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109)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109화(109/215)
인터미션 (4)
* * *
“정말 이 방향이 맞는 겁니까? 아무리 가도 숲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래 이 근방은 숲이 대부분이야. 마르코가 구해준 길잡이니 틀리진 않았겠지.”
내가 에이그에게 말했다.
배에서 내린 우린 아키텐을 통과해 푸아투로 올라갔다.
젊은 헨리와 제프리, 리처드 삼 형제가 그곳에 있을 터였다.
“햇볕이 아주 푹푹 내리쬐는군요. 콘스탄티노플이 이렇게 그리운 적이 없었습니다.”
뒤에서 따라오던 루아크가 투구를 벗었다.
“보통 이런 더위에는 전투도 안 하는데 말입니다.”
“거기에 비까지 자주 내리죠.”
내가 웃으며 답했다.
덥고 비 내리는 습습한 날씨라.
이런 계절엔 싸우는 것도 쉽지 않지.
값비싼 갑옷이랑 무기들도 비에 맞으면 쉽게 상하고.
난 뒤를 돌아봤다.
상륙하고 일주일.
기사들의 사기는 높았다.
예루살렘 기사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합류한 이들까지.
‘오히려 전투가 끝나고 인원이 늘었군.’
우리가 왔다는 소식에 유럽 곳곳에서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방랑 기사들.
가문에서 물려받은 게 많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돈과 명예, 새로운 기회를 찾아왔다.
그나마 순례자들은 많이 안 몰려와서 다행인가.
피에르는 좀 아쉬워하는 눈치지만.
“공자님, 정찰대가 돌아왔습니다.”
에이그가 말했다.
전방에서 말들이 달려왔다.
정찰대 대장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바로 앞마을에 수천이 넘는 병력이 주둔해 있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수천이 넘는 병력이라고? 좀 더 자세히 보고하게.”
간략한 보고가 이어졌다.
“아무 깃발이나 표식도 없었습니다.”
어떤 깃발도 들지 않았다라.
일부러 자기 정체를 숨기는 게 분명했다.
누구의 군대지?
이곳은 리처드의 영지였다.
그렇다면 리처드의 군대일 가능성이 제일 크지.
‘하지만 지금은 전쟁 중이야.’
젊은 헨리, 제프리, 심지어는 프랑스 왕의 군대일 수도 있었다.
“먼저 사절단을 보내는 건 어떻겠습니까?”
에이그가 물었다.
“그럼 최소한 누구 군대인지는 알 수 있을 겁니다.”
“저쪽도 우리가 접근하는 걸 알아챘을 거야. 사절단을 보낼 생각이었다면 먼저 보냈겠지.”
난 턱을 만지작거렸다.
먼저 사절단을 보내는 건 겁에 빠졌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지금은 저자세로 갈 필요가 없겠지.
난 기사와 종자를 다 합해 거의 이천에 달하는 기병을 이끌고 있었다.
프리드리히 황제가 3차 이탈리아 원정에서 끌고 온 기병이 이천오백.
사실상 그에 맞먹는 숫자.
전혀 기죽을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이 숲을 지나면 마을 앞 평원이 나올 거야. 적이든 아군이든 거기서 우릴 기다리겠지.”
난 손을 흔들어 진격명령을 내렸다.
“어디 한번 직접 가보자고.”
숲을 빠져나오자 넓은 평원이 펼쳐졌다.
정체불명의 군대는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있었다.
난 망원경을 들었다.
쇠뇌를 든 병사부터 중무장한 기사들까지.
전형적인 유럽식 진형이었다.
그들은 우릴 발견하고 서둘러 전투태세를 취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궁기병들은 활을 들었고 기사와 성묘단원들도 갑주를 걸치고 대기 중이던 군마에 올라탔다.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때 상대 진영에서 말 몇 마리가 나왔다.
선두에 선 사내가 망원경 안에 들어왔다.
적갈색 머리칼에 큰 키.
내 기억에 저런 외모의 소유자는 한 명밖에 없었다.
“에이그, 우리도 앞으로 가야겠어.”
“저쪽 정체를 알아내신 겁니까?”
에이그가 물었다.
난 녀석을 바라보며 웃었다.
“아키텐의 공작. 사자가 우릴 맞이하러 왔어.”
