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140)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140화(140/215)
< 140화 – 방패와 창 (5) >
“저와 어린 헨리, 리처드 모두 공자께 큰 빚을 졌어요.”
엘레오노르가 말했다.
도버 항구는 수천이 넘는 인파로 바글바글했다.
환송식에 온 건 시민들뿐만이 아니었다.
헨리 2세의 선발대까지.
병사와 기사들이 각자 배정된 수송선에 몸을 실었다.
“예루살렘은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죠. 다시 한번 그곳에 갈 기회가 있으면 좋았을 텐데···.”
“잉글랜드와 아키텐도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내가 답했다.
제프리에 대해선 묻지 않는 건가?
어쩌면 그녀도 이미 진상을 알고 있을지 몰랐다.
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저도 왕비님의 도움을 받았죠. 왕비님께서 제게 빚진 건 없으십니다.”
헨리 2세를 따르던 영주들이 돌아선 것도 엘레오노르의 밑 작업 덕분이었고.
서로의 이익이 맞아떨어졌다고 하는 게 더 정확했겠지만.
난 그녀를 바라봤다.
여전히 고풍스러운 아우라.
‘남자였으면 어땠을지 상상이 안 가네.’
어쩌면 프랑스와 잉글랜드를 통일한 대왕이 됐을지도 몰랐다.
“공자께선 루이와 헨리가 반반씩 섞인 것 같으세요. 경건하시면서도 힘에 넘치시죠.”
난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루이 7세랑 헨리 2세라.
칭찬은 칭찬인데···.
뭔가 기분이 묘하네.
난 엘레오노르와 짧은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제 젊은 헨리 차례였다.
왕관을 쓴 그가 내 앞에 다가왔다.
“나, 나와 잉글랜드 왕실을 위해 정말 크, 큰일을 해주셨습니다, 공자.”
난 그와 포옹을 나눴다.
“마, 만약 공자가 없었다면 내가 지금 이곳에 서 있지 못했을 겁니다.”
“전 이미 정해진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가 웃으며 답했다.
이제 잉글랜드 역사는 어떻게 될까?
젊은 헨리는 잉글랜드와 노르망디에 대한 지배권을 굳혔다.
‘거기에 리처드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아키텐을 지켰지.’
제프리가 죽었으니 브르타뉴는 젊은 헨리나 존에게 돌아갈 터.
내 등장으로 플랜태저넷 가문은 평화를 되찾았다.
프랑스 왕인 필리프에게만 안 좋은 상황이 됐군.
“제가 떠나기 전 드릴 선물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신호를 보내자 에이그가 한 자루의 검을 들고 왔다.
동시에 웅성거림이 커졌다.
“이건 제 선물인 동시에 하늘이 폐하께 내리신 증표이기도 합니다.”
난 젊은 헨리에게 검을 건넸다.
기사단 대장장이들이 만든 검은 아름다웠다.
넓은 검신에 손잡이 중앙엔 붉은 루비.
무기라기보다 보물에 가까운 외형이었다.
“이, 이건···.”
“비록 칼리부르누스(엑스칼리버)는 아니지만 성검이라 할 수 있겠죠.”
“성검.”
젊은 헨리가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교황 성하께서도 승인하셨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내가 잉글랜드 왕에게 성검을 건네주고 있다니.
이것도 수십 년만 있으면 전설이 될지 모르겠군.
“하, 항상 날 놀라게 하시는군요, 공자.”
젊은 헨리가 검을 받아들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헨리 폐하 만세!”
“잉글랜드 왕실과 예루살렘에 축복을!”
젊은 헨리가 검을 들며 말했다.
“공자께 이것 하나는 야,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 이, 잉글랜드는 성도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난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이 정도면 젊은 헨리의 정당성을 공격할 바보는 없겠지.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은 다 준 셈이었다.
그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남은 건 리처드뿐이었다.
“로마 교황이 승인한 성검이라. 이런 경우는 처음인 것 같소만.”
“제가 하는 일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내가 미소 지으며 답했다.
“공작님 선물은 예루살렘에서 드리겠습니다.”
“내겐 좀 더 좋은 걸 줘야 할 거요. 이미 검이라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으니.”
