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King of Crusaders RAW novel - Chapter (202)
십자군의 왕이 되었다-202화(202/215)
예언자의 도시 (2)
이탈리아
로마
서신을 읽던 루치오 교황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럼 사라센들이 예루살렘을 위협하고 있다는 건가?”
“서신에 따르면 곧 티베리아스가 이교도들의 손에 넘어갈 수 있다 합니다.”
홈베르 추기경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아마 그 후엔 곧장 예루살렘을 노릴 것입니다. 주력 대부분이 이집트에 있는 이상….”
“당장 예루살렘을 구원하러 가긴 힘들겠군.”
교황이 답했다.
그는 생각에 빠진 표정으로 주교들을 바라봤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닐세. 나도 나서야 하지 않겠나.”
“성하께서 직접 나서신다니 그 말씀은….”
“만에 하나 예루살렘이 사라센 손에 넘어갔다간 수십 년간 공들여온 대업이 무너질 걸세. 어렵게 이룩한 교회 통합도 물 건너가겠지.”
그렇게 말한 루치오 교황이 일어섰다.
“교황인 내가 직접 이탈리아를 돌며 연설하면 주님의 전사들이 한 명이라도 더 우트르메르(레반트)로 가지 않겠나?”
그가 덧붙였다.
“지금 예루살렘에 필요한 건 기사들이자, 전사, 수호자들일세.”
* * *
메디나
“그렇다면 프랑크 놈들이 또다시 성지를 침공하려 한다는 거군.”
카심 이븐 무한나.
메디나의 아미르(제후)는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이집트가 놈들 손에 넘어간 게야. 그렇지 않고서야 에일라트로 갔을 이유가 없지.”
그는 겁에 질린 부하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카심의 가문은 몇 세대에 걸쳐 이곳, 메디나를 통치해왔다.
마지막 예언자이자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메카의 억압을 피해 이곳으로 망명 온 뒤 최초의 모스크(사원)를 세웠다.
그가 죽은 후 묻힌 곳도 바로 메디나.
무슬림들에게 있어 이 도시는 메카 다음으로 신성한 장소였다.
“르노의 목이 어떻게 잘렸는지 잊었나 보군.”
“보고에 따르면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인들도 십자군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한 부하가 말했다.
“놈들은 홍해에서 합류해 이전보다 더 큰 군세로 이곳을 치려는 계획일 겁니다. 이미 놈들의 배가 해안가에 출몰하고 있습니다.”
“일단 술탄께 상황을 알리고 지원 요청을 보내도록 해라. 레반트에서 이곳까지 오려면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카심이 말했다.
“적어도 상황을 알릴 필요는 있겠지. 만약 오지 못하신다고 해도 말이야.”
그렇게 말한 그는 생각에 빠졌다. 르노가 메디나와 메카를 침공한 후 민심은 크게 동요했다.
아무리 정통성과 권력이 강하다 해도 민심을 잃은 통치자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 문제는 아라비아의 에미르들이 해결해야 했다.
“각하께 보고드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한 장군이 입을 열었다.
“얼마 전부터 바다위 부족들이 습격을 재개했다고 합니다. 당장 피해는 크지 않습니다만, 순례자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쥐 죽은 듯 지내던 놈들이 이제야 다시 이빨을 드러냈군.”
카심이 코웃음 쳤다.
바다위 부족들이 항상 곤란한 순간에 문제를 일으켰다.
“순례자들은 일단 바흐르와 와즈 쪽으로 안내해라. 서쪽으로 돌아가면 바다위 놈들과 마주칠 일은 없겠지.”
그가 말했다.
“놈들은 프랑크인들부터 몰아낸 뒤에 손봐준다.”
“그럼 지금 바로 군대를 소집하도록 하겠습니다.”
장군들이 일어서며 말했다.
모두 말을 하진 않았지만 같은 생각이었다.
르노에게 받았던 수모를 되갚아 줄 차례.
“프랑크 놈들은 해안가에 발을 올려놓기 전에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겁니다.”
* * *
메디나 동북부
사막지대
“놈들의 시선을 돌리려고 일부러 바다위 부족들을 포섭하신 거군요.”
에이그가 말했다.
“그래야 이곳을 지나는 순례자들에게 안 들킬 수 있을 테니까요.”
“놈들은 해안가만 보고 있을 거야. 이쪽에서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겠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위 부족들은 우리의 길잡이이자 동시에 시선 분산용 미끼였다.
“그냥 진격했다면 순례자들이 우릴 발견했을 가능성이 있어.”
바다위 전사들은 습격하는 척하며 적당히 순례자들을 몰아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난 행군하기 전 육감으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적에게 들키는 것보단 나았다.
‘아마 지금쯤 메디나 병사들은 해안가에서 상륙에 대비하고 있겠지.’
