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153)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153화(153/215)
< 153화 – 예루살렘의 왕 (3) >
이집트
다미에타 항
살라딘이 거리에 들어서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살라흐 앗딘! 살라흐 앗딘!”
살라딘은 그들의 환호를 받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를 환영하는 시인들의 송시와 서사시가 곳곳에 낭독됐다.
“위대하고 공정한 신의 조력자이자 승리자, 특별한 자, 종교의 수호자, 이슬람의 자랑, 교리의 구원자이며 불경스러운 폭도들과 무신론자들을 정복하는 자, 무슬림 군대의 대장, 미덕의 태양, 신도들의 왕이자 지주이신······.”
알 아딜이 그의 앞으로 와 허리를 숙였다.
“형님.”
“내 사랑하는 동생아,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게냐?”
살라딘이 말에서 내리며 물었다.
그가 알 아딜의 어깨를 두드렸다.
“누가 보면 슬픈 일이라도 벌어진 줄 알겠구나.”
“전부 제 불찰로 벌어진 일입니다. 형님께 좀 더 일찍 지원을 요청하기만 했어도···.”
“넌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넌 반란을 잘 진압했어. 그리고 배교자들이 훔쳐가려던 금은보화도 다 회수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프랑크 포로들이 모두 탈출했습니다. 그것도 대낮에 함대를 끌고 와서···.”
“그리고 내가 그들을 몰아냈지. 손가락 한 번 안 튕기고 말이다.”
살라딘이 미소 지었다.
그가 환호하는 군중들을 가리켰다.
“적어도 다미에타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어. 중요한 건 그것뿐이다.”
“···.”
“예루살렘도 이번에 적지 않은 무리를 했어. 이곳 이집트에 자신들의 첩자가 얼마나 많은지 드러냈지.”
살라딘이 말했다.
“독사가 두려운 건 놈들이 항상 수풀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모습을 드러낸 독사는 머리를 자르면 되는 법.”
그가 덧붙였다.
“곧 색출 작업을 시작할 거다.”
“이곳 이집트에서 프랑크 놈들 씨를 말려버리겠습니다.”
“독사를 잡겠다고 수풀을 불태워선 안 된다. 민심만 있으면 나머지는 따라오기 마련이야.”
살라딘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다시 말 위에 올라탔다.
“프랑크인들이 아무리 수작을 부린다 한들 민심만 건재하다면 언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하지만 민심만으론 로마의 함대를 막을 수 없습니다.”
알 아딜이 살라딘의 안장을 붙잡으며 말했다.
“어린 보두앵이 왕이 된다면 콘스탄티노플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그가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그리고 유럽에서도 새로운 십자군 무리가 들이닥칠 겁니다. 지금은 힘을 아끼고 기회를 기다리는 편이···.”
“그래서 우리가 더더욱 멈춰서는 안 된다는 거다.”
살라딘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마드 앗딘 장기와 누르 앗딘 모두 알 쿠드스를 탈환하는데 실패했지. 내가 죽는다면 또다시 수십 년이 걸릴 거다.”
그가 말했다.
“난 이집트와 레반트를 통일했어. 지금보다 무슬림이 더 유리할 때가 있었느냐?”
“···.”
“어디에나 틈은 있는 법이다.”
살라딘이 말했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사방에서 꽃잎들이 떨어지며 길을 덮었다.
“그리고 왕좌가 넘어가는 과정에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지. 어린 보두앵이 기를 몰아냈다 해도 아직 잔불은 남아있다.”
그가 덧붙였다.
“내 곁으로 오거라, 알 아딜. 곧 있으면 전쟁이 시작될 거다.”
“하지만 이집트는···.”
“이집트는 네가 없는 동안 타키 앗딘이 맡을 거다.”
“지하드를 수행하려면 훌륭한 장군이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겠지. 내 곁엔 네가 필요하다.”
“전 술탄의 명을 따를 뿐입니다.”
살라딘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삐를 잡아당겼다.
그는 자신의 동생이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 * *
예루살렘 정궁
“감히 우리 아사신들을 팔아넘기다니! 그런 짓을 벌이고도 정녕 무사할 거라 생각한 거요?!”
시난이 소리쳤다. 그가 호통치며 팔을 흔들었다.
시뻘건 분노가 그의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난 가니에르가 검을 뽑으려는 걸 손을 뻗어 막았다.
“그럼 그쪽은 왜 이집트 반란에 우리 프랑크 포로들을 끌어들인 거요?”
내가 물었다.
