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135)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135화(135/215)
위대한 기사 (5)
* * *
“공자님과 창을 맞댈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마셜이 웃으며 외쳤다.
그는 한쪽 손에 투구를 들고 있었다.
주변에선 기사들이 한창 열병식 준비 중이었다.
토너먼트의 코망사유(시작)를 알리는 나팔 소리가 이어졌다.
“이때를 대비해서 제게 훈련해달라고 하신 겁니까?”
“제자는 항상 스승을 능가하는 법이죠. 후회하시기엔 늦었습니다.”
내가 웃으며 답했다.
마셜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아쉽지만 오늘 공자님과 싸울 기회는 없을 것 같군요. 저흰 필리프를 상대하기도 바쁠 겁니다.”
그가 프랑스 진영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파란색 바탕에 노란 백합.
프랑스 왕실 깃발이 곳곳에서 나부꼈다.
거기에 귀족과 영주, 기사들의 문장들까지.
확실히 화려하긴 하군.
기사단원이나 성묘단원에 비하면 서커스단처럼 보일 정도.
적당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래도 적의나 증오는 없군.
마셜이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정말 아무 도움도 필요 없으십니까? 말씀만 하시면 제프리 공 쪽으로 기사들을 몇 명 보겠습니다.”
그가 말했다.
“젊은 헨리 폐하께서도 흔쾌히 허락하실 겁니다. 사자를 잡으려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게 낫겠지요.”
“제프리는 사자가 아니라 여우입니다.”
내가 고개를 흔들었다.
이번 전투는 나 혼자의 힘으로 이겨야 했다.
“여우 한 마리 잡자고 군대를 끌고 갈 필요는 없겠죠. 화살 하나로 충분합니다.”
“공자께선 제가 여태까지 가르친 제자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니셨습니다.”
마셜이 투구를 뒤집어쓰며 말했다.
“분명 승리하실 겁니다.”
“뛰어난 실력이라니. 젊은 헨리 폐하보다도 말입니까?”
“폐하께는 비밀로 해주시죠.”
마셜이 장난기 어린 어조로 말했다.
“그럼 나중에 전장에서 뵙겠습니다. 공자께 주님의 가호가 함께하길.”
난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마셜이 떠나고 루아크와 에이그가 다가왔다.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공자님.”
에이그가 말했다.
“제프리 쪽 진영도 화려하더군요. 내로라하는 기사들로 꽉꽉 채웠는데, 툴루즈의 험프리부터….”
명단이 쭉 이어졌다.
난 에이그의 말을 가로챘다.
“내가 들어본 이름은 없네. 어차피 마셜을 제외하면 두려워할 상대는 없어.”
내가 말했다.
그리고 마셜은 우리와 싸울 생각이 없지.
젊은 헨리와 리처드는 내 적팀이었지만, 진짜 치고받고 싸울 리 없었다.
“그리고 우리 기사단원과 성묘단원들은 몇 달 넘게 함께 싸워왔고.”
난 우리 쪽 단원들을 바라봤다.
프랑스나 다른 진영들과는 정반대로 수수한 무장과 깃발들.
화려한 문장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기사단들이 토너먼트에 참가한다는 게 특이한 상황이긴 하지.’
신께서 원하신 마상시합!
이들 모두 내가 한 발표 때문에 참가한 셈이었다.
기사단원들은 토너먼트에서 포로나 전리품을 얻더라도 개인적인 이익을 얻을 수 없었다.
모든 비용은 기사단에 넘어갈 예정.
하지만 단원들의 사기는 언제나 그렇듯 높기만 했다.
그건 성묘단원들도 마찬가지.
“아무리 값비싼 기사들을 모았다고 해도 단결력은 우리가 더 유리해.”
“이번엔 저희 성묘단원들도 수당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루아크가 말했다.
단호한 어조.
“공자님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저희가 최선두에서 싸우겠습니다.”
“성묘수호단은 항상 최선두를 맡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믿고 맡기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토너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후퇴하는 겁니다. 개인행동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희 단원들 모두 알고 있습니다.”
루아크가 말했다.
난 성묘단원들을 바라봤다.
평소보다 묘하게 더 기합이 들어간 느낌인데.
역시 날개 때문인가.
이탈리아를 떠난 이후로 명예를 회복할 기회만 기다려 왔으니.
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다.
말을 탄 기사와 종자들 수백이 평원을 가로질렀다.
이곳에서 열릴 마상시합, 토너먼트는 내가 에일라트나 콘스탄티노플에서 열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그보다는 패싸움에 가깝지.’
서로 팀을 나눠 치고받고 싸우는 것.
1대1 마상시합보다 더 실제 전투에 가까웠다.
