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187)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187화(187/215)
< 187화 – 3차 십자군 (2) >
프랑스
파리
“이봐, 이걸 이제 들고 오면 어쩌라는 건가?”
사제, 프란치스코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가 손에 든 종이를 탁탁 두드렸다.
“이미 활자를 다 맞췄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하란 건가? 오늘 밤 내내 작업하라고?”
“그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사제님. 뭐라고 하시기 전에 먼저 읽어보시죠. 그럼 제 의견에 동의하실 겁니다.”
“그래 그래, 물론 그렇겠지.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프란치스코는 입을 다문 채 글을 읽어내려갔다. 잠시 후,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확실히 중요한 내용이긴 하군. 다마스쿠스의 그리스도인들이 목숨을 걸고 도망쳤다라. 이 소식을 뺄 순 없겠어.”
“케락 이후로 가장 흥미진진한 소식이죠. 안 그렇습니까? 다른 수도원에서 먼저 인쇄를 해버리면 일주일은 뒤처질 겁니다.”
“그렇게 내버려 둘 순 없지.”
프란치스코 사제가 중얼거렸다.
이 종이는 전령이 하루종일 달려서 가져온 게 분명했다.
지금쯤이면 다른 수도원들에도 소식이 전해졌을 터. 기사단 수도원들이 소식지를 인쇄하는 날은 금요일.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였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따르는 곳은 없었다.
‘어떻게든 자기들이 먼저 찍어내려 할 게 분명해.’
프란치스코가 속으로 생각했다.
인쇄기와 소식지가 퍼지면서, 수도원들은 먼저 성도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지금 당장 활자를 재배치하려면 시간이 걸릴 걸세. 자네도 제때 글을 마칠 수 있겠나?”
“제가 여태까지 못한 적이 있습니까?”
아퀴나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프란치스코 사제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코웃음 쳤다.
아퀴나스는 이곳 수도원에서 가장 특이한 존재였다.
그는 원래 파리 대학에서 일곱 교양 과목을 공부 중이었는데, 글 쓰는 능력을 인정받아 이곳 수도원에 고용됐다.
문법, 천문학, 기하학, 산술, 음악, 수사학 말고도 그가 가장 잘하는 건 시 쓰기였다.
“오늘 저녁 기도 전에 초안을 완성해놓겠습니다.”
“그럼 나도 미리 활자들을 준비해놓지.”
프란치스코가 말했다.
그가 쭉 기지개를 켜며 아퀴나스를 바라봤다.
“그나저나 자네는 왜 이곳 수도원에서 일하는 건가?”
“왜 이곳에서 일하다니요?”
“자네 같이 실력이 뛰어난 시인이라면 왕이나 영주들 밑에서 일하는 게 더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가 물었다.
“하루 종일 사제들과 같이 있느니 궁에서 귀족 부인들과 시시덕대는 게 더 낫지 않나?”
“궁에서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아퀴나스가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인쇄기는 기사단 수도원에만 있지 않습니까?”
“인쇄기 때문에 수도원에서 일한다는 건가?”
“궁에서 아무리 열심히 노래를 해봤자 듣는 사람은 수십이 고작입니다. 평생 노래한다 해도 수천, 수만을 넘지 못하겠죠.”
아퀴나스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하지만 인쇄기를 이용하면 몇 주 만에 수십, 수백만의 사람들이 제 글을 읽지 않습니까?”
“평민 중에 글을 읽을 수 있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아. 수도사들이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읽는···.”
“제가 쓴 글이 전해지는 건 똑같죠. 매주 미사가 열릴 때마다 제 글이 낭독되고요.”
아퀴나스가 물었다.
“인쇄기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요컨대 자네는 더 많은 사람이 자네 글을 읽어주길 원하는 거로군.”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 중 하나죠. 그리고 누구나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아퀴나스가 씨익 미소 지었다.
“타락한 도시에 내려진 대홍수. 돌멩이로 골리앗을 물리친 다윗, 고래 뱃속에 들어간 요나. 제가 하는 건 이야기에 살짝 양념을 칠뿐이죠.”
“읽기 좋도록 운율을 넣는 건 상관없지만, 원문을 너무 바꾸진 말게.”