* * *
“자, 가자. 불트.”
고삐를 당기자 불트가 행진하듯 앞으로 총총 나아갔다.
상대방은 평원 중앙에 멈춘 채 우릴 기다렸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얼굴이 선명해졌다.
사자심왕 리처드.
살라딘과 맞서 싸우며 3차 십자군을 이끈 잉글랜드의 영웅.
무력, 매력, 정치력, 지능 등등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사나이.
샌들 차림으로 80명과 돌격해 적 6만 명을 몰아낸 야파 공성전.
‘프랑크족이 보낸 악마’
3차 십자군 이후 무슬림 부모들은 애가 울면 리처드가 데려간다고 했었나.
리처드는 그런 괴물 같은 존재였다.
난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가까워지자 난 고삐를 당겼다.
불트가 멈추고 침묵이 이어졌다.
“….”
“….”
누가 먼저 말에서 내리느냐.
이것도 미묘한 신경전이지.
난 리처드를 노려봤다.
그 역시 날 노려봤고….
“하하하! 이거 누가 보면 싸움이라도 벌일 줄 알겠소, 보두앵 공자. 장난은 이 정도로 해둡시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날렵한 고양이처럼 말에서 뛰어내렸다.
“아키텐의 리처드 공작. 이렇게 마중 나와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나도 안장에서 내렸다.
우린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리처드는 나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컸다.
거기에 덩치도 마찬가지.
사슬갑옷 아래로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근육이 보였다.
괜히 사자라고 부르는 게 아니었군.
“그런 투구는 처음 보는 것 같소만.”
그가 다가오며 내 손에 들린 투구를 가리켰다.
“그런 형태면 얼굴 앞쪽이랑 뒤통수도 지킬 수 있겠군. 예루살렘에선 다들 그런 투구를 쓰는 거요?”
“기사단원들 대부분은 이런 투구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중에서도 특별한 물건이죠.”
내가 답했다.
하긴 리처드한테 그레이트 헬름은 낯설겠지.
아직 유럽엔 코가리개만 있는 노르만 투구가 대부분이니.
“로마 제국에서 받은 선물이니까요.”
“로마 제국이라면 콘스탄티노플을 말하는 거군. 공자가 마누일 전 황제의 딸과 결혼했다는 얘기는 들었소. 늦게나마 축하를 드리오.”
그가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저 멀리서부터 공자가 있는 쪽이 반짝거리는 것 같던데. 혹시 큰 거울이라도 들고 온 거요?”
“반짝거리는 거라….”
망원경을 말하는 거군.
난 원통을 들어 그에게 건넸다.
“이걸 말씀하시는 거군요.”
내가 말했다.
“‘천사의 눈’입니다. 먼 거리를 가깝게 보여주는 물건이죠.”
“이런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소만. 분명 거짓일 거라 생각했소.”
리처드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그가 망원경을 눈에 갖다 대더니 버럭 외쳤다.
“모든 게 다 작게 보이는군!”
“그 부분은 바깥쪽입니다.”
난 웃음을 참으며 원통을 돌려줬다.
길이를 맞추자 그가 탄성을 내뱉으며 허공에 손을 뻗었다.
“구름 위에서 보면 이런 느낌이로군. 전투 중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겠소.”
“원하신다면 공작께 그걸 드리겠습니다.”
“진심이오?”
“선의의 표시로 적절한 선물이겠죠.”
난 빙긋 미소 지었다.
이 시대 정치는 모든 게 빚과 선물로 이루어졌지.
망원경 하나로 사자심왕 리처드에게 빚을 지운다라.
나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난 리처드를 바라봤다.
“왜 공작께선 깃발을 숨기고 진격해 오신 겁니까? 전령을 먼저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요.”
“보두앵 그대가 어찌 나올지 알고 싶었소.”
리처드가 망원경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그가 술술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금 이곳 땅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요. 형제들이 내 푸아투 영지를 빼앗기 위해 전쟁을 벌였지.”
그가 말했다.
“내 가신들은 그대와 예루살렘 군대를 이 땅에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말했소. 내 형제들의 편을 들 거라고 의심하더군.”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이 양반도 능구렁이 같은 건 똑같군.
