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99
99
“우리의 생각과 달리 아트리타스의 실험체가 되기 전에 이런 식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해 봐. 소리 없이 사라진 작고 외진 마을을 집어삼키며 이렇게 태어나서, 언젠가는 우리가 맞서 싸웠던 괴물의 하나로 성장했겠지.”
아타울프는 성난 얼굴로 뭔가 더 말하려 했다. 하지만 파비안이 신음했고, 그를 돌아본 아타울프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레오파라의 말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현실을 드러냈다. 이러한 거대 마석과 그것에서 뻗어 나온 마석 광백이 괴물들을 낳고, 그 과정에서 한 마을을 집어삼킨다. 사람들이 사라진 곳에서 괴물들이 태어나면서… 날개 달린 일각수는 이제 자연적으로 태어나지 못하니,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 내려면 실패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괴물도 그럴까? 이 한 곳에서 괴물이 수십, 수백 마리가 태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드라콘은 우리와 만났다.”
마침내 내가 입을 열었다. 레오파라가 내게 도전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서.
“제가 테오파노 님을 만났듯.”
그렇게 말하는 레오파라는 내가 하기 힘든 이야기, 그러나 우리가 도외시할 수 없는 문제를 먼저 꺼냈을 따름이었다.
내 말에 아타울프의 눈이 희망으로 빛났다. 그가 드라콘을 얼마나 귀여워하는지 나는 알았다.
“물론 우리와 만났다고 해서 다 바뀌진 않는다. 아트리타스를 보라.”
그 말에 아타울프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내 사도가 친분에 눈이 멀기를 바라지 않았다. 언젠가 드라콘과 같은 종류의 괴물이 나타날 때, 순간의 망설임으로 그가 위험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친분 관계 때문에 법을 어겼다면 정상을 참작하는 대신,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의 여신 일디케는 그렇게 주장했었다.
평소에는 착한 사람들조차 죄인을 오래 아는 사이라고, 친하다는 이유로, 법을 어긴다고.
-그들은 피해자와 법보다 친분을 더 앞세웠으니, 친분 때문에 타락한 그들이나, 그들을 타락시킨 친분이나 모두 악하다.
일디케 여신이 경고한 이유는, 그만큼 친분을 이유로 죄를 눈감아 주는 일이 많고, 심지어 그것을 선하다고 분류하려는 시도가 많기 때문이었다.
천상에서 일디케 여신이 가혹하다는 사람들의 불평을 들었을 때는, 그러려니 했었는데 왜 그렇게들 말하는지 알겠다.
그리고 일디케 여신이 왜 그렇게 하는지도 알겠다. 그만큼 강력한 동인이니까.
“하지만 드라콘은 우리와 함께 괴물에 맞서 싸웠다. 그는 괴물이 되지 않았고, 신들과 사람들의 편에 설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
“제가 테오파노 님이 권유해서야, 괴물과 맞서 싸울 기회를 얻은 것보다 더 낫습니다.”
레오파라가 그렇게 말해 주니, 마음이 뭉클했다.
“…어쩌면, 아트리타스 같은 악을 직접 겪어 본 일이 드라콘으로 하여금 악에 맞서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드라콘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돌이키는 파비안이 말했다.
나는 그가 고마웠다.
“네 고향 마을을 침략한 괴물들은 단지 네 고향 사람들이 괴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침략이 이득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너는 드라콘이 그들처럼 악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았다.”
“그는 괴물이 아니라 드라콘이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파비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파비안을 끌어안았고, 두 놈을 안고 있는 레오파라가 가까이 오자, 파비안과 함께 팔 벌려 그를 끌어안았다. 마지막으로 동참한 아타울프는 파비안의 등을 토닥거렸다.
렉스가 더 큰 물방울로 파비안의 눈물을 씻어 주었고, 그 물방울이 은구슬처럼 파비안의 메인 목으로 흘러 들어가게 했다.
아타울프가 드라콘에게 손을 뻗었다가, 잠을 깨우기 싫은 듯 도로 손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레오파라는 무겁다며 아타울프의 품에 드라콘을 밀어붙였고, 아타울프는 눈을 부라리면서도 허겁지겁 드라콘을 받아 안았다. 드라콘은 작은 구름 같은 흰 김을 콧구멍으로 뿜어내면서 깨지 않고 잘 잤다.
“그 아이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 아이도 잘 길러 보고 싶다. 그도 아직 괴물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으니, 그의 기회를 가지리라.”
