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191)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191화(191/215)
< 191화 – 마시아프와 알라무트 (1) >
마시아프
“전투 준비!”
“모두 검을 들어라!”
조슬랭 백작이 검을 들며 소리쳤다. 무기를 점검하던 기사와 병사들이 하나둘 일어섰다.
“성문이 열리면 모두 돌격한다!”
한 기사가 조슬랭 곁으로 다가왔다.
“백작님, 정말 저들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그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엔 사라센들이 있었다.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아사신들.
그들은 마시아프에 있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피다이(자기희생자)라고 불렀다.
“아직까진 저들이 말한 정보가 틀리지 않았어.”
조슬랭이 말했다.
단순히 정보뿐만이 아니었다.
며칠 전 진영에 잠입한 암살자를 붙잡은 것도 저들이었다.
시난은 밤마다 암살자들을 잠입시키려 시도했다.
시리아의 아사신.
그리고 그들과 적대하는 페르시아의 아사신.
“하마와 홈스를 점령할 때도 아사신들의 도움을 받았지. 근데 또 아사신들의 도움을 받아 아사신들을 친다니.”
조슬랭 백작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같은 분파의 녀석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이보다 우스운 꼴도 없을 겁니다.”
“같은 늑대라고 해도 서로 싸우지 않는 건 아니지.”
조슬랭이 말했다.
“성전기사단이 몇 년 전 이곳에서 폐하를 습격했던 걸 잊은 거냐?”
“···.”
부하 기사가 입을 다물었다.
조슬랭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손을 흔들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우린 폐하께서 명하신 대로 하면 된다.”
그는 머릿속으로 보두앵을 떠올렸다.
하마와 홈스를 점령해 그에게 넘겨준 건 보두앵이었다.
아사신들과 손잡고, 그 아사신들을 없애기 위해 다른 아사신들과 손잡은 사나이.
‘도대체 폐하의 눈은 어디까지 미치는 걸까?’
아사신들 사이에도 분파가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는 걸 아는 프랑크인은 아무도 없었다.
수많은 사라센 세력과 그 안의 알력다툼. 도대체 그 복잡한 거미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걸까?
그때 얼굴을 감춘 아사신 피다이들이 다가왔다.
조슬랭이 물었다.
“준비는 다 끝났소?”
“안쪽에 있는 우리 인원들과 연락이 닿았소. 곧 있으면 성문이 열릴 거요.”
피다이가 유창한 로망어로 답했다.
“시난은 몇 년에 걸쳐 거짓된 가르침을 설파하고 신성한 이맘을 모독해왔지.”
그가 덧붙였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요.”
“그대들이 시난을 어떤 식으로 처리하든 난 관심 없소.”
조슬랭 백작이 검을 들며 말했다. 알라무트에서 온 아사신들은 어디까지나 길잡이일 뿐.
요새를 제압하는 건 그와 다른 프랑크 기사들의 몫이었다.
“우리가 싸우는 거나 방해하지 마시오.”
그때 외침이 울려 퍼졌다.
“동쪽 성문이 열린다!”
“모두 돌격하라! 성문을 확보하고 성채로 간다!”
“보두앵 폐하의 명이시다!”
기사와 병사들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들은 성벽에서 쏟아지는 화살을 무시하며 달려나갔다.
적 병사들이 황급히 성문 쪽으로 달려왔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성문을 돌파한 조슬랭 백작과 기사들은 저항하는 적을 베어 넘겼다.
검이 사슬갑옷에 걸려 쩔그럭거렸다.
“아사신 대원들은 모두 죽여라! 한 놈도 살려둬선 안 된다!”
* * *
“놈들이 벌써 성벽을 넘었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시난이 소리쳤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창밖에서 들려왔다. 고함과 신음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자들이 어젯밤 동문에 접근했다고 합니다.”
사내 세 명이 시난 앞으로 끌려왔다. 그들 모두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바들바들 떨었다.
시난이 그들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배신자들이라. 프랑크인들의 사주를 받은 거냐?”
“우, 우린 정당한 이맘의 명령을 받았소!”
한 사내가 소리쳤다.
그가 몸을 비틀며 시난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함마드 2세의 명령으로 그대의 목숨을··· 컥!”
시난이 검을 흔들자 핏물이 바닥을 적셨다.
“알라무트의 꼬맹이가 많이 컸군. 프랑크인들과 손잡고 내 뒤통수를 치다니.”