자기 속마음을 부하들 주장이라고 돌려 말하긴.
그의 눈빛에선 호기심과 욕망이 동시에 느껴졌다.
아키텐의 공작, 리처드가 원하는 건 자기 형과 똑같았다.
날 자기편으로 삼아 형제들을 몰아내는 것.
“그런데 공자는 망설임도 없이 진격해 오더군. 그렇게 프리드리히 황제를 이긴 거요?”
그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그 망할 이탈리아 겁쟁이 놈들을 이끌고 붉은 수염을 물리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더군.”
“쉽지 않은 일이었죠.”
나 역시 웃으며 답했다.
날마다 외줄타기하는 기분이었지.
“수많은 희생도 있었고요.”
“그렇지 않았다면 더 이상했을 거요.”
그가 손뼉을 쳤다.
“예루살렘의 보두앵 공자. 그대와 난 같은 피가 섞인 형제 사이요. 내 증조부이신 풀크 국왕께선 예루살렘의 왕이기도 하셨지.”
“동시에 제 외증조부이셨고요. 그리 먼 친척은 아니군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공작의 다른 형제들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쉽게 넘어오지 않는구려.”
그가 빙긋 미소 지었다.
“그대가 교황 성하의 명을 받고 전쟁을 멈추러 이곳에 왔다 들었소. 전쟁을 멈추기 위해선 우선 부당하게 내 영지를 침범한 형제들을 몰아내야 하오. 안 그렇소?”
“그것도 한 방법이겠죠.”
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간 젊은 헨리랑 헨리 2세 모두 내게 등을 돌리겠지.
리처드도 난장판을 수습하느라 이곳 유럽에 남아있을 게 분명했다.
나와 예루살렘 십자군에겐 최악의 상황.
“하지만 제가 공작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말은 내 형제들을 돕겠다는 거요?”
리처드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난 그의 의심 어린 시선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전 교황 성하와 주님의 뜻을 행하는 집행관으로서 이곳 땅에 온 겁니다. 그리고 집행관은 편을 들지 않습니다.”
내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겠지.
“망치를 휘두를 뿐이죠.”
* * *
예루살렘
베들레헴 개척촌
“이쪽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곧 황녀님께서 오실 겁니다.”
“고맙소.”
한 사내가 시녀의 안내를 받아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곳곳에 놓인 비단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모두 금실이 정교한 문장으로 박혀 있었다.
그가 멍하니 있던 그때 테오도라가 안으로 들어왔다.
“황녀님! 콘스탄티노플의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보석이라 불리는 황녀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편하게 앉으시죠. 테르키오스 씨. 이렇게 빨리 오실 줄은 몰랐군요.”
“황녀님의 초대를 받고 어찌 늦게 올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제 가문에 더할 나위 없는 큰 영광입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테오도라가 미소 지었다.
“이번 베들레헴 개척촌 건설에 가장 큰 자금을 내셨으니까요. 일만 디나르가 넘는 금액이었죠.”
“제국 신민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바실리우스(황제) 폐하께서도 관심을 가지신 계획이니….”
테르키오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앞으로 얼마든지 제국과 황녀님을 위해 봉사하겠습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마침 테르키오스 씨께 물어볼 게 하나 있었습니다.”
테오도라가 미소 지었다.
그녀는 테르키오스를 바라봤다.
“이번에 내신 기부금은 어디에서 온 겁니까?”
“예?”
“일만 디나르 말입니다.”
테오도라가 물었다.
그녀는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돈이 어디에서 온 거냐고 묻는 겁니다.”
“제가 운영하는 상단에서 가져온 돈입니다. 제가 취급하는 품목들만 해도….”
“하지만 그쪽 장부엔 일만 디나르를 빼 온 기록이 없던데요?”
“황녀님께서 어떻게 저희 상단 장부를…….”
테르키오스가 중얼거렸다.
그가 손을 휘저었다.
“아, 이런 돈은 따로 장부에 남기지 않는 게 보통입니다. 투자자들이 반발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군요.”
테오도라가 답했다.
그녀는 입을 다문 채 의자 팔걸이를 툭툭 두드렸다.
“그럼 혹시 니잠이란 이름을 들으신 적 있으십니까?”
“니, 니잠이라면….”
