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193)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193화(193/215)
< 193화 – 마시아프와 알라무트 (3) >
“어, 어서 빨리 날 호위해라!”
마수드가 고삐를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병사들이 뒤엉키며 이미 대열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었다.
“도대체 놈들이 무슨 짓을···.”
처음엔 모든 게 그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그들과 마주친 프랑크 기사들은 낙타 떼를 버려둔 채 그대로 도망쳤다.
알레포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낙타들에게 달려갔고, 바로 그때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졌다.
낙타들이 불을 뿜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동그란 항아리들이 깨지며 곳곳에서 불꽃이 솟아올랐다.
쉴새 없이 이어지는 공격에 병사들은 모두 겁에 질려 뒤로 도망쳤다.
그러자 사라졌던 프랑크 기병들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도대체 놈들이 무슨 수를 부린 게냐? 낙타들이 불을 뿜어내다니?!”
“우선 몸을 피하시지요, 각하. 이대로 있다간 놈들에게 포위될 겁니다.”
호위대장이 말했다.
“병사들을 다시 통제해서 후퇴를···.”
“아니, 지금 그럴 시간은 없다! 저놈들이 안 보이는 거냐?!”
마수드가 손가락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가 가리킨 곳에서 뿌연 흙먼지가 솟구쳐 올랐다.
프랑크 기병들.
그들은 평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샤이탄(악마)이다! 샤이탄이 쫓아온다!”
“모두 도망쳐!”
선두의 사내가 독특한 문양의 방패를 흔들었다.
붉은 배경에 노란색 사자.
그가 도끼를 흔들 때마다 대여섯이 넘는 무슬림 병사들이 나가떨어졌다.
“뭣들 하느냐! 어서 빨리 저놈들을 막아라!”
“예, 옙!”
호위 기사들이 시간을 벌기 위해 달려나갔지만 오래 버티진 못했다.
그들 역시 도끼에 맞아 안장 밑으로 나가떨어졌다.
“아타벡께서 탈출하실 수 있게 시간을 벌어라! 모두 한 번에 달려들어!”
“저 샤이탄 놈을 막아라! 어떻게든 날 지키란 말이다!”
기병과 병사들이 꾸역꾸역 모여들자 마침내 샤이탄도 멈춰섰다.
“좋았어! 이제 궁수들에게 명령을 내려라!”
마수드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아직 기회는 있었다.
‘알레포로 돌아가면 다시 군대를 모을 수 있다. 오늘 겪은 수모를 다시 복수할 수만 있으면···.’
비명과 고함이 울려 퍼진 건 바로 그때였다. 또 다른 프랑크 기사가 달려들며 샤이탄의 길을 뚫었다.
철이 부딪히고 갑옷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아, 안 돼···!”
두 프랑크 기사는 곧장 마수드를 향해 달려왔다. 곧 호위대장의 목마저 땅바닥에 떨어졌다.
안장에서 떨어진 마수드는 흙 위를 질질 기었다.
샤이탄이 피를 뚝뚝 흘리며 그에게 다가왔다.
검은 연기에 그을린 얼굴은 악마 그 자체였다.
“아아아······.”
“네가 이놈들의 우두머리인가 보군. 마수드인지 뭔지라고 하던데, 맞나?”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프랑크 말로 말했다. 마수드는 뭔가 말하려 입을 열었지만, 나오는 건 신음뿐이었다.
샤이탄이 땅에 침을 찍 뱉으며 말했다.
“넌 나랑 같이 가야겠다.”
마수드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사내를 보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샤, 샤이탄!”
* * *
“이거 나폴레옹이라도 된 느낌이네.”
“나폴레옹이라니 그게 뭡니까?”
“그런 게 있어.”
내가 웃으며 답했다.
낙타 포병을 저렇게 공격적으로 운용하다니.
캉도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대담하긴 하군.
발상이 참신하다고 해야 할까.
원 역사에서도 오늘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러시아군과 맞붙었던 나폴레옹의 프랑스 포병대.
그들은 프리틀란트에서 한창 싸우던 중 갑자기 적 보병대를 향해 돌격한다.
‘악시옹 프롱트(돌격 앞으로)!’
절반의 포들이 호위하는 사이, 나머지 절반이 적을 향해 돌격한 것이다.
‘그리고는 아예 근거리에서 산탄을 쐈지.’