한창 헛고생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좀 불쌍하긴 하네.
난 에이그를 바라봤다.
“팔은 좀 어때?”
“다 나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라더군요. 그래도 검을 휘두르는 데는 문제 없습니다.”
에이그가 괜찮다는 듯 팔을 붕붕 흔들었다. 아직도 움직이는 게 불편해 보이는데.
뒤를 돌아보자 긴 낙타 행렬이 보였다.
기사와 종자들 모두 갑옷을 풀고 낙타에 반쯤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힘들어 보이는 표정들.
우린 햇빛을 피해 주로 밤에 행군했다.
‘제일 편한 건 말들인가.’
더위에 지치기 쉬운 말들은 아무것도 들지 않은 채 어슬렁어슬렁 뒤를 따라왔다.
“그럼 유대인들을 데려오신 건….”
에이그가 뒤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에일라트에서 온 유대인들.
“도시 안에 기사단원들을 잠입시키려는 거군요. 유대인 상인들로 위장해서요.”
“눈치가 빠르네.”
“폐하 곁에서 몇 년을 있었는데 이 정도 눈치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에이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폐하께선 항상 적을 기습하는 데 집중하셨죠.”
“그만큼 기습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
난 어깨를 으쓱였다.
카이사르, 나폴레옹, 한니발, 롬멜 등등. 역사 속 명장名將들은 모두 기습의 중요성을 알았다.
우선 적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럼 손쉽게 상황을 주도할 수 있으니.
‘내가 그 정도 급은 아니지만….’
그들이 쓴 전략 전술들을 비슷하게 따라 할 수는 있었다. 그때 에이그가 걱정스럽다는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고작 메디나를 함락하지 못하면 메카는 어림도 없어. 만약 여기서 막히면 메카 원정도 깔끔히 포기해야겠지.”
내가 말했다.
메디나를 점령하지 않으면 메카까지 내려가는 걸 불가능했다.
상황이 그렇게 되면 메카를 포기하고 살라딘과 일전을 벌이는 수밖에 없겠군.
살라딘은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터.
별로 고르고 싶은 선택지는 아니네. 그때 선두에 있던 리처드가 다가왔다.
“준비는 다 끝났소. 사라센 언어에 능통한 단원들로만 골랐으니 바로 들키진 않을 거요.”
“그래도 한 번에 가면 의심을 살 겁니다. 사흘에 걸쳐 나눠 보내도록 하죠.”
난 고개를 끄덕였다.
메디나까지는 이제 고작 하루 거리.
“그 이상 늦어지면 해안가로 간 사라센 군대가 뭔가 이상하단 걸 눈치챌 겁니다.”
에일라트에서 출항한 수송선들은 모두 보급품만 싣고 있으니. 며칠 동안 상륙 시도가 없으면 블러핑이 들통날 터였다.
“그럼 일단 이곳에 야영지를 마련하는 게 좋겠소.”
리처드가 투구를 벗으며 말했다.
“더 가까이 다가갔다간 메디나 수비병들에게 들킬 거요. 아니면 뭔가 계시받은 거라도 있소?”
“계시라니 그게….”
“이렇게 깊숙이 들어오면서 감시망에 한 번도 안 걸린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오.”
리처드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앞장서서 길을 안내한 건 그대였지. 도대체 어떤 계시를 따라서 온 거요?”
난 대답 대신 그와 함께 웃었다.
인간 레이더라.
동로마로 가면서 암초를 피하던 상황과 비슷하군.
‘지금은 암초가 아니라 사람이겠지만.’
육감으로 수만이 넘는 감정들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메디나.
예언자의 도시가 앞에 있었다.
* * *
이틀 후
메디나
“그럼 지금까지 몇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는 건가?”
가니에르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방안은 건조한 사막의 냉기로 가득했다.
사막의 공기는 밤이 되면 얼음장으로 변했다.
“총 팔십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오십 정도는 더 들어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대충 백삼십 정도군.”
가니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까진 계획대로였다.
그들은 유대인 상인으로 위장해 메디나 안으로 들어왔고, 경비병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놈들은 저희가 홍해를 통해 올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도시 안에 이미 잠입했을 줄은 꿈에도 모를 겁니다.”
한 단원이 말했다.
“주력은 이미 전부 해안가로 가 있더군요. 도시에 남은 수비 병력은 이천이 채 안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네.”
가니에르가 말했다.
“제대로 된 무기와 갑옷이 없으니 수비병들을 전부 상대하는 건 힘들겠지.”
유대인 상인들로 위장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고참 기사단원들은 사라센 언어에 익숙했고, 그을린 피부색도 비슷했다.
하지만 아무리 상인으로 위장해도 무기와 갑옷까진 가져올 수 없었다.
가니에르는 손에 쥔 곤봉을 바라봤다.