상대방 우두머리를 포로로 잡아 몸값과 전리품을 얻는 것.
그게 가장 중요했다.
‘그만큼 떼돈을 벌 기회이기도 하고.’
라스트 크루세이더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운이 좋으면 한 번의 토너먼트로 수십 년간 먹고살 돈을 마련할 수 있었지.
‘왕한테도 몸값을 받아낼 수 있으니.’
젊은 헨리가 좋은 예였다.
왕인 그는 수많은 마상시합에 직접 참가했다.
그때마다 몸값을 노린 귀족과 영주들이 그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윌리엄 마셜이 포위를 뚫기 위해 직접 뛰어든 적도 있을 정도.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 마상시합에선 가능했다.
에이그가 곁에 다가오며 속삭였다.
“제프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어떻게 하냐니?”
“다시는 문제를 못 일으키게 처리한다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우선은 토너먼트에서 이기는 게 먼저야.”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똥을 치우는데 굳이 내가 나설 필요는 없지.”
내 말을 들은 에이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난 전장을 바라봤다.
젊은 헨리와 리처드, 마셜과 필리프가 보였다.
제프리도 마찬가지.
녀석은 두 형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난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그럼 어디 한번 시작해보자고.”
* * *
“모두 말에 올라라!”
“창을 준비해라!”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자들이 기사를 말 위에 올리고 창과 방패를 건넸다.
그중에는 제프리 공작도 있었다.
그가 말에 올라타며 소리쳤다.
“기사들은 모두 준비를 마쳤나?”
“모두 위치에서 돌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기사대장이 가슴을 두드렸다.
“공작님께서 명령만 내려주시면 저 우트르메르(레반트) 녀석들을 당장 꺾어버리겠습니다!”
“놈들이 빈틈을 보이기 전에 먼저 돌격하면 안 된다. 새로 고용한 기사들을 다섯씩 묶어서 선발대로 보내라.”
제프리가 고개를 흔들었다.
“놈들도 돈값은 해야지.”
“저 무식한 바이킹 놈들은 깃발 하나만 봐도 쫄래쫄래 쫓아올 겁니다.”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제프리가 앞의 전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양측의 기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서로를 탐색했다.
평원 서쪽에선 포도덩굴을 옆에 낀 채 리처드, 젊은 헨리와 필리프 왕이 대치 중이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였다.
“중요한 건 보두앵 공자의 위치를 알아내는 거다.”
제프리가 말했다.
“보두앵을 발견하면 곧장 그곳으로 병력을 집중시켜야 해. 다른 놈들은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추격이 시작되자마자 후방으로 도망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 그걸로도 충분하겠지. 잔뜩 겁먹고 도망친 양처럼 보일 테니.”
제프리가 어깨를 으쓱였다.
“만약 놈을 생포하면 몸값으로 얼마나 받을지 상상이 가나? 아마 잉글랜드의 몇 년 치 세수는 될 거야.”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서로를 살피던 기사들이 돌격을 시작했다.
창과 창이 부딪치고 가슴을 맞은 기사들이 안장 아래로 고꾸라졌다.
제프리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놈들 진형의 허리춤을 노려라. 구멍이 생기면 곧장 거길 파고드는 거야.”
* * *
“놈들 실력도 나쁘진 않군.”
난 들고 있던 망원경을 내렸다.
가벼운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사단원과 성묘단원들이 가까이 접근한 적 기사들을 요격했다.
적들은 고함과 욕설을 내뱉으며 우리 쪽을 도발했다.
“나와서 싸우기가 두려운 거냐!”
“염소랑 오입질이나 하는 더러운 북구 잔챙이 놈들!”
욕설이 이어질수록 분노와 흥분이 타올랐다.
하지만 전열은 흔들리지 않았다.
명령을 어기고 돌격한 기사들은 아직 없었다.
“만약 마상시합이 입으로 싸우는 거라면 저놈들 실력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루아크가 말했다.
그는 계속 손짓하며 부대에 전진과 대기 신호를 보냈다.
“필리프 왕이 이쪽으로 기사들 몇 명을 보냈습니다. 상황을 보다 지원이 필요하면 오겠다는군요.”
“필리프라면 그렇게 나올 줄 알았습니다.”
난 어깨를 으쓱였다.
필리프는 나와 제프리 사이에 싸움을 유도했다.
내가 그에게 지원을 요청하면 예루살렘이 프랑스에 빚을 지는 셈.
‘필리프라면 어느 정도 제프리를 도와줄 거라 생각했는데….’
아예 제3자로 남겠다는 거군.
필리프도 완전히 제프리 편은 아닌 건가.
모두가 서로의 꼬리를 물려 하고 있었다.