프란치스코가 말했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골치 아플 수 있으니 말이야. 그렇게 되면 자네도 수도원에서 쫒겨날 걸세.”
아퀴나스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방 옆에선 한창 인쇄기를 종이에 찍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도 예루살렘을 위해 일하는데 어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습니까?”
그가 씨익 미소 지었다.
“제가 온 이후로 기부금도 몇 배는 더 늘었을 텐데요.”
“이봐, 아퀴나스. 우리 수도회에서 가장 중하게 생각하는 죄악이 바로 교만일세. 자넨 좀 겸손해질 필요가 있어.”
프란치스코가 활자들을 만지작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사실 자네 말도 틀리진 않았지. 우리가 수도회 지부가 파리에서 가장 많은 기부금을 모으고 있으니.”
밖에서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와 말, 닭들의 울음소리.
파리는 여느 때와 같이 온갖 소리로 가득 찼다.
“오늘 찍어낼 글은 3차 십자군의 성도 도착에 집중해 보자고. 곧 도착할 때가 되지 않았나?”
* * *
키프로스
“바실리우스(황제) 폐하를 이곳 키프로스에 모실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아르리다이오스 함대 제독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의 앞에는 로마 제국의 황제가 서 있었다.
황금 갑주를 걸친 바랑기 근위대원들이 그 곁을 지켰다.
황족의 반란을 진압하고 룸 술탄국까지 무릎 꿇린 사나이. 제국에선 그가 아버지, 마누일 황제를 능가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그대의 환대를 받을 수 있어 나도 기분이 좋군, 아르리다이오스 제독.”
어린 황제가 물었다.
“지금 키프로스를 임시로 통치하는 게 그대라고 들었네만.”
“예, 폐하. 예루살렘 국왕의 부탁을 받고 행정과 치안 유지를 맡고 있습니다.”
“거기에 원정을 위한 함대까지 차근차근 준비해줬지. 정말 큰일을 해줬네.”
“미천한 제겐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폐하.”
아르리다이오스는 고개를 다시 푹 숙였다. 황제는 냉혹하기로 잘 알려져 있었다.
반란을 주도했거나 동참했던 자들.
모두 두 눈을 뽑히고 거세당하거나, 실종된 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번 보고에선 함대가 준비를 마쳤다고 한 것 같네만. 왜 아직 몇몇 배들이 조선소에 들어있는 건가?”
“몇 주 전 예루살렘 왕이 요청을 보내왔습니다.”
“요청이라고?”
“예, 아주 기이한 요청이었습니다.”
아르리다이오스가 답했다.
“두 척의 배를 쇠줄로 묶은 후, 그 위에 기둥 네 개를 세워 공성탑을 지어달라 하더군요.”
“배 위에 공성탑이라.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요청이긴 하군.”
“그뿐 아니라 공성탑에 얹을 회전 사다리와 도르래까지 요청했습니다. 예정보다 작업이 길어지긴 했지만 앞으로 1, 2주 안에는 끝마칠 수 있을 겁니다.”
“···.”
황제의 침묵에 아르리다이오스는 입을 다물었다. 황제는 기분이 상한 게 분명했다.
제아무리 예루살렘의 왕이라 해도 어찌 그런 무례한 요청을 할 수 있단 말인가.
함대를 요청한 것도 모자라 선박 개조까지.
“폐하께서 명하신다면 지금 당장 작업을 멈추고 출정 준비를 서두르겠습니다.”
“아닐세.”
알렉시오스 2세가 답했다.
그가 아르리다이오스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드렸다.
“최대한 보두앵 왕의 요청에 맞춰 작업을 진행하게. 돈은 아끼지 말고. 필요한 인력이라면 얼마든지 고용해도 상관없네.”
그가 말했다.
“그분께서 그런 요청을 했다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는 거겠지.”
“···.”
아르리다이오스는 입을 다문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분이라니. 황제가 존칭을 쓰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
궤짝들을 짊어진 바랑기 근위대원들이 그의 곁을 지났다.
모두 금화로 가득 찬 궤짝들.