그가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의 손은 반지들로 반짝거렸다.
“공자 먼저 가시오. 난 필리프를 끌고 따라갈 테니.”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원정군을 지원하기 위한 물자와 보급은 이미 한창 준비 중이었다.
리처드는 싸워주는 걸로 충분하지.
사자심왕.
보급과 정치질에서 해방된 그의 능력은 얼마나 될까?
그건 나조차도 예상하기 힘들었다.
“다음엔 예루살렘에서 뵙겠군요.”
“그전에 죽는 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요, 공자.”
리처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시민과 병사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배에 올라탔다.
캉과 루아크, 에이그가 갑판에서 날 반겼다.
그때 캉의 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녹색인 복장.
내가 웃으며 물었다.
“캉, 그대가 그런 옷을 좋아할 줄은 몰랐네만.”
“제가 입고 싶어서 입은 게 아닙니다.”
캉이 얼굴을 잔뜩 붉히며 답했다.
“링컨의 시민들이 만든 옷이라더군요. 엘레오노르 왕비님께서 직접 상으로 내려주셨습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내가 말했다.
“정식 로빈후드가 된 걸 축하하네.”
갑판에 있던 이들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난 손을 들어 출항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제 잉글랜드를 떠날 때였다.
에이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드디어 귀환길이군요.”
“드디어 귀환길이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텐, 이탈리아, 키프로스, 예루살렘까지.
이제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어서 빨리 가자고.”
* * *
로마
라테란 궁전
추기경들의 말이 오고 갔다.
“아니, 이곳 로마로 직접 올 생각이 없다니! 보두앵 공자가 교황 성하의 초청을 무시했다는 거요?!”
“워낙 일정이 촉박해 이곳 로마에 들를 여유가 없다는 말을···.”
“교황 성하께선 성 베드로의 계승자요,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로서 천국의 열쇠를 지니신 분이시네!”
홈베르 추기경이 말했다.
“그런데 교황 성하의 공식 초청을 고작 바쁘다는 핑계로 무시하다니!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옳소! 옳소!”
“···.”
추기경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에 앉은 루치오 교황은 침묵을 지켰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보두앵 공자는 지금까지 로마와 우리 교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해주었네. 이탈리아 도시들을 이끌어 프리드리히 황제를 물리친 것도 다른 누가 아닌 공자 아니었나.”
루치오 교황이 추기경들을 바라봤다.
그들 모두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보두앵 공자의 설교 기록은 입수했나?”
“며칠 전 입수해 수도사들이 해석 중입니다. 이미 필사본들이 로마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그중 로마의 전통과 교회법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나?”
“보두앵 공자는 라틴 교회에서 공표한 삼위일체의 삼위에 대한 정의를 인정하였습니다.”
홈베르 추기경이 답했다.
“하지만 성도권에 대한 해석과 동방 로마(비잔틴)에 대한 우호적인 발언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보두앵 공자가 직접 이곳 로마에 와야 합니다.”
“예루살렘에서 온 보고에 따르면 사라센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강대한 군대를 모았네.”
루치오 교황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루살렘이 무너지면 그다음은 콘스탄티노플일 터. 그들마저 무너지면 사라센들은 이곳 유럽까지 침공해올 걸세. 수 세기 전 히스파니아(스페인)가 무너진 것처럼 말이야.”
그가 덧붙였다.
“지금은 사소한 해석을 놓고 싸우기보다 같은 기독교인들이 대의를 위해 협력할 때일세.”
“하오나···.”
“보두앵 공자의 말은 유연성을 가지고 해석하도록 하게. 콘스탄티노플 교회에 주도권을 넘길 순 없으니.”
침묵이 흘렀다.
홈베르 추기경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보두앵 공자가 이곳에 올 여유가 없다면 내가 가면 그만이겠지. 예루살렘에 가기 전 이곳 이탈리아 항구에 들를 것 아닌가?”
“성하께서 직접 가시다니요!”
추기경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
“이는 전례 없는 일입니다!”
“그리스도께선 난 말씀이라 하셨지, 난 전통이라 말씀하시진 않으셨네.”
루치오 교황이 일어서며 말했다.