누구도 손해 볼 생각이 없는 싸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차라리 무슬림 군대랑 싸우는 게 더 속 편하겠군.
여긴 속이 시커먼 능구렁이들밖에 없으니.
난 고개를 돌려 루아크를 바라봤다.
“놈들은 우리가 도발에 넘어오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약간 시늉을 해주도록 하죠.”
내가 말했다.
“선두 부대들을 돌격시키세요. 하지만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물론입니다, 공자님.”
루아크가 명령을 내리며 팔을 흔들었다.
난 다시 전장을 바라봤다.
말과 말이 부딪치고 운 나쁜 자들의 방패와 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창이 부러진 자들은 검을 들고 상대를 향해 돌격했다.
‘저들에게 있어 토너먼트의 목적은 갑옷과 전리품을 얻는 것.’
하지만 우리 기사단원과 성묘단원들은 오직 승리만을 위해 싸웠다.
그것만큼 큰 차이는 없겠지.
난 다리를 흔들어 불트에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다시 한번 전장으로 나설 때였다.
* * *
제프리는 전장을 노려봤다.
“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들이 함성을 질렀다.
대기 중이던 이들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중간중간 말들이 부딪쳐 가로막힐 정도.
“진정해라! 아직 놈들은 주력을 다 내보내지 않았어!”
제프리가 소리쳤다.
그가 손을 들어 기사들을 불러세웠다.
“험프리 경! 그대와 그대 부하들은 이곳에 남게. 새 한 마리를 잡자고 화살통을 다 쓸 필요는 없지.”
“하지만 놈들 진형은 이미 붕괴하지 않았습니까?”
험프리가 투구를 벗으며 소리쳤다.
“지금은 기세를 몰아쳐서 놈들이 도망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보고 이곳에 남아있으라니요!”
다른 기사들도 동참했다.
“이런 식으로 병력을 아꼈다간 되려 놈들한테 밀릴 수 있습니다!”
“그대들에게 봉급을 주는 게 누구인지 명심하게.”
제프리가 으르렁거렸다.
그가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놈들 진형은 아직 완전히 붕괴하지 않았네. 자네들에게도 싸울 기회는 올 게야.”
“하지만 그만큼 전리품을 얻지 못할 겁니다. 다른 자들이 마땅한 보상을 얻을 때 저와 제 부하들만 여기 있으라는 겁니까?”
험프리가 말했다.
그의 갑옷과 방패가 햇빛에 번쩍번쩍 빛났다.
“자네들이 얻지 못한 만큼 내가 나중에 챙겨주겠네. 그러면 되지 않나?”
“…알겠습니다.”
몇몇 기사들이 불만에 찬 표정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이들은 함성을 내지르며 전장을 향해 돌격했다.
자욱한 먼지와 말발굽이 주변의 모든 걸 뒤덮었다.
* * *
“4번 전진. 3번은 좀 뒤로 빼야겠어.”
난 전장을 바라봤다.
먼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육감으로 다 느낄 수 있었다.
에이그가 분주히 움직이며 전령과 신호수들에게 내 명령을 전했다.
기사들의 흥분한 숨소리부터 미친 듯이 박동하는 말들의 심장까지.
실제 전투나 마찬가지군.
“제프리가 미끼를 안 물었습니다. 아직 예비대가 남았군요.”
에이그가 망원경을 들며 말했다.
“여우답게 눈치도 좋네. 하지만 이미 늦었어.”
내가 답했다.
승패는 이미 토너먼트 시작 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기사단원, 성묘단원들의 결속력.
그리고 내 능력까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냥 이기는 게 아니었다.
‘완전한 승리가 아니면 소용없겠지.’
어정쩡한 승리는 패배나 마찬가지였다.
난 제프리를 상대로 압도적이고 완전한 승리를 거둬야 했다.
신은 승리하고,
악은 패배한다.
이보다 더 명확한 구도가 어디 있을까?
그러려면 제프리를 직접 잡아야 할 텐데.
“좀 더 먹음직스러운 걸로 유인해야겠어.”
난 투구를 뒤집어썼다.
서늘한 금속의 감촉이 머리에 느껴졌다.
에이그가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다.
“공자님, 설마 직접 가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저놈들 모두 공자님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 겁니다.”
“아마 전부 날 잡으려 들겠지. 내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야.”
한 종자가 내게 창과 방패를 건넸다.
묵직한 무게.
이것도 이젠 익숙하군.
“그럼 제프리가 어디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을 거고.”
그러면 끝을 낼 수 있었다.
내가 팔을 들자 스무 명의 호위 기사들이 주위를 에워쌌다.
난 불트에게 가볍게 신호를 보냈다.
마셜에게 받은 특훈의 성과를 보여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