이런 무모한 돌격에 러시아 황실 근위대는 말 그대로 학살을 당했다.
그걸 12세기에 재현하다니.
캉을 지휘관으로 앉혀놓길 잘했군.
“만약 저였어도 무작정 도망쳤을 겁니다.”
에이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적이 불을 뿜으면서 쫓아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난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공성전과 다르게 삭힌 오줌을 준비하지도 못했을 테니.
그리스의 불을 보면 도망칠 수밖에 없겠지. 그때 추격을 마친 기사들이 하나둘 돌아왔다.
선두에는 리처드와 윌리엄 마셜.
방패의 노란 사자는 불에 그을려 검게 변해 있었다.
두 사람 모두에게서 후련함과 기쁨, 흥분이 느껴졌다.
목숨 걸고 싸운 게 아니라 운동 한 판 하고 온 듯한 느낌.
둘이 아주 신나게 쓸고 다녔군.
적 대열을 돌파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다.
이전에 마상시합에서 봤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사냥은 어떠셨습니까, 리처드 공작?”
“그리 나쁘진 않았소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라센인들이 약하더군.”
그가 마셜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마셜 자네는 고작 이런 놈들한테 유인당해서 말을 잃었다는 건가? 그대도 감을 잃었군그래.”
“그때는 적 대부분이 궁기병이었습니다. 지금처럼 기습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마셜이 딱 잘라 말했다.
“적에 이렇게 보병이 많았다면 그때도 수월하게 이겼을 겁니다.”
“원래 패자가 말이 많은 법이지. 아직 변명거리가 남았나?”
리처드가 껄껄 웃더니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그나저나 정말 그대가 말한 곳에 놈들 우두머리가 있더군. 도대체 무슨 방법을 쓰는 거요?”
그가 품 안에서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내가 유럽을 떠나기 전 선물로 줬던 물건.
“난 이 천사의 눈을 써도 흙먼지에 가려 제대로 보이질 않던데.”
“그 답을 아시려면 하늘에 물으셔야 할 겁니다.”
내가 웃으며 답했다.
그러자 리처드가 어깨를 으쓱였다.
“난 아무리 열심히 기도해도 대답이 없으시던데. 주님께선 역시 편애가 심하시군.”
그의 뒤에서 누군가 질질 끌려왔다.
마수드 아타벡.
몸을 축 늘어뜨린 그의 입에서 침이 줄줄 흘러나왔다. 저거 상태가 좀 심각해 보이는데.
“죽이진 않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소. 날 보고 뭐라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기절하더군. 저런 자가 지휘관이라니.”
리처드가 말했다.
“놈들이 계속 나보고 샤이탄이라고 하던데. 무슨 뜻인지 아시오?”
“글쎄요. 아마 좋은 뜻은 아닐 겁니다.”
내가 웃으며 답했다.
역시 원 역사와 바뀌지 않는 것도 있군.
선두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리처드. 그 정도면 충분히 샤이탄(악마)이라고 할만하지.
“알레포의 아타벡을 잡았으니 대충 큰 문제는 정리된 것 같소만.”
리처드가 말했다.
“당장 이놈의 목을 베는 편이 낫지 않겠소? 그럼 알레포도 혼란에 빠질 테니 그 틈을 노려서···.”
“마수드를 죽인다 해도 아들이나 친척이 곧장 아타벡 자리에 오를 겁니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리처드의 유일한 문제는 바로 이거였다.
브레이크 없는 추진력.
그래서 아크레에서도 3천이 넘는 포로를 학살했지.
‘물론 살라딘이 협상을 질질 끌었다는 게 표면적 이유이긴 했지만···.’
그 소식을 들은 수많은 무슬림이 복수를 다짐하며 군대에 입대했다.
굳이 그걸 재현할 필요는 없지.
“최악의 경우엔 살라딘이 자기 쪽 사람을 앉힐 수도 있고요. 그럼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뭐 살라딘이 바로 앞에 있는데 알레포까지 점령하긴 힘들겠지. 그대가 뭘 말하려는지는 나도 알겠소.”
리처드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요?”
“몸값을 받고 풀어줄 겁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알레포로 돌아가서···.”
“군대를 다시 모으겠죠.”
하지만 그렇게 둘 생각은 없지.
내가 노리는 건 따로 있었다.