아타울프가 일각수 새끼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내가 대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괴물이 어떻게 자라날지 누가 알까. 드라콘은 어쩌면 괴물 내에서도 돌연변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괴물들이 얼마나 강하며 얼마나 쉽게 사람을 해치는지 안다. 사도들처럼 계약으로 묶어 둘 수도 없다. 사람은 정에 얽매이기 마련이니 내가 냉철해야 했다.
“그러나 이는 내가 신으로서 하는 일이다. 그가 괴물이 된다면, 그 희생자는 내 죄다. 나는 그가 두 번 악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겠다. 너희는 나서지 말라.”
그러자 레오파라가 물었다.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 여기십니까?”
“감당하건 하지 못하건, 언젠가 너희들도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지 모른다. 나는 다만 너희에게서 그 짐을 덜어 주고 싶을 뿐이다. 다른 존재의 선택 때문에 너희의 선택을 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정에 얽매여, 모든 가능성을 꽃피울 너희의 앞날을 낭비하지 말라.”
나는 내 품 안의 아이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사람들 저마다의 선택이 다른 존재의 선택을 가로막지 않게 하는 일이야말로 신의 안배다.”
사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런 후 우리는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전히 모래가 쌓여 있었지만, 아까처럼 나오지는 않았다. 핵을 제거하자 모래의 배출이 중단된 게 분명했다.
-물을 빨아들이고 모래를 뿜어낸 건 분명해.
렉스가 말하자, 파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물만이 모래가 된 건 아닌 거 같아요.”
그가 가리키는 건 석화한 괴물 사체였다. 이 생체 실험의 결과물은 온통 비틀린 모양새라서, 날개 달린 일각수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남아있는 사체의 변형도 끔찍했지만 그 사체마저도 반은 갈려 나간 듯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굽혀 그 사체를 만져 보았다. 그 석화하고, 반은 사라진 부분을.
“테오파노 님, 만지시기보다 스태프로 조사하시지요.”
레오파라가 말렸다. 나는 일어섰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볼 방법은 있다.”
물론 과거를 돌아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여기 내려와 싸운 지도 꽤 되었다. 얼마나 오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서 보아야 할지도 모르는 판에, 사도들 앞에서 피눈물을 쏟을 수도 없었다. 그럼 내가 왜 피눈물을 쏟는지 긴가민가했던 그들도 눈치챌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나는 이공간에 넣어 두었던 거대 마석을 소환했다.
“테오파노 님!”
“그걸 다시 꺼내 놓으시니, 또 뿌리내리기 시작합니다!”
“괜찮겠습니까?”
-또 저 흉측한 껍질이 생기기 시작해.
질색팔색하는 사도들 앞에서 나는 말없이 지켜보았다.
거대 마석은 내 앞에서 뿌리내렸고, 핵을 만들었다. 그런 뒤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어떤 건 촉수 같고, 어떤 건 혈관 같으며, 어떤 건 땅 위로 뻗어 가는 뿌리 같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양분을 줄 모든 것에게 다가갔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건 내가 방어막을 쳐서 막았다. 그들은 땅 위로 뻗어 가려고 했으나, 역시 내가 저지했다.
그러자 그들은 이 내부에서 사방팔방 돌아다녔고, 그 안의 모든 걸 휩쓸었다. 알껍데기, 아직 석화하지 않은 사체건 무엇이건.
그렇게 빨아들인 거대 마석에서 서서히 무언가가 뻗어 나왔다. 종유석 같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에는 나뭇가지나 덩굴손같이 생겼다.
그것은 위로 뻗어 올라가 천장에 부착했고, 그 끝에서 마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마치 열매처럼 달리듯.
“저럴 수가!”
“이 거대 마석은 마석을 만들 수 있군요!”
“마석이 본래 이렇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갑자기 탐나네! 나야 마석 쓸 데도 없지만, 하하하!
사도들이 흥분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다음 순간, 거대 마석이 모래를 뿜어내기 전에는.
거대 마석에서 뻗어 나온 다른 것이 모래를 뿜어냈다.
“그러니까… 생물의 영양분을 빨아먹고 마석을 만들어 낸 후, 석화한 생물의 찌꺼기를 갈아서 뿜어내는 건가요?”
아타울프가 질색하며 말했다.