테르키오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가 입을 뻥긋거렸다.
“익숙한 이름인가 보군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상단을 운영하다 보면 원래 이런저런 사람들을 다 만나기 마련인지라….”
“한번 잘 생각해 보시죠. 만나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예루살렘에서 이틀 전에 말입니다.”
테오도라가 빙긋 미소 지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과 한 달 전에는 이곳 베들레헴에서 둘이 만나셨고요. 검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같이 술집에 가시지 않으셨습니까?”
“저, 전….”
테르키오스가 중얼거렸다.
땀 몇 방울이 그의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제가 듣기론 니잠 그자가 룸 술탄의 명령을 받는 첩자라더군요.”
“전 며, 몇 번 만나 대화를 나눈 게 전부입니다! 설마 그자가 첩자인 줄은…!”
테르키오스가 소리쳤다.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정확히 얼마를 받았죠?”
“예?”
“이곳 정보를 넘기는 대가로 얼마를 받았나요?”
“주님께 맹세컨대 정보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에게서 선물을 몇 번 받긴 했지만….”
“삼만 디나르면 작지 않은 선물이군요. 아무 정보도 안 넘겼는데 말입니다.”
테오도라가 말했다.
그녀가 일어서며 경비병에게 손짓했다.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질질 끌려왔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
경비병들이 사내의 양팔을 붙잡고 있었다.
그 뒤로 한 여인이 걸어들어왔다.
무희의 복장.
끌려온 사내의 얼굴을 본 테르키오스가 뒷걸음쳤다.
“얼굴을 알아보시는 모양이군요.”
테오도라가 말했다.
“니잠은 모든 걸 실토했습니다. 테르키오스 당신이 건넨 정보들부터 개척촌에 기부금을 내서 나와 로마 황실의 환심을 사려 한 계획까지.”
“그, 그건….”
“저자가 맞습니다! 저자가 정보를 팔아넘긴 놈입니다! 그러니 제발 이제 그만….”
사내가 테르키오스를 바라보며 피를 토해냈다.
핏물이 카펫을 붉게 적셨다.
“자백을 받아내기까지 이틀이 걸리더군요. 뭐 그 정도 버틴 것도 대단하지만요.”
테오도라가 테르키오스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노란색 액체가 그의 아랫도리를 적셨다.
“지금 기억이 안 나셔도 상관없습니다. 제국의 고문 기술자들은 어떤 정보든 다시 기억하게 할 수 있죠.”
“화, 황녀님! 전 맹세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새로운 사업 기회가….”
“아, 테르키오스. 그럼 당신 말을 한 번 믿어볼까요.”
테오도라가 손짓했다.
무희 차림의 여인이 끈을 꺼내 피투성이 사내 목에 걸쳤다.
작업은 금방 끝났다.
꺽꺽거리던 사내는 도축된 가축처럼 바닥에 널브러졌다.
“으으으아…….”
테르키오스가 눈물을 흘리며 뒷걸음쳤다.
“집으로 돌아가세요. 곧 필요할 때가 되면 당신을 부르겠습니다.”
테오도라가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때까진 조용히 계시는 걸 추천하죠. 부인께 안부 전해주세요.”
테르키오스는 도망치듯 방을 나섰다.
경비병들이 시체를 끌고 나가고 방엔 테오도라와 무희 차림의 여인만 남았다.
“수고했어, 아일레.”
“황녀님께서 이렇게 다시 불러주실 줄 몰랐습니다.”
여인이 웃으며 답했다.
“저자도 죽이실 줄 알았는데요.”
“언젠간 그래야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쓸데가 있어. 시체는 아무 쓸모도 없잖아.”
테오도라가 말했다.
“가족을 붙잡아놨으니 허튼 생각은 못 하겠지.”
테오도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녀가 엉망진창이 된 바닥을 가리켰다.
“일단 밖에 경비병 좀 불러줘. 바닥이랑 카펫부터 새 걸로 바꿔야겠어.”
“알겠습니다.”
여인이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지금쯤 신혼 생활을 즐기고 계실 줄 알았는데요.”
“낮은 언제나 짧고 밤은 언제나 긴 법이야.”
테오도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해가 다시 뜨기 전에 밤에 할 일을 끝내놔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