이집트에 억류되어 있던 프랑크 포로들을 반란에 끌어들인 건 반란군.
즉 아사신들이었다.
애초에 이 난장판이 벌어진 건 너희들 탓이라고.
‘대가도 적지 않았지.’
이집트에 있던 첩보망의 규모가 들통났으니.
“그들을 반란에 끌어들인 건 어디까지나 누비아 흑인들이었소. 우리 아사신이 아니었단 말이오.”
시난이 으르렁거렸다.
“그런데 감히 우릴 살라딘에게 미끼로 던지다니! 그러고도 무사할 거라 생각했소?!”
“목이 날아가고 싶은 게 아니면 그 더러운 입을 다무는 게 좋을 거다, 사라센.”
가니에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에게서도 시난에 못지않은 분노가 느껴졌다.
이러다가 또 뭔 일이 나겠군.
난 시난 앞으로 걸어갔다.
“뭔가 착각하는 것 같소만, 애초에 난 살라딘이나 알 아딜에게 그런 정보를 넘긴 적이 없소. 반란이 일어난 틈을 타서 카이로의 금은보화를 빼돌리다니.”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대들이 말해주지도 않은 걸 내 어찌 알았겠소?”
난 그를 빤히 바라봤다. 자기도 할 말 없겠지.
아사신, 즉 시난은 날 이용했을 뿐이다.
우리가 지원한 무기를 이용해 카이로에 반란을 일으키고, 혼란을 틈타 금은보화를 빼돌렸지.
난 그걸 여러 정황을 통해 유추해냈을 뿐이었다. 아사신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거든.
사상을 앞세우면서도 누구보다 기회주의자 같은 녀석들.
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난 알 아딜의 전력이 우연히 분산된 틈을 타서 포로들을 탈출시킨 것뿐이오.”
“···.”
“그대들과 프랑크 포로들이 상관없는 것처럼, 나 역시 그대 부하들이 붙잡힌 것과 아무 상관 없소.”
난 빙긋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대가 내게 미리 알려줬다면 호위 병력을 보냈을 거요. 그럼 이렇게 바다위 부족들에게 허무하게 붙잡히는 일도 없었을 것 같소만.”
하지만 너희들은 그러지 않았지.
이익을 독점하려 했으니.
“그리고 왜 우리 왕국 영토가 아니라 동쪽 사막지대를 지난 거요?”
시난이 입을 다문 채 날 노려봤다.
“무슨 말을 늘어놓든 이번 일은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요. 우리의 칼날을 피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이전에도 들어본 것 같구려. 그때도 말했지만···.”
내가 웃으며 말했다.
“같잖은 협박은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요. 그대들이 아직 레반트에서 숨 쉬고 있는 건 다 나 덕분이니.”
시난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사신의 가장 큰 힘은 속임수와 기만, 그리고 평판.
‘누구든 아사신 칼날을 피할 순 없다!’
극한의 신비주의 컨셉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들 모두 미래지식에 육감까지 지닌 내겐 아무 소용도 없었다.
내 눈에 그는 삼류 마술사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세뇌나 최면술사로는 일류일지도 모르겠군.
상대가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공포와 신비주의는 아무 소용없었다.
“이번 일은 교훈으로 삼는 게 좋을 거요.”
내가 일어서며 말했다.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대들도 무사하진 못할 거요. 당장 성전기사단에 매년 바치던 연공도 재개될 테니.”
아사신들은 예루살렘 왕국을 장기말로 여겼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우리 둘은 각자를 말로 쓰며 게임을 했을 뿐이다. 자기가 졌다고 해서 투덜거리는 건 용납할 수 없지.
“···.”
그가 고개를 돌려 방을 나갔다.
난 문이 닫힐 때까지 그의 등을 바라봤다.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가니에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아사신 놈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족속입니다. 항상 음모 안에 또 다른 음모를 꾸미지 않습니까?”
“그래서 예측하기 쉬운 부분도 있죠.”
내가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멍청한 바보를 예측하는 게 어려운 일이지.
각 진영의 최종 목표를 안다면 그 중간방법은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 구출한 포로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며칠 전 아크레에 내렸으니 곧 예루살렘에 도착할 겁니다.”
가니에르가 말했다.
그가 헛기침하며 내 눈치를 살폈다.
“왜 그러십니까?”
“피에르 사제와 헤라클리우스 총대주교님께서 이번 귀환식에 맞춰 음유시인들을 불러 모으셨습니다.”
“두 분이 뭘 불러 모으셨다고요?”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 경건하기 짝이 없는 두 사람이 음유시인들을 집합했다고?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건지 상상이 안 갔다.