“아마도. 마석을 만들어 내려면 괴물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생물이면 족한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후자겠지만 이것이 빨아들인 것 중에는 저 사체처럼 괴물도 포함돼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놈이 위치한 곳의 지상에 사는 생물들을 죽인 후, 뿜어낸 모래의 산을 지상으로 배출해 버리기만 해도 마을은 손쉽게 뒤집히겠지. 애초에 마을 아래에 땅굴을 파 놓은 셈이니 성도 아닌 마을이 방어할 수도 없고.”
내가 대답했다. 파비안이 몸을 떨었다.
“…그럼 아까, 테오파노 님과 렉스가 도발하려고 팠던 옹달샘들 있잖아요. 그렇게 빠르게는 아니었겠지만, 그런 식으로 물줄기를 쫓아 땅 밑에서 굴을 파며 이동하는 걸까요? 핵에서 나온 저 줄기들이 아래에 마석 광맥을 이루면서요.”
“…물이 있는 곳에는 생물이 있지. 네 말이 맞다.”
나는 파비안의 어깨를 툭툭 쳐 준 후, 다시 두 사도의 도움을 받아 핵을 제거하고 마석을 떼어 내 이공간으로 보냈다.
“어쨌건, 여긴 별로 남아 있는 것이 없었는데도 마석을 또 하나 만들어 냈다면, 이것은 정말 유용합니다.”
그렇게 말한 레오파라가 파비안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파비안은 창백한 얼굴로도 태연히 말했다.
“네, 괴물을 물리친 우리가 더 강해졌고, 괴물을 역이용할 수도 있게 되었으니, 정말 통쾌합니다.”
“…파비안, 괜찮아?”
“이 괴물이 제 고향을 어떻게 삼켰는지 상상하면 전혀 괜찮지 않죠.”
내가 묻자, 파비안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끔찍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느니, 이놈이 다른 마을까지 집어삼키는 걸 막았다는 사실에 집중하겠습니다. 마석을 생산하는 이놈을 역이용해서 다른 괴물도 무찌르고 싶습니다. 우울한 생각에 잠겨 있느니, 싸워 이겨서 후련해지고 싶습니다.”
“네가 우리에게 힘을 주는구나.”
내가 파비안을 칭찬하자 다른 이들도 웃었다.
“그렇지, 바로 그 정신이지!”
-파비안, 멋져!
“테오파노 교가 승리하는 이유!”
“용감하다.”
그렇게 괴물을 잡은 우리는 지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을 접했다.
“그 노인이 사라졌다고?”
우리는 모두 놀랐다. 나는 땅굴을 메워 버리고 올라왔고, 마을의 우물이나 숲의 샘에도 렉스가 다시 물을 채웠다. 물론 거대 마석의 핵이 우리의 공격으로 요동칠 때, 부서진 집이나 쓰러진 나무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죽지는 않았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좀 더 노인을 잘 돌봤어야 했는데요.”
촌장은 면목이 없다며 연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그들은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노인이 불쌍해서, 대피한 곳에서 잠자리를 봐주고 음식을 주었다.
“물 한 방울 입에 안 대더군요.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있기만 했습니다. 충격이 커서 그러는 줄 알고 그냥 두었습니다.”
그들도 아이며 노인이며 보살필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 잠들었다가 일어나니, 노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모닥불을 지키며 불침번을 섰던 사람들도 노인을 보지 못했다.
“맹세코 졸지 않았습니다. 노인이 대체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불침번을 섰던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말했다. 레오파라가 말을 달려 노인의 집으로 향했고, 나는 탐색 마법을 발현했다.
하지만 노인은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노인의 집도 아무 변화가 없이, 누군가 들렀던 흔적은 없다고 레오파라가 말했다. 노인이 살아있다면,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리가 없는데도.
“아마도… 노인은 집으로 돌아가려다 괴물에게 삼켜졌는지도 모릅니다. 다른 생물처럼 시신이 처리됐다면, 테오파노 님의 마법으로도 발견할 수 없겠지요.”
파비안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노인이 석화하여 모래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순간, 그 꿈이 떠올랐다. 그 꿈에서 내게 살려 달라 애원하던 사람들.
내게 어떤 애원도 하지 않았던 노인의 모습이 그들에게 겹쳐 보였다.
신이라도 자신을 돕지 못하리라고 여겨서, 애초에 포기하기라도 한 듯.
사도들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레오파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다. 우울해서 입을 열기도 싫었다.
하지만 사도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나였다. 그들이 나를 이해하듯.
혼자만의 아픔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를 구하진 못했으나, 다른 이들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