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161)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161화(161/215)
< 161화 – 신성한 도시 (1) >
예루살렘 성묘교회
“도대체 몇 명이나 몰려들었다는 건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테오도시우스가 물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회의실 안쪽까지 들려왔다.
주교와 신학자들 모두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정확한 수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거리가 인파로 가득 차 있습니다.”
“폭동이 벌어진 건 아니겠지?”
“기도하는 자들이 대부분입니다. 라틴 교회와 정교회 신자들 모두···.”
한 주교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곧 교회 통합이 발표된다면서 환호하는 분위기더군요.”
“교회 통합이라니! 아직 아무 결론도 안 나오지 않았나.”
테오도시우스가 말했다. 그는 맞은편의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 사제들을 바라봤다.
그들 역시 몰려든 인파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들이었다.
“예루살렘 왕실이 회의 내용을 매일 거리에 공표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인파가···.”
“우릴 압박하려는 생각이 분명해.”
테오도시우스가 중얼거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예루살렘 국왕을 바라봤다.
보두앵은 여느 때와 같이 자리에 앉은 채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자기는 공의회에서 아무 발언도 하고 있지 않으니.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군.”
“다행히 서방 교회의 편을 드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저 매일 공의회에 참석해서···.”
“저렇게 웃고만 있지.”
테오도시우스가 대답했다.
도대체 보두앵은 무슨 생각인 걸까?
공의회를 주도한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보두앵이었다. 거기에 주님께 직접 받았다는 계시까지.
‘주님께선 공의회가 성공할 거라 말씀하셨다!’
하지만 보두앵은 공의회에서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모두가 물밑에서 그를 설득하려 했지만 보두앵은 침묵을 지켰다.
“그럼 다시 토론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 주재를 맡은 주교가 입을 열었다. 그가 보두앵을 바라보며 물었다.
“보두앵 폐하, 필리오케 조목에 관한 폐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조목의 추가에 찬성하십니까, 아니면 반대하십니까?”
“···.”
회의실 안 모두의 시선이 보두앵을 향했다. 침묵이 흐르고···.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교리와 기도문은 어디까지나 주교들께서 판단하실 문제요. 세속의 왕인 내가 어찌 그걸 옳고 그르다 할 수 있겠소?”
그의 말에 주교들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 속에는 안도감과 답답함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폐하께선 이미 유럽과 콘스탄티노플에서 대천사 미카엘과 주님의 계시를 받으셨습니다.”
주재를 맡은 주교가 목덜미를 문지르며 말했다. 누가 봐도 그가 긴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공의회에 관련한 계시 역시···.”
“내가 받은 건 이번 공의회가 성공할 거라는 주님의 약속이셨소. 그 외에 다른 계시는 없었지.”
테오도시우스 총대주교는 그렇게 답하는 보두앵을 바라봤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이 태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교리와 기도문은 내가 아닌 주교들께서 판단하실 문제요. 그게 아니라면 공의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소?”
몇몇 주교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테오도시우스 총대주교 역시 그중 한 명이었다.
“트집 잡을 곳 없는 완벽한 대답이군.”
그동안 교회가 세속 권력부터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왕들은 항상 교회에 간섭하려 해왔고, 교회는 독립적인 권력을 얻기 위해 싸워왔다.
하지만 정작 지금 공의회의 상황은 그 반대였다.
“주교들이 보두앵에게 의견을 묻고, 반대로 보두앵은 그걸 거절하고 있으니.”
보두앵이 중립을 지킨다면 공의회는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밖에 몰려든 인파는 결정을 강요했다.
“그럼 토론을 다시 시작하시죠.”
보두앵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보여준 것과 똑같은 미소.
“공의회도 앞으로 며칠밖에 안 남지 않았습니까? 어서 빨리 결론을 내야 할 겁니다.”
“···.”
주재를 맡은 주교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그럼 로마 총대주교, 교황 성하의 수위권에 관한 토론을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백여 년 전 있었던 동서 교회의 상호파문은···.”
흥분한 인파의 함성과 환호성이 밖에서 울려 퍼졌다.
* * *
다음 날 아침
예루살렘 외곽 사냥터
“처음부터 이런 상황을 노린 거군요. 안 그런가요?”