불길한 예감은 드는군.
“음유시인들이 성가라도 부르게 한답니까?”
“음유시인들이 공자님을 다룬 노래들을 너무 성의 없이 쓴다면서 자신들이 직접 지도를···.”
“중지시키세요.”
“예?”
“어떤 핑계를 대도 좋으니 당장 중지시키세요.”
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숨이 이내 웃음으로 바뀌었다.
아니, 그 두 사람은 말리지도 못하겠군.
“난 가만히 선 채로 몇십 분이 넘는 찬양가를 들을 생각 없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기엔 공자께서 이미 너무 많은 과업을 이뤄내셨습니다.”
가니에르가 자신의 이마를 툭툭 치며 웃었다.
“남자라면 자기가 저지른 일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 * *
다음 날 아침
예루살렘 성벽 외곽
“아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튀르팽은 고삐를 잡아당기며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예루살렘.
그가 평생을 보낸 고향이자 도시.
다른 동료들 역시 감격한 표정으로 성벽을 바라봤다.
몇 년 만의 귀환이었다.
가족과 지인, 친구들. 그들을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일까.
성벽 안에서 북과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축제라도 열리는 건가?”
“튀르팽 경! 어서 이쪽으로 오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튀르팽은 서둘러 성문 쪽으로 향했다. 동료 구호기사단원들이 그를 반겼다.
“오늘이 무슨 축제 날인가? 성 축일은 아닌 것 같네만.”
“무슨 축제냐니? 자네들을 위한 축제일세. 귀환식이라고 하는 게 더 적당하겠군.”
기사단원이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튀르팽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릴 위한 축제라니?”
“들어가 보면 알 걸세. 어서 가게.”
튀르팽과 동료들은 영문도 모른 채로 성문을 지났다.
곳곳에서 꽃잎이 휘날렸다.
튀르팽은 홀린 듯 앞으로 나아갔다.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환호와 갈채. 잔뜩 흥분한 표정의 사람들.
그 사이로 한 사내가 보였다.
거리 정중앙.
사슬갑옷에 흰 망토 차림.
그가 말에서 내려 튀르팽에게 다가오더니 안장을 붙잡았다.
환호하던 시민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봤다.
튀르팽이 중얼거렸다.
“다, 당신은···.”
말 아래에서 안장을 잡아주는 건 존경과 경외의 표시.
사내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들은 내 얼굴을 못 알아볼 수 있겠군. 난 보두앵일세. 예루살렘 국왕 폐하의 조카이자···.”
“고, 공자님.”
튀르팽이 숨을 내뱉으며 안장에서 뛰어내렸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공자님을 앞에 뵙고도 말에서 내리지 않다니, 큰 죄를 범했습니다.”
“죄를 범한 건 나일세. 난 그동안 자네들이 붙잡혀 있는 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어.”
그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수 있으니 다행이겠지.”
“···.”
그때 비단옷을 입은 시인이 거리로 나서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기독교 신자들과 교회의 수호자이시자, 신의 은총으로 영광스러운 신앙의 수호자, 콘스탄티노플의 구원자, 에일라트의 재건자이며, 성검 칼리부르누스의 전달자, 아서왕의 명을 받은 자, 폭도들과 무신론자들을···.”
“미안하네, 저것들은 꼭 집어넣어야 한다고 다들 떼를 쓰더군.”
튀르팽은 미소짓는 보두앵을 멍하니 바라봤다.
“긴말은 하지 않겠네.”
낭독이 끝나자 그가 말했다.
“자네들은 용감하게 싸웠고, 비록 포로가 되었으나 사라센에게 굴복해 개종하지 않았네. 자네들을 지금껏 구하지 못한 건 모두 왕국의 잘못일세.”
그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의 말이 거리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대들이 다시 예루살렘에 돌아온 걸 환영하네. 그대들이 포로로 잡혀 있던 기간에 따라 봉급과 보상금이 지급될 것이며···.”
튀르팽은 고개를 돌려 동료들을 바라봤다.
그들 모두 당황한 표정으로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왕실에서 직접 구호 기금을 창설해 부상당한 병사들과 전사자의 유가족들에게 연금을 지급할 걸세. 예루살렘 왕국, 국왕 폐하와 나는 그대들에게 감사를 표하네.”
그가 말했다.
“그 외에도 뭔가 원하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편하게 말해주게.”
시민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튀르팽은 여전히 멍하니 선 채 보두앵을 바라봤다.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이건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