“제일 경비가 취약한 곳은 동문. 사라센들이 평화의 문이라고 부르는 밥 앗 살람일세.”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내일 밤이 되면 이곳을 기습해 성문을 여는 거야. 내가 지형을 확인해뒀으니 오늘은 일단 다 흩어져서….”
그때 날카로운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침입자를 알리는 경고음.
곧이어 한 단원이 방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성문으로 들어오던 형제 한 명이 붙잡혔소! 곧 있으면 놈들이 도시 전체를 샅샅이 뒤질 거요.”
“가니에르 경, 그럼 이제 어떻게….”
“….”
기사단원들은 입을 다문 채 서로를 바라봤다.
“이제 뭘 어떻게 하겠나. 되든 안 되든 밀어붙이는 수밖에.”
가니에르가 일어서며 말했다.
그는 앞에 앉은 형제들을 바라봤다.
전투를 앞두고도 그들은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최소 5년, 길게는 30년 넘게 성도 예루살렘에서 싸워온 전사들.
이탈리아, 잉글랜드, 프랑스, 콘스탄티노플, 이집트부터 저 멀리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에서 싸운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검은 없지만 몽둥이와 목봉을 준비해놨으니 모두 하나씩 챙기게.”
“목봉이라. 이거 훈련하던 때가 기억나는군요.”
“명심하게, 우리 목표는 본대가 들어올 수 있도록 성문을 여는 걸세. 사라센 병사들과 싸우는 게 아니야.”
“하지만 폐하께선 저희가 동문을 연다는 걸 모르시지 않습니까? 그럼 성문을 열어봤자 곧장 제압당해서….”
“폐하께선 우리가 어느 문을 열지 아실 걸세.”
가니에르가 일어서며 말했다.
“이젠 그분을 믿는 수밖에 없어.”
* * *
메디나 동쪽
사일람 언덕
“아무래도 놈들이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폐하.”
캉이 망원경을 내리며 말했다.
도시에서 요란한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우리 쪽 진영의 병사들도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다.
기사들은 곧장 갑옷을 걸치고 말에 올라탔다.
“그사이 무슨 축제가 열린 건 아니겠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당황하고 놀란 감정들이 메디나에서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위장해 있던 단원 중 한 명이 들킨 건가.’
그렇다면 수비병은 곧장 도시 안을 수색할 게 분명했다. 최근 며칠 동안 들어온 수상한 자들은 모두 붙잡을 터.
제아무리 기사단원들이라 해도 열 배가 넘는 병력을 상대하긴 힘들었다.
그때 익숙한 감정들이 느껴졌다.
차분하면서도 살짝 들뜬 듯한 기분. 가니에르와 기사단원들이 분명했다.
그들은 모두 동문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동문을 열려는 거야. 진격 나팔을 불어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말에 탄 기사와 궁기병들이 대열을 갖춰 모여들었다.
리처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잠에 덜 깬 표정.
“이 한밤 중에 진격 나팔이라니. 무슨 일이오?”
“잠입했던 기사단원들이 발각됐습니다. 지금 동문을 열려 하고 있으니 가서 도와줘야 합니다.”
“단원들이 동문을 열려 한다는 건 어떻게… 아니, 됐소.”
리처드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성문이 열리지 않으면 도시에 들어갈 방법도 없소. 말을 타고 성벽을 넘자는 거요?”
“말을 타고 성벽을 넘을 순 없겠죠.”
난 생각에 빠졌다.
리처드의 말에 담긴 속뜻은 간단했다.
‘지금 우리가 간다 해도 성문이 열리지 않으면 개죽음이다.’
만약 기사단원들이 성문을 여는 데 실패한다면 우린 곧장 수비병들의 공격을 받을 터.
그럼 성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고?
그럴 수는 없지.
난 머리를 쥐어 짜냈다.
“캉, 자네 부하 중 가장 실력이 좋은 스무 명만 차출해 오게. 지금 당장.”
“폐하, 설마….”
“그래, 말은 넘지 못해도 도자기는 넘어갈 수 있겠지.”
내가 웃으며 답했다.
낙타 투석기도 결국엔 ‘투석기’지. 성벽에 붙어서 그리스의 불을 던지면 단원들을 엄호할 수 있었다.
“수비병들은 기사단원들과 싸우느라 정신없을 걸세. 낙타 스무 마리가 성벽 가까이 붙어도 눈치 못 채겠지.”
성벽에 근접한 다음 도시 안쪽으로 던진다! 이러면 큰 위험 없이 아군을 엄호할 수 있었다.
캉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아군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그리스의 불을 던지기엔…. 거기다 지금은 밤입니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게.”
내가 웃으며 답했다.
아군이 어디 있는지는 내가 다 알고 있거든.
“자네들은 내 명령대로만 쏘면 되니까.”