“몸값을 바로 받는다고는 안 했습니다. 적당히 협상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 겁니다. 그럼 3차 십자군 원정에 알레포는 끼어들지 못하겠죠.”
난 고개를 돌렸다.
“아직 사냥이 다 끝난 건 아닙니다. 이제 마시아프로 가죠.”
아사신들이 남아 있었다.
* * *
우리가 마시아프에 도착한 건 전투가 끝나고 이틀 뒤였다. 이미 성벽을 점령하고 남은 건 안쪽의 성채뿐.
“이번 전투에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폐하.”
조슬랭 백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가 마시아프를 조금만 더 빨리 점령했어도···.”
“그대가 사과할 필요는 없네.”
난 리처드와 함께 성채를 바라봤다.
안쪽의 적들은 지금도 간간이 화살을 쏘고 있었다.
“확실히 견고해 보이는 요새이긴 하군. 버티는 수밖에 없겠어.”
리처드가 조슬랭에게 물었다.
“다른 아사신들이 돕는다 하지 않았소?”
“성벽을 넘는 것까진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안에 있던 알라무트의 첩자들이 모두 시난에게 잡힌 것 같더군요.”
조슬랭이 날 바라보며 덧붙였다.
“폐하께서 지원군을 끌고 오셨으니 시난도 이제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그때 성채 쪽에서 고함이 울려 퍼졌다.
“모두 조심해! 연기다!”
“아사신 놈들이 연막을 뿌렸다!”
성채에서 새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당황한 병사들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소리쳤다.
“갑자기 연막이라니 도대체 무슨···.”
“놈들이 도망치려는 거야.”
난 투구를 쓰며 불트 위에 올라탔다. 성채 안에서 연막을 터뜨릴 줄은 몰랐는데.
무슨 생각이지?
‘어차피 연기는 곧 사라질 텐데.’
성채 안이라면 모를까 이렇게 밖으로 나온 연기는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효과가 유지되는 건 아무리 길게 잡아봐야 몇 분 정도.
성채에서 인영들이 쏟아져 나온 건 바로 그때였다.
“놈들이 성채 밖으로 나온다!”
“놈들이 도망치려 한다! 모두 붙잡아라!”
성채를 포위 중이던 병사들이 검과 창을 흔들며 소리쳤다.
포위망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건 한순간.
몇몇 병사들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공격했다.
“성문을 봉쇄해라! 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앞으로 달려나간 난 인파 속에서 아사신들을 찾아냈다.
약에 취해 몽롱한 정신.
놈들은 제대로 싸울 수도 없는 상태였다.
‘성문을 닫으면 어차피 빠져나올 수 없어.’
어차피 성문은 우리 통제 하에 있었다.
아무리 혼란을 일으켰다 해도 성문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면 무의미한 일.
시난이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그럼 왜 이런 짓을 벌인 걸까?
“양동 작전이다! 시선을 분산하려고 수작을 부린 거야!”
내가 큰소리로 외쳤다.
에이그와 가니에르, 조슬랭 백작과 다른 사람들이 몰려왔다.
“시난은 분명 저 안에 숨어 있을 겁니다. 저희가 직접 들어가겠습니다!”
“아니, 시난이 고작 그 정도 계획을 세워두진 않을 걸세.”
난 정신을 집중했다.
지금 육감을 이용하면 연기 속 아사신 대원들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목표는 시난.
놈도 약에 취해있진 않겠지.
눈을 감자 주변의 감정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혼란과 당황.
그 사이로 희미하게 차분함이 느껴졌다. 시난과 맨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
성채 아래쪽에서 바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비밀 통로야. 연기로 시선을 끈 사이 자기는 비밀 통로로 탈출하는 거지.”
역시 아사신들의 대장다운 속셈이군.
부하들을 다 미끼로 내던지고 자기만 살려고 하다니.
조슬랭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산 전체를 확인했습니다. 비밀 통로는 그 어디에도···.”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다면 애초에 비밀 통로가 아니었겠지. 모두 날 따라오게.”
내가 선두에 서며 말했다.
다행히 시난이 움직이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육감은 역시 아사신 상대에 특화된 능력이란 말이지.
“먼저 출구로 가서 놈을 환영해주자고.”
귀스타브 도레 – 아르수프 전투의 리처드 1세 (퍼블릭 도메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