시난이 단검에 묻은 피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목을 베인 사내가 비틀거리며 옆으로 쓰러졌다.
시난은 호위병들과 함께 성채 위로 올라갔다.
정원의 여인과 전사들은 모두 약에 취해 반쯤 쓰러져 있었다.
“놈들이 성벽을 넘었으니 이 성채도 오래 버티진 못할 것입니다.”
한 부하가 그에게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빨리 몸을 피하시지요. 비밀 통로로 이동하신다면 충분히···.”
“바보 같은 소리. 비밀 통로는 이미 놈들이 알아냈을 거다. 그곳으로 나가면 적들 손에 자진해서 들어가는 꼴이지.”
시난이 말했다.
사실 그만이 아는 비밀 통로가 하나 더 있긴 했다.
하지만 아직은 도망칠 때가 아니였다.
“성채 문을 단단히 잠가라. 배신자들을 잡아냈으니 놈들도 이제 별 방법이 없겠지.”
“하지만 아직 성채 밖에서 싸우는 대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그리고 저 프랑크 놈들이 들이닥칠 때까지 기다리자는 거냐?”
시난이 고개를 돌리자 사내가 몸을 움찔했다.
“대원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싸우고 있는 거다. 어서 빨리 문을 닫아라.”
“···이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시난은 성채 앞을 바라보며 코웃음 쳤다. 예루살렘 기사들이 들이닥치는 모습이 보였다.
사슬갑옷을 걸친 그들에게 피다이 대원들은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아사신들의 힘은 어디까지나 기습과 공포에서 오는 법.
이런 식의 전투에선 극히 상성이 불리했다.
시난은 여인들 곁에 누운 전사들을 가리켰다.
암살 임무를 보내기 위해 대기시켰던 자들.
“저놈들도 단검을 쥐여주고 내보내라. 식량을 생각하면 입을 하나라도 줄이는 편이 낫겠지.”
그들은 반쯤 풀린 눈으로 단검을 쥐고 성채 밖으로 뛰쳐나갔다.
시뻘건 피가 마시아프 곳곳에 흩뿌려졌다.
“우린 적들이 철수할 때까지 이곳 성채에서 버틴다.”
“하지만 프랑크 놈들이 알라무트의 이맘과 손잡았다면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만약 몇 주가 넘어가면···.”
“그럼 어떻게든 철수하게 만들어야지.”
시난이 답했다.
“알레포로 전서구傳書鳩를 보내라. 조슬랭 백작이 이곳에 있다고 전해.”
알레포의 마수드라면 분명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터.
‘예루살렘의 주력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 마시아프에 있는 건 조슬랭 백작과 그의 기사들이 전부인 게 분명했다. 하마와 홈스가 압박을 받으면 저들이 이곳에 남아있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럴 리 없었다.
놈들이 철수하면 모든 건 원래대로 돌아온다.
“어떻게 복수해줄지 미리 생각해둬야겠군.”
* * *
“지금쯤이면 발리앙 백작께서 다마스쿠스에 도착하셨을 겁니다.”
에이그가 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바라봤다.
“시간을 최대한 끌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예루살렘 직속 기사들만 백 명.
다른 3차 십자군 소속 기사들은 없었다.
시난의 의심을 피하려면 최대한 적은 병력으로 이동해야 했다. 우린 낙타 포병과 기사들을 각각 캐러밴과 호위병들로 위장해 출정했다.
계획은 간단했다.
조슬랭이 먼저 마시아프를 치는 사이, 발리앙은 평화 협정을 핑계로 살라딘의 발목을 잡고, 난 조슬랭을 지원하러 간다.
“만약 살라딘이 평화 협정을 받아들이기라도 하면 그땐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에이그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럼 3차 십자군이 모인 의미도 없어질 텐데요.”
“살라딘 본인은 아마 협정을 받아들이고 싶을 거야.”
내가 웃으며 답했다.
간단히 생각하면 에이그의 말이 맞겠지.
일단 평화 협정을 받아들인 다음, 3차 십자군이 떠날 때까지만 기다리면 되니까.
하지만 다마스쿠스 시민들이 그걸 용납할까?
“저번 사건 이후 다마스쿠스에선 강경파들이 우세할 거야. 그런 상황에서 살라딘이 평화 협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확실히······ 그건 그렇습니다.”
에이그가 중얼거렸다.
“발리앙 백작님도 목숨을 걸고 다마스쿠스로 가신 거군요.”