“보두앵 공자가 지금껏 해온 일들을 생각하게. 그는 신성로마를 무릎 꿇리고, 잉글랜드의 내전을 멈췄으며, 새로운 십자군 원정을 시작했네.”
그가 덧붙였다.
“그 공적들을 치하하고 반기는 거야말로 교황의 책무 아니겠나?”
“···.”
추기경들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 * *
예루살렘
정궁
방에 들어선 발리앙은 기침을 참기 위해 애썼다.
강렬한 향이 그의 코를 찔렀다.
“폐하.”
“발리앙, 그대인가?”
안쪽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좀 더 가까이 오게.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군.”
발리앙은 침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왕은 의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고름과 핏물이 붕대를 사이로 흘러나왔다.
“폐하.”
“놀랄 필요 없네. 어차피 내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건 다들 알지 않나?”
보두앵이 웃으며 말했다.
그가 웃을 때마다 가래 섞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 가까이 와서 말하게. 이젠 귀도 제대로 들리지가 않는군.”
발리앙은 왕 곁에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은가면 너머로 보이는 두 눈동자는 흐릿해져 있었다.
“인간의 몸은 참 신기하지 않나? 눈과 코, 귀가 모두 다 망가져도 고통은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 말이야.”
보두앵 4세가 기침을 내뱉자 의사들이 서둘러 천을 갖다 댔다.
살점이 섞은 붉은 피가 천을 적셨다.
“지금이 낮인가, 밤인가?”
“아직 해가 지지 않았습니다, 폐하.”
“그렇군. 자네가 온 걸 보니 중요한 소식이 있는 것 같은데?”
“보두앵 공자께서 잉글랜드를 떠나셨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보급을 마친 후 곧장 키프로스로 가실 예정입니다.”
“드디어 그 아이가 오는군. 아키텐, 잉글랜드, 이탈리아. 그리고 다시 예루살렘인가.”
“카롤루스 대제 이래로 그보다 더 많은 업적을 세운 왕족은 없었을 겁니다.”
발리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왕의 입술 가까이 귀를 갖다 댔다.
“이미 3차 십자군도 준비에 들어갔다 합니다. 잉글랜드 왕과 프랑스 왕, 그리고 이탈리아 도시들이 원정 준비를 공표했습니다.”
“기는?”
“여전히 영주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폐하의 병세가 위독하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내 병세가 위독하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아직 죽을 생각은 없네.”
보두앵 4세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는 부축하려는 의사들을 옆으로 밀쳐냈다.
“기 그 녀석에게 왕위를 넘길 생각은 더더욱 없고.”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군대를 동원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폐하를 따르는 영주들을 모아 아스칼론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왕이 영주를 직접 치는 모양새가 될 걸세. 기는 어떻게든 몰아낼 수 있겠지. 문제는 그 다음일세.”
보두앵 4세가 말했다.
“내 어렸을 적 같이 새 사냥 나갔던 걸 기억하나? 자네가 내게 이렇게 말했지. 새떼가 다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이야.”
“하지만 폐하께선 참지 못하셨죠.”
“그래, 새 한 마리가 보이자마자 쇠뇌를 쐈지. 나머지 새들은 모두 도망쳐서 사냥을 망쳤고.”
“섣불리 움직이면 놈들이 모습을 감춘다는 말씀이시군요.”
“기가 중요한 게 아닐세. 지금 기를 처리하면 녀석을 따르던 놈들이 모두 숨으려 하겠지.”
보두앵 4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보두앵이 왕이 된 후에 왕국을 흔들려 할 걸세. 그런 상황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
그가 말했다.
“기는 강경파들을 전부 끌어안고 파멸해야 하네. 그걸 위해 이렇게 보두앵이 돌아오길 기다린 거야.”
“하지만 살라딘도 남아 있습니다. 보두앵 공자님의 계획이 성공할지는···.”
“이건 시험일세.”
보두앵 4세가 기침을 내뱉었다.
“그 아이가 왕이 될 자질이 있는지 판단할 마지막 시험. 기 하나 처리하지 못한다면 왕국은 어차피 멸망하겠지.”
발리앙은 보두앵 4세를 바라봤다.
짧은 순간, 왕이 미소를 지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아이라면 해낼 수 있을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