테오도라가 불트의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불트는 기분 좋다는 듯 머리를 들이밀었다.
“공의회 내용을 매일 거리에 발표하라고 지시한 것도···.”
그녀가 고개를 올려 날 바라봤다.
“왕국의 백성들을 움직여 주교를 압박하려 한 거고요.”
“그리고 일부러 모호한 태도를 취했죠.”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장에서 내리자 불트가 이번엔 내 쪽으로 머리를 들이댔다.
“난 아무 약속도,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공의회가 성공할 거라고 발표했죠.”
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매일 기대감에 부풀어 성묘교회로 몰려들었다.
너무 많은 인파에 병사들까지 동원해 질서를 유지해야 했을 정도.
그런 여론은 공의회에 참가한 모두에게 압박을 가했다.
‘실패한다는 선택지가 아예 불가능해졌지.’
교회들은 교리 차이에 상관없이 뭔가 결과를 내놓아야만 했다.
테오도라가 물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정말 두 교회가 통합되는 거라면···.”
“주교들은 가장 원론적이고 뻔한 결론을 낼 거예요.”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모두가 동등하면서도 어떻게든 타협을 내야 하는 상황.
양측이 동의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사항들만 타협을 보겠지.
“두 교회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걸 인정하고, 앞으로도 대화와 공의회를 계속하자는 게 다겠죠. 상호파문을 철회하고요.”
1054년, 콘스탄티노플과 로마 교회는 서로 파문한 적 있었다. 동서 대분열이라고 불리는 상호파문 사건.
그걸 철회하는 건 양쪽 교회 모두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걸 진정한 통합이라고 하긴 힘들 것 같은데요.”
“통합이지만, 동시에 통합이 아니죠.”
테오도라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서방과 동방 교회는 수십 년간 으르렁거리며 싸워왔어요. 그리고 서로 원하는 것도 다르죠. 그걸 한 번에 통합할 순 없어요.”
사실 내가 원한다면 한쪽 교회의 손을 들어줄 순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았다.
‘반대편 교회가 순순히 승복할 리도 없고.’
하지만 이번 공의회 결과라면 어떨까? 두 교회가 다시 손잡고 대화를 이어나가겠다고 하는 거라면?
“평범한 신도들은 교리 문제나 정치 다툼은 잘 몰라요. 그들이 따르는 건 주교와 성직자들의 말이죠.”
그건 21세기도 마찬가지였지.
개신교나 가톨릭 신자들도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 잘 아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정교회 역시 마찬가지.
신도들의 의견 대부분은 그들이 따르는 신부나 목사에게서 비롯됐다.
“백성들은 이번 공의회를 두 교회의 통합이라고 받아들일 거예요.”
“그럼 실패했기 때문에 가장 성공적인 공의회가 되는 거군요. 정말···.”
테오도라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녀가 살짝 말아쥔 손으로 배를 잡고 웃었다.
주변에 서 있던 경호 기사들의 놀란 감정이 느껴졌다.
테오도라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정말 당신다운 결론이네요.”
“칭찬으로 받아들일게요.”
나도 웃으며 답했다.
“그럼 예루살렘은 앞으로도 계속 공의회를 주도하는 곳으로 남는 건가요?”
“그렇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테오도라는 눈치가 빨랐다.
“예루살렘 왕국은 라틴 교회가 세웠지만, 지리상으론 동방 로마에 더 가깝죠. 서방과 동방 교회를 잇는 다리인 셈이에요. 이번 공의회는 그 끝이 아닌 시작이고요.”
생각해보면 예루살렘 왕국의 존재 자체가 모순이었다.
한때 로마 제국의 땅이었고, 무슬림들이 차지했다가 라틴 십자군이 차지했지.
‘십자군 원정을 처음 요청했던 건 동방 로마였고.’
십자군 기사들은 동로마 황제에게 충성 맹세를 했지만, 맹세를 어기고 예루살렘에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웠다.
이보다 더 관계도가 복잡할 순 없지.
“그리고 예루살렘은 중립으로 있을 때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어요.”
공의회가 이어질수록 예루살렘 왕국은 더 중요해질 터였다. 서방과 동방 모두 예루살렘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겠지.
