격하면서 어림짐작한 괴물의 크기는 이런 작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집어삼킬 만했다. 그래도 공격이 너무 분산하지 않도록 적당히 길이를 조절했고, 그 양끝에 우리 교의 두 전사가 나란히 선 터였다.
“가자!”
“괴물 놈아, 기다려라!”
고함을 지르며 뛰어 오른 두 전사는 그대로 검을 앞으로 내밀고 내가 파 놓은 구덩이로 뛰어들었다.
-힘내!
-조심해요!
렉스와 파비안이 외치는 동안 나는 제삼의 눈으로 보았다. 여전히 그놈의 모래가 방해해 댔지만. 구멍을 뚫어 대도 모래가 계속 차오르는 판이라.
하지만 지금 내 두 계약자가 검기로 차오르는 모래를 뚫고 아래로 아래로 나아가고 있었다. 위에서 마법을 날려도 한계가 있었는데, 역시 아래에서 직접 마법을 쓰니까 더 효과가 좋긴 했다.
쿠쿠쿠콰쾅! 콰콰쾅!
두 계약자가 거의 동시에 괴물의 양쪽으로 뚫고 들어가 검기로 내리찍었다.
쿠쿠쿠쿵! 그러자, 나와 파비안이 있는 중간이 크게 꿈틀거렸다.
“꼭 잡아!”
나는 밧줄로 서로 손을 묶고 있던 파비안을 끌어안으며 뛰어올랐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어떤 공격을 해도 괴물과 우리 사이의 땅과 모래, 빌어먹게 튼튼한 외골격인지 껍질인지가 흡수하는 느낌이었다면, 이 양동 공격은 괴물이 대처할 시간을 빼앗았다. 양쪽이 찍혀서 중간이 펄쩍 튀어 오르게끔.
그 중간은 처음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괴물의 형상이었지만, 막상 봐도 이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이, 이게 대체!”
파비안도 놀라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다. 나는 파비안이 내게 매달리게 두고 한 손으로 스태프를 발동시켰다. 그동안 쌓인 좌절을 터뜨리면서.
“터져라! 파열하라! 폭발하라!”
-터져라아아!
렉스도 같이 소리치는 가운데, 스태프 끝에서 엄청난 섬광이 쏘아져 나가더니, 괴물의 외피인지 무언지가 터져 나갔다. 내가 외친 그대로였다.
“방어막!”
방어막을 조금만 늦게 쳤어도, 폭발의 여파에 휘말렸겠지만. 그 방어막은 점점 가속도가 붙어 가던 우리의 추락도 늦춰 주었다.
“파비안, 지금이다!”
파비안은 끙끙대면서 내가 내민 스태프를 꼭 붙들었다. 나도 스태프를 붙들었고, 마법으로 우리 옷의 소매를 아예 스태프에 붙여 버렸다.
그런 후 다시 마법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뭐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 회오리와 절삭력을 동시에 발현했기 때문이었다. 스태프가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섬광을 뿜어냈고 그 섬광 역시 돌아가면서 괴물의 외피에 구멍을 냈다. 그리고 스태프에 매달린 우리도 함께 돌아갔다.
머리가 어지럽고 핑핑 돌았다. 현기증이 일었다.
“아아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