“그런 셈이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발리앙이 다마스쿠스에 있는 사이 아사신을 정리해야 했다.
늦어도 이삼 주 안에는 끝내야겠지.
그때 선두에서 리처드와 가니에르가 다가왔다.
3차 십자군 중 내 계획을 눈치채고 동행에 나선 건 리처드 한 명뿐.
그는 내게 무턱대고 졸랐다.
‘어차피 나중에 메카로 함께 갈 텐데 미리 합을 맞춰놓는 게 낫지 않겠소?’
가니에르가 다가오며 말했다.
“폐하, 조슬랭 백작이 어젯밤 성벽을 넘었다고 합니다.”
“그럼 아직 성채는 점령하지 못한 거군.”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성벽을 넘고 곧바로 성채를 점령하는 거였는데.
그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나.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가니에르가 말했다.
“하마랑 홈스에서 온 보고에 따르면 알레포가 행동에 나선 것 같습니다.”
“마수드가 상황을 눈치챈 거야.”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마수드 아타벡.
알레포와 그 일대의 영주이자 한때 내게 물자 지원을 받았던 사나이.
살라딘에게 굴복한 이후 그는 계속 지하드에 참가해왔다.
근데 고작 하루 만에 마시아프 상황을 알아차렸다고?
아니, 아사신들이 귀띔해준 걸 수도 있겠군.
“하마랑 홈스가 비어있으니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도 없겠지. 그곳들을 뺏긴 이후로 계속 칼을 갈고 있었을 테니.”
“그렇다면 조슬랭 백작에게 군대를 철수시키라고 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에이그가 끼어들었다.
“마시아프도 큰 타격을 받았으니 섣불리 반격하진 못할 겁니다. 다음에 공격하면 쉽게 점령할 수 있겠죠.”
“그게 바로 시난이 원하는 상황이야.”
내가 말했다.
조슬랭 백작이 이대로 철수하면 시난은 내부의 첩자들을 색출해낼 터.
그럼 알라무트 아사신들과 더 이상 손잡을 이유도 없었다.
먼저 검을 빼든 이상, 어떻게든 승부를 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끌고 온 병력으로 알레포 군대와 맞서 싸울 순 없습니다.”
“···.”
가니에르와 에이그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문 채 날 바라봤다.
그때 리처드가 말했다.
“왜 다들 그렇게 우울해하는 거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우리가 온 거 아니오?”
그가 씨익 미소 지었다.
“뭐든지 계획대로 진행되는 건 재미가 없는 법이지. 그렇지 않소? 하마랑 홈스로 가서 수비를 도와도 될 터.”
“공작의 말씀이 옳습니다. 그리고 항상 방법은 있는 법이죠.”
내가 웃으며 답했다.
리처드는 장애물이 생기니 오히려 더 활활 불타는군.
“하지만 지금 병력으론 하마와 홈스 두 곳을 동시에 수비하기 힘듭니다.”
내가 말했다.
소수의 기병과 낙타 포병.
“알레포에서 당장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대충 4, 5천 정도 될 테니까요.”
“그럼 6배 정도 차이가 나겠군요.”
가니에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낙타들을 빼면 수 차이가 훨씬 더 벌어질 겁니다. 전 폐하의 선택을 믿지만, 저들은 아직 실전을 제대로 치러본 적도 없는···.”
“경이 말하고 싶은 게 뭔지는 나도 잘 아네.”
내가 말했다.
낙타 포병들은 몇 개월에 걸쳐 훈련하긴 했지만, 이번이 첫 실전이니.
다른 기사들이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난 리처드를 바라봤다.
“공작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첫 실전이라는 게 꼭 우리에게만 불리한 건 아니오.”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적도 처음 마주치는 거잖소. 그 유명한 로마 군단도 코끼리를 처음 봤을 땐 도망치기 바빴소. 그걸 이용하면 되겠지.”
“···.”
적도 처음 보는 상대.
그 생각은 하지 못했군.
낙타를 전투에 쓰는 무슬림들과 달리, 프랑크인들은 오직 말을 선호했다.
낙타는 어디까지나 용병이나 수송용.
이렇게 많은 낙타를 보면 무슬림들이 어떤 생각을 할까?
수송대와 그걸 호위하는 프랑크 기사들.
리처드의 말 덕분에 재밌는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잠깐 제 천막으로 오시죠, 공작.”
내가 웃으며 말했다.
“같이 검토할 게 하나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