예루살렘이 중립으로 남는 한 양측은 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콘스탄티노플은 십자군 원정을 지원하고, 유럽에선 계속 자원병들이 몰려들겠죠.”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한 공의회라니. 생각할수록 웃음만 나오네요.”
테오도라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군요. 당신은 주님의 계시를 받은 게 분명해요, 보두앵.”
난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때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호위기사들이 우르르 몰려가며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막았다.
“모두 비켜라! 폐하!”
“에이그, 무슨 일이야?”
에이그는 사슬 갑옷 차림에 땀 범벅이었다. 보통 저런 모습일 때는 안 좋은 소식이던데.
“공의회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니지?”
“아, 아닙니다.”
에이그가 말에서 내리며 숨을 헐떡였다. 잔뜩 놀란 표정.
“메카가···.”
“메카가 뭐?”
“르노와 루아크 단장님이 이끄는 원정대가 메카 외곽까지 진격했답니다!”
“뭐라고?!”
난 고개를 돌려 테오도라를 바라봤다. 그녀도 나처럼 어이없다는 눈빛이었다.
“그건 좀 예상외 일인데.”
르노를 메카에 보낸 건 공의회를 성공시키기 위한 눈 돌림에 불과했다. 겸사겸사 르노도 처리하고.
그래서 일부러 사방팔방에 알렸던 건데.
‘살라딘이 메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나 보군.’
난 에이그를 바라봤다. 어쩌면 예상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
“좀 더 자세히 말해봐. 하나도 빠트리지 말고.”
* * *
메디나
“아불 하심은 도대체 뭘 했단 것이냐?! 놈들이 메카 성벽 앞에 도달할 때까지 도대체 뭘 했다는 거야!!”
살라딘은 알 마지드 안 나바위(예언자의 모스크)의 안을 거닐었다.
이슬람의 신성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관이 그의 바로 앞에 있었다.
초대 칼리프였던 아부 바크르와 우마르의 관도 그 옆에 놓여 있었다.
무함마드의 관 옆은 움푹 패여져 있었는데, 재림한 예수가 죽은 후 묻힐 곳이었다.
“프랑크인들이 메카를 침공할 거라고 알린 게 몇 주 전의 일이다! 몇 주 전!”
살라딘이 팔을 흔들며 소리쳤다.
“근데 왜 아무 대비도 해놓지 않았다는 것이냐?!”
“술탄이시여, 부디 노여움을 가라앉히시지요.”
한 늙은 신하가 나서며 말했다. 다른 관료와 장교들 모두 입을 다문 채 서 있었다.
살라딘이 이렇게 화를 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의 동생, 알 아딜이 앞으로 나섰다.
“메카의 샤리프(귀족가문)들이 형님의 경고를 가벼이 생각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가 말했다.
“애초에 그자들은 형님과 바그다드의 권위를 무시하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분명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입니다.”
“지금까지 시아파 녀석들이 메카를 공격한 적은 많았지. 하지만 프랑크 놈들이 신성한 메카에 발을 들인 건 전례없는 일이다.”
살라딘이 말했다. 그가 손을 뻗어 예언자의 관을 어루만졌다.
“이 소식을 들은 무슬림들이 뭐라 생각하겠느냐?”
부하들의 말이 이어졌다.
“보고에 따르면 놈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술탄께서 이끄시는 대군을 보면 놈들은 곧장 도망칠 것입니다!”
“메카의 성벽은 견고합니다! 이곳 메디나에서 메카까지는 며칠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모두 조용히 하게. 생각을 좀 해야겠으니.”
정적이 흐르고, 살라딘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알 아딜.”
“예, 형님.”
“너에게 선봉대를 맡기마. 메카를 우상숭배자들로부터 지켜내고···.”
그가 으르렁거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더러운 돼지 녀석, 르노를 잡아 와라. 알라께 맹세코 그놈의 목은 내가 직접 베겠다.”
“형님께서 원하신 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다.”
살라딘이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가 모스크 밖으로 나가자 수만의 병사와 기사들이 그를 맞이했다.
“전능하신 알라께서 원하시는 거지.”
니케아 공의회, Vasily Surikov 1876, 퍼블릭 도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