끝없이 이어지는 궤짝 행렬에 아르리다이오스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바실리우스 폐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 * *
예루살렘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기사단들은 앨릭서를 만들어 해상 도시들에게 넘겼고, 이들은 다시 유럽으로 물량을 공급했다.
‘성도 예루살렘에는 그대들의 도움이 필요하오!’
유럽에선 각종 기부금과 순례자, 전사들이 끊임없이 레반트로 향했다.
유럽인들은 이제 성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알고 싶어 했다.
결사대를 이끌고 메카를 침공한 르노.
보두앵 왕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싸웠던 케락 공성전과 다마스쿠스 탈출까지.
유럽 군주들이 ‘신의 평화’를 맺고 십자군 원정을 떠나면서 싸움은 멈췄다.
한편 예루살렘에선 새로운 모병이 시작됐다.
[성도에서 가장 강인하고 뛰어난 자들만 모집한다!]수백에 달하는 새로운 상비군.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녹색 옷을 입은 사내들에게 훈련을 받았다.
낙타 수백 마리가 성벽 주변을 배회한다는 소식은 머지않아 예루살렘 전체에 알려졌다.
훈련에 바쁜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구호기사단, 성전기사단, 토마스 기사단, 튜튼기사단, 성묘수호단과 라자루스 기사단에 이르기까지.
각 기사단과 잉글랜드, 자그위 기사들은 매주 합동 훈련을 하며 합을 맞췄다.
바다위 부족들과의 전투 이후 더 이상 투덜거리는 이들은 없었다.
“이제부터 구호기사단의 가니에르 경께서 설명해주실 걸세. 모두 정신 차리고 잘 듣도록.”
“고맙습니다, 마셜 경. 기본적으로 사라센들의 전술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 지난번 습격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역시 마찬가지.
바그다드에선 칼리프가 직접 나서 지하드를 선포했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무슬림 전사들이 그의 깃발 아래 몰려들었다.
‘이건 단순히 예루살렘을 되찾기 위한 지하드가 아니다! 이건 레반트와 시리아의 무슬림들을 지키기 위한 성전이다!’
‘프랑크 쓰레기 놈들을 몰아내고 예루살렘을 정화하자!’
살라딘 역시 다마스쿠스에서 벌어진 폭동을 이용해 여론을 선동했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그리스도인 피난민들이 십자군 도시로 왔고, 난 그들을 최대한 분산해 배치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사건은 따로 있었다.
3차 십자군의 사자이자 무슬림들의 악몽.
리처드가 마침내 군대를 끌고 레반트에 도착한 것이다.
필리프 2세가 그를 따라 도착하고, 야파 해변은 한순간에 병사와 말들로 가득 찼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난 리처드와 다시 마주하고 있었다.
“이곳 레반트 날씨는 듣던 대로 지랄 맞은 것 같구려. 당분간은 좀 쉬어야겠소.”
리처드가 웃으며 말했다.
전에 본 것보다 수염이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우린 동시에 팔을 뻗어 포옹을 나눴다.
“저번에 봤을 땐 공자였는데 이젠 왕이라니. 축하가 늦어서 미안하오.”
“사실 그때와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나도 웃으며 답했다.
리처드는 존재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졌다.
“내가 없는 동안 아버지와 재미를 보고 있다 들었소만. 다치진 않은 것 같아 다행이구려.”
그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예루살렘에 오면 날 위한 선물을 주겠다고 하지 않았소? 그 선물은 어디 있는 거요?”
“여기 있습니다, 리처드 공작.”
난 내 뒤를 가리켰다.
항구도시 야파. 그 뒤로 성벽과 초원, 과수원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레반트와 시리아, 이집트 전체를 공작을 위한 사냥터로 내어주겠습니다.”
“···.”
“무엇을 잡든 공작의 것이 될 겁니다.”
순간 침묵이 흐르고···.
리처드가 빵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받았던 선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군.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사냥터라. 그 말을 감당할 수 있겠소?”
“감당하지 못한다 하면 그냥 가실 겁니까?”
“아니, 그럴 순 없지.”
리처드가 입맛을 다시며 답했다.
“이런 재밌는 기회를 어디 그냥 놓칠 수 있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